홈지기는 물리학과 출신이다. 그리고 지금 이공계 산문을 나와 경제 관련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홈지기는 어떤 면에서는 반 발짝만큼 멀리 갔지만, 어떤 면에서는 반 발짝만큼 미치지 못했다. 홈지기는 오늘 바로 반 발짝 더 멀리 간 많은 동료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 They Tried to Outsmart Wall Street (New York Times, 2009-03-09)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필두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대두되면서 여러 언론매체마다 여러 기사가 나왔던 것 같다. 검술도장의 면장인양 이공계 학위를 품고, 수리능력이라는 칼을 찬 채 월 스트리트로 흘러간 수많은 퀀트(quant) 낭인들을 두고서 말이다. 사실 '퀀트'라고 하면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괴짜같은 먼 사람들로만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런 감정에 이런저런 경험들이 어우러지면 나오는 말들도 딱 정해져 있다.
일례로 워런 버핏은 이런 퀀트들을 각종 수식이라는 요설(?)로 경제 바닥을 어지럽히는 이들인양 묘사했다고 한다:
All I can say is, beware of geeks bearing formulas.
내가 오롯이 말할 수 있는건, 수식을 달고 다니는 긱들을 조심하란거요.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거쳐 우리나라까지 강타한 『블랙 스완(The Black Swan)』의 저자, 나심 탈렙은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We never had any respect for nerds1.
우린 너드들을 존경할래야 존경할 수 없었다.
외국 사람들의 이공계 출신들에 대한 전형적인 묘사에는 꼭 긱이나 너드란 말이 따라 붙기 마련이다. 뭔가 '범생이' 내지 '꽁생원', '폐인'을 연상시키는 이 말을 사람에 따라서는 불편하게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홈지기 주변은 조금 다르다. 어느새 이 말이 '단무지' 마냥 익숙해져버려 서로 이 말을 아무렇지 않게 주고 받으며 떠들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들도 물론 이런 익숙함에 한몫을 했다. 홈지기도 퀀트는 아니지만 너드 소리는 얼마든지 듣는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의 뉴욕 타임즈 기사에는 이곳저곳에서 약간의 감정의 일렁임이 느껴진다. 기사 앞머리부터도 말이다:
Emanuel Derman expected to feel a letdown when he left particle physics for a job on Wall Street in 1985.
이마뉴엘 더만은 1985년에 입자물리학 분야를 떠나 직장을 구하러 월 스트리트로 갈 때, 허탈함을 느낄거라 예상했다.
이마뉴엘 더만. 이 사람이 대학원 시절 홈지기의 가슴을 얼마나 처연하게 했는지 아직도 생각이 난다. '퀀트'라는 직업이 우리나라에도 솔솔 들려오던 2004년 출간된 그의 회고록, 『My Life as a Quant (번역서명: 퀀트)』 때문이었다. 하드코어 물리학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입자물리학을 하다가 월 스트리트로 간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호기심이 앞서서 든 책이었다. 초창기 퀀트로서 명성도 얻고 돈도 많이 벌었을테니 얼마나 인생이 재미있었을까?

하지만 인생지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어쨌건 그는 전화위복으로 월 스트리트에서 새 길을 찾았고 돈과 명예도 얻었다. 물리학 교수는 되지 못했지만 이제 재무학 교수가 되었고 말이다. 물리학과에서만 맴돌던 홈지기도 뭔가 이 길에서 벗어나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던게 마침 그 무렵이었다. 더만의 행보는 홈지기의 어깨를 조금 더 가볍게 해주었고, 결국 홈지기도 뒤늦은 그런 행렬에 나서게 되었다.
이미 더만 같은 이들이 앞서 걸어간 길을 참 여러 사람들이 줄줄이 뒤따라 가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뛰어난 동료들이. '저 친구라면 정통 학계에서 대성할거야!' 그리 의심치 않던 이들이 어느새 학위를 받고 월 스트리트로 갔다는 소식이 매년 들려왔다. 홈지기도 미국 유학을 갔었으면 그렇게 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홈지기는 발이 짧아서인지 반 발짝 밖에 가지 못했다. 그리고 더만의 말마따나 퀀트들이 직면하는 세계와 비슷한 질퍽한 공간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In physics there may one day be a Theory of Everything; in finance and the social sciences, you’re lucky if there is a useable theory of anything2.
물리학에서는 어느날 '모든 것의 이론'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금융이나 사회과학에서는 뭔가 쓸 수 있을법한 이론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요즘도 가끔 그런 퀀트들과, 맨하튼 거리를 따라 출퇴근하고 다닐 그들과, '그렇게 일만하다 장가는 가겠냐', '최근에 애 낳은 어느 선배는 직장 안짤리고 잘 있다냐', '보너스 못 챙긴다더니 정말이냐' 등등 평범한 이야기를 전화로 주고 받고는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오늘도 영통과 테헤란밸리를 오가는 이들과 마찬가지 이야기를 한다. 다들 비슷한 고민을 품고 한 발짝 옆으로 내딛은 그들의 모습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그들이 어느 순간 세계를 뒤흔든 음모의 공범인양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순간에는 그저 조금 씁쓸하기만 하다.
하기사 애초에 월 스트리트가 바라던 사람은 박사도, 긱스도, 너드도 아닐 것이다. 올리버 스톤의 영화 '월 스트리트'에 나오는 버드 폭스(찰리 쉰)같은 인물일뿐:
[Andrew Lo] said an investment banker had told him that Wall Street was not looking for Ph.D.’s, but what he called “P.S.D.s — poor, smart and a deep desire to get rich.”
[앤드류 로 교수]는 한 투자은행가가 그에게 해줬다는 말을 했다. 월 스트리트는 박사를 찾는게 아니라, "P.S.D. — 가난하고, 똑똑하면서도 부를 걸머쥐길 갈망하는" — 를 찾고 있다고.
여러 방문객 분들 가운데에는 가난하고, 똑똑하며, 부자가 되려는 강렬한 욕망이 있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홈지기는 그다지 가난하지도 않고, 똑똑하지도 않으며, 돈벌이에 목매고 있지도 않다. 그러고 보면 이만치 반 발짝만 발을 내딛은게 차라리 나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Quants] get paid, a Faustian bargain everybody makes.
[퀀트들]은 만인이 저지르는 파우스트의 거래를 벌이고 보수를 받는다.
오늘 자기 전에는 영혼을 저당잡히고 미망일지도 모르는 길에 뛰어든 공범 친구들에게 전화나 해봐야겠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 『The Black Swan』의 한글 번역판에서는 nerd를 '헛똑똑이'라고 번역해놨던데, 뭔가 원어의 어감을 살리지 못한 번역 같아서 아쉽다.
- 'useable theory of anything'을 조금 비틀면 'useful model' 정도가 될 것이다. 그에 대한 소회는 지난번 글 '모든 모델은 틀렸다, 그러나……'에서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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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southstep의 생각
Tracked from southstep's me2DAY 2009/03/13 09:47 삭제Periskop over Military History :: :: Geeks, Nerds and Qu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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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rd라니까 떠오르는 건 Angry Video Game Nerd……뿐이군요. ㅡㅡ;
언젠가는 너드나 긱이란 말이 몸서리치게 느껴지실 날이 있으실지도……^^
헌책방에서 발견하고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책이로군요. 담에 갈때 있으면 집어들어야겠네요.(사기만 하고 언제 읽을런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
『My Life as a Quant』는 제가 적어도 이공계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한번쯤 읽어보라고 권하는 책입니다. 저는 진로를 한창 고민할 때 읽어서 그런지 뭔가 시대가 짓누르는 무게 속에서 이공계 전공이 갖는 묘한 멘탈리티, 그 상황에서 인생의 해법이 뭔지 별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혹시 읽으시걸랑 다른 전공자들은 그 내용들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니 ^^a
죄송하지만 저도 공대출신입니다. :)
저의 대학시절 동기들은 대부분 전공에 걸맞게 정부/정부투자기관에 그들이 합격한 시험이 부여하는 등급에 따라 포진하였더군요. 전공과는 다른 길을 걷기에 발생하는 고민은 없을 듯 하지만 전공했음에도 그것이 차별점을 만들지 못하더란 허무함이 있지는 않을지... 글쎄요, 그 어느 곳도 아닌 회색지대에 머무르고 있는 입장에서는 섣불리 이야기할 수 없는 문제이군요(웃음).
회색지대는 묘한 관찰 포인트이긴 하지만, 계속 머물러 있기는 참 괴로운 곳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송두율 교수가 생각나는건 왜일까요.) 獨步님도 관찰은 충분히 하셨을테니 붓끝을 옮겨 멋진 기록을 남겨보는 것은 어떠실런지?
하나.
회색지대에 오래 머무른 사람들은 나 이외의 모든 이들을 적대시하는 성향을 갖게 되는 것이 문제일 겁니다. 저만 하더라도 SS본부 지하의 패밀리마트가 깔끔하고 의자도 마련되어 있어 오가다 자주 찾는데, SS 인식표를 목에 건 이들이 "그 친구 서~ 출신이라고 해서 SK대 정도는 되는 줄 알았더니 sk대더라고. 아주 별 볼 일 없두만." 하는 식의 대화를 지껄이는걸 듣다보면 '결국 지들도 나이 마흔 되어서 부장 이상 못달면 퇴직금 조금 받아나와서 닭집이나 하다 망할 주제에...'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이래서야 어디 좋은 글 나오겠습니까(웃음).
둘.
대충은 아시겠지만 저도 이십대 시절부터 이런저런 지병에 시달리는 중이고 불후의 명작을 남긴 이들이 온갖 잡병과 동행한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지병이 위대한 저작으로 넘어가는 Tipping Point는 아무에게나 오는게 아는 듯 싶네요(웃음).
아 오늘 쓰신 글은 무언가 참 처연한 감정을 전이시키는군요 -_-
진정 쓰고 싶은 글은 쓰지 못하면서 "이 뭐꼬" 수준의 잡문만 쓰면서 자꾸 나이를 먹어가니 답답하고 우울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 대감님의 사정을 어렴풋이 알다보니 뭔가 전해지는 바가 있습니다. 강렬한 열정이 있으신데 에너지를 쪼개어 세 장군까지 키우시느라 얼마나 힘드시겠습니까. 그래도 그만한 노력이시면 조만간 존 키건 정도의 저력은 발휘하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아시다시피 키건도 기자 생활 좀 했었지요.^^
아...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 오네요...
그러고 보니 "어느 이공계 키드의 생애"라는 꽁트가 생각납니다...
이렇게 설렁설렁 쓴 글에 감정이 밀려 오신다니 영락없는 이공계 키드이시군요.^^
예전에 도서관 금융 분야 책들 사이에서 우연히 보고 My Life as a Quant 번역본을 읽은 적 있습니다. 이공계 출신은 아니지만 이 복잡한 세상에서 살 길을 찾아 내고 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면서 살아 남아가는 과정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예전에 위인전들을 읽을 때에는 제 삶과 뭔가 동떨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었지요. 그런데 나이가 먹을수록 가감 없는 적나라한 회고록들을 접하면서 오버랩이 많이 됨을 느꼈습니다. 『My Life as a Quant』도 그런 책 중의 하나였다는 기억입니다. 앞으로 더만처럼 나름 성공한(?) 삶을 살지 어떨지는 몰라도 세상이 꼭 외로운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저도 재미있었습니다.^^
저 역시 Quant를 향한 첫발을 떼고 있는터라...-.-;;
오늘 포스팅이 예사롭게 읽히지가 않는군요. 쩝.....
앗, 계속 그 길을 지향하고 계시는군요. 개인적으로는 Quant도 좋지만 다른 재미있는 길도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전공을 살려 Bar Exam을 쳐 보시는건 어떠실런지?^^
음...승병님처럼 뛰어난 이공계분들이 월스트리트보다 차라리 정치판으로 뛰
어드는것 어떨지?...
MB보면서 답답한 마음에 농담반 진담반 덧글하나 쓰고 갑니다...^^
정…치판이라, 전 폭력성도 약한데다 달변도 아니어서……^^ 정치는 키워질 조금 한다고 되는게 아니지요. MB의 답답함은 우리네 정치사의 일천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니 앞으로도 꾸준히 참아내야 할 듯 싶습니다.
위에 글보고 생각난건데 이공계분들의 우상이신 아인슈타인이 신생 이스라엘
이 자신을 대통령으로 추대하려는 것을 거절한걸 보면 이공계분들한테는 정치판은 그닥 매력적인 직업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웃음)
참고로 아인슈타인은 이공계생, 아니 적어도 물리학도들에겐 그다지 우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만 해도 아인슈타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오히려 그런 면에서는 훌륭한 역할 모델이 있습니다 — 바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아니겠습니까! 물리화학으로 박사 학위까지 딴 분이시죠. 저는 이런 분들을 좋아합니다.^^
저도 물리학과 대학원생입니다. 남일이 아니네요. 세계 경제를 구하기 위해 더욱더 물리학에 투자를 늘려야!!
반갑습니다, 물리학 투자는 그렇다 해도 물리학 공부는 좀 더 시켰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살다보니 이것도 나름 쓸모 있는 공부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딴 녀석들이 일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약간 한 발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 때는 간혹 있죠. 동기 중에서도 좀 별난 직장이긴 하니까 말입니다....
漁夫님도 그러시군요. 그래도 이공계 용어가 괴이하게 느껴지는 동네는 아니라는 점에서는 조금 낫지 않나 싶네요.^^
아..전 정반대의..
상경계열에서 지금은 IT계열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ㅠㅠ
그러시군요, '목구멍이 포도청' 이거 참 만인의 딜레마입니다.^^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대학에서 전공한 학과의 적성(?)을 얼마나 잘 살려 직업에 적용하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상기 본인도 부모의 만류(사실 뭐가 뭔지 잘 모르시는 상태에서 감언이설로 부모님을 속인죄 값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를 뿌리치고 인문학을 전공해 지금 전혀 상관없는 농업기계 계통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전혀 낮설은 분야라 고민도 많고 고충도 많았지만 한 5년 참고 일하다 보니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전공자들 과 같이 격이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사람만큼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난 동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단지 열정과 끈기 그리고 똥배짱만 있다면 무슨일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혹시나 취업에 고민하시는 분들 힘내십시오! 저도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는 사람이지만 감히 한 말씀 드리자면 전공과 적성이 꼭 직업 성취를 보장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죠, 전공이 절대 중요한 것은 아닌데…… 이게 그래도 뜻하는 바가 있어서 특정한 전공에 갔다면 그 길에서 벗어나야 할 때 많은 고민이 되는게 현실인듯 싶습니다. 그 갈림길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그것은 각자의 몫이겠죠. 어쨌건 그런 시기 잘 넘기시고 현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오셨다니 훌륭하십니다.^^
저두 정반대의 일을...
항상 눈팅만 하고 있습니다.
눈팅이라도 감사합니다, 종종 들러주세요.^^
저처럼 학부만 마친 인생은 타이틀을 Engineer를 달고 살아도 실제로 하는 일은 학교에서 배운거와 거의 상관없는 짓거리 (학부때 완전히 말아먹은 과목들....이라고는 차마 말을 못함) 로 밥벌어 먹고 사는 인생은 솔직히 Science/Engineering 으로 학위따고 Finance로 튄사람들덕을 톡톡히 봤다고 하나요?
하지만 학부때 죽어라 공부해서 저같은 바보는 명함도 못내밀 GPA 받아 가지고 Business/Finance쪽으로 튄녀석들보다 상대적으로 인생 덜 괴롭고, 봉급 차이 안나고, 거기다가 한술 더떠서 Business/Finance업무도 종종 보다보니 진짜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 명함에 자그마치 Systems Engineer라는 으리으리한 직합을 달아서리 실제 개발활동보다 서류조가리 뒤적거리는일이 더 많다보니 (i.e., Project Planning, Cost Account Management, etc, etc...) 제 인생이 공돌이 인생이긴 한지 헷갈리때도 있습니다. :)
말씀 들으니 비슷한 길을 간(?) 친구가 생각나는군요. 다들 그렇게는 생각 안했는데 묘하게 엇갈린 길을 따라 지금 선 모습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할 따름입니다.^^
고시생들도 '골방에 처박혀서 법전만 달달 외우는 성격이상자'류의 편견에 많이 시달리는데[로스쿨 도입논쟁 때도 저런 편견이 한몫했죠. 저런 새퀴들이 법조인이 되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더군요], 이공계출신들에게도 저런 류의 편견들로 고생하시나보군요.
어디나 사람사는 건 비슷하다는 걸 다시 느낍니다. ^^;;
확실히 고시생이나 이공돌이들이 사회 부적응자, 성격 파탄자 등으로 몰릴 때면 쪼큼 답답함이 느껴지죠. 세상엔 멘탈리티를 공유할 계층들이 역시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사회적 연대를 모색해보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나름 전공을 살리는데 성공한, 제법 가난하고 남들이 똑똑하다고 봐주는 직업을 가지고 부자가 되고자 하는 (강하지는 않은) 열망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홈지기님 같은 분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똑똑하지 않으시다는 말씀에는 동의하기 힘듭니다만...) 어쨌든 금융계가 퀀트나 너드들에게 휘둘렸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힘드네요. 금융계의 준사기성이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일한 것이고 포장을 위한 소도구가 바뀐 것 뿐인데, 그런 소도구에 책임을 돌리다니...
누구나 남의 떡이 커 보이는 법 아니겠습니까.^^ 각자가 밟아온 길에서 또 새로운 가능성을 조망해보는 지혜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
토요일 근무하러 나와서 추천해 주신 책만 보다 갔습니다. 연구가 체질인 줄 알고 그 길을 선택했다가 뒤늦게 그게 아닌 것을 깨닫고 우왕좌왕을 한참동안 했던 저로서는 정말 공감이 많이 되더군요. 돌이켜보면 20대에 자시의 길을 결정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기도 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회가 한 사람의 인생에 여러번 선택기회를 주어야 할텐데 갈수록 그렇지 못한것 같아 아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