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명大帝께서 상국의 폐주 닉슨의 선례를 들어 박노자의 언설에 대해 일침을 날려 주셨다. 홈지기는 이 글을 보니 문득 몇 년 전에 정치경제학에서 인기를 끈 유명한 효과가 생각났다 — 바로 "Nixon goes to China" 효과라 불리는 것이다.
이 효과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경제학자인 마리아노 토마시(Mariano Tommasi)의 논문에서 비롯되었다. 경제학계의 권위 있는 저널 중의 하나인 American Economic Review에 1998년에 실린 논문 "When Does it Take a Nixon to Go to China?"에 나온 이야기이다. 원문을 읽기 전에 무슨 내용인지 감을 잡아보자.
순명大帝의 글에도 나와 있듯이 닉슨은 집권 이전인 1950~60년대에 걸쳐 전형적인 반공투사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집권한 1970년대에는 동서 데탕트의 문을 열어 젖혀 중국 방문이라는 빅 이벤트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런 예는 닉슨과 키신저가 유별난게 아니다:
- 페론주의자로 알려졌던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메넴,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볼리비아의 포퓰리스트 파즈 에스텐소로 모두 예상과 달리 친 시장적 경제개혁을 추진했다.
- 프랑스에서도 1980년대 초, 사회당 미테랑 정권 하에서 일부 민영화가 추진되고, 물가 안정 중심으로 경제 정책이 선회했다.
- 이스라엘에서도 1970년대 말, 매파로 꼽히던 베긴 총리가 오랜 반대 끝에 시나이 반도를 이집트에 반환하는 조치를 취했다.
- 상대 파트너였던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도 이스라엘에 대한 효과적인 군사행동(욤 키푸르 전쟁)을 벌여 명성을 떨친 바 있다.
- ……
이런 수많은 사례들은 정당의 정강 및 노선과 정책이 일치하고, 이럴 때 가장 큰 추진력을 얻는다는 이상주의적인 생각과 배치된다. 오히려 중대한 변화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정당(또는 정치인)에 의해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확인된다. 윌리엄슨의 연구1에 의하면 시장 친화적 개혁을 했다는 13개 국가의 사례를 조사해보니, 정작 우파에 의해 이런 개혁이 이뤄진 경우는 3건에 불과했다 — 그리고 그 중 2건은 독재 정권(칠레와 한국)에 의해 이뤄진 것이었다.2 정상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가진 나라에서는 이런 중대한 "정책 반전"이 결코 이상한 현상이 아니었다. 즉,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주변부 2류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었던 셈이다.
![]() 나는 왼쪽으로 | ![]() 나는 오른쪽으로 | ![]() 나는 아내쪽으로 |
그렇다면 이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토마시의 설명의 개요를 알기 위해 논문 초록까지 읽어보실 분들은 아래 숨겨진 내용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토마시 논문 초록 펼치기
토마시는 정치경제학자 답게 이를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원인을 찾았다. 우선 많은 경우 정책 당국자들은 정책 반전이 국익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더 나은 정보를 갖고 있으나, 이를 자기 정당 지지자들이나 다른 시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정책 하나만 뚝 떼어놓고 그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다. 같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그걸 실행하는 주체가 어떤 사람이냐는 점을 함께 고려하여, 즉 정책 입안자와 정책을 쌍으로 놓고 찬반 의견을 결정한다. 닉슨이 중국 방문을 전격적으로 성사시켰을 때, 미국의 여론은 그나마 저항이 덜한 편이었다 — 물론 좌파들은 "정치적 개종"이라 조롱하고, 일부 우파들은 "배신"이라고 분노했지만 말이다. 이것은 닉슨같은 골수 반공투사가 공산주의자들과 화해를 추진한다면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설사 잘못 되더라도 나라를 공산주의자들에게 팔아 먹는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에 민주당의 허버트 험프리가 집권하여 이런 정책을 시행했으면 공산주의자와의 결탁이라고 훨씬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을 것이다. 이렇게 정책 입안자가 기존에 구축한 신뢰를 바탕으로, 반대 정파라면 불가능했을 과감한 정책 반전을 이뤄내는 것이 바로 "닉슨 중국에 가다(Nixon goes to China)" 효과이다.

역시 역사는 나를 재평가하기 시작했어!
지난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한미 FTA도 어땠는가?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이 추진했기 때문에 그나마 비난이 그 정도였던 것은 아닐까? 아시다시피 수많은 노무현 지지자들은 연이은 이런 돌발정책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우왕좌왕했다. 일부는 반노로 돌아서기도 했으나, 또 그래도 많은 수의 지지자들은 '노짱이 하시는 일인데……'라며 온갖 인지부조화를 극복하고자 갖가지 눈물 겨운 논리를 짜내지 않았던가? 이회창이 한미 FTA를 추진했더라면 당장 거리로 나섰을 사람들까지 말이다. (이명박에게는 지금 그런 정도의 우군도 변변히 없는 것 같아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는 "닉슨 중국에 가다" 효과와 더불어 "노짱 FTA 추진하시다"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도 좋지 않나 싶다.3
물론 이런 현상이 아주 "빈번한" 일이라고는 볼 수 없다.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일반적인 사안에 있어서는 정당이 추구해오던 방향을 따라 순항하는 것이 대체로 올바른 일이기도 하다. 이것은 인류가 역사 속에서 파괴적 부작용 없이 점진적인 변화를 쌓아가는 과정으로서 진화시켜온 체계이다. 그러나 내생적이건 외생적이건 중대한 환경 변화에 따라 급격한 방향 전환이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며, 이는 뭔가 "잘못된" 듯 보이는 바탕에서 튀어나오고는 한다. 하지만 긴 역사에서 보면 그것은 반드시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럴 법도 한" 것일 뿐이다. 때로는 그런 반전이 파탄으로 귀결되기도 하지만, 닉슨이 냉전 해체의 초석을 닦았다고 평가되듯이 역사에 길이 남는 업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여하튼 세상에는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상식과 반한 역사도 많이 있었고, 그 나름의 이유도 있었다. 한국도 국민의 반대를 찍어 누를 수 있는 독재체제에서 탈피했고, 국가적 지향점에 대한 논의는 혼란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출현할 여러 정권에서 다른 형태의 정책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분명 기존의 반대파는 조소를 퍼부을 것이고, 기존의 지지자는 배신자라고 돌을 던져댈 것이다. 그럴 때 상기하시라, 그것이 꼭 후진성의 증거는 아니라는 점을, "닉슨 중국에 가다" 효과의 틀에서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그게 "잘못된" 것이라고 길길이 날뛰며 바로 잡겠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폐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 Williamson, J. and Haggard, S. "The Political Conditions for Economic Reform." in Williamson, J. (ed.) The Political Economy of Policy Reform. Washington, DC: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1994, pp. 527-536.
- 이건 물론 십수 년 전 연구 결과이니, 오늘날 개정한다면 DJ 정부나 노무현 정부의 친 시장적 정책도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 오해는 마시라, 홈지기는 노통을 (인간적인 이유는 절대 아니고 정파적 이유에서) 아주 소극적으로 지지했고 한미 FTA는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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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채승병님 글에 특별히 딴지를 걸어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독소전 관련해서야 워낙 각종 자료와 객관적 해석에 더해 인품이 묻어 나오는 글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니까요. 또한 시사 관련 글 역시 대개의 경우 조급함이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와 거리를 두고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비교적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글의 전개를 통해 폭 넓은 독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시는 글 쓰기를 보여 주셨으니 그 또한 높이 사고 있다는 고백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글은… 그런데…
일단 스타트는 박노자님이 끊으셨고 홍순명님께서 추임새를 넣으신 것까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과연 홍순명님의 글이 박노자님의 글에 ‘일침’을 날리신 글인지는 차치하고… 오늘 채승병님 글의 말미에 언급하신 ‘노무현 지지자’들에 대한 언급에 고개를 갸우뚱했다는 말씀을 드리게 됩니다.
(1)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우왕좌왕
(2) 인지부조화를 극복하고자 갖가지 눈물 겨운 논리를 짜내지 않았던가?
쩝….
소위 ‘노무현 지지자’들의 경제적인 입장이야 천차만별이고 한미 FTA에 대한 견해 역시 각기 주어진 입장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이 오히려 당연할 것 같은데… ‘노무현 지지자’들이 무슨 개인 숭배의 종교 집단도 아니고 특정 정책의 해석을 위해 우왕좌왕할 일은 무엇이며 또한 인지부조화를 겪을 일은 무엇일까요? 게다가 특별히 자신의 입장과 상반된 논리를 ‘짜낼’ 필요까지 있을지.
작년 1월에 제가 서프에서 한 분과 한미 FTA에 대한 토론 중에 써 올린 글이 있어 퍼 오겠습니다. 일단 2007년 1월 15일에 쓴 글이죠.
“저는 비록 민노당 지지자는 아니지만 FTA에 한가지 궁금점이 있어서 출동님께 질문을 드립니다. 현재 정부쪽에서 FTA 추진의 이론적 근거로 삼고 있는 대외정책경제연구원(KIEP)의 작년 3월 보고서를 보면 한가지 의문점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과 FTA 체결시 우리나라의 수출은 단기적으로 50억 달러 정도 증가하는 반면에 수입은 80억 달러 증가라고 나옵니다. 결국 30억 달러 적자 요인이 발생하죠. 장기적으로는 수출 154억 증가, 수입 152억 증가로 변해서 2억 달러 정도 흑자가 나온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혜택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위의 자료는 우리나라의 전체 무역에 관한 이야기이고, 미국과의 무역 부분으로 촛점을 좁혀보면 이야기가 한층 달라지죠.
즉 단기적으로는 미국에 수출이 54억 달러 증가, 수입은 96억 달러 증가로 나와, 42억 달러의 적자 요인이 발생합니다. 장기적으로도 수출은 99억 달러 증가에 불과한데 반해서 수입은 172억 달러 증가해서 결국 73억 달러의 적자가 생기게 되죠.
물론 무역 수지 그 자체보다는 교역 규모의 증가에 촛점을 맞춘다면 여전히 긍정적인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언듯봐도 우리에게 그렇게 유리한 면이 많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현재 우리가 미국에 대해 수출하고 있는 품목중에서 높은 관세 때문에 물먹고 있는 분야는 철강 수출 하나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용 창출도 단기적으로는 8만5천명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장기적으로는 68만명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지만 솔직히 구체적인 논리의 전개가 적어도 제게는 설득력이 많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저는 한미 FTA에 대해서는 선듯 손을 들어줄 판단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은 제가 인용한 KIEP의 작년 3월 보고서는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이론적 근거로 사용하는 강력한 자료이기는 하지만 저는 같은 자료에서 부정적인 면을 더 많이 보았습니다.
출동님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다른 자료나 별도의 자료가 있으면,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서로 생각의 간격을 좁히는 토론 자체를 ‘우왕좌왕’ 이라고 표현하실 셈이신지요?
제가 의문을 제기한 위 글에 당사자인 출동님은 ‘FTA- crete님 에게.....’라는 글로 본인의 생각을 보여 주셨고
http://seoprise.com/board/view.php?uid=56796&table=global&mode=search&field=nic&s_que=%C3%E2%B5%BF&start=220
그 글에 대해 저 역시 다음의 글로 추가로 문제 제기를 했죠.
“우선 출동님께 감사 드립니다. 이렇게 별도로 글을 올려 주시고.
그리고 제 글의 분위기는 출동님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라기 보다는 제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에 혹시라도 설명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올리는 글이었습니다.
사실 여전히 제 궁금증은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출동님이 주장하시는 내용은 100% 수긍을 하기는 하는데….
그런데 경제 피라미드의 최상위에 올라가는 것, 그리고 우리 경제 체질을 바꾸는 것과 한미 FTA 가 높은 연관성이 있나요? 가령 미국의 금융업을 포함한 서비스업이 국내에 진출하면 우리 경제 체질이 바뀌나요? 또한 의약업쪽으로 개방이 되면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 체질이 출동님의 희망대로 경제 피라미드의 최상위로 가게 되는지요?
솔직히 저는 두 가지 개념 사이에 연관성이 잘 납득이 안됩니다.
대미 무역 수지 악화를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우리 경제 체질이 바뀐다는 확신이 있다면 몇 년간의 적자 확대도 인내할 수 있기는 하지만 과연 이게 그런 효과를 담보하는 거래인지 잘 모르겠네요.
이 부분에 대한, 즉 서비스업과 의약업, 농업 쪽의 개방이 우리 경제 체질을, 그것도 경제 피라미드의 최상위로 올려 놓는 것에 대한 연관성을 좀 더 자료와 논리로 설명해 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제가 출동님께 듣고 싶은 건, 그러니까 양쪽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를 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번 글은 양쪽을 연결하는 다리라기 보다는 그 다리를 건넌 뒤에 딛고 선, 즉 반대편에의 좋은 면에 대한 강조 글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럼….”
이런 식으로 열린 마당에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의견을 정리해 보는 것이 어찌 ‘눈물 겨운 논리 짜기’가 될까 합니다.
전 여전히 한미 FTA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당장 뭔가 손에 주어지는 확정적인 이득이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진 정도라고 보는 거죠. 물론 우리가 기회를 충분히 활용을 하지 못 한다면 오히려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또한 농업 분야나 의약, 서비스, 금융 쪽은 단기간에 확정적인 손해가 있을 테고.
어차피 자신의 의식 속에 특정 집단에 대한 stereotype이 굳어진 분께 이런 글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피상적으로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내부의 진지한 의사소통이 있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물론 제가 ‘노무현 지지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닙니다. 하지만 ‘노무현 지지자’들의 소굴(?)인 서프에서 Crete 란 필명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는 아닐 겁니다. 그러니 이 정도 appeal 글을 쓸 자격은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한미 FTA에 관해서는 서프 대문에 다음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한미 FTA 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꿈
(국가의 안보는 단순히 돈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http://crete.pe.kr/154
이 부분은 평소 제 소신이기도 한 내용입니다.. 그럼...
괜한 말을 언급하여 긴 댓글 남기시게 한 것 같아 무안합니다. 제가 그 말을 쓴 것은 당연히 '노무현 지지자' 일반을 싸잡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각주에다가 저도 '소극적 노무현 지지자'라고 적시했습니다. Crete 님이 말씀하신대로 일반적인 지지자층 전체를 염두해뒀다면야 그건 제 스스로에 대고 욕하는 셈이겠죠. 거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 한미FTA의 실행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말이 바뀌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을 염두해두고 쓴 것입니다.
그리고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 때문에 너무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봤지만, 돌이켜 보면 좋게 생각할 점도 많이 있다는게 이런 평가들의 요지 아니겠습니까? 노무현도 그렇게 볼 여지가 있다는 뉘앙스로 재밌게 쓴다는게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앞으로 좀 더 배려하여 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감히 두 분의 댓글에 끼어드는 것이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두분의 글 모두 존경의 마음으로 즐겁게 읽고 있는 사람이라(Crete님의 글에는 덧글을 달기 힘들어서 못달고 있기는 합니다만...) 한 마디 하자면, Crete님께서 홈지기님의 글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신 것이 오해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홈지기님께서 오해의 소지가 있게 쓰신 잘못이 있습니다만, 제3자인 제 입장에서 볼때, 홈지기님이 말씀하시는 노무현지지자들은 현재 광우병 파동 등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감정적인 지지자들을 말씀하시는 것으로 생각되고, Crete님처럼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하고, 다른 사람과 토론하면서 의견을 수립해나가는 분들을 포함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여느 때처럼 홈지기님 글 잘 읽었습니다.
단, 저는 열렬노빠인데도 노전대통령의 '한미FTA 추진'에 대해 별로 인지부조화는 겪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물론 다른 노빠분들은 어떨 지 모르지요.)
노전대통령은 대우조선 노동자 파업에도 지원을 했었지만 동시에 대우자동차가 GM에 인수될 때 노동자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쪽이었고, 대선 직전에는 농업의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계란을 맞은 적도 있습니다. 특히 자유무역에 관한 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돌을 맞아도 할 건 하는 정치인들이 김대중-노무현-유시민 이 라인들입니다.
정치/사회적 민주화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이 둘이 무역 및 경제의 자유화와 같이 할 수 없는 것일까요? 글쎄요. 서구의 역사는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지요.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것들을 양자택일의 문제라고 보기도 합니다만... 그런 사람들이 전부는 아니지요. 김대중, 노무현 두 전 대통령에 대한 이런 오해?는 꽤 광범위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역시 그게 오해?라는 걸 여러번 해명했었답니다. 문제는 그 해명조차 계속 오해?하며 받아들이니...
생각해보니, 미국 민주당도 비슷하군요. 오바마 후보의 말을 문제삼아 민주당이 집권하면 보호무역이 될 것이라고 뉴스에 말들이 많은데... 정작 유명한 NAFTA가 시행된 건 클린턴 행정부 때죠. 그 이후 각종 자유무역협정을 본격적으로 맺기 시작한 것도 클린턴 행정부 때이고요. 긴 역사로 봐서도 미국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세력들은 꾸준히 자유무역을 지지해왔죠. 보호무역주의자는 민주당의 소수였을 뿐이고요...
각설하고, 최소한 제게 있어 1997년 선거와 2002년 선거에서 두 전 대통령을 찍은 이유에 '보호무역(예를 들어, 농업을 보호)'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든가 하는 건 전혀 없었습니다. 정치/사회 개혁과 경제적 자유(자유무역 포함) 이 두 가지를 믿기 때문에 찍었고, 10년 간 물론 불만이 없지는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 큰 인지부조화는 다행히 없었답니다.
다시 한번 홈지기님의 여러 글 내용에는 감사드립니다. 재밌습니다. ^_^
댓글을 쓰는 동안(딴 짓을 하느라 오래 써서)...
홈지기님이 비슷한 내용의 Crete님 댓글에 대한 답글을 다셨군요. 홈지기님의 뜻은 잘 이해되는군요. 제 글에 대한 답이 된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쓴 글을 지우는 건,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남겨 두겠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클린턴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당시 상당한 당내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시글의 지적대로 그건 공화당이 할 법한 일이라는 식의 비판이었다고 하더군요. 미국 민주당내에서 보호무역주의자가 소수라는 의견에는 쉽게 동의하기 힘드네요.
빛둥/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말씀하신 뜻은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 좀 더 독자분들의 오해가 없도록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거 어느 현대 작곡가가 'Nixon in Peking'인가 하는 오페라로까지 썼다고 하던데요 ^^
저도 이번 광우병 논란을 보면서, 차라리 노 대통령이 마무리해 버렸으면 이런 정도의 문제가 나지 않았을 거라는 데 10000원 걸 의향이 있습니다. 어차피 욕 많이 먹었다면, 별 문제 없을 만할 일은 다 처리해 버리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요.
오페라까지 있었다는 사실은 몰랐네요. 제가 클래식이나 오페라 같은 쪽에는 워낙 문외한인지라……^^ 저도 쇠고기 수입 협상을 참여정부에서 끝냈으면 이런 일까지는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랬다면 ABR이 훨씬 탄력을 받았을테니 폐해도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그럼 아마 대운하를 두고 촛불시위가 벌어지지 않았을까요. 여하튼 노통 덕(?)으로 대통령에 오른 MB가 요즘 온갖 삽질로 보은(?)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지경이니 참 재미있습니다.
이거 뭐 '고양이의 보은'도 아니고... (MB의 이미지는 鼠公 아니3. 하하)
어찌됐거나 MB 수령께서 '오른편으로 깜박이 넣고 좌회전'하는 센스를 발휘할지 두고 볼 일입니다. Of course I'm afraid not. (sigh)
역시 대인의 박람강기는 당할 수가 없습니다. ;-)
제 생각에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 혹은 반대로 "오른쪽쪽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이 국민적 저항을 줄이고 지지를 획득하기 유리하다는 현상은 현실정치에서 두 가지 함의를 갖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중도지향적인 개혁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론통합을 도모하는데 고유한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
둘째는 어떤 개혁정책이 필요하다고 간주했을 때, "누구에게" 그 일을 맡기는 것이 더 쉬울지에 대해 판단근거를 제공한다는 점.
博覽强記라니 별 말씀을.^^ 사실 이 "Nixon goes to China" 효과는 참여정부 때 신 국가비젼 수립하면서 설왕설래했었다고 합니다. 노통 귀에까지 들어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최근에는 MB정부 출범과 함께 한국이 지향할 생산레짐 이야기가 또 달라지면서 안주거리로 등장하고 있지요. 말씀하신대로 정말 핸들을 급히 꺾으려면 적당히 반대편을 끌어들이는 妙도 필요한 법인데, MB는 성격상 그런걸 꽤나 껄끄러워 했다고 합니다.
노짱 무오류설의 신봉자로 신심이 지극한 분들은 당연히 FTA 추진에대한 인지 부조화를 겪지 않은게 당연합니다. 노짱이 하시는 일에 잘못이란 있을수 없으니까요. 그분들의 사고체계에서는 "노짱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노짱을 믿는자는 영원히 살고 노짱을 불신하는자는 수구 보수 한나라 당 무리들과 같이 무간지옥에서 영원히 타리라. 노렐루야 노렐루야 노멘" 이지요.
솔직히 인지 부조화를 겪은 사람들은 이른바 비판적지지를 내세우며,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위해 어쩔수 없이 민노당 대신 노무현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사이비 노빠들이 아니겠습니까. 민노당은 민노당이고 노짱은 노짱이거늘, 예시당초 이미 존재하고 있던 인지부조화가 FTA를 계기로 표출된 것이라고 봅니다.
"대의"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한탄해야 할까요?^^ 저는 정치색이 흐릿한 사람이라 여기저기 표류하며 스스로 인지부조화를 종종 겪는다고 느낍니다.
FTA가 노빠들의 신앙심의 순수성을 테스트 할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는게 좀 아이러니 하지만 더 해괴망측한 일이 현재 벌어지고 있죠. MB교도의 신앙의 순수성은 대운하로 테스트 할 수 있지 않을까는 생각도 듭니다. 순수 맹빠와 노짱이 싫고 정동영이 재수 없어서 찍은 사이비 맹빠를 가르는 기준으로 꽤 유용할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극보수 개신교 목사 분들은 대박해를 상기시키는 설교를 하고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폭도들의 촛불에 맞아 돌아가시고 장사한지 사흘만에 부활하시어 대운하를 건설하시니……"라고 읊조릴 수도 있는 추 목사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노무현만큼 지금까지나 앞으로도 논란의 대상이 될 캐릭터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 2mb에 대해서는 이미 평가/정리가 완료되어 논란 자체가 없을 듯(냉소).
흔히 공부를 잘하든지 착하든지... 에서 2mb는 이미 공부도 못하고 착하지도 못한 것으로 판명되었고, 노무현은 공부짱에 맘짱이다에서 2mb나 별 차이가 없다까지 평가의 스펙트럼이 참으로 넓은 듯 합니다 - 또한 특이한 점은 평가자마다 자신의 평가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랄까요?
덧말 )
개인적인 시련의 시기에 위로를 전해주신 홈지기님께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고 나면 홈지기님 직장과 제 거처도 가깝고 하니 식사 한 번 함께할 기회가 있었음 합니다.
저는 그래도 MB의 미래가 더 궁금합니다. 욕이야 계속 먹겠지만 과연 어디서 헤매다 멈출 지는 예측불허 아니겠습니까. 역사 속에서 선천적인 수면부족인 사람들은 반드시 끝까지 지켜봐야 하더군요.
P.S. 그나저나 일은 무사히 잘 치루셨는지요. 아무쪼록 힘든 일 겪으셨는데 집안 두루 잘 추스르시기를 바랍니다.
홈지기님의 "선천적 수면부족"이라는 말씀을 들으니 나폴레옹이 생각납니다. 나폴레옹도 하룻밤에 4시간 밖에 자지 않았다고 했었죠. 2MB의 워털루는 어디일까요(...)
글 잘읽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홈지기님의 글들은 세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게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