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요즘은 칸 영화제(Festival de Cannes) 기간이다. 우리 나라 언론에서야 주구장창 아웃사이더 김기덕 감독과 속세에서 귀환한 이창동 감독 이야기만 줄줄 나오고 있지만, 영화제 홈페이지의 프로그램을 잘 보면 2차 세계대전사 팬의 눈을 끄는 작품이 하나 있다. 이번 official selection 작품들 가운데 특별 상영작(special screenings) 항목을 보면 나오는 『THE WAR』가 그것이다.

얼핏 보면 전쟁 픽션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감독 이름을 보면 잘못된 생각임이 파팍! 스치게 된다. 감독을 맡은 켄 번즈(Ken Burns)는 아는 분도 있겠지만, 미국에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이름을 날리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1990년에 미국내전(남북전쟁)을 다룬 11시간 짜리 미니시리즈 다큐멘터리 『The Civil War』로 에미 상을 받으면서 다큐멘터리 물도 얼마나 극적인 요소를 살리며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지 보여준 바 있다. 그의 장중하면서도 흡인력 있는 다큐멘터리가 결국 올해 2007년 그 눈을 2차 세계대전으로 돌렸으니, 그것이 바로 『THE WAR』인 것이다.
아주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이 『THE WAR』는 올해 9월, 미국 PBS에서 방영될 예정인 7부작(14시간) 미니시리즈 다큐멘터리이다. 내용은 미군의 2차 세계대전 참전기를 다루는데, 미국 내 4개 마을을 방문하여 해당 지역에 생존하고 있는 평범한 베테랑들의 회고 속에서 전쟁의 이상과 현실을 조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만 들어서는 뭐 그저 그런 다큐멘터리가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줄지 모르지만, 켄 번즈의 전작들을 보셨던 분들이라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기대가 밀려옴에 공감하실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의 치밀한 자료조사 수완과 영상과 음악을 적절히 배합하는 능력은 사실적 감동을 잘 자아내어왔기 때문이다. 아직 켄 번즈의 작품들을 접하지 못했던 분이라면 부족하지만 현재 공개된 시리즈 홈페이지의 짤막한 예고편이라도 보시기를 바란다.
사실 필자도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기를 쓰고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일찍부터 이 작품에 주목하지는 못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뉴스위크 지를 보다가 관련 논란에 대한 기사를 봤기 때문이었다. 해당 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논란은 이 다큐멘터리에 참여한 참전 용사들의 인종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작품에서는 4개 마을의 참전 용사들을 인터뷰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 가운데 라티노(히스패닉)가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이에 미국 내 히스패닉 단체들은 자신들도 얼마나 많은 장병들이 참전했는데 인터뷰 한 꼭지도 실리지 못했냐고 거세게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감독은 그게 의도적인게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 히스패닉계 참전 용사들이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득이 빠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히스패닉 단체들은 그럼 자신들에게 의뢰해서 섭외받았어야 하지 않느냐 등등 수긍하지 못하고 계속 반발했다나.
결국 사태는 감독이 추가로 히스패닉계 참전 용사들의 인터뷰를 따서 조금 끼워 넣는 선에서 재편집한 판을 방영하기로 하면서 정리가 되고 있다고 한다. 애초에 원래 편집판에는 아프리카계(흑인)이나 아시아계 참전 용사들이 포함이 되어 있었던 걸로 보아 히스패닉에 대해 특별하게 차별할 의도는 없었다는 감독의 설명이 맞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냥 넘어갈 수도 있을 법한 일이 이렇게 확대되는 것을 보면, 미국인들에게 2차 세계대전이란 역시 어떤 민족집단도 한 자리 빠지기 싫은 영광의 기억(?)으로 새겨져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베트남전 다큐멘터리를 찍었어도 과연 히스패닉 단체들이 자기들은 왜 빠졌느냐고 항변했을런지. 여하튼 미국이나 러시아에서 나오는 2차 세계대전의 기록들은 세계를 구원했다는 그들의 미묘한 자부심을 꼭 헤아려줘야 제대로 읽히는 법이다. 근데 이제 좀 그만 울궈먹을 수 없나?
여하튼 논란에 상관 없이 『THE WAR』는 기대작임이 분명하다. 감독의 성격상 마이클 무어만큼은 아니더라도 미국 만만세 자세로 나오지는 않았을테니, 올 9월에 어떤 모습으로 2차 세계대전사 팬들을 즐겁게 해 줄지 기다리며 영어 리스닝 연습이나 더 해놓도록 하자. 그나저나 어서 일을 끝내고 야반 미드 삼매경 모드로 전환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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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패닉 단체들 정말 어이없군요..PC운동의 부작용인가..한국인들도 참전했는데 왜 안나오냐고 항의나 해보죠..
앞으로 히스패닉 단체들의 목소리가 더더욱 커질텐데 미국의 정체성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 지도 참 궁금합니다. 그렇다고 과연 히스패닉이 얼마나 주류로 편입할 수 있을런지?
야반미드삼매경.....
홈지기님도 미드의 바다에 빠지셨나보군요.
전 지금 스푹스 보는중인데 이것도 꽤 괜찮은것 같....(딴소리만 주절주절)
전 사실 바다에 푹 빠진 정도는 아니고 개울물에 발 담그고 노는 정도라고 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