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돈과 시간 모두 후달거려 2차대전사 관련 활동을 좀 줄이기는 했지만, 재미있는 관련 자료들을 구해 보려는 노력은 꾸준히 하고 있다. 특히 유로 환율의 폭등과 함께 독일에서의 책 수입 부담이 한층 커졌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러시아 자료에 자꾸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오늘은 그 가운데 최근에 홈지기를 흐뭇하게 한 자료 하나를 간략히 소개해보자.
Боеприпасы артиллерии бывшей германской армии: справочник
舊 독일군의 포병 탄약 핸드북 (1946년판)
제목 그대로 소련군이 2차대전기 독일군의 포탄에 대해 분석하여 내놓은 핸드북이다. 이 핸드북의 전신은 붉은군대 포병감실(Главным артиллерийским управлением Красной Армии)이 전장에서 노획한 독일군 화기와 탄약을 분석하여 야전부대의 식별자료용으로 1943년에 제작, 배포한 것이다. 홈지기가 입수한 것은 종전 후인 1946년에 새로 수집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전면 보완한 판본이다.

흔히 2차대전기 독일군 화포에 대해 논할 때 서방에서 많이 활용되는 자료는 이안 호그(Ian V. Hogg)의 『German Artillery of World War Two』이다. 이 책은 독일군에서 쓰인 화포들 거의 대부분을 사진과 함께 설명한 훌륭한 참고서적으로 손꼽히고 있다. 물론 홈지기 나이만큼이나 오래 된 서적이라 일부 오류가 있기도 하다고 일전에 언급한 바도 있다. (⇒ 열차포 "도라" 이야기) 사실 시중에 유통되는 독일군 포병 관련 서적이래야 이 수준에서 오십보백보 정도의 것들이 대부분이고, 일부 일본에서 나온 자료들이 보다 예쁘게(?) 정리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전투사에 대한 이야기가 세세하게 나오다보면 불가피하게 어떤 포탄을 썼느냐도 문제가 될 때가 있다. 같은 88㎜ 대공포를 사용해 사격했는데도 경우에 따라 소련군 전차 장갑을 관통했느냐 못했느냐 따지는 경우처럼 말이다. 이럴 때는 화포뿐 아니라 사용된 포탄의 종류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가 필요하다. 물론 『German Artillery of World War Two』는 화포 뿐 아니라 각각에 사용된 포탄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제원과 모식도 또는 실사사진을 수록해놔서 이제껏 큰 불편함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행여 뭔가 포탄 정보에 대한 부족함이 느껴졌다면 바로 이 핸드북이 훌륭한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분량도 560페이지(!)에 이르는데 크게 구경별로 나눠가며 — 20㎜부터 420㎜까지 — 독일군 화포마다 쓰인 포탄을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 특히 주 목적이 적정 및 적 병기 식별용이기 때문에 포탄 겉면에 쓰인 각종 정보들의 의미에 대해서도 일일히 설명하고 있다. 아래의 예시 페이지(p.109)는 88㎜ 대공포(Flak 18, 36, 37)에 쓰인 탄종을 설명한 부분이다:

러시아어 해독이 가능하신 분들은 쉽게 알겠지만, 88㎜ 고폭탄과 철갑탄 탄종과 식별 포인트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게 다가 아니다. 이런 도표에 의한 설명이 끝나면 각 포탄과 관련장비(포탄상자 등)를 컬러 일러스트(!)로 그려놨다. 아래의 예시 페이지는 각각 88㎜ 대공포탄을 탄두부와 전체 모습으로 나눠 그린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흑백으로 처리된 여러 자료집에서는 알 수 없었던 실제 독일군 포탄의 식별용 도장 색깔까지 알 수 있게 처리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하나만 더 깊이 보자면 75㎜, 105㎜, 150㎜처럼 독일군의 주력 야포로 쓰인 구경의 포탄을 설명할 때는 약포까지 신경써서 그려놨음도 확인할 수 있다. 아래의 예시 페이지는 대표적 중곡사포였던 15㎝ sFH 18의 약협의 상하측면과 거기 들어가는 약포를 그린 것이다.

사실 홈지기는 포병 출신도 아니고, 병기의 너무 세세한 부분에 집착하는 성격은 아니기 때문에 핸드북의 상당 부분 내용들은 그냥 슥 보고 넘어가는 수준이다. 하지만 분명 마니아 분들 중에는 이런 부분까지도 파고들고픈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분들도 기초적인 러시아어나마 공부해서 러시아 자료들을 수집, 공유하는데 동참하시면 훨씬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 홈지기도 한참 부족한 입장이지만, 자꾸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가 좋은 정보를 공유하며 학습의욕을 고취시키는 방향으로 건전한 자극이 이뤄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혹시나 이런 자료가 긴요하신 분이 있을 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오프모임이나 적당한 수단을 통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해보겠으니 댓글이나 메일로 연락 주시기 바란다. 개인저작물이 아니라 기관의 저작물이고, 발간된지 60년도 넘었으니 마구 복제, 배포했다고 해서 저작권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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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약 핸드북이라면 굉장히 구미가 당기는데...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인지, 아니면 공유해야 하는 물건인지 궁금하네요. 어쨌든, 핸드북에 관심 표명입니다. -ㅅ-/
공유하는 물건입니다.^^ 조만간 적당한 경로를 알려드릴테니 방명록에 연락처를 비밀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독일과의 전쟁은 승리로 끝났는데 패전국인 독일군의 장비에 대한 식별집을 보완해서 제작하다니...독일군 장비를 미국이나 영국이 계속 재생산하여 사용하거나, 독일군이 부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아야 할까요? 아니면, 프랑스군이나 여타 군소국가들이 사용하는 독일제 노획장비에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보아야 할지...
독일이 패전으로 붕괴하고 독일군이 소멸한 이상 2차대전중 사용하던 독일제 장비를 차후의 전장에서 소련군이 마주할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닐텐데, 굳이 개정증보판까지 제작하여 배포한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애매하긴 한데 1946년까지는 여전히 영미 연합군이 독일군을 다시 무장시켜 소련을 침공하리라는 의혹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아니면 대전 중에 불완전하게 끝냈던 작업에 대한 결벽증 때문에??
흐 그렇군요....저도 욕심은 나는데, 러시아어를 못 읽으니 그냥 그림만 보게 될까봐 신청하기가 겁납니다.
저도 관심있는 사람 명단에 추가해주세요...
머 현재 볼 시간이야 없겠지만...-_-;;
위의 윤민혁 님처럼 적당한 경로가 마련되면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끼어도 되겠습니까? 'ㅂ'
네, 접수하겠습니다. 주말에 일괄적으로 알려 드리죠.
저도 나중에 필요해지면 부탁좀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적절한 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오호...저도 부탁 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