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사를 뒤적이다보니 한국에는 뒤늦게 소개된 사건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선주 부시는 그의 기반세력인 네오콘과 마찬가지로 처칠을 매우 존경하고 있었다. 그래서 2001년 블레어 영국 수상은 미국 출신의 조각가 엡스타인(Jacob Epstein)이 만든 처칠 흉상을 부시에게 진상임대해줬다. 이 동상은 부시 임기 내내 영-미 동맹과 우의의 상징으로서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Oval Office)의 한켠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흉상은 오바마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찬밥 신세가 된다. 오바마의 취향에 맞게 집무실 인테리어가 바뀌면서 이 자리에는 그가 존경하는 링컨의 흉상이 들어서고, 처칠 흉상은 영국에 반환되어 주미 영국대사 공관으로 밀려난 상태이다. 이것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영-미간 우의에 안좋은 징조라는 등의 이야기가 오고간다는게 기사의 내용이다.

우선 이 이야기는 그리 싱싱한 뉴스거리가 아니다. 지난 주말(2월 21일)에 나온 뉴스위크 기사를 보고 한글 기사를 만들어 송고했는데, 아마 연합뉴스 기자가 모니터링하는 언론매체가 몇 개 없다는 반증일 것이다. 따지자면 이 뉴스는 1주일 전인 2월 14일에 영국의 텔레그라프가 내보낸 기사가 직접 발단이 되었고, 관련된 이야기는 이미 여기저기서 한 달 전부터 꾸준히 돌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홈지기가 작년에 썼던 글들을 떠올려 보니 이 뉴스로 이어지는 긴 맥락의 끈이 다시금 느껴진다. 우선 작년, 부시 정권의 심상치 않은 말로가 예견되던 시기에 홈지기는 대표적 고보수주의 논객인 뷰캐넌의 신작을 소개한 바 있다:

처칠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면서 그 화살을 부시로 돌린 뷰캐넌, 그의 신간 마지막 구절은 바로 이번 뉴스의 대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미국은 1939년 대영제국처럼 과도하게 뻗쳐 있다. 우리는 우리의 핵심 이익과는 상관 없는 수십 개 국가들을 위해 싸우겠다는 약속, 몇 개 국가가 한꺼번에 요청하면 지킬 수도 없는 약속을 갖고 있다. 우리는 전 세계를 민주화시키고, 모든 국가를 우리의 사회 정의와 인권 기준에 부합하도록 하며, "세계의 독재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미국의 정책을 천명해왔다.

그리고 만방에 그가 맡은 책무를 보여주기 위해, 부시 대통령은 그의 집무실에 윈스턴 처칠의 흉상을 갖다 놓았다.

— Pat Buchanan, Churchill, Hitler, and 'The Unnecessary War'

재미있게도 이 대목에서 연합뉴스 기자는 물론 외국 기자들도 사실 확인에 게으른 구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저 위의 기사들에는 블레어가 처칠의 흉상을 진상임대한 것이 9/11 사건 직후라고 되어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어 달 전인 7월 16일에 벌어진 일이다. 이는 당시 백악관 공식 뉴스에서도 확인된다.

Acceptance of Bust of Winston Churchill

2001년 7월 16일, 영길리 대사가 황제에게 처칠 흉상을 진상하다

He was a man of great courage. He knew what he believed. And he really kind of went after it in a way that seemed like a Texan to me.

— 선주 George W. Bush

기쁜 마음으로 영국의 선물을 받으며 남긴 말에도 드러나듯이, 선주 부시에게 처칠은 알라모 요새윌리엄 트레비스데비 크로켓 정도의 우상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히틀러나 사담 후세인, 김정일은 산타 안나?)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보자면 어쩔 수 없는 텍사스 카우보이 부시의 가슴 속에는 "Remember the Alamo!"를 외치며 멕시코 병사들을 향해 쇄도하는 샘 휴스턴의 모습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해봤을 때 오바마의 집무실에서 처칠의 흉상이 치워졌다는 뉴스를 가벼이 볼 수는 없으리라. 대통령의 역할 모델로서 처칠이 물러나고 링컨이 다시 등장했다는 사실은 지난 1년간 몰아닥친 거센 흐름의 변화를 고스란히 대변해주는 듯하다.

그러나 역시 처칠과 링컨을 떠올리노라면 부시와 오바마에게만 시선이 머물 수는 없다. 홈지기는 다른 글을 통해 그들 각각을 역할 모델로 삼았던 우리네 두 전직 대통령과, 그들 모두를 역할 모델로 삼았던 또 다른 미국 대통령을 살펴본 바 있다:

물론 이런 식의 역할 모델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만능의 관찰 포인트는 아니다. 홈지기도 저 두 글에서 공통적으로 닉슨을 언급하며 각자의 깜냥과는 상관 없는 역할 모델에의 매몰이 갖는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마주하는 역사의 아이러니에는 고개를 가로짓지 않을 수 없다. 링컨을 쫓아 민주화 이후의 통합 지도자를 꿈꿨으나 섣부른 열정이 앞선 나머지 경원당하며 퇴장한 노무현, 그리고 처칠을 쫓아 경제를 구할 전시 사령관을 꿈꿨으나 도덕성과 정치력 부족으로 지리멸렬하는 이명박 — 우리가 링컨을 치워버리고 처칠을 들어 앉히는 사이, 바다 건너에선 그 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자꾸만 어긋나는 미국바라기에서 벗어나 우리의 항로를 진지하게 모색하는 지혜는 이래서 필요한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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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4 06:00 2009/02/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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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獨步 2009/02/24 1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최상위권 강대국 일진들에게 둘러싸인 대한민국 처지에서는 에스파니아의 프랑코 총통처럼 도움받을 때에는 감사히 받았다가 도와달라는 소리가 들려오면 중립으로 확 돌아서는 '배은망덕형 외교'를 적절히 구사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 물론 극한의 눈치숙련이 필요함.

    하지만 명나라에 대한 의리 운운하다가 임금이 머리쳐박고 항복의식하는 것도 모자라 명나라가 패망하고 나서는 소중화의 진정한 후계자 운운하는 무협만화적 설정에 도취되었던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21세기에 이르러서까지 해방과 한국전쟁 당시의 은혜를 성조기 흔들며 수도 한 가운데에서 소리높여 찬양하는 사회분위기에서는 도저히 집권이 불가능한 리더십이겠죠.

    • Periskop 홈지기 2009/02/25 1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배은망덕형(?) 외교는 관리해야할 리스크 부담이 너무 커서 정치세력이 불안정한 우리나라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독자적인 미래에 대한 상상력까지 빈곤할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다들 우물에 빠져 있는지 대안들이 아직 영 신통치 않습니다.

  2. foog 2009/02/24 12: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대하면 멸종하는 것은 공룡뿐만이 아니겠죠. 미국을 보고 있으면 - 물론 전후의 - 굉장히 에너지효율이 낮은 거대한 스팀엔진이 연상됩니다. 전전의 영국이 그러했을 것처럼... 패권주의 국가를 용인하여야만 하는 시스템이라면 우리는 또 어느 나라를 그 비효율적인 공룡으로 키워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죠. :)

    • Periskop 홈지기 2009/02/25 10:53  댓글주소  수정/삭제

      적당히 비효율적인 패권국가는 주변국가들의 생존과 번영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제는 중국과 인도 같은 덩치 큰 국가들이 미국의 탐욕을 떠받쳐주며 자본획득에 열을 올리다보니 스트레스 누적으로 세계경제가 출렁대는 형국이겠지요. 안 그래도 직장에서 향후 국가간 경제질서와 의존 네트워크가 어떻게 변할지 설왕설래하고 있는데, 좀더 체계적으로 연구해보고 나중에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3. 일화 2009/02/24 17: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처칠이 2차대전 승리에 기여한 바는 히틀러나 스탈린보다 조금 나은 정도라고 (그나마도 체제상의 문제로 직접 지휘할 수 없었다는 점이 주원인이지 않을까) 생각하는 저로서는 처칠을 모델로 삼는다는 것이 영 걱정이 되네요.

    • Periskop 홈지기 2009/02/25 1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굳이 걱정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가카께서 생각하시는 궁극의 역할 모델은 따로 있다는 전언이 있거든요. 공개하기는 그렇습니다만, 그게 좋아서라기 보다는 지금보다야 더 나빠지지는 않을거라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4. 비스마르크 2009/02/25 04: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칠옹이 위인이긴 위인입니다만...

    이미지가 워낙 시카고 마피아보스 포스가 강해서...ㅋㅋ

  5. newrun 2009/02/26 0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홈지기님의 처칠관련 글은 두번째 접하는 것 같습니다. 흥미롭게 봤습니다. 정치가면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 어릴적 한번쯤은 처질의 위인전을 읽으면서 성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암튼 나의 역할모델 그리고 존경하는 사람으 누구였나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9/02/26 1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언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셨다니 글쓴 보람이 조금이나마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자주 들러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6. Crete 2009/02/26 0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십니까? 이정환님의 블로그에 보니까 해외에 무제한 호스팅 회사를 쓰신다고 댓글을 남기셨더군요. 혹시 정보를 공유해 주실 수 있으실지요? 지금은 설치형 블로그와 티스토리를 병행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게 은근히 불편하네요. 계획이 끝나는 시점에서 저도 한번 사용하시는 호스팅 회사와 접촉해 보고 싶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 Periskop 홈지기 2009/02/26 1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거야 어렵지 않습니다. 미국은 웹호스팅 회사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간판회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디스크사용량, 트래픽 'Unlimited' 조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평판이 좋은 대표적인 웹호스팅 업체를 꼽아보자면,

      hostmonster.com
      bluehost.com
      inmotionhosting.com
      webhostingpad.com
      ……

      같은 것들이 있겠군요. whois 검색을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저 가운데 bluehost.com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 사시니까 저런 업체들을 이용하시는게 쓰기에 훨씬 편하시지 않을까 합니다.

  7. Crete 2009/02/26 14: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작 미국 살면서 저런 서비스가 있는지도 모르고 local에서 서비스하는 회사들 비싸다고 타박하고 있었군요... 정보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뭘 좀 계획하는 것이 있어서... 이번 정보가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8. 비밀방문자 2009/02/27 2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9/03/02 1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장문의 댓글 감사합니다, 그렇게 오래전 일도 기억하신다니 놀랍기도 하고 반갑습니다. 당시 제 ID는 h*는 아니었고 c*였죠.^^

      그나저나 질문해주신 내용은 사실 제가 현용 밀리터리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명쾌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 상황입니다. 오히려 저보다 더 본질을 꿰뚫고 계신게 아닌가 싶네요. 제가 문제를 좀 더 살펴보고, 언급하신 내용보다 더 자세한걸 말씀드릴 수 있으면 글을 올리든지 하겠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자주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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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홈지기는 주기적으로 독일의 대표 주간지 슈피겔(Spiegel) 誌를 뒤적이고는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독일에서 슈피겔 최신호가 시중에 깔린 뒤에 홈지기가 받아보기까지는 다소의 시차가 있다. 때문에 가끔은 미리 홈페이지에서 최신호 목차를 봐뒀다가 도착하는대로 내용을 확인하고는 한다. 한 1주일 전에도 지난 44호(10월 27일자)의 인상적인 표지 사진을 보고 한참 웃다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최신 45호(11월 3일자) 표지에 관심이 꽂혔다.

Spiegel Nr. 8 (2002)

6년 전 2002년 8호

Spiegel Nr. 44 (2008)

올해 2008년 44호

Spiegel Nr. 45 (2008)

2008년 45호

독일사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맨 오른쪽 표지사진 정 중앙을 장식한 주인공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바로 나치 시대 친위대(SS) 사령관으로 절대 권세를 누린 하인리히 힘러(Heinrich Himmler)이다. 표지에 박힌 제목은 「Hitlers Vollstrecker, SS-Chef Heinrich Himmler: Aus dem Leben eines Massenmörders (히틀러의 집행인, 친위대장 하인리히 힘러: 대량학살자의 삶으로부터)」. 현세의 경제위기가 전 지구를 뒤덮은 와중에도 과감히 과거사에 커버스토리를 할애하다니?1 독일에서 나치시대 과거사가 끝없는 주제라고 해도 조금 이상해보였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슈피겔의 도착을 손꼽아 기다렸다.

Heinrich Himmler: Biographie
결국 월요일에 11월 3일자 45호가 홈지기 손에 들어왔다. 주말부터 정신 없는 일정을 보내느라 버스 안이랑 잠들기 전 침대맡에서 조금씩 읽어야만 했다. 그러고 나니 전후 맥락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 이 슈피겔 커버스토리 「Das Dunkle im Menschen (인간의 어두움)」은 한 권의 책에 대한 반향으로 나온 것이었다. 이 책은 독일의 역사가 페터 롱어리히 (Peter Longerich) 교수가 쓴 『Heinrich Himmler: Biographie (하인리히 힘러: 전기)』였다. 단순히 롱어리히 교수가 홀로코스트 연구로 유명한 인물이어 슈피겔이 그의 책을 주목한 것일까? 기사를 주욱 읽어보니 그것만은 아니었다. 여기에는 홈지기도 미처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이제껏 전후 60년이 넘도록 독일에서 그에 대한 변변한 전기가 나온 적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고만고만한 분량에 힘러의 생애를 다룬 책들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기존의 책들은 힘러란 기괴한 인물의 상반된 모습을 제대로 포착해내지 못하고 있다. 아시다시피 힘러는 히틀러처럼 불안정한 유년 시절을 보낸 사람도 아니고, 꽤나 교양 있는 집안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랐다. 샌님처럼 생긴 외양대로 비교적 소심한 성격의 그가 권력의 정점까지 오르고 끔찍한 학살극을 지휘하기까지의 과정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롱어리히 교수의 새 전기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저작이라는 것이 슈피겔의 설명이다. 어떤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심리로부터 외면의 행동까지 이어지는 다각도의 관찰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힘러 집안은 나름 학식이 있는 만큼 가족들 사이의 충실한 자기 기록들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한때는 유족들도 이러한 자료를 공개하는 것에 터부가 있었으나, 이제는 힘러의 조카손녀가 집안사를 정리해서 책을 낼 정도 — 조카손녀 카트린 힘러는 유태인과 결혼한 작가로서, 가족사 관점에서 힘러를 다룬 『Die Brüder Himmler2를 2005년에 발간한 바 있다 — 가 되었다. 롱어리히는 이러한 개인 기록과 다양한 역사 기록을 종합하여 1천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전기로 정리해낸 것이다. 이를 참조하여 슈피겔의 커버스토리는 힘러의 생애를 축약하여 10여 페이지 분량으로 서술하고 있다. 개략적인 내용이야 익히 알고 있는 바이지만, 간간히 나오는 새로운 사실들이 롱어리히 교수의 전기에 대한 지름의 유혹을 자아내게 한다.

아, 그러나 이것 뿐만이 아니다. 이번 호에는 슈피겔 TV에서 제작한 힘러에 대한 65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DVD까지 보너스로 제공된다!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보너스 DVD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벌써 16번째가 되었다. 으레 독일의 역사 다큐멘터리에서 보듯이, 화제작의 저자 롱어리히 교수와 카트린 힘러의 이야기를 통해 힘러의 생애가 펼쳐지는 인상적인 구성이었다. 나치 시대의 영상물을 수집하는 분이라면 역시 주목해야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Peter LongerichKatrin Himmler

홈지기는 힘러에 대한 기사와 다큐멘터리를 접하고 짜투리 시간에 다른 슈피겔 기사도 연이어 훑어봤다. 그러다가 펼쳐진 목차 페이지에서 익숙한 또 한 명의 얼굴이 눈에 확 들어왔다. 「Rufmord im Internet (인터넷에서의 인격살인)」이란 제목 옆의 사진, 그리고 그 밑의 "Choi Jin Sil".

서둘러 해당 기사로 넘겨 내용을 훑어보았다. 이 기사에서는 최진실 사망 이후 이른바 '최진실 법'을 둘러싼 논란까지 우리 스스로의 여러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이 문제에 대해서는 워낙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더해주셨으니 홈지기까지 덧붙일 필요는 없으리라. 다만 해외 언론들의 연이은 최진실 사망사건에 대한 관심이 독일 슈피겔 誌까지 미쳤구나는 점이 흥미로웠을 뿐이다.

Rufmord im Internet

하지만 이 기사의 마지막 문단에서 홈지기는 또 다른 존재를 하나 더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두운 기사의 압박이 날아가는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Schon der Spitzname des unter Netzbürgern ungeliebten Präsidenten Lee Myung Bak dürfte künftig justitiabel sein. Er lautet: „Ratte“.

(최진실 법에 의하면) 심지어 누리꾼들이 인기 없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붙인 별명을 써도 재판에 회부되어야 한다. 그것은 ""3이다.

우리 대통령에 대한 다면적 인식이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진정한 글로벌화에 감동이 밀려오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P.S. 주말부터 지금까지 보고자료 작성과 모 학술행사 준비 때문에 정신 없이 빡빡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득이 이곳 글에 대한 반응들에 제때 답하지 못하는 점, 독자 여러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Notes.
  1. 물론 글을 쓰는 시점의 최신호인 46호(11월 10일자) 커버스토리는 오바마 당선자를 다루고 있다.
  2. 이 책은 2007년에 영어로도 번역-출간되었다.
  3. [capcold 님의 댓글을 보고 추가] 영어의 mouse와 rat의 차이를 아시는 분은 금방 아실 것이다. 독일어도 마찬가지로 Maus와 Ratte가 다른 의미를 지닌다. Ratte는 큼직하고 지저분한 시궁쥐를 생각하면 된다. 참고로 독일군은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Rattenkrieg'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2008/11/13 12:00 2008/11/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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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sn688 2008/11/14 02: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내 '일부' 언론에서 "외국 언론도 '최진실법'을 거론하더라/관심을 보이더라..."하면서 전하는 기사들은 그런 법안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필요성 위주였는데, 생각 외로(아니, 당연한가?) 최소한 슈피겔만은 '균형'을 잡아서 기사를 쓴 것 같습니다. :)

    • Periskop 홈지기 2008/11/19 08:33  댓글주소  수정/삭제

      외신이어도 대개 이런 기사를 쓴 기자는 이름을 보면 한국인이 많은데, 의외로 독일 기자가 몇 가지 날카로운 점을 지적해서 놀랐습니다. 균형까지는 몰라도 좀 노력은 했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2. 구들장군 2008/11/13 1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개인적으로 최진실법안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는지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습니다만... 이런 류의 특별법에 대해 법조계/법학계에서도 많은 비판이 있고, 그에 대해 저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다만 일반인들이 하는 비판 가운데는 잘못알고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촛점을 잘못 맞추었지 싶은 것들이 상당수 있는 것 같습니다.

    2 문제는 아무리 선진국언론이라해도, 우리나라 법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대하기란 힘듭니다[선진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사시합격/학위취득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바 없습니다. 독일에 유학간 한국인들이 우리 법에 대한 이런저런 논문을 쓰고는 있긴 합니다만...]. 그쪽에 한국법은 커녕 한국어에 능통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간단하죠. 그러다보니, 한국법제에 대한 어떤 기사를 쓸 때, 그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기반을 두고 쓰는게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일반인들 사이 떠도는 잘못된 비판을 그대로 써버리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다시 한국여론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죠. 잘못된 비판이 외신을 타고, 외신에 나왔으니 일반인들에게 강력한 신뢰도를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외신에 나온 한국법제에 대한 이야기를 볼 때, 좀 신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인용된 것을 보니, 어느 형법책에 나오던 독일판례 하나가 생각나네요[제가 그책 안본지 꽤 되서, 자신은 없습니다만]. 독일 어느 언론이 만평에서 유명 정치인을 돼지로 묘사했답니다. 사법처리 되었다죠? 그게 타당하다고 써 있던데, 아마 독일에서 나온 평석을 저자가 옮겨 놓은 것이 아닐까 싶네요.

    • 구들장군 2008/11/13 13:33  댓글주소  수정/삭제

      2와 관련해서 덧붙입니다.
      해당 외신에서 한국인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경우, 기자의 성향 또는 해당사안에 대한 기자의 태도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이 사안에서, 기자가 한나라당을 지지하거나 그 법안에 호의적인 경우와, 기자가 한나라당을 싫어하거나 그 법안에 적대적인 경우에, 쓰는 내용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군요.
      어떤 경우든, 법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냉정하게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 떠도는 잘못된 비판을 자기 취향에 맞게 옮겨버리면, 위에 말씀드린 문제점이 나타나겠죠.

    • 구들장군 2008/11/16 13:35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 2에서 독일판례를 얘기했는데, 다시 찾아보니 없군요. 개정판이 나오면서 그 얘기를 빼버린 것인지, 제가 다른 책에서 본 건데 착각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나. 1과 관련해, 법률안을 찾아봤습니다. 여기저기서 나오는 비판만 보고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다르더군요.
      몇가지를 생각하게 하는데, 제가 뭐라할 주제는 못되고, 아무튼 윗 덧글의 [이런 류의 특별법에 대해 법조계/법학계에서도 많은 비판이 있고, 그에 대해 저도 공감하는 바입니다.]는 말은 철회합니다.

      보통 어떤 사건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형사특별법이 제정되는데 대한 비판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그걸 생각하고 말한 것이구요. 그런데 이번 법률안도 그렇게 봐야할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덧글 단 것은 죄송합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11/19 08:35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법 공부는 해본 일이 없어서 정확한 판단은 못 내리겠지만, 제기하셨던 내용으로도 흥미를 느낍니다. 문제 제기 및 정리까지 줄줄이 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저도 시간날 때 공부를 더 해서 즐거운 대화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3. capcold 2008/11/13 15: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쥐'를 제대로 현지의 어감을 살려서 Maus가 아닌 Ratte로 번역한 슈피겔지의 철저함(핫핫)에 슬쩍 감동했습니다.

  4. client 2008/11/13 19: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십니까. 홈지기님. 며칠동안 글이 올라오기만 기다렸습니다.
    최근에 블로그를 찾게되어 감명깊게 글을 읽다가 용기를 내어 댓글 한번 달아봅니다.
    배움이 부족한 대학생인 저는 홈지기님의 지식과 공부에 대한 열정에 그저 감탄만 하고 있습니다.
    감탄만 하지말고 그 열정을 배워야 하는데 말만 앞서고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니 그저 난감할 따름 입니다.

    최진실법 이야기가 나왔네요. 다른 나라까지 이슈가 될 정도라니. 저는 어디가서 악플단적도 없고 댓글도 자주 달지 않는 편이라 관계 없다고 생각하지만, 제 짧은 생각으로는 정부가 개개인의 의견제시까지 광범하게 제어하려는 목적이 있는 듯 합니다. 물론 헛소문이나 욕설은 지양해야 하겠지만 그것을 법으로 제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있는 법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누가 주장한 것처럼 인터넷에서 인식전환을 위한 캠페인을하는게 오히려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배움도 부족하고 공부하는 훈련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홈지기님의 글이나 다른분들의 토론이 미욱한 저에겐 참으로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11/19 08:38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탄하실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만 좋게 봐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이 최진실 법 입법과정 이면의 문제는 좀 복잡합니다. 국회나 방통위 계신 분들이 무개념 통제에 목 매고 있어서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만,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욕 먹을 짓은 한게 사실이죠. 아무튼 앞으로도 자주 들러주시기 바랍니다.^^

  5. 2008/11/13 19: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예훼손을 당하면 피해자가 고발하면 되는 것을, 검찰이 나서서 검열을 하고 처벌하겠다는 발상이 그넘의 최진실 법의 내용이지요.. 세계적 웃음거리가 될 만합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11/19 08:42  댓글주소  수정/삭제

      최진실 법에 대한 국내 논란도 재밌지만, 저는 외국에서 이 법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는 눈초리들이 재밌었습니다. 끝없이 발전해가는 인터넷 공간에 대해 현실 법 제도가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되는지 명쾌히 정리가 안 되어있다보니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계속 보고 있는듯한 모습이 느껴집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6. 獨步 2008/11/13 2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말부터 정신 없는 일정을 보내느라 버스 안이랑 잠들기 전 침대맡에서 조금씩 읽어야만 했다...

    뜬금없는 말씀이 되겠지만 홈지기님께서는 출퇴근을 버스로 하시는지? 아니면 일정관계상 지난 주말만 버스이동을 하셨다는 것인지 갑자기 궁금해지는군요.

    어쩐지 홈지기님께서 개인승용차로 건물지하주차장에 바로 진입하시는 모습이 아닌 버스정류장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우루루 밀려나와 바삐 걸어가시는 모습은 좀 상상이 안되어서(웃음).

    • Periskop 홈지기 2008/11/19 08:47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버스 또는 자전거로 출퇴근합니다. 이쪽 회사에서 저처럼 직급이 낮은 직원이 승용차로 진입하는게 오히려 상상하기 힘들죠. 커다란 불경죄에 해당됨은 물론이요, 교통정체로 신음하는 강남 일대의 탄소 배출을 악화시키는 중죄에 해당…… 뭐 그렇습니다.^^

    • 獨步 2008/11/19 13:00  댓글주소  수정/삭제

      SS본부가 옆에 들어선 정도로 추가된 교통난은 그 동네 30년 붙박이 인생의 내공(?)으로 가뿐히 넘긴다지만 L본부까지 이전한다는 소문에는 좀 두려운 느낌도 듭니다.

  7. 일화 2008/11/13 2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연구들이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독일의 장점이지 않을까 싶네요. 잘 봤습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11/19 08:50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도 민감한 터부를 벗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저런 노작들이 나올 환경이 될텐데……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역사를 특정 세력이 쥐고 흔들려는 시도가 사라지길 바랄 뿐이죠.

  8. 폴라곰  2008/11/14 0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찌의 기억에 대한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하는 것일까요? 일본을 보며 늘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독일인들은 과거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입니다. '독일'도 아니고 '독일인'도 아닌 '독일인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홈지기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 Periskop 홈지기 2008/11/19 08: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독일인들'이라 하면 스펙트럼이 워낙 넓기 때문에 일률적인 대답이 어렵지요. 지난 번 귄터 그라스 관련 글이나 역사가논쟁 글에도 썼다시피 천차만별입니다. 다만 '침묵의 카르텔'은 좀 과도한 시각입니다. 그건 대개 68세대 이전의 1950~60년대에 심했던 이야기이고, 지금은 나치 시대를 어느 정도 직시하느냐의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나치의 몰락과 함께 덩달아 묻혀 버린 동유럽의 독일 고토 문제를 어떻게 조화롭게 풀어나갈지의 문제가 있지요. 그 외에도 요즘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망각과 무시'의 과정입니다. 독일 사람들도 신세대는 나치 시대에 대해 교육은 받아도 구체적인 실감이 안 나니 서서히 잊어가는거죠. 아무튼 이에 대해서는 꾸준히 독일 언론에서 불거져 나오는 문제들을 모니터링하며 다양한 스펙트럼에 놓인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며 자연스레 느껴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9. ㅋㅋ 2008/11/14 17: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쥐에서 약간 웃겼네요. 그리고 우리 대통령이 아니라 글쓴이의 대통령이겠죠.

  10. 양성민 2008/11/15 07: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일어 공부를 다시 하려고 한참 벼르고 있는 중인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1. http://gorilaoh.idtail.com/  2008/11/15 09: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슈피겔을 읽을 정도의 독어 실력을 갖추려면, 독일어 공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고등학교에서 3년 내내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워서 독일어에 낯설지는 않지만,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보고 싶습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11/19 0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모든 공부는 자기만의 테크닉이 있기 때문에 저도 일률적으로 이렇게 하라고는 말씀드리기 어렵군요. 그래도 제2 외국어를 독어로 공부해본 경험이 있다면 매우 수월하지 않을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읽기 공부를 위해서는 관심있는 영역부터 직접 읽을거리를 잡고 부딪혀보는게 어떨까 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처음에 손을 놓게되는 이유가, 자신이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분야의 경우 너무 사전에 손이 많이 가면서 흥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사전에 그리 의존하지 않고도 내용을 빨리빨리 파악해갈 수 있는 읽을거리를 잡아 꾸준히 읽다보면 서서히 익숙해지게 되겠지요. 저도 기실 웬만한 외국어 공부는 이런 군사사 서적으로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가면서 드는 생각이, 공부가 항상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제대로 된 교과서로 순서를 밟아가며 시작할 내용도 있지만, 일상의 지식들은 역 과정을 밟을 때도 많이 있습니다. 언어가 그런 측면이 강한데, 오히려 막무가내로 부딪히며 웬만큼 감을 잡은 뒤에 잘 정리된 교재를 정리하는 셈치고 보면 훨씬 효과가 좋습니다. 겁내지 마시고 당장 읽을거리를 찾아 나서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12. 아텐보로 2008/11/20 18: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치의 자식들이란 책을 보니 2002년에 히믈러의 딸 구드룬 히믈러는 아버지의 구명운동을 하고 있었다던데 지금은 뭐하는지 모르겟군요.
    그러고보니 하인리히 히믈러를 보는 시각차때문에 구드룬과 카트린은 갈등이 많겠군요.

  13. 아텐보로 2008/11/21 1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2년이 아니라 그전이네요...
    죄송;;;

  14. 리카르도 2008/12/27 1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의 내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영문판을 찾아도 없는것같네요.
    사실 얼마전부터 독일의 나찌즘을 매스미디어와 군중심리로 풀어본
    책을 찾고 있는데, 쉽지 않네요.

    책 추천 부탁드려도 될런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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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역사 계도에 애써주시는 초록불 님께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초등학교 일제고사에 대해 의문을 품어 주셨다. 홈지기가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최근 이 방면의 연구를 하면서 논란의 초점에 대해 접하게 되었다. 이런 내용들을 소개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듯 싶어 짧게 적어 보도록 하겠다.

현재 일각에서 일제고사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물론 서열화 때문에 빚어지는 경쟁 격화와 아이들의 피폐해짐이 표면적으로 제기되는 이유이다. 이것은 일제고사 결과가 학생들에게 피드백되는 한 방향의 경로만을 주목한 것이다. 그러나 일제고사 결과는 다른 방향으로도 피드백될 가능성이 있다. 바로 교사와 학교에 대해서 말이다. 담당 학생들의 일제고사 성적이 좋은 교사 및 학교에 보상을, 성적이 나쁜 교사 및 학교에는 책임을 묻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제고사 결과가 교원 및 학교 성과지표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홈지기가 보기에는 이 점이 교사들의 두려움을 자아내는 무시못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서 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럼 학생들을 잘 못 가르친 교사들을 내버려두란 말인가? 가뜩이나 공교육에 불만이 높아 사교육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게으르고 돈만 밝히는 일부 자격미달 교사들을 솎아낼 잣대가 생긴다면 바람직한 것이 아닌가? 일견 맞는 지적이다. 학부모들 다수가 교원평가제 도입에 찬동하고 있듯이, 이런 불만 여론은 매우 팽배해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에 있어서는 항상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제도가 현실의 다양한 영향 요인들과 결부되었을 때는, 전혀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러한 순기능과 부작용의 가능성을 영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Thatcher

철의 여인 대처

Baker

케네스 베이커

Blunkett

데이빗 블런켓

영국은 알다시피 대처 행정부 시기 신음하고 있는 복지국가의 틀을 해체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각종 제도개혁을 단행한다. 1986년에 그 메스는 영국의 교육 시스템에도 드리워지게 된다. 영국은 원래 우리의 초등-중-고등학교의 3단계 시스템이 아닌, primary-secondary의 2단계 시스템을 골간으로 했다. 그리고 secondary school의 대표적 형태가 comprehensive school(종합중등학교)이다. comprehensive school은 지역배정, 평준화 제도에 따른 우리네 일반 고등학교와 유사했다. 다만 보통 11~16세에 걸쳐 수학한다는 차이 뿐이다. 그런데 대처 행정부 당시 교육부장관을 맡고 있던 케네스 베이커(Kenneth Baker)는 이런 종합중등학교 중심의 중등교육체제에 경쟁원리를 도입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법안이 유명한 1988년 교육 개혁법(1988 Education Reform Act)이다. 여기서 보수당 정부는 중등학교들이 경쟁하는 일종의 시장을 구성하고자 한다. 그 핵심은 학교들마다 특성화를 추구하게 하고, 학부모가 학군에 관계 없이 진학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제도 도입 배경에는 영국도 심각한 평준화와 학군제에 대한 불만여론이 있었다. 종합중등학교 체제에서 학생들의 실력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불만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당시 영국도 이른바 괜찮은 학교가 위치한 학군은 집값이 비쌌다. 그런 학군 지역에 살만한 부유층들이나 상대적으로 괜찮은 학교에 진학이 가능하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학교 선택제의 확대에는 나쁜 학군에 사는 학생들도 성적만 좋으면 좋은 학군 학교로 진학하리라는 희망이 섞여 있었다.

이렇게 만든 시장이 의도대로 잘 기능하기 위해서는, 즉 시장실패(market failure)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정보 비대칭성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정보를 공급해줘야 한다. 또한 학교와 교사들이 질 개선에 노력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구조를 잘 설계해야 한다. 영국 정부는 첫 번째 정보 공급을 위해 표준화된 학업 성취도 일제고사를 시행하고, 그에 따른 학교순위표(league table)를 제작해 공개했다. 학부모들이 학교의 성적을 보고 좋은 학교 진학을 할 수 있게 만들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학교를 지원하는 교부금을 이런 학생 유치실적에 따라 지급하여 인센티브 구조를 구축했다. 결국 학교가 성적에 뒤쳐져 지원자가 줄면 학교재정도 쪼그라들고 교사들도 경력에 금이 가게 된다. 당연히 교장 이하 교사들이 열심히 노력하여 학생들의 질을 끌어 올리려 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이렇게 구성된 중등교육 시장이 의도한 대로 기능했을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영국 내에서도 숱한 논란이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논란거리이다. 경쟁원리의 순기능에 의해 어느 정도의 성적 상승효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중하층의 우수한 학생들이 좋은 학교로 진학할 기회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게 드러났다. 대표적인 문제가 심각한 학교 양극화의 부각이었다. 일단 좋은 학생들이 몰린 학교는 더 많은 교부금을 받기 때문에,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하여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반면 일단 3류학교로 낙인찍혀 절망에 빠진 학생들이 몰린 학교는 아무리 노력해도 이를 뒤집을 수가 없었다. 이런 학교들은 대부분 빈민가에 위치한 것도 특징이었다. 부모가 생활고 때문에 교육에 신경도 잘 못 쓰고, 좋은 학교에 장거리 통학을 노려볼 여지도 없는 학생들이 집단으로 모이다 보니 교사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학교에는 교부금도 적게 내려가기 때문에 교육환경 개선도 어려웠다.

정부는 성적경쟁의 토대 마련을 위한 교육재정 확충을 계속 약속했지만, 영국의 교육재정도 곳곳에서 방만하게 줄줄 새나가기 일쑤였다. 영국도 고루한 관료주의의 비효율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중상류층 자녀가 집중적으로 진학하여 재정상황이 좋은 사립학교(영국에서는 independent school)도 많은 정부지원 혜택을 받았다. 결국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빈곤층 자녀들은 3류학교로 밀려나고 정부지원에서도 소외되며 학업에 대한 흥미를 잃기 일쑤였다.

대처-메이저 정권 이후 들어선 블레어의 신 노동당(New Labour) 정부에서도 이 점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앞선 글에서 설명했듯이, 영국 자체는 다른 당이 도입한 정책이라고 대번에 뒤집기를 밥먹듯 하는 막장 국가가 아니다. 게다가 블레어 정권은 '제3의 길'을 표방하며 나선 정권이었다. 신임 데이빗 블런켓(David Blunkett) 교육부장관은 사립학교에 대한 정부지원을 전면 철폐하고, 막대한 교육재정 투입을 추진하여 문제를 보완하려 했다. 2007년의 영국 교육예산은 1996년에 비해 2배로 증액되었으며, 1997~2007년간 교원은 3만 5천 명, 보조교원은 15만 명이 증원되었다. 교원 초임도 30% 증액했다. 그럼에도 양극화의 완전 해소에는 한계가 있었다. 오늘날 영국에는 2만 5천 파운드, 우리 돈 6천만 원이 넘는 연간 학비를 부담하는 중상류층 자녀들로 구성된 명문 사립학교들과, 학비 없이 십 수%에 불과한 교부금에 의존하는 노동층 자녀들로 구성된 3류 종합중등학교가 공존하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고질적인 계급사회인 영국에서 하류 노동층에 대한 배려 자체가 감소한 것도 한 원인이었다. 영국인들이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갈수록 늘어가는 하류층 이민자들에 대한 인종적 감정도 영향이 있었다.

이런 교육 양극화에 부수된 문제로서 교단의 부정 압력도 무시못할 요인이다. 학업 성취도 일제고사 성적을 잘 받아야 한다는 압박이 워낙 심하다 보니, 교사가 학생 성적을 조작하는 사건이 횡행하는 것이다. 이런 부정사건이 2000년에 147건, 2005년에는 600여 건이 발생할 지경이었다. 벌써 10년 넘게 부정행위의 사회적 폐해가 지적되고 있음에도 좀체 문제가 시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상적인 수단으로 학업 성취도를 끌어올릴 대책은 없고, 학업 성취도가 좋을 때의 열매(성과급, 인사우대 등)는 매우 달콤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이런 일련의 문제들에 대해, 영국 교원연맹(NAHT)에서는 '3T'가 원인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즉, 목표치(targets). 일제고사(tests), 성적일람표(tables)가 그것이다. 이들이 강요되면서 영국 교육이 엉망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국내 교원단체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제고사가 시행된다니 극도의 긴장을 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League Table

학교별 성적일람표의 예

물론 홈지기가 보기에 극단적인 평가는 금물이다. 좌파 진영에서는 영국 교육현장의 부정적 측면만 일방적으로 부각하여 시장주의적 교육개혁이 완전한 실패라 몰아가지만, 꼭 그렇게 단언할 수도 없다. PISA 등 각종 국제학력평가 등을 통해 나타나는 결과들을 보면, 영국 학생들의 학력은 사교육에 극성인 동아시아 국가들보다는 떨어지지만 OECD 평균 이상의 수준을 꾸준히 유지한다. 어느 정도의 가시적 성과는 거뒀지만, 한켠에서 많은 부작용을 떠 안고 이뤄낸 성과라는게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국의 사례가 비슷한 고민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우리가 우선적으로 경계해야하는 점은, 교육현장에 획일화된 성과주의를 도입할 때의 위험이다. 평가의 잣대로서 쉽게 측정되고 지표화되는 값을 채택하려는 유혹은 언제나 달콤하다. 기업은 회계장부에 찍히는 매출과 세전이익을 잣대로 삼고 싶어한다. 학교 현장에서도 '학업 성취도'라는 이름으로 전국 일제고사에 의한 일률적인 평가 기준은 시끄러운 뒷말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 인센티브를 주기에는 교육시장 자체가 불완전한 측면이 여전히 많다. 교육의 성과는 교사와 학생의 긴밀한 협조와 부단한 투자로 얻어지는 결실이다. 교사가 학생이 불량하다고 일방적으로 내칠 수도 없는 노릇이며, 일반 공립학교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유치수단 자체가 미흡하다. (그럼에도 실제 교사들이 호주머니를 털어 학교에 기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상적인 노력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매우 어려운 시장 구조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이 자꾸 편법과 부정의 유혹에 시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것은 현장 관리의 파편화와 몰이해, 무책임을 야기하기 마련이다. 교육 행정당국-학교당국-일선교사-학생으로 내려가는 층위마다 학업 성취도라는 획일화된 잣대를 대다 보면, 이른바 '블랙박스' 현상에 휘말린다. 회사에서도 성과를 자꾸 몰아치다보면, 아랫사람이 어떻게 실적을 만들어 왔는지는 관심이 없어진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더라도 매출을 올리고 이익을 남겨오면 좋은 부하이고, 그렇지 못하면 나쁜 부하가 된다. 상급 관리자는 그저 닦달하는게 일이 되고, 아랫사람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 책임은 사라진다. 조직이 외견상 좋은 실적을 내더라도 속으로 심각하게 썩어 들어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올바른 조직문화라면 실적이 나빠졌을 때, 질책 이전에 함께 문제 이면을 들여다보며 구조적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교육 현장도 무능한 교사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말고, 각 주체들이 구조적 해법을 더 고민해야 발전이 이뤄진다. 지금도 어느 정도 그렇지만, 이런 병폐가 교육 현장에 만연하면 그 사회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더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로 인해 결국 건강한 사회의 핵심요소인 다양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데 있다. 현대 교육의 핵심은 점차 획일화된 체계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시각을 추구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 배양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런데 학업 성취도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면 현장 교사들부터 위축되기 마련이다. 실적 강조하며 쪼아대는 기업 조직도 줄서기와 무사안일주의가 만연하지 않는가. 소위 창조적인 재능이 숨을 쉴 공간은 그 속에서 꼭꼭 닫히게 된다. 교육 현장에서도 다양한 시각과 사색의 기회를 주려는 뜻 있는 교사들은 고사될 위험이 크다. 그 뒤켠에선 수업 시간에 자고 학원가서 잘 배워 시험이나 잘 보라는 교사들이 더 잘 살아남을 확률이 크다. 오늘날 영국 교육계 내부에서도 외연적인 성과 이면에서 벌어지는 다양성 저해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홈지기는 작금의 교육개혁 방향에 신자유주의라는 딱지를 붙이고, 영국의 사례를 과장해가며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데는 찬동하지 않는다. 아마도 다른 글을 통해 제시하겠지만, 자유주의적 경쟁 요소를 접목하여 교육제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노력이 영미식의 실패한 경로라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북유럽의 사민주의 국가에서도 이러한 접목 시도는 이미 전개되었으며, 그들은 나름대로의 바탕 위에서 경쟁체제의 장점을 흡수해내는데 성공했다고 평가받는다. 한국도 어찌보면 한 번쯤 고민하고 지나갈 문제가 MB 정부로 인해 급작스레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정부가 추진하는 일들이 매한가지 그렇듯이, 이런 연쇄적 부작용 발생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너무 부족하다. 일제고사 결과가 학생 개개인에게 부족한 부분을 각성시켜줄 것이란 단선적 피드백만 바라보지 말고, 이것이 야기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참여자들에 대한 복잡다난한 영향에도 주목해야 한다. 일제고사가 일정한 선을 넘어 교육현장의 획일화를 강요할 때, 그리고 이것이 사회적 약자들을 아예 떨구고 가려는 불합리한 방향으로 전이될 때는 분연히 경고의 목소리를 내야할 것이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부디 그 과정이 진영논리에 함몰된 막다른 투쟁이 아니라, 이성적인 토론과 합의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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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8 18:30 2008/10/0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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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nnet 2008/10/08 2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80년대 초에 생각하던 것보다 인센티브에 기반한 제도 설계가 매우 어렵고 unintended consequence를 통제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는 게 지난 20여 년 간의 경험에서 확인되는 것 같습니다.
    정보경제학 쪽에서 시장 가격이 정보를 전달하는 신호를 전해 주긴 하지만 매우 불충분한 것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많은 보완적 채널이 동작해 그나마 굴러가고 있다는 식의 논의가 많이 진행되었는데, 제가 볼 때는 교육분야에서 시험성적이 결정적인 정보를 전달한다는 가정도 이것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지 않나 합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10/09 1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최근에 저도 market design 공부를 간간히 하고 있습니다. 시장적 해법을 중시하는 직장에 있다보니 이런 분야의 공부가 필요하더군요. 허나 역시 현실의 인센티브 설계가 쉽지 않음을 느낍니다.=_= 혹시 market design과 관련되어 추천해주실 만한 문헌이 있으면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BigTrain 2008/10/08 22: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근 읽었던 "괴짜경제학 플러스"에서도 스티븐 레빗이 부시 정권의 "No Child Left Behind"법 실시 이후로 교사들이 부정을 저지르는 사례를 '잘못된 인센티브 설계'의 대표적인 사례로 들더군요. 이 글을 보니 그 생각이 나네요.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지역간/계층간/학교간 학력차를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구요. 참 복잡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10/09 1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Freakonomics 이야기는 많은 분들이 아실 것 같아 영국의 예를 들어 봤습니다. NCLB가 부시 정권이 내놓고 실행한 정책 치고는 악평이 적은 편이기는 합니다만 이런 부작용에서는 피해갈 수 없는 것 같습니다.

  3. shrike 2008/10/08 2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보기에 교육정책에 관한 특별한 모범답안은 없는듯 합니다. 다만 사회는 변해가는데 교육계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채 끌려다니는 상황이 문제일 뿐이죠.

    어쩌면 이런 정책선회는 그런 정책이 딱 옳다기보다는 그러한 자극으로서 교육계의 순환과 발전을 자극한다는 점이 더 중요한것 아닐까 싶습니다. 정책과 제도에 관한 세계 어느나라를 보더라도 딱 부러진 정답은 보이지 않으니까요.

    • Periskop 홈지기 2008/10/09 1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중요한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제도라는게 경로의존성이 있고, 다른 제도와의 정합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정답'이라는게 있을 수 없지요. 그런 면에서 하나의 자극으로서의 기능도 유의미하다고 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있는 것이 망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부작용의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면서 독선적인 정책당국의 드라이브를 제어하는 사회 견제기능이 항상 살아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4. ssn688 2008/10/09 00: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376627/The-Oxbridge-students-spell-sums.html
    부작용이 벌써 고교뿐만 아니라 대학까지 파급되는 단계일까요. :) 사실 "대학에 파급"은 남의 나라 얘기만도 아닙니다만...

    • Periskop 홈지기 2008/10/09 1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링크해주신 기사 재밌게 읽었습니다.^^ 영국의 중등교육-고등교육 연계에 대해서도 쓸 거리들이 제법 있긴 하지요. 세계 각국에서 빚어지고 있는 학력문제에 대한 나름대로의 비명들을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5. 일화 2008/10/09 06: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확실히 일제고사 하나만 가지고 기자가 상아젓가락 비난하듯이 하는 것은 맘에 안들긴 하네요. 어쨌든 현재의 공교육에 손을 대야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마땅한 대안이 안보이니 깝깝한 상황이기는 하죠. 공적인 인센티브를 역으로 지급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만, 공감대를 얻기가 쉽지는 않겠죠. 어떻게든 국민들이 사교육에 쏟는 열정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여야 할텐데 말입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10/09 1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들이는 (돈 이외의) 열정을 전해 들으며 매번 놀라고 있습니다. 경쟁에 초연한 듯한 사람들도 결국 눈물을 머금고 아이들을 경쟁의 도가니로 밀어 넣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안타까우면서도 흥미로울 따름입니다. 어떤 해법이 있을지 좀 더 고민이 필요하겠죠.=_=

  6. 초록불  2008/10/09 0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7. 기린아 2008/10/09 09: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그것보다 '결과만에 대한 평가'라는게 더 걸립니다. 이 평가는 additionality 관점을 결여한 전형적인 평가방식으로서, '이 학생의 성적에 대한 이 학교의 기여가 무엇이냐'라는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빵구난 평가라고 봅니다.

  8. 양성민 2008/10/09 1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PS) 포럼은 언제쯤 개통됩니까?

  9. 비밀방문자 2008/10/09 1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0. 길 잃은 어린양 2008/10/09 12: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창조성이 매몰되는 '다양성의 저해' 문제를 지적하신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이해찬 교육부장관 시절에 기존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면서 '창조성'을 강조했었던 것이 생각나는군요. 뭔가 뱅글뱅글 도는 느낌입니다.;;;; 교육의 질 상승과 다양성의 확보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으려면 얼마나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할지 궁금해 집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10/14 08:41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각론의 해결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맥락이 잡혀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문제는 그것들을 일관된 전략에 따라 차근차근 시행해갈 여건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정부와 학부모, 교원단체 간의 신뢰가 워낙 떨어진데다, 이를 아우를 리더십도 부족하다는 점을 역시 지적할 수밖에 없군요.

  11. 구들장군 2008/10/09 19: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고 갑니다.
    제 아버지께서 전교조쪽이십니다. 가만히 지켜보면, 저런 것들까지 생각해서 반대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의외로 단순한 상황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의외로 단순한 이유에서 반대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로 고칩니다]. 물론 깊이 있는 분석과 논의를 바탕으로 반대하는 분들도 계시겠죠. 그런 분들이 많았다면, 전 지금도 그쪽을 지지하고 있었을겁니다.-_-;;

    • 獨步 2008/10/09 13: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대한민국의 선생님들은 학급당 학생수가 20명 남짓인 선진국 선생님들을 부러워합니다만 만일 학생수를 20명 수준으루 줄여주는 대신 선진국처럼 방학중에는 급여지급을 중단하겠다면 선뜻 받아들일 분들이 얼마나 계실지.

      물론 이것은 극단적인 교환입니다만, 언뜻 좋아보이는 외부의 제도 역시 이면에는 현재의 특정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있음은 항상 인지해야겠죠.

    • 구들장군 2008/10/11 1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 그런 면이 있죠.

    • Periskop 홈지기 2008/10/14 08:48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디나 개개인이 모든 부문을 꿰뚫고 집단행동에 동참하지만은 않는 법이지요. (가깝게는 지난 광우병 파동도……) 많은 경우에 사람들은 단순한 rule of thumb에 의해 자신의 이익을 가늠하고 행동하고, 자신이 전문가라 자처하는 분야도 종종 그러한 것 같습니다. 전교조 내부 상황은 꽤나 흥미로운 것 같은데 좀 더 내부 의견을 들어봐야겠습니다.

  12. 獨步 2008/10/09 1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교육관련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초중고등학교 기본교육과정을 일찌감치 마쳐놓기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드는게 참 서글프네요. 언제 태어나는지는 자신의 의지가 결코 작용할 수 없는 부분인데.

    지인들의 자녀들이 슬슬 정규교육과정에 편입될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지라 대화주제가 교육문제에 따른 고민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 가더군요. 저는 자녀가 없는 관계로 대화에서 소외되기는 합니다만 고민 자체가 없어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

    하긴 저는 워낙 가진게 없어서 펀드나 주식의 가치가 폭락하는 사태에도 아무 상관이 없군요. 마치 온동네가 불길에 휩싸인 것을 뒷동산에서 구경하며 나는 가진게 없어서 저런 고민 할 필요가 없다고 너스레를 떠는 거지의 모습이려나요(웃음).

    • Periskop 홈지기 2008/10/14 08:49  댓글주소  수정/삭제

      좀 늦더라도 어느새 슬금슬금 심각한 이해관계자가 될 시기가 오시지 않겠습니까. 운명은 소리 없이 다가와 문을 두드리기 마련입니다.^^ 너무 달관한 듯한 스탠스를 취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13. 비밀방문자 2008/10/09 17: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4. 폴라곰  2008/10/10 0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슐랭 가이드는 점수를 매겨 평가합니다.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구요. 하지만 이건 사람들이 식당을 평가할 때 참고적일 뿐 절대적이진 않습니다.

    일제고사도 마찬가지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자질에 대한 판단은 상급학교로의 선발 과정에서 해결될 문제라고 봅니다. 수요가 공급을 이끌어야지 공급이 수요를 낳으려면 문제가 생긴다고 봅니다. 대입시 입학사정관 제도를 도입하려는 흐름이 이런 문제에 대한 교육시장의 자정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적은 척도 중 하나라는 관점으로 봐야 할 꺼구요. 성적 척도 자체가 의미를 가지려면 전체 집단이 참여하는 일제고사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사에 대한 성과급제 역시 마찬가지 관점에서 보면 되지 않을까요? 성적 향상에 큰 비중을 두되 매몰되지 않는 성과 판단 시스템을 운용하면 괜찮을 듯 합니다. 학생들이나 교사, 학부모들로 하여금 교사의 교육성과평가에 동참하게 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비율 조정을 잘 고려한다면 쓸만 할 듯 한데요.

    • Periskop 홈지기 2008/10/14 09: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슐랭 가이드는 단순히 별 개수와 단평으로 이야기를 하지요. 거기에는 셰프가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특성에 대한 존중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평가제도에 그런 다면적인 요인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입니다.

      또한 말씀하신대로 사회에 전반적으로 일제고사 성적 이외의 다양한 자질검증자료를 충분히 활용하려는 풍토가 확산된다면, 일제고사도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정착 이전에 다른 시그널을 발생시키는데서 비롯됩니다. 입학사정관제도도 대학자율화를 급속히 추진한다는 정부발표 때문에 부랴부랴 양성한다고 지금 난리입니다. 체계적으로 육성되지 못한 평가전문인력이 또 제도도입 초기에 얼마나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지 솔직히 걱정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제고사가 잘못 앞서 나간다면, 특히 보다 발빠르게 움직이는 국제중/자사고 등의 사립중고등학교 입시체계와 잘못 맞물린다면 악영향이 먼저 부각될 위험이 크다는 겁니다.

      성과급제도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평가는 언제나 대상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체계가 잡혀 있어야 하는데, 교원사회도 꽤나 관료주의적이어서 그게 영 어렵습니다. 묵묵히 교단에서 애쓰시는 분들보다는 줄서기에 앞장서는 분들이 득세한다면 곤란하겠죠. 요즘 계속 느끼지만, 이 문제 해결은 평가기준을 잘 설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 폴라곰  2008/10/14 1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시 읽어보니 제가 엄청난 비문을 썼군요. :) 그래도 잘 파악해주신 홈지기님에게 감사드립니다. :)

      교육문제는 늘 가슴을 뻐근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정치적 수단으로 즐겨 이용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15. 비밀방문자 2008/10/10 14: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6. noblenight 2008/10/13 0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올려주신 글이네요.
    잘읽었습니다.
    하지만 글쎄요..
    제가 사회주의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교육,의료와 같은 부분에서는 시장의 개입을 최소한의로 용인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들 분야는 누가 뭐라해도 가장 중요한 효율성이 아닌 형평성이라는 측면으로 바라보는것이 국민들이고 또한 정책의 목표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이들 분야가 시장의 원리보다는 대기행렬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게 가장 적합하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작금의 현실을 보면 양쪽모두 극단적인 자신의 주장만 피력하는걸 보면 여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암울하며 채승병님께서 지적해주신 다양성의 존중과 배려라는 측면이 부족한 우리사회 현실이 걱정되지만 말입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10/14 09:29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시장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해서가 문제이지, 꼭 의식적으로 배제하려고 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게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 noblenight 2008/10/14 13:16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무조건적인 배제를 말씀드리는게 아니라 이들의 영역에 있어서는 최소한의 개입만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장의 원리에 따라면 물론 효율적 측면에서는 가장큰 성과를 얻을수 있으나 막스가 주장했고 인정받았듯이 소외현상은 피치못하게 발생할수밖에 없는것이 시장질서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 더욱이 이러한 소외의 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영역이 바로 이들 교육과 같은 복지 영역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물론 시장의 영역을 어디까지 용인할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이지만 제 미흡한 생각으로는 이들 영역을 전체적으로 통제하는 통제기제 그자체는 결국 시장의 질서가 아닌 줄의 메커니즘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게 제생각입니다.
      효율성과 형평성은 결국 양면의 칼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효율성이 형평성을 지배하고 압도할수 있는 즉 정당성을 인정받는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형평성이 효율성을 지배하고 정당성을 인정받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효율성과 형평성이 동시에 존재할수 없는 상황속에서 이들 영역에 형평성의 논란과 소외의 문제의 발생은 결국 시스템 전반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지적될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건 과연 국민들은 일반 대중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의 문제 아닐까 싶습니다.

  17. 대륙횡단 2008/10/13 14: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제와 해결점 모두 너무 지엽적 , 기술적으로만 좁게 보는거 같군요
    많은 나라 중에 영국을 예로 든것도 그렇고.....

    아래 링크 확인하셔서 시야 넓히시길...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60081002144002&s_menu=사회

    • Periskop 홈지기 2008/10/14 09:40  댓글주소  수정/삭제

      좁게 본다라고 느끼셨다면 다른 제 글들을 별로 읽어보지 않으셨던가, 제가 글 실력이 별로이겠군요.^^ 저도 인용해주신 프레시안 기사같은 북유럽 교육시스템에 대해서는 이미 국내외 여러 자료를 읽어본 상태입니다. 그에 대해서 글을 쓴다면 얼마든지 더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도 늘어놓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궁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고, 예상 문제점에 집중하여 드러내고자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북유럽 시스템이 아무리 좋아도 우리가 그 상태로 단번에 도약은 불가능합니다. 항상 장기적인 안목에서 하나하나 이행해가는 전략이 더욱 어렵고 복잡한 노릇이죠. 그걸 마련하기 위해서는 먼 이상적인 지향점 이외에 보다 비근하고 중간적인 사례들과 교훈에 대해 잘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영국의 사례를 숙고하는걸 지엽적으로 폄하하는 님이야 말로, 단번에 대한민국을 사민주의 국가로 만들자는 분들만큼 공허해 보입니다.

    • 폴라곰  2008/10/14 1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영국의 예를 왜 들었는지 다시 읽어보시길.

    • 일화 2008/10/14 19:03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런 분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교육개혁을 하긴 해야 할 텐데 말입니다...

    • 대륙횡단 2008/10/15 06:32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화/재미있는 분이군요. 이명박식 사고에 길들여진 분이라고 밖에는.... 님에게는 현 교육문제가 암담해 보이고 첫단추가 왜 안보일까요? 교육철학을 어디에 둘지에 대한 사회적 기초를 바꿀 생각은 안하고 사교육/공교육 구도에 갖혀서 그런겁니다. 이명박씨가 바라는게 그거죠. 사교육비만 줄이면 일단 성공하는거라는 안일한 사고...
      요즘 초등학교 4학년 11시에 학원끝나고 11시 30분에 집에 옵니다. 현실을 외면하는 님같은 분들이 그들을 방치하고 있는거죠

    • 세르세 2008/10/18 1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초등학생들까지 밤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는 게 이명박 정부 들어서 생긴 현상인가요?

    • 대륙횡단 2008/10/19 0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세르세/이명박식 사고는 산업화식 성장제일주의를 모든 사회 영역에 만고에 진리인것 마냥 들이댄다는 의미죠.

      '식'이라는 표현에 주목하셔야지. '이명박'이라는 고유명사에 너무 집착을 하시는군요. 애착이 너무 크시군요. 발전을 위해서는 가끔은 나의 애착을 의심하는것도 필요하답니다.

    • 그냥주부 2008/11/01 0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대륙횡단 / 위 댓글중 일화님의 말씀은 전인교육은 등한시한채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낳은 부작용에 대해서 한탄하고 계시는걸로 보여지는군요 ^^

  18. 대륙횡단 2008/10/14 14: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금의 교육개혁 방향에 신자유주의라는 딱지를 붙이고, 영국의 사례를 과장해가며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데는 찬동하지 않는다"

    글을 잘못쓰거나 오독이 있는거 같지는 않네요
    본인의 관점을 적는게 블로그이고 그에 반론을 제기하는게 댓글이라면 말이지요.

    위에 문장이 정성들여 정리한 앞의 모든글들을 무가치하게 만들기에 적은 댓글입니다.

    현정부의 교육정책이 개혁이라 불릴 수 있는건지, 그리고 왜 신자유주의 정책이 아닌지에 대한 설명이 없네요.

    교육의 획일화, 공교육의 몰락을 걱정한다면 교육 소비자인 학부모의 경쟁 또는 생존의 욕구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무엇이 그것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없이 영국을 타산지석으로 삼는 몇가지의 제도적 논의가 너무 무기력해 보이는군요.

    현정부의 교육정책이 무엇을 개혁하겠다는건지를 본인도 찾아 봐야 겠네요.

    단계를 피할 수 없다면 단계를 거쳐야 겠지만 애초에 잘못된 모델링임을 알면서도 한번 가봐서 직접 틀렸는지를 봐야 겠다는것도 그리 실용적이지는 않아 보입니다. 모델을 크게 잡는다고 단계를 건너뛰자는것도 아니고 또 그렇게 될 수도 없는건 당연지사겠지요

    PISA 일등 국가, 삼성, LG가 넘지못하는 기업 노키아를 가진 북유럽국가편이 기대가 됩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10/15 09:0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개혁'이 꼭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사전적으로는 분명히 가치중립적인 표현입니다. 나름의 정책지향점을 갖고 법적 절차에 의거하여 제도를 바꾸는 정치적 행위라면, 그 주체가 어느 쪽의 집권당이건 '개혁'이라는 말을 붙이는데 저는 그닥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여기에는 제도 변화란 것은 같은 내용도 환경과 시대에 따라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결과에 대해 예단하고 섣불리 가치판단을 집어넣는게 어렵다는 생각도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현재 정부의 정책방향에 신자유주의적 요소가 없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신자유주의적 요소가 매우 농후하지요. 인용하신 문장에서는 "딱지를 붙이는", 즉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생산적인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태도의 문제를 지적한겁니다. 지난 정권 때부터 일부 진영의 문제점은 반대하는 제도개혁마다 "신자유주의"를 전가의 보도인양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제도에 신자유주의적 요소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부정적이란 선입견을 갖고, 긍정적인 요소들에 대해서는 애써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 물론 반대쪽 진영도 방향만 다르지 마찬가지라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자세는 결국 현상를 일방적으로 해석하는 자세를 가져옵니다. 신자유주의적인 요소가 접목된 제도개혁이 반드시 악영향만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본문에서도 언급했듯이 영국에서도 긍정/부정적 양면이 모두 논의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북유럽이라고 신자유주의적 교육제도 개혁이 없었습니까? 스웨덴이 복지국가의 함정에 빠져서 각계각층에 신자유주의적 요소 접목으로 탈출을 모색했던 과거는 왜 자꾸들 무시하는지? 스웨덴도 학력평가해서 성적 공개하고 있습니다.

      핀란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님께서도 바람직한 지향점의 하나로 링크까지 달아주신 핀란드 교육의 현재 모습도, 실은 신자유주의 제도개혁을 거쳐 확립된 것입니다. 핀란드도 사회주의적 요소가 강한 중앙집권적인 교육관리 시스템을 갖고 있다가, 1990년대 초에 우파 진영의 요구를 대거 수용하여 분권화와 자율화 원칙을 조화시킨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우리도 신자유주의적 요소의 일정 부분 수용은 시대적 대세일지 모른다는게 제 판단입니다. 다만 어느걸 받아들이고 어느걸 거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판단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것이지요. 이걸 방해하는 가장 큰 문제는 서로가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상대 주장의 긍정적 요소를 수용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영국 사례의 냉철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것이지, 영국 꼭 따라하자고 한 적 없습니다. 이점 오해 마시기 바랍니다.

    • 대륙횡단 2008/10/19 02:27  댓글주소  수정/삭제

      주말 잘 지내셨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덕분에 교육이라는 또 다른 화두가 하나 생겨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개혁이라는 단어가 사전적 의미로 변화 그 이상을 담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동시대를 사는 일반인의 사고에서는 '더 나은'이라는 수식을 '변화'라는 단어와 함께 연상해 사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예가 적절할지 모르지만 뉴라이트의 역사서술에 '개혁'적 역사서술 이라는 표현보다는 관점의 '변화' 정도로 통용되는것처럼 말이죠

      제도적으로 분권화와 자율화는 맞다고 봅니다.
      그러나 서열화에는 반대합니다.

      이번에 시행된 일제고사의 목적이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각 학생들의 부족한 점을 찾아 맞춤식 교육을 한다는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연 후속 조치들이 목적에 맞게 시행되는지 지켜봐야 할겁니다. 그것이 아니라 단지 학교별, 학생별 꼴찌 닥달하기로 전락한다면 또다른 시행착오로 끝나겠죠.

      핀란드는 1970년대 초에 스웨덴과 동독을 모델로 교육개혁의 틀을 짜기 시작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물론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겠죠. 그러나 협동을 통한 개개인의 장점키우기와 잠재력 키우기라는 큰틀속에서 진행된 시행착오였지 경쟁을 통한 소수의 암기 우수집단 뽑기라는 철학속에서 진행된 시행착오는 아니라고 봅니다.

      말씀대로 신자유주의가 장점을 가진점도 분명히 존재할수도 있을겁니다. 허나 아직까지 보이는 현상은 신자유주의의 장점보다는 단점이 너무 거대해 보이는군요.
      경제 개념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단어가 요즘은 국유화를 부추기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는듯한 현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맞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네요.

      제가 이해하는 신자유주의란 시장논리를 시장이외의 부문까지 확대하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연 그것이 인간사에 효율적인 가치기준인지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시간이 더 지난후에나 가능하겠지만 님 생각처럼 신자유주의가 가진 최소한의 장점이 현실화될지는 의문입니다.(사실 어떤게 신자유주의의 장점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논의를 막는 선입견은 문제가 있는 자세입니다. 허나 일전 포스팅처럼 일본도 벤치마킹을 하려는 북유럽 모델을 단계론적 사고로 인해 공론화의 영역으로 끌어들이지 않고 유보하는 태도도 학자로서 올바른 태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먼저 공론화를 시켜야지 제도화로 갈지 안갈지를 대중들과 정책입안자들이 고민할거로 봅니다. 그래서 님같은 분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주어야 한다고 믿고요.

      경쟁도 토양에 따라 발현되는 측면이 다를거라 봅니다.
      협동의 큰틀이 유지된다면 선의의 경쟁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경쟁이 오히려 공동체를 파괴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겠지요.

      작금에 교육개혁 논리가 한사람이 수십만명을 먹여살린다는 철학에 기초해 그 한사람을 뽑아내려는 사고에 집착한다면 분명 실패할거로 봅니다.
      이미 이러한 시행착오는 이십년가까이 충분히 해온셈이니까요.

  19. 그꿈 2008/10/16 16: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고간 논의를 잘 보았습니다. 일제고사 자체가 정말 문제인가 생각해 보았는데 일제고사 자체를 교육현장에서 거부한다기 보다는 일제고사를 사용하는 교육풍토와 현장분위기를 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제고사라는 것이 현재 우리 나라 교육과정의 미흡한 편성으로 인해 또 단답형 정해진 일정의 텍스트 안에서 치뤄지게 됩니다. 물론 그에 대한 대비도 정해진 텍스트 내에서 공부해야하므로 교육자체의 일에도 침해가 되지요.

    그나마 다양한 텍스트에서 출제되기도 하고 예전에 비해 단답형 문제에서 벗어나 문제의 방향성도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여서 해석하는 현장의 풍토는 그 학교 학생 구성원의 특성이나 지역적 특성에 관계없이 바로 경쟁적으로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한 도구가 되고 말지요.

    교사 구성집단의 특성도 예전의 관료주의적인 성향이 많이 남아있으셔서 그런 일제고사가 본인에 대한 평가라고 여기시고 학교 전체를 들들 볶으시는 분들도 아직 계시고 한편으로는 그런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정말로 근본 취지에 맞게 아이들의 수준을 가늠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도구로 삼으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교육현장에서 선배님들이나 대부분의 관리자급이신 분들은 전자의 분들이 많으셔서 일제고사가 본래의 취지대로 사용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일제고사 자체의 해악보다는 일제고사를 받아들이는 교육현장이 어떤 상태인가를 점검하는 것이 더 해법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닌가 싶어요.

    어제 책을 읽다가 멋진 구절을 보았습니다.
    "지식은 사람을 돕되 마음을 잡고 힘을 갖도록 해 준다."
    승병씨의 블로그를 알게 되어서 미처 보지 못했던 면들을 다시 보는 느낌이 듭니다.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 화이팅!!
    사람을 돕는 지식을 많이 알려주시길!!

  20. 비밀방문자 2008/12/13 2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21. 카로스 2008/12/24 0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튼 '문제'인듯...

[로그인][오픈아이디란?]

지난 참여정부에서 지명도를 높인 정치학자를 꼽는다면 어떤 분들이 생각 나시는가? 아마도 많은 분들은 최장집 교수를 꼽을 것이다. 그러나 최장집 교수는 친노·반노 진영 모두로부터 번갈아가며 날선 공격을 받았으니 유명세의 댓가도 톡톡히 치룬 분이 아닐까 한다. 홈지기는 그런 면에서 큰 풍파 없이 주가도 한창 높아진 분으로 숭실대 강원택 교수가 떠오른다. 강원택 교수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덕이 컸다. 노통은 임기 중에 정치제도 개혁에 상당한 고민을 기울였는데, 그 와중에 주목하게 된 책이 강 교수의 2005년 저작 『한국의 정치개혁과 민주주의』였다. 노통은 이 책에 큰 감명을 받았는지, 공개 석상에서 이 책에 대해 격찬하며 그 시사점을 실천으로 옮기기도 했다.1 집권 초기 이원집정론제를 추구하던 노통이 4년 중임제로 선회하고, 무리수에 그지 없던 대연정 제안까지 나선게 이 책의 영향이라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강원택 교수는 이후 정치부 기자들의 주목을 한껏 받으며, 주요 이슈들마다 인터뷰, 대담 등에 빠지지 않고 언론 지면에 노출되고는 했다.

홈지기는 2006년에 같은 연구 프로젝트에 속해 회의와 술자리를 통해 몇 번 만나뵌 연이 있다.2 이 프로젝트는 한국의 정책수립에 관련된 이른바 '정책지식'이 어떻게 순환되고 있는지를 규명하고 바람직한 미래상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정책지식 네트워크가 더 한층 고도화된 '정책지식 생태계'로 발전해야함을 주장했다. '생태계'라는 말에서 드러나듯이, 생태적 순환과정, 그리고 중기적 천이(succession) 과정과 장기적 진화(evolution) 등의 개념이 지식 유통구조에도 접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오늘날 한국은 각 정책지식 생산주체들이 진영에 갇혀 파편화되고, 서로를 무시하며 편협한 자기 목소리만 내는 매우 불량한 생태계이다. 더군다나 심각한 종속영양 천이(heterotrophic succession) 행태3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자발적인 발전체제를 갖추기도 힘든 생태계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용인하고, 지식 순환과 고도화에 필요한 상호작용을 촉진하며, 지식 및 지식인들의 선택과 적응 기제를 강화하자는 원리와 개략적 실천방안을 함께 제시했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들 사이에 생태계, 복잡계, 진화 등의 키워드를 통해 사회 변화를 관조하는 공감대를 형성한 유쾌한 기억이 있다.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그런 강원택 교수가 지난 여름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 가면서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영국 보수당의 역사』란 책을 남겼다. 홈지기로서는 같이 과제를 수행했던 기억이 모종의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책 제목에서 전해지는 느낌이 예사롭지 않았다. 제목에서도 쉽게 느껴지지만, 이 책은 매우 자연스러운 의문에서 출발한 책이다. 그리 길지도 않은 한국 현대사지만, 정당의 운명은 정말로 한철 파리목숨에 지나지 않는다는게 누구나 공감하는 한국의 정치 풍경이다. 정권 바뀔 때면 매번 이합집산에 창당과 재창당을 반복하는 허약한 정당은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큰 난제이기도 하다. 이런 풍토에서 토리의 전통을 물려받은 영국의 보수당의 유구한 역사는 기이하게 보인다. 17세기 토리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300년 이상, 근대 정당정치의 맥만 따져봐도 150년 이상 동안 영국 정치의 주도세력으로 존속하고 있는 보수당의 비결은 무엇이란 말인가? 더군다나 그들은 말 그대로 '보수' 집단이다. 단순히 옛 것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방어적, 수구적인 이미지가 연상될 법한데 어떻게 이런 집단이 도태되지 않았단 말인가? 이 책은 이런 의문 속에서 보수당의 생존 비결과 진정한 '보수'의 의미를 찾아보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블로그계에서도 종종 목격되지만,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보수'와 '진보'에 대해 갖가지 해석과 낙인찍기가 난무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좌와 우를 가르는 핵심 가치에 대해서도 저마다 기준이 다르다 보니, 하나의 대상을 놓고서도 오늘은 수구꼴통이 되었다가 내일은 빨갱이진보가 되기도 한다. 진보연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자주적인 줏대도 없고 사리사욕 채우기에 급급한 이들이라 비난하고, 보수연하는 사람들은 반대측을 비이성적인 이상주의와 선동에 매몰된 파괴자들이라 비난한다. 이런 인식만으로는 건강한 사회에 필요한 긴장이 이뤄질 리 없다. 강 교수는 이런 의미에서 영국 보수당의 역사를 어떤 정형화된 이념의 틀로 바라보는 것을 경계한다. 오히려 보수당이 역사를 헤쳐온 과정은 거친 생태계에서 생존을 위해 노력해온 개체와 같은 시각에서 바라보려 하고 있다:

보수당은 옛 것을 지키면서도 동시에는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 갈 것인가 하는 쉽지 않은 도전에 계속 직면해 왔던 것이다……

가진 자의 정치적 생존의 기술이 중시된다는 점에서, 보수주의는 하나의 이념(ism)이라기보다 경험이나 상식 등 현실적 체험과 관찰에 의해 형성된 사고방식, 감정의 양태, 생활양식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은 의미가 있다(Smith 1977, 17).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대정신을 추구하거나 새로운 정치질서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거부와 저항이라는 수동적이고 대응적인 속성을 보수주의는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수주의는 구체적 원칙이기보다 폭넓고 다양한 태도의 결합, 이념보다는 기질의 문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 보수당이 대표하는 보수주의가 무엇인지 언제나 꼭 집어서 정의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Ball 1995, 25-26). 이 책에서 이념적 요인보다 생존의 기술로서의 보수주의에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이는 보수당의 역사가 이념적 순수성이나 완고함보다는 실용성과 유연성이 보다 중시되어 온 까닭을 설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보수당의 원칙은 실현하려는 추상적인 목표라기보다 실용적인 목적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애시당초 보수에 대해 어떤 이념적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영국 보수당 내에서도 자신을 규정하려는 그런 엄격한 이념적 논의는 극히 드물었다. 보수당이 내세운 원칙이란 궁극적으로 생존을 위한 적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존이라는 가치를 위해 얼마든지 실용적이며 유연하게 대처해온 모습이 보수당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따라서 강 교수는 현실적 생존 기술을 끝없이 변화-발전시켜온, 보수당의 진화과정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전쟁에서도 일반적으로는 방어가 유리하다고는 하지만, 급격한 상황변화 하에서 고착된 진지를 지켜야하는 압박은 녹녹하지 않을 때도 많다. 때로는 전략적 후퇴를 하면서도, 거센 반격에 모든 기반이 휩쓸리지 않게 세심하게 물러설 곳을 정해야하는 법이다. 변화에 적절히 저항하고, 때로는 물러서기를 반복하면서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한 기술이야말로 지극히 어렵다.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이 초기의 화려한 승리를 구가한 것보다도, 중후기의 처절한 방어 사투를 벌인 모습이 때로는 더 강한 인상을 주듯이 말이다. 책 내용 대부분도 토리-휘그당이 대립하던 17세기부터, 정당정치가 가시화되며 명멸한 수많은 보수당 정권의 역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수많은 사건들로 점철된 시대의 변화와 보수당의 대응이 주욱 펼쳐진다.

물론 뭔가 스펙터클한 맛을 주기에는 부족한 기술이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이 모든 내용들은 이 책의 질문, '보수정치는 영국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에 대한 답으로 치닫는 과정이다. 그리고 책 마지막 장에서 강 교수는 세 가지의 답변을 제시한다. 그것은 ①권력에 대한 열망, ②변화에 대한 유연함, ③포용력의 발휘이다.

첫째, 보수당은 대단히 권력을 열망하는 정당이다. 권력을 열망하지 않는 정당은 세상 어디에도 없겠지만 보수당의 권력에 대한 의지는 매우 강하고 그 이유도 대단히 현실적이다. 이들이 권력을 잡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지키고 급격한 변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현실과 타협해야 했다. 교조적이고 이념적인 독단과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한 수구 반동적 태도보다는, 변화하는 현실에 자신을 맞춰 가려고 했다. 즉 영국 보수당은 이념적 원칙이나 순수성보다 권력 장악이라는 실용성을 강조하는 정당이었다…… 급변하는 정치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보수당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인은 보수당의 실용성적응력 때문이다. 원칙의 실현보다 선거 승리를 통한 권력 장악이 언제나 우선했다.

집권의 열망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의 정당들이 그리 부족할 것은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집권이라는 목표 하에 원칙의 포기는 거리낌없이 해왔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이것은 비주류 정당들, 교조적 진보정당들이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둘째, 보수당이 성공적인 역사를 가질 수 있었던 까닭은 유연함 때문이다. 변화를 고집스럽게 거부하지 않았다. 사실 보수당은 구체적인 정책이나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데는 다소 취약하다…… 바꾸려고 하기보다 지키려는 데서 보수당이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보수당은 수구적이거나 반동적인 정당은 아니었다. 오히려 변화를 수용하는 유연성을 보였다. 보수당이 시대 변화에 적응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현재의 이익을 그대로 지키고자 하기보다는 영리하게 양보할 것은 양보함으로써 자신들의 기득권이 뿌리채 위협받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다……

보수당은 영국 사회에서 발생한 변화와 그로 인한 정치적 결과를 수용했다. 자유당이나 노동당이 추진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수용하고 모방했으며, 이전 정부가 커다란 정치적 논란 뒤에 실행한 정책을 그 뒤에 보수당이 집권하더라도 되돌리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의 정당들이 영국 보수당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점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MB 정부가 취임하자마자 전임 정권의 잔재를 떨어버린다고 열을 올리며 힘을 빼는 모습은 너무나 대조된다. MB 정부가 혁명정부도 아닌데 무슨 반혁명분자 척결하듯 몰아가는 모습은, 현 정권 실세들이 유연성을 심각하게 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여정부에서 일어난 변화들이 모두 올바른 방향이라 볼 수야 없겠지만, 냉정한 판단과 함께 수용과 모방은 물론 정책의 연속성 유지에도 적극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MB에게는 당최 자신의 생존확률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꾸준히 학습하고 점진적으로 변화해간다는 마인드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 불도저로 갈아 엎고 뚝딱 쌓아올려가는 환경에서 과연 재집권과 생존이 그리 순탄히 가능할까? 이는 결국 한국의 리더십 부재를 통탄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사실 보수당이 유연성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당의 지도자가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면서 과거의 정치적 갈등과 단절을 꾀하며 새로운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자유당이나 노동당이 보수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관철한 정책에 대해 집권 후 이를 되돌리자고 하는 의견이 보수당 내에서 없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당내 반대를 물리치고 변화된 시대에 당을 유연하게 맞춰 나가는 것성공한 보수당 지도자들의 리더십이었다. 때문에 모든 보수당 지도자들은 기회주의자 혹은 배신자라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Charmley 1966, 1). 보수당의 역사에서 당수가 주창하고 추진한 정책의 내용이 새로운 보수주의로 이해되고 수용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특성과 관련이 있다.

이질적인 정권의 부산물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보수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MB 정부와 한나라당 내에서 햇볕정책이나 종부세법안 등의 기조를 계승하자고 말한다면 당연히 기회주의자니 배신자니 말을 들을 것이다. 영국 보수당도 수많은 정책사안에 대해 그런 논란이 있어왔다. 그러나 보수당을 이끈 위대한 지도자들은 그러한 논란을 감수하고 변화를 받아들여가며 새로운 보수의 입지를 다졌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성공하면서 영국 보수당은 국민에게 영원히 외면받지 않고, 교묘히 기득권을 지켜가는 입지를 구축하며 생존해왔다. 작금의 한나라당도 과거로부터의 일방적 단절을 선언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보수의 기반을 닦을 수 있을텐데, 참으로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는걸 보면 여전히 한국 보수의 리더십과 생존기술은 한참 부족하다.

셋째, 보수당은 당의 외연을 넓혀 왔다. 배타적인 집단으로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토지소유 계급, 귀족의 집단으로 출발한 보수당은 산업혁명 이후 부를 축적하며 새로운 사회적 힘으로 떠오른 상공업자들을 끌어들였고 이들과 하나로 융합했다. 노동계급에게까지 투표권이 확대된 이후 당 조직의 강화를 통해 이들을 보수당의 지지자들(working class Tory)로 만들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영국의 지배계급은 프랑스와 같은 유럽대륙 국가의 지배계급처럼 배타적인 계급으로 남아 있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존속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새로운 세력을 당내에 수용했던 것이다.

Benjamin DisraeliStanley Baldwin

…… 보수당은 디즈레일리볼드윈처럼 필요하다면 사회개혁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뿐만 아니라 애국주의 정당, 제국의 정당과 같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동체적인 요소를 보수당의 전통에 포함시켰다. 디즈레일리가 보수당의 기반을 닦은 지도자로 평가받는 것은, 기존 질서와 헌정체제의 수호라는 보수당의 전통적 가치에 사회개혁과 애국주의 정당이라는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디즈레일리는 사회개혁을 통해 보수당을 어느 한 계급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정당이 아니라 모두의 정당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러한 일국 보수주의의 전통은 보수당의 정치적 명분과 기반을 크게 확대시켰다.

보수당의 또다른 생존능력은 역시 끝없는 포섭을 통한 외연의 확대였다. 민주 사회에서 정당의 기반이 배타적인 집단에 고착화되어서는 그 누구도 생존할 수 없다. 점점 쪼그라드는 입지 속에서 제살 뜯어먹기식 투쟁에 빠져들어 고사될 뿐이다. 한국의 보수정당들은 이 점에서도 과거에는 어느 정도는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영국의 working class Tories에 비견되는, 그리고 혹자는 국개라고 욕하기도 하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있는 것도 돌이켜보면 과거 우파정권의 유산일지도 모른다. 박정희, 전두환 시대가 암울한 독재시기였다 하더라도, 그 시절 집권정당들이 갖가지 과감한 정책을 통해 사회 취약계층을 무마하고 포섭하는 정책을 추진했던 것도 사실이다. (교육평준화, 사회보장, 주거안정, 환경보호 정책 등의 토대가 이들 시기에 마련되었음을 상기해보라.) 노태우 시대에는 어쨌건 3당 통합이라는 혼혈을 통해 배타적 독재세력이라는 이미지를 희석해왔고 말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계급정당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우파의 분화를 억제해온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최근 MB 정부는 그런 면에서도 한참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듯 보인다. 앞서의 유연성을 상실하면서 은연중 계급정당 논란을 거듭 불러 일으키고 있고, 대선의 기세를 타고 압승했다는 18대 국회에는 당의 외연을 넓혔다고 할만한 참신한 인물도 눈에 띄지 않는다. 정권 초기부터 강부자-고소영 내각 논쟁이 벌어진 것 자체가 전통적 보수의 생존전략과는 반대로 치닫고 있음을 극명히 보여준다. 일반 국민들로부터 갈수록 유리되어 배타적 계급이익수호 정당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상황이 몇 년 더 지속된다면, 정권 말기 보수대분열까지 예견해볼 수 있다. 아마도 이번 대통령과 정부는 말로만 실용을 외치며 정작 생존을 위한 실용에서 가장 벗어난 정권이 되지 않을까.

홈지기는 강원택 교수의 『보수정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영국 보수당의 역사』에서 영국 보수당의 '성공적인 진화'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들이 집단 수준에서 생존확률(fitness)을 높이기 위해 추구해온 일련의 과정 속에서, 역사의 진보를 논하는 진부한 도식을 뛰어넘는 생동감을 느꼈다. 또한 이념적 잣대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를 적절히 수용하면서도 물러설 때와 나아갈 때를 끊임없이 모색해온 탁월한 리더십과 집단 구성원들의 노력 속에 진정한 보수의 의미를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즐거운 독서 뒤끝에 이런 보수의 생존전략과는 동떨어진 삽질만을 일삼고 있는 현 정부와 주요 정당들, 그리고 배울 점도 찾지 못하고 자멸해가는 진보정당들이 공존하는 한국 정치판이 오버랩되어 한없이 씁쓸해보였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Notes.
  1. 이러한 독서와 노통 행동과의 연관관계는 「책에 빠진 盧대통령 '독서 정치'」(경향신문)을 참조바란다.
  2. 강원택 교수님은 홈지기보다 연배가 15년 정도 위이시니 사석에서는 존대를 하지만, 글에서는 부득이 경칭을 생략하겠다.
  3. 여전히 한국은 우리 실정에 적합한 정책지식을 창출하지 못하고, 해외 선진국에서 창안되고 발전된 지식을 도입해다 단순가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생태계는 외부 종속적인 지식공급의 한계에 직면하고 정체되기 마련이다.
2008/10/02 17:45 2008/10/02 17:45
creative commons license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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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성민 2008/10/02 1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으로 쓸데없는 고집을...' 부분에서 뜨끔 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 비밀방문자 2008/10/02 1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3. 獨步 2008/10/02 2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개인적으로 홈지기님의 장점이자 매력은 누구도 낙관하기 힘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도 밝은 면을 찾아내는, 잔잔한 미소와도 같은 긍정의 힘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래 일본에 관한 글에 붙은 폴라곰님의 댓글처럼 쌀나라 금융공학의 처참한 붕괴로 인한 출장 이후의 글들에서는 어두운 그늘이 보이는군요. 저와는 비교할 수 없이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보시는 만큼 현재가 얼마나 암울한 미래로 곧 바뀔지 예견이 가능하시기에 고민도 깊으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저 드릴 말씀이라곤 이런 때일수록 심신의 건강을 도모하시라는 것 밖에는 없네요.

    2.
    '시마 코사쿠' 시리즈로 유명한 일본만화가 히로카네 켄시의 '정치9단'에 보면 '보수란 오래도록 진정 소중한 가치로 인정받았던 것들을 지키는 것이기에 오히려 진보이다'라는 - 몇 년 전에 한국어판으로 본 것이기에 원문과는 표현상 거리가 있겠지만 - 문장 자체만으로는 가슴을 울리는 대사가 기억나는군요. 물론 이 만화는 특히 한국인 입장에서는 불쾌한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는 내용이 상당합니다만 일본의 소위 보수정객들이 뭔 생각들을 하고 살아가는지 단편적으로나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10/04 1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그래도 환절기 감기로 훌쩍대고 있었는데 뭔가 영기라도 느껴지시는지…… @.@ 몸이 편해지면 좀 더 유쾌해지겠죠.^^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4. Empiric 2008/10/02 23: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용과 탈이념을 외친 현 정부가 갈수록 과거 어느 정권보다도 이념화되고만 있으니 난감할 따름입니다.

  5. Crete 2008/10/03 0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정한 고수에게 한수 가르침을 배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홈지기님의 분야에 생태, 천이, 진화 같은 용어가 쓰이는군요. 기회가 된다면 전공을 바꿔서 그 쪽으로 진출해 보고 싶은 욕구가 차 오르네요.

    • Periskop 홈지기 2008/10/04 1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금 분야의 전망이 괜찮으시다면 굳이 넘보실 것까지야……^^ 요즘 학제간 연구가 활발하다보니 이것저것 다른 분야의 개념을 접목시켜 논의를 풍부하게 만들려는게 유행이죠. 경영학에서도 생태학적 논의, 진화적 이해는 꽤나 지지층을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Crete 님 입장에서 당연히 매력을 느끼실테고 잘 해가실 수 있으실겁니다. 다만 job market이 안정하지 않다보니 식솔이 있으신 분들에게 선뜻 권하기 부담스럽습니다.^^

  6. 폴라곰  2008/10/03 05: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선 전에 부모님과 얘길 나누다가
    '이명박은 우파의 노무현이 될 것 같다.'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
    왠지 들어맞은 것 같아 참 거시기 합니다.

    정권 취득의 목적이 '한풀이'로 보이는 현 상황이 제일 거시기 하구요.(영국 보수당은 여기서 빠이빠이)
    '한풀이'한다고 '악'을 쓰는 상황도 거시기 하구요.

    어디에도 중장기 계획을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보이지 않는군요.

    • 獨步 2008/10/03 1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개인적으로 노무현 전대통령의 가장 큰 과오는 진보를 참칭하여 일반국민들로 하여금 진보=무능의 인식을 심어주어 진보의 기반을 무너뜨린 것이라 보는데, 2mb가 이번에는 보수의 바탕을 산산조각내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기가 막힌 듀스상황이라 해야 하나요.

    • Periskop 홈지기 2008/10/04 1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거시기하다……는 표현이 와 닿는군요.^^ MB는 아직도 상상 그 이상의 존재일지 모르니 좀 더 두고 봐야겠죠.

  7. 이승환 2008/10/03 10: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드디어 커밍 아웃하신 건가요? (저만 제대로 몰랐나...)

  8. 獨步 2008/10/04 19: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웃어보자는 뜻에서 본문과는 상관없이 올립니다...만 좀 길군요(웃음). 출처는 일요신문 855호 유머란입니다.

    `머피의 상수 : 물건이 망가질 확률은 그 가격에 비례한다.

    `클립스타인의 법칙(시험제작과 생산에 대한 응용)
    - 16번째의 맨 마지막 나사를 다 풀기까지는, 자신이 엉뚱한 커버를 떼어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 엑세스 커버에 달려있는 16개의 나사를 모두 잠그고 나서야 자신이 가스켓을 끼워넣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질레트의 이사법칙 : 지난 번 이사 때 없어진 것은 다음 번 이사 때 나타난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 모든 물체의 위치를 동시에 알 수는 없다.
    [발전형] 없어진 것 하나를 찾아내면 다른 것 한 개가 없어진다.

    `오브라이언의 고찰 : 어떤 것을 가장 빨리 찾아내는 방법은 그것이 아닌 다른 것을 찾기 시작하는 것이다.

    `얼간이 법칙 : 찾는 물건은 항상 마지막에 찾아보는 장소에서 발견된다.

    `얼간이 법칙에 대한 블로크의 반론 : 찾는 물건은 항상 맨 처음 찾아보는 장소에 있는데도, 처음에 찾을 때에는 발견하지 못한다.

    `듀드의 2원성 법칙 : 두 가지 사건을 예상할 수 있는 경우, 보다 좋지 않은 쪽이 발생한다.

    `일급부하의 제1법칙 : 상사보다 자신이 더 유능하다는 사실을 절대로 상사가 깨닫게 해서는 안된다.

    `임호프의 법칙 : 관료조직은 정화조와 매우 비슷한 구석이 있다. 커다란 오물덩어리는 늘 위에 떠 있다.

    `올드와 칸의 법칙 : 회의의 효율성은 참가자 수와 토의시간에 반비례한다.

    `토론의 제1법칙 : 바보와 언쟁하지 마라. 어느 쪽이 바보인지 구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소시지의 원리 : 소시지를 좋아하는 사람과 법을 존중하는 사람은 그것을 만드는 과정을 결코 보아서는 안된다.

    `토드의 정치의 2대 원리
    1. 정치가가 무엇을 말하고 있든, 그것은 모두 진실이 아니다.
    2. 정치가가 무엇을 말하고 있든, 그것은 돈 이야기다.

    `에머슨의 고찰 : 어느 천재의 위업에도 스스로 거부해 버렸던 우리 자신의 아이디어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위대한 인물의 규칙 : 당신이 대단히 존경하는 인물은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마 그 때에도 점심식사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워렌의 규칙 : 누가 전문가인지를 알고 싶으면, 작업시간은 가장 길게, 비용은 가장 높게 책정하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

    `엔터니의 작업장의 법칙 : 작업대에서 공구가 떨어지면, 가장 성가신 장소로 굴러간다.
    [발전형] 공구는 떨어뜨린 사람의 발등을 우선 찧고 나서는 성가신 장소로 굴러간다.

    `페트의 실험실 법칙 : 성공한 실험은 결코 재현하지 마라.

    `현대과학의 지침
    - 녹색을 띄었거나 꿈틀거리면 생물학이다.
    - 역겨운 냄새가 나면 화학이다.
    - 도움이 되지 않으면 물리학이다.

    `현대과학의 지침에 대한 서프의 연장
    - 이해할 수 없으면 수학이다.
    - 사리에 맞지 않으면 경제학이나 심리학이다.

    `H.L.멘켄의 법칙 : 할 수 있는 자는 실행한다. 할 수 없는 자는 가르친다.

    `H.L.멘켄의 법칙에 대한 마틴의 확장 : 가르칠 능력이 없는 자는 관리한다.

    `머피의 학기말 리포트에 관한 법칙 : 학기말 리포트 완성에 꼭 필요한 책이나 정기간행물은 도서관에서 증발해 버린다.
    [발전형] 가까스로 손에 넣은 책도 가장 중요한 페이지가 찢겨 있다.

    `업무에 관한 머피학의 6개 법칙
    1. 오류가 없는 중요한 편ㅈ는 우송과 동시에 오류가 있는 편지가 된다.
    [발전형] 보스가 읽는 동안 편지의 오류는 2배 눈에 띄게 된다.
    2. 근무시간 중 정상으로 작동하는 사무기기는 사사로운 목적으로 쓰려고 일과후에 돌아오면 틀림없이 고장이 나 있기 마련이다.
    3. 고장난 기기는 서비스맨이 당도하면 정상으로 작동한다.
    4. 침을 발라도 붙지 않는 봉투나 우표는 원하지 않는 데에는 여지없이 달라붙는다.
    5. 중요한 서류는 당신이 놓아둔 장소에서 당신이 찾을 수 없는 장소로 이동함으로써 활력을 과시한다.
    6. 마지막으로 퇴직했거나 해고된 사람은 직장에서 일어난 모든 불상사의 책임을 혼자 뒤집어 쓴다. 그것은 뒤이어 누군가가 그만두거나 해고될 때 까지다.

    `에토레의 고찰 : 다른 쪽 줄이 더 빨리 줄어든다.

    `에토레의 고찰에 대한 오브라이언의 변형 : 빨리 줄어드는 줄로 옮기면, 원래 있었던 줄 쪽이 더 빨리 줄어들기 시작한다.

    `레이놀드의 기후학 법칙 : 바람의 속도는 머리손질 비용과 비례한다.

    `존즈의 동물원과 박물관 법칙 : 가장 흥미로운 것에는 이름표가 붙어있지 않다.

    `에드의 방사선과의 법칙 : 엑스레이 촬영대가 차가우면 차가울수록, 그만큼 더 몸을 밀착시켜 달라는 지시가 따른다.

    `모저의 스포츠 관전법칙 : 화끈한 플레이는 득점판에 눈길을 돌릴 때나 핫도그를 사러 갈 때 이루어진다.

    `와그너의 스포츠 보도법칙 : 카메라 초점을 맞춘 순간, 남자선수들은 으레 침을 뱉거나 코를 후비거나 사타구니를 긁거나 한다.

    `교통정체의 제1 법칙 : 정체되고 있는 차선은 당신의 차가 빠져나오자마자 소통되기 시작한다.

    `파우스너의 집안일 규칙 : 무딘 칼이 손가락은 잘도 벤다.

    `스코프의 법칙 : 아이들은 더러운 바닥에는 아무 것도 흘리지 않는다.

    `밀턴의 페인팅 법칙 : 잘못 칠한 페인트는 재료와 성질에 관계없이 절대로 벗겨지지 않는다.

    `최후의 법칙 : 안될 듯한 일이 뜻밖에 잘 풀리는 경우, 안되는 쪽이 결과적으로 이로울 때가 많다.

  9. 일화 2008/10/05 0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가 복구된 것을 1달이 지나서야 알아낸 멍청이가 있네요 ㅎㅎ...
    그렇지 않아도 최근 상황에 대해서 홈지기님의 고견을 듣고 싶었는데 하필 한참 바쁠 때에 알아내다니...
    어쨌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영국인들의 저런 유연성은 정말 본받고 싶네요. 현 정권은 아직 갑갑하기만 합니다만...

    • Periskop 홈지기 2008/10/06 1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매 순간순간 완고해보이는 영국인들이지만 유연함을 추구하는 세력이 있고, 그들이 리더를 배출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는게 부러워 보입니다. 현 정권은 글쎄요, 좀 한이 맺히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좀 더 막장까지 갈 것 같습니다.

  10. 번동아제 2008/10/05 04: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학원때 하신 공부쪽으로 맡으신줄 알았더니 그쪽에서 담당하시는 일의 스펙트럼이 생각보다 넓군요. 원래 그쪽 시스템이 그렇게 다양한 분야를 맡는 방식인지 궁금하네요.

    • Periskop 홈지기 2008/10/06 13:12  댓글주소  수정/삭제

      원래 저희 직장 특성이 그렇습니다. 개인의 전문 분야가 있더라도 여기저기 다양한 과제에 참여시켜 경험을 쌓게하는 편이지요. 저처럼 지식이 일천한 사람에게는 생경한 분야를 접해볼 기회인 것 같습니다.

    • 번동아제 2008/10/06 21:53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연스럽게 학제적 경험을 쌓게 해주다니 좋은 직장이군요 ^^

  11. reske 2008/10/05 1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에는 좌우를 막론하고 유용함을 비겁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죠. 그런 면에서는 아직도 조선시대 당쟁의 시대에 살고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더 큰 문제는 좌우를 지도하는 역할을 맡은 '대표정당'들의 지도부들도 그런 생각을 갖고 "밀리면 지는거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지.

    보수주의를 참칭(?)하는 저로서는 저런 유연한 보수개념이 신선하게 와닿네요. 잘 읽었습니다 ^^; 요즘 바쁘실텐데(신문지상에 정말 경제연구소 연구원들 분석이 많이 오르내리더군요..)하는일 잘 되시길..

    • Periskop 홈지기 2008/10/06 13: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비교적 중간지대에 놓인 정치인들이 강경론자들에 의해 찍소리 못하는 실정을 보면 현행 대통령제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승자독식의 사고방식이 뿌리 깊이 물든 상황에서, 제도적으로 공존의 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의 이행이 시급합니다. 그나저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2. 삽질랜드 2008/10/05 14: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나오는 붉은여왕 가설이 생각나네요.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려면 계속 뛰어야 하고, 앞으로 나갈려면 죽을 힘을 다해서 뛰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백스텝 밟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ㅅ' 구글에서 붉은여왕 가설 검색하니 채승병 님 글 뜨네요'ㅅ'a)

    • Periskop 홈지기 2008/10/06 1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Red Queen effect는 저희도 종종 써먹는 이야기죠. 우리 사회의 '붉은 여왕'에 대해서는 따로 정리해 포스팅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13. ssn688 2008/10/07 11: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나라당의 뿌리는 5공 민정당으로 간주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까지의 한나라당이란 정당은 토리만큼이나 성공적으로 진화/생존한 듯이 보입니다. [ 물론 정당의 국가에 대한 공헌도는 논외고요. :) ] 개인적으론 2MB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것이 "잃어버린 10년"보다 더 큰 시련(or 패착)이 될지 모른다는 망상이 떠오르는데 다음 고비에선 어떻게 살아남을지... :)

    • 폴라곰  2008/10/07 16:09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동안의 압축 성장 속에서 당은 그렇다고 쳐도 국민들의 의식은 오히려 퇴보한 듯한 느낌을 받아서 가끔 답답합니다. 등치는 커졌고 손엔 제법 날 잘드는 칼도 들었는데 턱받이를 차고 앉아서 사탕주는 사람 말이나 듣고 있는 듯 해서요. 제도적으로 수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p.s : 자꾸 EA의 명작 게임 <688 Attack Sub>가 생각나는군요. 그러고보니 올해로 이 게임은 20살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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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를 맞아 처칠의 리더십에 관한 책을 돌렸다는 MB, 그 생뚱맞음을 지적한 글에 일화 님께서 이런 댓글을 달아 주셨다:

막간의

이 댓글을 보고 즉각 떠오른 책이 있었으니…… 이 기사를 상기해보자.

이 당선인은 이번 명절을 두 권의 책과 함께 보냈다고 한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의 <마인드 세트>(Mind Set)와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의 <통찰과 포용>(Leading Mind)이다. <메가트렌드>라는 저서로 유명한 나이스비트의 <마인드 세트>는 앞으로 50년을 예측한 저서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책이다. <통찰과 포용>은 정치, 경영, 교육, 군대, 예술, 종교 등 여러 분야에서 이름을 떨친 리더들의 이야기와 비전을 담은 책이다. 미국의 마틴 루터 킹 목사,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 등의 리더십을 담고 있다.
"이명박 '설 연휴 정국구상' 내각·청와대 인선틀 짠듯." (2008. 2. 9.). 『한겨레신문』.

Howard Gardner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는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 이론으로 널리 알려진 유명한 교육심리학자이다. 가드너는 그의 이론을 발전시켜오며, 1990년대 무렵부터는 교육과 HR 분야에의 응용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기사에서 언급된 『Leading Minds』는 1995년에 발간된 책으로서, 1993년에 출간된 『Creating Minds (국역판: 열정과 기질)』에서 파헤친 창조성의 실마리를 이어받아 보다 광범위한 '리더십'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 책은 가드너의 본격적인 HR 관련 연작들 중에서 비교적 앞쪽을 차지하고 미국에서도 꽤나 반향을 던진 책인데, 우리나라에는 10년이 지나서야 나왔으니 좀 늦은 감이 있긴 하다.

서평을 길게 쓰기는 그러하니, 이 책의 중요한 내용만 살짝 짚어보자. 이 책에서 저자 가드너는 리더십의 핵심을 "이야기(story)"를 구성하고, 이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능력으로 풀어가고 있다. 여기서의 "이야기"는 흔히 생각하는 언변보다 훨씬 넓은 의미의 메시지를 의미한다. 학자의 이론과 사상, 예술가의 감성과 형식 등도 모두 이야기에 해당된다. 위대한 리더는 이러한 자신의 독특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파급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가드너는 오펜하이머 같은 물리학자, 슬론 같은 경영자, 마셜 같은 군인, 교황 요한23세 같은 종교인도 각 분야에서 진중한 이야기를 전파한 위대한 리더들로 꼽고 있다. 이러한 각 분야에서 탁월한 11명의 리더와 그들의 리더십을 분석했으며, (홈지기에게 흥미롭게도)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각국의 지도자 10인들의 리더십도 별도의 장을 할애해 분석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리더십 책과 달리, 가드너는 단순한 표층의 미디어나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논하는데 그치지 않고, 청중/독자들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인지적 과정까지 비중있게 다뤘다는 데 큰 차별점이 있다. 홈지기가 특히 인상적으로 읽었던 부분은, 탁월한 리더는 청중/독자들마다 지니고 있는 "counter-story"와 "unschooled mind"를 이해하고 다루는 데에도 큰 능력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살아오면서 자신만의 세계관과 이야기를 갖게 마련이다. 각자 다른 사람의 말을 듣더라도 항상 이러한 자신의 이야기에 맞춰 이해하고 판단하려는 습성이 있다. 따라서 이와 다른 내용의 이야기를 접했을 때,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counter-story"를 표출하고 저항하기 마련이다. 탁월한 리더는 이러한 청중의 성향을 잘 이해하고, 본질을 살리면서도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또한 감성과 이성을 잘 조화시켜, 체계적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저항하는 상대의 마음("unschooled mind") 속으로까지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꽂는 표현 능력을 갖고 있다.

가드너는 이를 토대로 미래 리더십의 핵심적 요소를 여섯 가지 상수 — 이야기(story), 청중(audience), 조직화(organization), 구체화(embodiment), 직접 리더십과 간접 리더십의 선택, 리더십 패러독스 — 로 묶어 제시했다. 리더십에 대한 체계적인 지적으로서,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은 부분이기도 하다. 아마 MB에게 이 책을 추천한 사람도 이러한 리더십의 다양한 덕목을 새겨 원만한 국정을 펴라는 바램을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 이 책을 읽었다는 2월 이후 6개월 여의 행보가 그러했던가? 가드너가 제시하는 탁월한 리더의 자질을 놓고 MB를 평가한다면, 일부 부합하는 부분이 있기는 해도 많은 결함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위대한 리더 왕회장의 복심에 따라 근면, 성실하며 기민하게 행동하는 능력은 출중했는지 모르겠으나, 그 스스로 다른 사람의 "unschooled mind"와 "counter-story"를 헤아리며, 이를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은 꽤나 부족했다. MB가 차분한 독서와 사색을 통해 큰 이야기를 구성하고, 이를 구체화하여 전달하기 위한 정교한 계획을 짜는 모습은 영 어색하지 않은가.1 『Leading Minds』를 읽고 얼마나 그런 결점을 보완하려고 작심했는지는 몰라도, 최소한 지금까지는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역시 그런 능력은 책 한 권으로 이해하고 쫓아 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니 이번 여름 휴가에 읽겠다는 독서 계획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도 어렵지만, 더 부정적으로 퇴락하리라고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글을 맺기 전에, 이 책에 얽힌 뒷얘기나 마저 살짝 하자. 가드너의 좋은 책을 번역해놓고도 기대만큼의 매출을 올리지 못했던 모 출판사는 대통령 추천도서(?)의 호재를 업고 대박의 꿈에 부풀었었나 보다. 어려운 출판시장에서 이만한 호재가 그리 자주 오는 것은 아니니깐 말이다. 그러나 이후 민심이 흉흉해지니 어디 대통령을 내세운 적극적 마케팅에 나설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우여곡절 끝에……(중간 생략)…… 홈지기는 『Leading Minds』의 번역판을 공짜로 증정받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또한 MB의 은덕이라면 은덕이 아니겠는가. 여하간 지난 번 『We Shall Not Fail』에 비해 이 책은 훨씬 유익한 책임이 분명하다. 그러니 행여나 접해보실 기회가 있으신 독자 분들이라면, 앞서 읽은 사람의 그늘 때문에 일부러 피해가시지는 말길 권해드린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Notes.
  1. 신동아 최근 호에는 MB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하여 함께 현대건설에 몸 담았던 이상백 전 벡텔 부사장의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다. 여기서 그는 '이명박 신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그분은 다른 직원이 도저히 따라 할 수 없을 정도의 근면 성실, 이 한 가지로 정주영 회장의 신임을 받은 거예요…… 현대건설에 '이명박 신화'는 없었어요. 이 대통령이나 내가 입사할 때 이미 현대건설은 국내 5대 건설사였습니다. 현대건설의 성장은 전적으로 사주인 정주영 회장의 덕으로 봐야 해요. 모든 아이디어, 전략, 결단은 정 회장에게서 나왔죠. 오너가 모든 걸 결정하는 것은 전세계 기업이 마찬가지입니다. 그 외의 사람은 스태프에 불과해요. 정 회장이 현대건설의 리더십 그 자체였고 이 대통령은 스태프 중의 수장이었다고 할 수 있죠."
2008/07/28 15:30 2008/07/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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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성민 2008/07/28 18: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꽤 재미있을 것 같네요. 읽어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7/29 09:15  댓글주소  수정/삭제

      참고로 가드너의 책은 『Creating Minds』, 『Leading Minds』, 『Changing Minds』가 모두 번역되어 있으니, 이들을 세트로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근래에 나온 『Five Minds for the Future』도 어서 번역되어 나오기를 바랍니다.

  2. 폴라곰  2008/07/28 2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워드 가드너의 사진을 보니 왠지 괴벨스 생각이...

    • Periskop 홈지기  2008/07/29 09: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머리 숱이 더 없으면 그렇게도 보이겠네요.^^ 댓글 보고 처음에는 괴벨스도 사시(斜視)였나 의아해했었습니다.

    • 폴라곰  2008/07/29 09:27  댓글주소  수정/삭제

      외모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파급"도 괴벨스식 대중선동과 양상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광선검이 루크의 손에 들려 있는 것과 다스베이더의 손에 들려있는 차이 아닐까요? 어떤 기준으로 전자와 후자를 구별해내야 할까요?

    • Periskop 홈지기  2008/07/29 09: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말씀하신 내용(!)도 가드너의 책에 중요하게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 히틀러와 나찌의 재능도 어느 편에 섰느냐는 차이일뿐 본질적인 면에서는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지요. 날림 요약만 보고서 책의 중요한 내용까지 유추하시다니 대단하십니다.^^

    • 폴라곰  2008/07/29 09:56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니 부끄럽게시리. :]

  3. 억천만 2008/07/28 2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han rss 탑 포스팅에 떠버리셔서,
    예전 광우병 관련 글처럼 사람들이 몰려올까봐 우려되네요 ^^;

    • Periskop 홈지기 2008/07/29 09:2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이런 글이 HanRSS 탑에 올라왔다니…… 많이 방문해주시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만 선정기준이 뭔지는 헷갈리는군요. --a 여하튼 감사합니다.^^

  4. 獨步 2008/07/28 2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흔히 하는 말로 같은 물도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고 독사가 마시면 맹독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웃음). 대한민국 사회가 그 자체로는 선도 악도 아니라는, '가치중립'의 의미에 대해서 좀더 진지하게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7/29 0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현상에 도덕적 가치를 낙인찍음을 주의해야한다는 지적, 훌륭하십니다. 저는 직장에 들어오니까 다루는 주제마다 규범적 논의를 피해갈 수 없어서 곤욕을 치룰 때가 종종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여 논의를 전개해도 마지막 선택지에 다다라서는 결국 규범이 개입할 수밖에 없더군요.=_=

  5. 위대한행운아 2008/07/29 06: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식으로 얻는 획득과 시행착오와 같은 경험으로 얻는 획득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니면 이분처럼 특정분야나 특정현상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능력을 가진 현인이라면 모르겠지만... 인간의 심리를 읽고 거기에 따른 처방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체계를 정립하고 하는 문제는 결코 책 한두권 읽었다고 바로 실행될수 있는것이 아닙니다. 훌륭한 지도자가 대중을 어떻게 설득하고 리드하는지에 대한 초점을 맞추어 책을 추천해주셨지만 이명박 대통령께 권해드려야할 책은 오히려 남을 어떻게 설득하고 리드해야 할것인가에 대한 내용보다는 다양한 남의 의견을 어떻게 자신의 생각으로 녹아들게 할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명박대통령은 말하기능력보다는 오히려 듣기능력에 문제가 많은 분입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7/29 0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은 지적이십니다. 그리고 사실 자의적인 독서보다도, 관련 분야의 유능한 전문가를 참모로 발탁하여 밀착 진단 및 교정 처방을 받아보는 것이 훨씬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영부인의 중요한 역할이 바로 이런 부분(적당한 쓴소리와 행동 교정)에 있기도 한데, 현재 영부인께서 그런 역할을 할만한 분인지는……??

  6. 일화 2008/07/28 2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썰렁한 댓글이 이런 주옥같은 글로 이어지다니... 이거야말로 타산지석의 실례가 아닌가 싶네요. 어쨋든 덕분에 또 훌륭한 분과 책을 알게 되었으니 기쁘네요.

  7. 길 잃은 어린양 2008/07/29 0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 그 양반은 읽었다고 말만 하고 읽었을 것 같지가 않습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7/29 09:46  댓글주소  수정/삭제

      ㅍㅍ 대통령처럼 높은 분들의 독서 스타일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지원부서에서 어떤 책이든 2~3페이지로 요약하여 먹기 좋게 올려드리기…… 어느 회합에 가서든 내가 그 책을 읽어봤다고 한 마디 거들 수 있도록 핵심 포인트 챙겨드리기가 중요하지요. 요즘은 그런 요약 리포트가 얼마나 올라가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獨步 2008/07/29 09:52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흔히 유행하는 '세 줄 요약'같은 것을 보좌관들에게 써달라고 한 다음 그거 흩어봤을(!) 수는 있겠죠(웃음).

      비즈니스 보고서 잘 쓰는 요령 등을 다룬 실용서를 보면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을 불필요한 주절주절로 보고 단도직입적으로 제안만 하는 보고서를 최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전제라는 것이 큰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는 CEO들은 이미 사실관계나 그로 인한 인과관계는 '다 알고 있으므로(!)'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 다 알고 있다는 것의 전제는 비슷한 제안을 여러 번 받기 때문으로 또 설명합니다.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하의 비즈니스 시스템의 유용성을 부정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번 언급되었다시피 다른 모든 시스템을 그러한 방식으로 뜯어고치는 것은 필요도 없고, 할 수도 없는 일일 것입니다.

    • 길 잃은 어린양 2008/07/29 1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채승병님 // 아하! 그런 멋진 방법이 있다는걸 간과했습니다.

      獨步님 // 저는 시간에 쫓길 때 서론, 본론 각 장의 결론, 책의 결론만 후다닥 읽고 나가서 책을 다 읽은척 합니다.;;;;;;

    • chrisx 2008/07/29 1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내가' 읽겠다고는 안했을 테니까요. ㅎㅎㅎ

      @한동안 뉴스 잘 못보고 지내느라 이젠 좀 삽질이 뜸해졌나 했는데, 요 며칠 한가한 새 여기저기 둘러보니 여전히 떡밥이 비가 되어 내리고 있군뇨. 정말 이것도 나름 재능이라면 재능.

    • 액시움 2008/07/30 15: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책 읽고 내용 요약하기도 매우 어려운 일인데, 그 보좌관 분이 대빵 자리에 더 적합할 것 같군요. -_-;

    • deutsch 2008/08/02 06:29  댓글주소  수정/삭제

      3줄은 좀 심한 거 같고, A4용지 1장 이내로 하루 내에 요약하지 못했다고, 모든 실정을 그 부하에게 돌릴 인간이 명박이죠

  8. comorin 2008/07/29 14: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가드너의 책을 요약이라도 읽었는지 궁금하네요. 아니면 요약한 보좌관이 정말 무능하단 생각이드네요. 자기 생각에는 MB에게 읽히면 좋은 책 같다는 생각을 했겠지만, 전혀 먹혀 보이지 않네요. 그리고 홈지기님이 말씀하셨듯이 MB는 가드너가 말하는 리더와 전혀 맞지도 않구요. MB는 말만 처칠 같은 사람을 떠벌리지만, 사실 하고 있는 모습은 처칠의 강적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는 것이 재미있네요. 처칠은 꼴초에다가 술도 즐겨마셨지만,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책도 많이 읽고 문장력이있었는데, 오히려 처칠의 강적의 사생활은 깔끔 엄격 그자체 아니였나요? ^^

    • Periskop 홈지기 2008/07/30 18:09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지요.^^ 훨씬 절제된 채식주의자의 풍모가 어디 가겠습니까. 다만 둘 다 여색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는게 놀랍다고들 하지요.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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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전 글에서 홈지기는 "때로는 역사적 사실보다도 다른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역사관을 들여다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썼다. 특히 우리 사회 핵심 행위자인 대통령의 역사관은 달리 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에는 그가 "링컨"을 역할 모델로 삼았다는 사실로부터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듯이 말이다. 홈지기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동 일단을 링컨의 행적을 통해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했던 바 있다. (⇒ 참고: 링컨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노 대통령)

근현대의 대통령 중에서 또 유달리 역사를 좋아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했던 인물이 있었다 — 바로 리처드 닉슨이었다. 닉슨은 역사에 대한 식견을 매우 중시했으며, 역사에 대한 통찰이 현세를 헤쳐가는 길을 보여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는 수많은 국내외 지도자들에 대한 책을 읽고, 많은 고사를 메모하며 외웠다고 한다. 역사라면 역시 한 가닥 하는 키신저와 함께 깊이 있는 토론을 즐겨하기도 했다. 밤새 루덴도르프 공세의 전략적 성패 요인과, 한국전쟁에서의 맥아서의 실패 요인에 대해 논하던 닉슨과 키신저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덕후 기질이 느껴지신다고??) 닉슨의 전략적 통찰력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쉽게 무시해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리버럴 진영에서도 인정하듯이, 닉슨이야말로 진정한 실용적 보수주의를 추구할 능력이 있는 인물이었다.1

Nixon and Kissinger

우리 오늘 끝장 토론을 해 보지

그런 닉슨이었지만 오히려 이런 면이 나쁜 영향을 끼친 부분도 있었다. 그것은 그가 상황에 맞지 않는 위인을 역할 모델로 삼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역할 모델에 대한 닉슨의 탐구는 또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소지가 있었다. 누구보다 완벽하게 닉슨의 생각을 사로잡았던 인물이 바로 샤를 드골이었기 때문이다…… 드골의 영향은 분명히 바람직한 면이 있었다. 그는 닉슨이 스스로 갖추고 싶어했던 자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대인들의 사고를 넘어 먼 지평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던 것이다…… 또한 국민들이 삶에서 물질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기를 갈망한다는 사실을 눈뜨게 해주었다. 국민들이 보다 높은 목표를 갈망하고 있다면, 지도자는 자신을 초월할 수 있는 국민을 결집시킬 혁명적인 변화를 일궈낼 수 있으리라. 닉슨은 사적, 공적 자리에서 레지스탕스 시절 드골의 명언을 즐겨 인용했다. "위대하지 않은 프랑스는 프랑스가 아니다." 닉슨도 드골처럼 골수 민족주의자였으며, 그는 자신의 야망을 향해 미국의 힘을 하나로 결집시키고자 했다……

Nixon and de Gaulle

각하, 존경했습니다

그러나 드골과 같은 유럽의 지도자를 모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성을 갖고 있었다. 그런 모방 자체는 경박한 것이었고, 닉슨을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닉슨이 자기 우상의 통치 스타일을 그대로 모방하려고 했다는 데 있었다. 드골은 병적으로 남들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종종 남의 말은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루이 14세는 "짐이 곧 국가로다(L'État, c'est moi)"라는 말을 했다지만, 드골도 그와 똑같은 말을 하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그는 국민의 목소리를 얘기했지만, 국민과 함께 하는 데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고, 더구나 정치인들이나 언론인 할 것 없이 누구에 대해서도 그다지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전제적이고 오만했다. 수 세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프랑스의 전통이 없었다면, 근대의 나폴레옹에 의해 새롭게 부활했던 프랑스의 전통이 없었다면, 그의 통치 스타일은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드골과 같은 정치인이 영국이나 혹은 미국의 토양에서 오랫동안 살아남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그는 민주적인 자질을 결여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불행한 일이지만, 드골을 모방하려는 노력은 닉슨의 가장 부정적인 본능을 강화시켰다. 이미 얘기했듯이, 그는 선천적으로 외롭고 수줍음이 많았으며, 아무리 큰 결정도 혼자 내리는 것을 좋아했다. 기껏해야 키신저 같은 파트너와 상의를 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는 소란스러운 정치를 즐기지 않았으며, 민주주의적인 리더십의 기술과는 본능적으로 거리가 멀었다…… 대통령으로서 닉슨은 역사에서 확실히 많은 것을 얻었다. 그렇지만 드골보다 테오도어 루즈벨트나 윌슨, 아이젠하워처럼 최고의 미국 민주주의 전통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들을 모델로 삼았더라면, 그는 훨씬 나은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른다.2

홈지기는 오늘 MB가 청와대 참모들에게 책을 한 권씩 돌렸다는 이야기를 보았다:

처칠 평전(『We Shall Not Fail』)이라…… 이제껏 MB는 무슨 역사의식이 있는지 알기 힘든 인물이었다. 그런 MB가 대뜸 처칠의 리더십을 배우자고 나섰다. 그것도 정통적으로 처칠을 파헤친 깊이 있는 책이 아니라, 전형적인 비지니스 리더십 스타일로 요리된 책을 두고서 말이다. 맹형규 수석과 박형준 비서관이 추천했다고 하니 냉큼 듣고 솔깃했던 모양인데, 어찌 보면 참 얕은 역사의식을 드러내는 단면인 것 같아 씁쓸하다. MB는 단순히 이런 연설을 쫓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본인은 피와 노고, 눈물과 땀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 우리 앞에는 가장 혹독한 시련이 놓여 있습니다. 우리 앞에는 투쟁과 고통으로 보낼 많은, 많은 날들이 놓여 있습니다. (1940년 5월 13일 하원연설)

우리는 끝까지 갈 것입니다, 우리는 프랑스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바다와 대양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커가는 자신감과 힘을 갖고 하늘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땅을 지킬 것입니다, 그 댓가가 얼마가 되건, 우리는 해안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상륙 지점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들과 거리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언덕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1940년 6월 4일 하원연설)

하지만 '왜 지금 하필 처칠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깊은 고민이 과연 있기나 했을까. 촛불시위가 독일군의 런던 폭격("The Blitz")인 것처럼 받아들이기라도 한단 말인가. 또 MB에게 과연 처칠에게 배울만한 리더십이 결여되어 있어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걸 넘어서, 청와대 비서진한테 책을 돌려가면서 처칠의 리더십을 상기시키는 것이 오늘날의 꼬이고 꼬인 난국을 풀어가는데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일까. 나는 몹시 부정적이다. 처칠이 과단성이 뛰어난 인물이었지만, 동시에 얼마나 결점이 많았는 지도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저 얄팍한 책에 열광해서 무얼 도대체 얻겠는가?  더군다나 처칠이 어디 만만한 인물이던가. 최소한 그는 탁월한 입담과 유려한 글 솜씨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법을 알았고, 나름의 정치력이 켜켜이 쌓인 인물이었다. MB가 그런 덕성을 단숨에 쫓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위인의 모습을 얕은 인식으로 흉내내려 들지 말고,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맞게 민주주의적 리더십을 익히고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이다.

Churchill

이걸 바랬겠지만……

Bush

이 분이 느껴지는군요.

처칠을 어설프게 숭배하는 이들이 수많은 함정에 빠져 세계를 허우적거리게 만들고 있다(⇒ 참고: 보수논객 뷰캐넌의 필봉은 여전하다). 이제 MB도 그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된다. 닉슨은 역사를 너무 많이 알면서 드골에 빠져 자신을 망쳤다지만, 역사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처칠에 빠져드는 우리의 대통령은 더더욱 위태롭게 보인다. 그저 저 실리아 샌디스의 책에서 하나라도 제대로 배웠으면 하는 바램이다 — '현명한 리더는 취미를 즐기거나 기쁨을 가져다주는 업무 외의 다른 것도 추구한다.'3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Notes.
  1. 이에 대해서는 국내에 최근 번역된 폴 크루그먼의 『The Conscience of a Liberal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도 언급을 하고 있다
  2. 데이비드 거겐. 『CEO 대통령의 7가지 리더십』 (pp. 50-58). 서울: 스테디북.
  3. 처칠은 그림 그리기를 매우 즐겨했다. 이 말이 단순히 골프나 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건전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라는 말임은 다들 아실 것이다.
2008/07/23 14:30 2008/07/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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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함부르거  2008/07/23 17: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어린 시절에는 처칠을 존경했는데 알면 알수록 따라가서는 안될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되더군요. 그래도 그는 흥분한 노동자 군중의 면전에서 시가를 빼물고 당당히 나설 정도로 배짱과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 아니었습니까?

    MB가 그런 걸 따라 할 수 있을 리 만무하고, 황새 쫓아가는 뱁새 꼴 날 것 같습니다. 어쩌자고 이런 천박한 인간을 대통령으로 뽑았는지......

    • Periskop 홈지기  2008/07/24 15:58  댓글주소  수정/삭제

      처칠은 워낙 다양한 모습을 내재한 인물이라 파헤치며 즐기기엔 좋지만, 말씀하신대로 뭘 특별히 따라하기엔 곤란한 인물인 것 같습니다. 들어주신 일화처럼 배짱과 카리스마도 있었지만, 한 켠에서는 눈물도 자주 흘리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는 몹시 당황스럽더군요. 그나저나 MB에 대해서는 역시 견적이 안 나옵니다.^^

  2. 후훗 2008/07/23 18: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분석대상의 수준을 너무 높이 파악하신 거 아닐지...
    그냥 전쟁에 <승리>한 국가지도자들 중에서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적 경제정책을 도입한 사람,
    공산군에게 패배한 사람, <좌파>가 본받으라 읊어대는 나라의 지도자
    (이상, 어디까지나 MB 보시기에 그렇단 말이죠)
    이렇게 빼고 나면 처칠밖에 없죠...

    • Periskop 홈지기 2008/07/24 15:59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런 직선적인 필터링 규칙이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MB가 역사적 식견이 더 있었으면 더 좋은 전범을 찾을 수 있었겠죠.

  3. 양성민 2008/07/23 18: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명한 리더는 취미를 즐기거나 기쁨을 가져다주는 업무 외의 다른 것도 추구한다.'라는 말이 멋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4. 훗훗훗 2008/07/23 19: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칠 평전 돌렸다길래 존 렘스덴의 책인줄 알았더니 저런 상업서를......

    하긴 MB 수준이 그렇지... -_-;

  5. 길 잃은 어린양 2008/07/23 19: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나 저러나 각하께서 저 가벼운 책에서 뭔가 거창한 것을 이끌어내려는건 아닐까 걱정입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7/24 16:02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게나 말입니다, 각하의 머리 속에는 엘알라메인 전투가 아른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럼 몬티 역으로 누구를 내세울까요?

  6. 흐흥 2008/07/23 22: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골도 허걱했는데 처칠이라니.. orz
    하긴 전시의 이명박이라면 지금보단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 Periskop 홈지기 2008/07/24 16:04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신이 난세에 태어났으면 더 멋있게 활약했을텐데……라는 지도자 분들이 꼭 계시지요. 현대건설 현장을 누비던 야전사령관의 꿈과 사뭇 다른 대통령 직에 통분하고 있을 겁니다.

  7. 일화 2008/07/23 23: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걱정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이제까지 보여준 모습을 볼때 큰 걱정이 안들기는 하네요. 뭔가를 읽고 영향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되질 않으니...

  8. 폴라곰  2008/07/24 01: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B가 박정희나 처칠을 자신에게 투영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70년대의 '통치 낭만주의'에 빠져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선거 당시 자신의 정체성으로 밝혔던 '경제 견인 성장'의 코드는 분명히 이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문제는 박정희나 처칠 당시의 시대적 특질을 지금 시점에서 찾아내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당시에는 국가 목적 달성에 전제되는 피아식별이 분명했으며 사회 공동체 내에 '주적'에 대한 전사적 긴급상황이라는 공동 이해가 도출되어 있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내외적으로 피아식별이 모호해지고 여러가지 불만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니 소위 '칼 든 영웅'이 활동하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파 정권 10년의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낼 영웅 이명박'의 모습이 경선 때 '누가 나에게 돌을 던지랴'부터 이번 처칠 평전까지 지속되고 있는 듯 합니다. 씁쓸 그 자체네요.


    참고로 저는 앤드류 로버츠의 <히틀러와 처칠, 리더십의 비밀(Hitler & Churchil: Secrets of Leadership)>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울러 MB도 꼭 이 책을 읽고 히틀러에게서 뭔가 배웠으면 합니다. 다른 사람보단 닮은 사람에게서 더욱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 Periskop 홈지기  2008/07/24 16:12  댓글주소  수정/삭제

      써주신 바에 공감합니다. 시대 흐름 속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적절히 적응해가야 할텐데, 아무래도 머리가 굳어지면 자기가 변화하려고 하기 보다는 시대가 나를 따라 잡아주길(?) 기대하는 심리가 강해지죠. 처칠도 1930년대에는 정말 많은 욕을 먹고 인기도 지지리 없었던 것을 상기하면서, MB도 그런 식으로 갑자기 자신에게 유리한 호기가 다시 찾아오길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너무 지나친 해석일까요?)

    • 폴라곰  2008/07/27 1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신에게 유리한 호기가 있는데 그걸 '저놈들이' 막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듯 합니다.

      문제는 '저놈들이'의 실체가 자기 자신이라는 건데 언제쯤 거울을 들여다 볼지 모르겠습니다. 이리저리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주변에서도 다 손 놨다는 얘기가.. --;

  9. 승병님의 오랜 팬 2008/07/24 0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흐음.. 승병님은 자연과학을 전공하셔서 그런가요?
    어떤 대상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무척이나 신중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MB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물론 저는 그 판단에 항상 공감하지만요. ^^;;)

    MB는 현상황을 그저 영웅설화의 시련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저는 봅니다.

    그러니 처칠이 얼마나 매력적이겠습니까. 전유럽을 석권한 히틀러에
    굴복하지 않고, 영국을 지켜내고 궁극적으로 승리를 거둔 윈스턴 처칠수상.

    그야말로 MB취향에 딱인 겁니다. 실제 처칠의 진실같은건 전혀
    알 바 아니고요.(아직도 '읍니다'를 고수하는걸 보면 책이나 글과는
    담쌓은 사람이란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냉정히 말해 청와대 직원들한테
    돌린 저 책도 끝까지 읽지 않았을 거라는데 만원 걸겠습니다. ^^)

    얼마전에 승병님이 시티노 교수의 책을 소개한 적이 있잖아요.
    저는 그 책을 보면서 MB가 오버랩되더군요.
    그 사람은 60이 훌쩍 넘도록 밀어부치기 식으로만 살아왔으니
    그 프레임을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파열음을 내다가 예전에도 썼다시피
    결국 한나라당의원들한테도 버림받을거라 봅니다.

    아웅~ 쓰고 싶은 말은 많은데 졸려서 이만 자야겠습니다.
    타임라이프 2대전사랑 몇몇 책과 디시 2대전갤러리 글이나 읽은 제게
    승병님이나 다스라이히님, 어린양님, 윤민혁님 등 대인배들의 신선놀음같은
    토론을 보면서 그저 굽신굽신하기만 했는데 어째 MB관련해서만 덧글을 달게
    되네요. 이러고 싶지 않은데.. ㅡ.,ㅡ;;
    참고로 독소전쟁사는 정말 감동하면서 봤답니다. ㅠ_ㅠ
    디시 표현을 쓰면 우왕ㅋ굳ㅋ이었죠. ^^;;

    • Periskop 홈지기 2008/07/24 16: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말씀 잘 들었습니다. 역시 남의 심리를 해석하는 것은 논리보다 정말 "블링크!"가 필요할 때도 종종 있는 법이라……^^ 저는 본능적 감지에 좀 약하다보니 주절주절 자꾸 줏어담아 분석하게 되더군요.

  10. 김동운 2008/07/24 08: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드골이나 테오도어 루즈벨트나 윌슨, 아이젠하워처럼" --> "그렇지만 드골보다 테오도어 루즈벨트나 윌슨, 아이젠하워처럼"가 더 문맥상 적당한 것 같습니다.

    - SBC 방송중 승병님의 오랜 팬으로부터 -

  11. 빛둥 2008/07/24 10: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신문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책을 8권이나 쓴 분입니다. 또,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기자와의 간담회에서 "이 사람아, 독서는 생활이지~"라는 감동적인 말씀을 하신 분입니다.

    또한, 바뀐 지 20년이 지나도록 "~습니다"대신 "~읍니다"를 고수하는 분이시고, 조지훈의 '승무'에도 나오는 단어 '고이'에 강세를 넣어 '고히'로 쓰시는 분입니다.

    이처럼 박학다식하신 분이라면, 저정도 책은 책표지만으로도 내용을 꿰뚫으셨을 겁니다. 처칠의 연설이요? 그야 이미 다 머리 속에 들어있는 분이지요.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능력'을 가진 분들도 가끔 만납니다. "내가 저런 분 밑에서 일을 하면 어떤 기분일까?"하는 생각도 들지요. 예, 저는 이미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 단계를 넘었지요.

  12. umberto 2008/07/27 22: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을 읽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소리하기 뭐하지만, 데이비드 거겐의 프랑스 정치사나 드골에 관한 악평은 왠지 앵글로색슨의 프랑스 비하론 같은 느낌이;;;;;;;;;;

    그냥 정치풍토가 다르니 엉뚱한 대상을 골랐다 정도로도 충분히 전달을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 Periskop 홈지기 2008/07/29 09:59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런 뉘앙스가 있기는 합니다만, 저에게도 드골은 도통 이해가 안 되는 괴악한 점들이 많이 느껴져서 그런지 공감이 가더군요.

  13. 댕글댕글파파 2008/08/03 21: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보고갑니다. 이정환님 덕분에 멋진 블로그 하나 알았네요^^ 종종 놀러 오겠습니다.

  14. 아이리엔 2009/01/24 09: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B의 천박한 역사인식에 대해서는 서울시장 시절 때부터 새삼 놀랄게 없지만 처칠에 대한 이야기는 새롭네요^^: 좋은 글 잘 보다가 갑니다^^

  15. newrun 2009/01/24 22: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발키리때문에 홈지기님의 글들을 읽게 되었는데 더 좋은 글들이 훨씬 많네요. 처칠은 마치 정치를 위해 태어난 인물 아닐까 싶습니다. 평전보다 어린시절 읽었던 위인전에서 기억나는 처칠의 모습 몇가지만 기억해보더라두요.

    정치가 삶이자 취미이자 목표이자 수단이었죠

  16. Crete 2009/03/05 1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글과 또 다른 MB 관련 책 포스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한번 글을 준비해 봤습니다.

    지도자의 성공조건: MB의 1년 회고
    http://crete.pe.kr/9145

  17. 그렇네요 2009/03/07 23: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칠이라.. 곤란하게 됐군요. 평화시에 처칠은 두드러지지 못한 정치가였다고 생각하는데,
    (그보다 처칠은 종군을 했쟎아!)
    처칠처럼, 어지간히 "고집"을 부릴 모양인가 봅니다. >_<

[로그인][오픈아이디란?]

순명大帝께서 상국의 폐주 닉슨의 선례를 들어 박노자의 언설에 대해 일침을 날려 주셨다. 홈지기는 이 글을 보니 문득 몇 년 전에 정치경제학에서 인기를 끈 유명한 효과가 생각났다 — 바로 "Nixon goes to China" 효과라 불리는 것이다.

이 효과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경제학자인 마리아노 토마시(Mariano Tommasi)의 논문에서 비롯되었다. 경제학계의 권위 있는 저널 중의 하나인 American Economic Review에 1998년에 실린 논문 "When Does it Take a Nixon to Go to China?"에 나온 이야기이다. 원문을 읽기 전에 무슨 내용인지 감을 잡아보자.

순명大帝의 글에도 나와 있듯이 닉슨은 집권 이전인 1950~60년대에 걸쳐 전형적인 반공투사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집권한 1970년대에는 동서 데탕트의 문을 열어 젖혀 중국 방문이라는 빅 이벤트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이런 예는 닉슨과 키신저가 유별난게 아니다:

  • 페론주의자로 알려졌던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메넴,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볼리비아의 포퓰리스트 파즈 에스텐소로 모두 예상과 달리 친 시장적 경제개혁을 추진했다.
  • 프랑스에서도 1980년대 초, 사회당 미테랑 정권 하에서 일부 민영화가 추진되고, 물가 안정 중심으로 경제 정책이 선회했다.
  • 이스라엘에서도 1970년대 말, 매파로 꼽히던 베긴 총리가 오랜 반대 끝에 시나이 반도를 이집트에 반환하는 조치를 취했다.
  • 상대 파트너였던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도 이스라엘에 대한 효과적인 군사행동(욤 키푸르 전쟁)을 벌여 명성을 떨친 바 있다.
  • ……

이런 수많은 사례들은 정당의 정강 및 노선과 정책이 일치하고, 이럴 때 가장 큰 추진력을 얻는다는 이상주의적인 생각과 배치된다. 오히려 중대한 변화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정당(또는 정치인)에 의해 추진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확인된다. 윌리엄슨의 연구1에 의하면 시장 친화적 개혁을 했다는 13개 국가의 사례를 조사해보니, 정작 우파에 의해 이런 개혁이 이뤄진 경우는 3건에 불과했다 — 그리고 그 중 2건은 독재 정권(칠레와 한국)에 의해 이뤄진 것이었다.2 정상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가진 나라에서는 이런 중대한 "정책 반전"이 결코 이상한 현상이 아니었다. 즉,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주변부 2류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었던 셈이다.

Menachem Begin

나는 왼쪽으로

Paz Estenssoro

나는 오른쪽으로

Carlos Menem

나는 아내쪽으로

그렇다면 이 현상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토마시의 설명의 개요를 알기 위해 논문 초록까지 읽어보실 분들은 아래 숨겨진 내용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토마시 논문 초록 펼치기

토마시는 정치경제학자 답게 이를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원인을 찾았다. 우선 많은 경우 정책 당국자들은 정책 반전이 국익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더 나은 정보를 갖고 있으나, 이를 자기 정당 지지자들이나 다른 시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정책 하나만 뚝 떼어놓고 그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다. 같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그걸 실행하는 주체가 어떤 사람이냐는 점을 함께 고려하여, 즉 정책 입안자와 정책을 쌍으로 놓고 찬반 의견을 결정한다. 닉슨이 중국 방문을 전격적으로 성사시켰을 때, 미국의 여론은 그나마 저항이 덜한 편이었다 — 물론 좌파들은 "정치적 개종"이라 조롱하고, 일부 우파들은 "배신"이라고 분노했지만 말이다. 이것은 닉슨같은 골수 반공투사가 공산주의자들과 화해를 추진한다면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설사 잘못 되더라도 나라를 공산주의자들에게 팔아 먹는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에 민주당의 허버트 험프리가 집권하여 이런 정책을 시행했으면 공산주의자와의 결탁이라고 훨씬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을 것이다. 이렇게 정책 입안자가 기존에 구축한 신뢰를 바탕으로, 반대 정파라면 불가능했을 과감한 정책 반전을 이뤄내는 것이 바로 "닉슨 중국에 가다(Nixon goes to China)" 효과이다.

Nixon in China

역시 역사는 나를 재평가하기 시작했어!

지난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한미 FTA도 어땠는가?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했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이 추진했기 때문에 그나마 비난이 그 정도였던 것은 아닐까? 아시다시피 수많은 노무현 지지자들은 연이은 이런 돌발정책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우왕좌왕했다. 일부는 반노로 돌아서기도 했으나, 또 그래도 많은 수의 지지자들은 '노짱이 하시는 일인데……'라며 온갖 인지부조화를 극복하고자 갖가지 눈물 겨운 논리를 짜내지 않았던가? 이회창이 한미 FTA를 추진했더라면 당장 거리로 나섰을 사람들까지 말이다. (이명박에게는 지금 그런 정도의 우군도 변변히 없는 것 같아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는 "닉슨 중국에 가다" 효과와 더불어 "노짱 FTA 추진하시다"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도 좋지 않나 싶다.3

물론 이런 현상이 아주 "빈번한" 일이라고는 볼 수 없다.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일반적인 사안에 있어서는 정당이 추구해오던 방향을 따라 순항하는 것이 대체로 올바른 일이기도 하다. 이것은 인류가 역사 속에서 파괴적 부작용 없이 점진적인 변화를 쌓아가는 과정으로서 진화시켜온 체계이다. 그러나 내생적이건 외생적이건 중대한 환경 변화에 따라 급격한 방향 전환이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며, 이는 뭔가 "잘못된" 듯 보이는 바탕에서 튀어나오고는 한다. 하지만 긴 역사에서 보면 그것은 반드시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럴 법도 한" 것일 뿐이다. 때로는 그런 반전이 파탄으로 귀결되기도 하지만, 닉슨이 냉전 해체의 초석을 닦았다고 평가되듯이 역사에 길이 남는 업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여하튼 세상에는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상식과 반한 역사도 많이 있었고, 그 나름의 이유도 있었다. 한국도 국민의 반대를 찍어 누를 수 있는 독재체제에서 탈피했고, 국가적 지향점에 대한 논의는 혼란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출현할 여러 정권에서 다른 형태의 정책 반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분명 기존의 반대파는 조소를 퍼부을 것이고, 기존의 지지자는 배신자라고 돌을 던져댈 것이다. 그럴 때 상기하시라, 그것이 꼭 후진성의 증거는 아니라는 점을, "닉슨 중국에 가다" 효과의 틀에서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그게 "잘못된" 것이라고 길길이 날뛰며 바로 잡겠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폐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Notes.
  1. Williamson, J. and Haggard, S. "The Political Conditions for Economic Reform." in Williamson, J. (ed.) The Political Economy of Policy Reform. Washington, DC: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1994, pp. 527-536.
  2. 이건 물론 십수 년 전 연구 결과이니, 오늘날 개정한다면 DJ 정부나 노무현 정부의 친 시장적 정책도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3. 오해는 마시라, 홈지기는 노통을 (인간적인 이유는 절대 아니고 정파적 이유에서) 아주 소극적으로 지지했고 한미 FTA는 찬성한다.
2008/06/25 10:00 2008/06/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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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성민 2008/06/25 1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 Crete 2008/06/25 14: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채승병님 글에 특별히 딴지를 걸어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독소전 관련해서야 워낙 각종 자료와 객관적 해석에 더해 인품이 묻어 나오는 글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니까요. 또한 시사 관련 글 역시 대개의 경우 조급함이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와 거리를 두고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비교적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글의 전개를 통해 폭 넓은 독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시는 글 쓰기를 보여 주셨으니 그 또한 높이 사고 있다는 고백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글은… 그런데…

    일단 스타트는 박노자님이 끊으셨고 홍순명님께서 추임새를 넣으신 것까지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과연 홍순명님의 글이 박노자님의 글에 ‘일침’을 날리신 글인지는 차치하고… 오늘 채승병님 글의 말미에 언급하신 ‘노무현 지지자’들에 대한 언급에 고개를 갸우뚱했다는 말씀을 드리게 됩니다.

    (1)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우왕좌왕
    (2) 인지부조화를 극복하고자 갖가지 눈물 겨운 논리를 짜내지 않았던가?

    쩝….

    소위 ‘노무현 지지자’들의 경제적인 입장이야 천차만별이고 한미 FTA에 대한 견해 역시 각기 주어진 입장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이 오히려 당연할 것 같은데… ‘노무현 지지자’들이 무슨 개인 숭배의 종교 집단도 아니고 특정 정책의 해석을 위해 우왕좌왕할 일은 무엇이며 또한 인지부조화를 겪을 일은 무엇일까요? 게다가 특별히 자신의 입장과 상반된 논리를 ‘짜낼’ 필요까지 있을지.

    작년 1월에 제가 서프에서 한 분과 한미 FTA에 대한 토론 중에 써 올린 글이 있어 퍼 오겠습니다. 일단 2007년 1월 15일에 쓴 글이죠.

    “저는 비록 민노당 지지자는 아니지만 FTA에 한가지 궁금점이 있어서 출동님께 질문을 드립니다. 현재 정부쪽에서 FTA 추진의 이론적 근거로 삼고 있는 대외정책경제연구원(KIEP)의 작년 3월 보고서를 보면 한가지 의문점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과 FTA 체결시 우리나라의 수출은 단기적으로 50억 달러 정도 증가하는 반면에 수입은 80억 달러 증가라고 나옵니다. 결국 30억 달러 적자 요인이 발생하죠. 장기적으로는 수출 154억 증가, 수입 152억 증가로 변해서 2억 달러 정도 흑자가 나온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혜택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위의 자료는 우리나라의 전체 무역에 관한 이야기이고, 미국과의 무역 부분으로 촛점을 좁혀보면 이야기가 한층 달라지죠.

    즉 단기적으로는 미국에 수출이 54억 달러 증가, 수입은 96억 달러 증가로 나와, 42억 달러의 적자 요인이 발생합니다. 장기적으로도 수출은 99억 달러 증가에 불과한데 반해서 수입은 172억 달러 증가해서 결국 73억 달러의 적자가 생기게 되죠.

    물론 무역 수지 그 자체보다는 교역 규모의 증가에 촛점을 맞춘다면 여전히 긍정적인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언듯봐도 우리에게 그렇게 유리한 면이 많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현재 우리가 미국에 대해 수출하고 있는 품목중에서 높은 관세 때문에 물먹고 있는 분야는 철강 수출 하나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용 창출도 단기적으로는 8만5천명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장기적으로는 68만명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하지만 솔직히 구체적인 논리의 전개가 적어도 제게는 설득력이 많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저는 한미 FTA에 대해서는 선듯 손을 들어줄 판단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은 제가 인용한 KIEP의 작년 3월 보고서는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이론적 근거로 사용하는 강력한 자료이기는 하지만 저는 같은 자료에서 부정적인 면을 더 많이 보았습니다.

    출동님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다른 자료나 별도의 자료가 있으면,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서로 생각의 간격을 좁히는 토론 자체를 ‘우왕좌왕’ 이라고 표현하실 셈이신지요?

    제가 의문을 제기한 위 글에 당사자인 출동님은 ‘FTA- crete님 에게.....’라는 글로 본인의 생각을 보여 주셨고

    http://seoprise.com/board/view.php?uid=56796&table=global&mode=search&field=nic&s_que=%C3%E2%B5%BF&start=220

    그 글에 대해 저 역시 다음의 글로 추가로 문제 제기를 했죠.

    “우선 출동님께 감사 드립니다. 이렇게 별도로 글을 올려 주시고.

    그리고 제 글의 분위기는 출동님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라기 보다는 제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에 혹시라도 설명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올리는 글이었습니다.

    사실 여전히 제 궁금증은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출동님이 주장하시는 내용은 100% 수긍을 하기는 하는데….

    그런데 경제 피라미드의 최상위에 올라가는 것, 그리고 우리 경제 체질을 바꾸는 것과 한미 FTA 가 높은 연관성이 있나요? 가령 미국의 금융업을 포함한 서비스업이 국내에 진출하면 우리 경제 체질이 바뀌나요? 또한 의약업쪽으로 개방이 되면 마찬가지로 우리 경제 체질이 출동님의 희망대로 경제 피라미드의 최상위로 가게 되는지요?

    솔직히 저는 두 가지 개념 사이에 연관성이 잘 납득이 안됩니다.

    대미 무역 수지 악화를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우리 경제 체질이 바뀐다는 확신이 있다면 몇 년간의 적자 확대도 인내할 수 있기는 하지만 과연 이게 그런 효과를 담보하는 거래인지 잘 모르겠네요.

    이 부분에 대한, 즉 서비스업과 의약업, 농업 쪽의 개방이 우리 경제 체질을, 그것도 경제 피라미드의 최상위로 올려 놓는 것에 대한 연관성을 좀 더 자료와 논리로 설명해 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제가 출동님께 듣고 싶은 건, 그러니까 양쪽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를 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이번 글은 양쪽을 연결하는 다리라기 보다는 그 다리를 건넌 뒤에 딛고 선, 즉 반대편에의 좋은 면에 대한 강조 글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럼….”


    이런 식으로 열린 마당에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의견을 정리해 보는 것이 어찌 ‘눈물 겨운 논리 짜기’가 될까 합니다.

    전 여전히 한미 FTA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당장 뭔가 손에 주어지는 확정적인 이득이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진 정도라고 보는 거죠. 물론 우리가 기회를 충분히 활용을 하지 못 한다면 오히려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또한 농업 분야나 의약, 서비스, 금융 쪽은 단기간에 확정적인 손해가 있을 테고.

    어차피 자신의 의식 속에 특정 집단에 대한 stereotype이 굳어진 분께 이런 글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피상적으로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내부의 진지한 의사소통이 있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물론 제가 ‘노무현 지지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은 아닙니다. 하지만 ‘노무현 지지자’들의 소굴(?)인 서프에서 Crete 란 필명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는 아닐 겁니다. 그러니 이 정도 appeal 글을 쓸 자격은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한미 FTA에 관해서는 서프 대문에 다음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한미 FTA 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꿈
    (국가의 안보는 단순히 돈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http://crete.pe.kr/154

    이 부분은 평소 제 소신이기도 한 내용입니다.. 그럼...

    • Periskop 홈지기 2008/06/25 14:20  댓글주소  수정/삭제

      괜한 말을 언급하여 긴 댓글 남기시게 한 것 같아 무안합니다. 제가 그 말을 쓴 것은 당연히 '노무현 지지자' 일반을 싸잡아 얘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각주에다가 저도 '소극적 노무현 지지자'라고 적시했습니다. Crete 님이 말씀하신대로 일반적인 지지자층 전체를 염두해뒀다면야 그건 제 스스로에 대고 욕하는 셈이겠죠. 거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 한미FTA의 실행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말이 바뀌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을 염두해두고 쓴 것입니다.

      그리고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 때문에 너무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봤지만, 돌이켜 보면 좋게 생각할 점도 많이 있다는게 이런 평가들의 요지 아니겠습니까? 노무현도 그렇게 볼 여지가 있다는 뉘앙스로 재밌게 쓴다는게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앞으로 좀 더 배려하여 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 일화 2008/06/25 15:08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히 두 분의 댓글에 끼어드는 것이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두분의 글 모두 존경의 마음으로 즐겁게 읽고 있는 사람이라(Crete님의 글에는 덧글을 달기 힘들어서 못달고 있기는 합니다만...) 한 마디 하자면, Crete님께서 홈지기님의 글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신 것이 오해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홈지기님께서 오해의 소지가 있게 쓰신 잘못이 있습니다만, 제3자인 제 입장에서 볼때, 홈지기님이 말씀하시는 노무현지지자들은 현재 광우병 파동 등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감정적인 지지자들을 말씀하시는 것으로 생각되고, Crete님처럼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하고, 다른 사람과 토론하면서 의견을 수립해나가는 분들을 포함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3. 빛둥 2008/06/25 14: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느 때처럼 홈지기님 글 잘 읽었습니다.

    단, 저는 열렬노빠인데도 노전대통령의 '한미FTA 추진'에 대해 별로 인지부조화는 겪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물론 다른 노빠분들은 어떨 지 모르지요.)

    노전대통령은 대우조선 노동자 파업에도 지원을 했었지만 동시에 대우자동차가 GM에 인수될 때 노동자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쪽이었고, 대선 직전에는 농업의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계란을 맞은 적도 있습니다. 특히 자유무역에 관한 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돌을 맞아도 할 건 하는 정치인들이 김대중-노무현-유시민 이 라인들입니다.

    정치/사회적 민주화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이 둘이 무역 및 경제의 자유화와 같이 할 수 없는 것일까요? 글쎄요. 서구의 역사는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지요.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것들을 양자택일의 문제라고 보기도 합니다만... 그런 사람들이 전부는 아니지요. 김대중, 노무현 두 전 대통령에 대한 이런 오해?는 꽤 광범위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역시 그게 오해?라는 걸 여러번 해명했었답니다. 문제는 그 해명조차 계속 오해?하며 받아들이니...

    생각해보니, 미국 민주당도 비슷하군요. 오바마 후보의 말을 문제삼아 민주당이 집권하면 보호무역이 될 것이라고 뉴스에 말들이 많은데... 정작 유명한 NAFTA가 시행된 건 클린턴 행정부 때죠. 그 이후 각종 자유무역협정을 본격적으로 맺기 시작한 것도 클린턴 행정부 때이고요. 긴 역사로 봐서도 미국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세력들은 꾸준히 자유무역을 지지해왔죠. 보호무역주의자는 민주당의 소수였을 뿐이고요...

    각설하고, 최소한 제게 있어 1997년 선거와 2002년 선거에서 두 전 대통령을 찍은 이유에 '보호무역(예를 들어, 농업을 보호)'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든가 하는 건 전혀 없었습니다. 정치/사회 개혁과 경제적 자유(자유무역 포함) 이 두 가지를 믿기 때문에 찍었고, 10년 간 물론 불만이 없지는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 큰 인지부조화는 다행히 없었답니다.

    다시 한번 홈지기님의 여러 글 내용에는 감사드립니다. 재밌습니다. ^_^

    • 빛둥 2008/06/25 14: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을 쓰는 동안(딴 짓을 하느라 오래 써서)...

      홈지기님이 비슷한 내용의 Crete님 댓글에 대한 답글을 다셨군요. 홈지기님의 뜻은 잘 이해되는군요. 제 글에 대한 답이 된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쓴 글을 지우는 건,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남겨 두겠습니다.

    • 일화 2008/06/25 15:13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듣기로는 클린턴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당시 상당한 당내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게시글의 지적대로 그건 공화당이 할 법한 일이라는 식의 비판이었다고 하더군요. 미국 민주당내에서 보호무역주의자가 소수라는 의견에는 쉽게 동의하기 힘드네요.

    • Periskop 홈지기 2008/06/27 1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빛둥/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말씀하신 뜻은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 좀 더 독자분들의 오해가 없도록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4. 漁夫 2008/06/25 22: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어느 현대 작곡가가 'Nixon in Peking'인가 하는 오페라로까지 썼다고 하던데요 ^^

    저도 이번 광우병 논란을 보면서, 차라리 노 대통령이 마무리해 버렸으면 이런 정도의 문제가 나지 않았을 거라는 데 10000원 걸 의향이 있습니다. 어차피 욕 많이 먹었다면, 별 문제 없을 만할 일은 다 처리해 버리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요.

    • Periskop 홈지기 2008/06/27 1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페라까지 있었다는 사실은 몰랐네요. 제가 클래식이나 오페라 같은 쪽에는 워낙 문외한인지라……^^ 저도 쇠고기 수입 협상을 참여정부에서 끝냈으면 이런 일까지는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랬다면 ABR이 훨씬 탄력을 받았을테니 폐해도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그럼 아마 대운하를 두고 촛불시위가 벌어지지 않았을까요. 여하튼 노통 덕(?)으로 대통령에 오른 MB가 요즘 온갖 삽질로 보은(?)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지경이니 참 재미있습니다.

    • 漁夫 2008/06/27 17:1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거 뭐 '고양이의 보은'도 아니고... (MB의 이미지는 鼠公 아니3. 하하)

      어찌됐거나 MB 수령께서 '오른편으로 깜박이 넣고 좌회전'하는 센스를 발휘할지 두고 볼 일입니다. Of course I'm afraid not. (sigh)

  5. sonnet 2008/06/25 2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대인의 박람강기는 당할 수가 없습니다. ;-)
    제 생각에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 혹은 반대로 "오른쪽쪽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이 국민적 저항을 줄이고 지지를 획득하기 유리하다는 현상은 현실정치에서 두 가지 함의를 갖는 것 같습니다.

    첫째는 중도지향적인 개혁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론통합을 도모하는데 고유한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
    둘째는 어떤 개혁정책이 필요하다고 간주했을 때, "누구에게" 그 일을 맡기는 것이 더 쉬울지에 대해 판단근거를 제공한다는 점.

    • Periskop 홈지기 2008/06/27 1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博覽强記라니 별 말씀을.^^ 사실 이 "Nixon goes to China" 효과는 참여정부 때 신 국가비젼 수립하면서 설왕설래했었다고 합니다. 노통 귀에까지 들어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최근에는 MB정부 출범과 함께 한국이 지향할 생산레짐 이야기가 또 달라지면서 안주거리로 등장하고 있지요. 말씀하신대로 정말 핸들을 급히 꺾으려면 적당히 반대편을 끌어들이는 妙도 필요한 법인데, MB는 성격상 그런걸 꽤나 껄끄러워 했다고 합니다.

  6. 바보이반 2008/06/26 0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짱 무오류설의 신봉자로 신심이 지극한 분들은 당연히 FTA 추진에대한 인지 부조화를 겪지 않은게 당연합니다. 노짱이 하시는 일에 잘못이란 있을수 없으니까요. 그분들의 사고체계에서는 "노짱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노짱을 믿는자는 영원히 살고 노짱을 불신하는자는 수구 보수 한나라 당 무리들과 같이 무간지옥에서 영원히 타리라. 노렐루야 노렐루야 노멘" 이지요.

    솔직히 인지 부조화를 겪은 사람들은 이른바 비판적지지를 내세우며,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위해 어쩔수 없이 민노당 대신 노무현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사이비 노빠들이 아니겠습니까. 민노당은 민노당이고 노짱은 노짱이거늘, 예시당초 이미 존재하고 있던 인지부조화가 FTA를 계기로 표출된 것이라고 봅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6/27 1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대의"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한탄해야 할까요?^^ 저는 정치색이 흐릿한 사람이라 여기저기 표류하며 스스로 인지부조화를 종종 겪는다고 느낍니다.

  7. 바보이반 2008/06/26 0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FTA가 노빠들의 신앙심의 순수성을 테스트 할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는게 좀 아이러니 하지만 더 해괴망측한 일이 현재 벌어지고 있죠. MB교도의 신앙의 순수성은 대운하로 테스트 할 수 있지 않을까는 생각도 듭니다. 순수 맹빠와 노짱이 싫고 정동영이 재수 없어서 찍은 사이비 맹빠를 가르는 기준으로 꽤 유용할듯 합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6/27 1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런 의미에서 극보수 개신교 목사 분들은 대박해를 상기시키는 설교를 하고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폭도들의 촛불에 맞아 돌아가시고 장사한지 사흘만에 부활하시어 대운하를 건설하시니……"라고 읊조릴 수도 있는 추 목사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8. 獨步 2008/06/26 20: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노무현만큼 지금까지나 앞으로도 논란의 대상이 될 캐릭터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 2mb에 대해서는 이미 평가/정리가 완료되어 논란 자체가 없을 듯(냉소).

    흔히 공부를 잘하든지 착하든지... 에서 2mb는 이미 공부도 못하고 착하지도 못한 것으로 판명되었고, 노무현은 공부짱에 맘짱이다에서 2mb나 별 차이가 없다까지 평가의 스펙트럼이 참으로 넓은 듯 합니다 - 또한 특이한 점은 평가자마다 자신의 평가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랄까요?

    덧말 )

    개인적인 시련의 시기에 위로를 전해주신 홈지기님께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고 나면 홈지기님 직장과 제 거처도 가깝고 하니 식사 한 번 함께할 기회가 있었음 합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6/27 1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그래도 MB의 미래가 더 궁금합니다. 욕이야 계속 먹겠지만 과연 어디서 헤매다 멈출 지는 예측불허 아니겠습니까. 역사 속에서 선천적인 수면부족인 사람들은 반드시 끝까지 지켜봐야 하더군요.

      P.S. 그나저나 일은 무사히 잘 치루셨는지요. 아무쪼록 힘든 일 겪으셨는데 집안 두루 잘 추스르시기를 바랍니다.

    • 슈타인호프 2008/06/27 22:15  댓글주소  수정/삭제

      홈지기님의 "선천적 수면부족"이라는 말씀을 들으니 나폴레옹이 생각납니다. 나폴레옹도 하룻밤에 4시간 밖에 자지 않았다고 했었죠. 2MB의 워털루는 어디일까요(...)

  9. 쿤돌 2008/06/27 12: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읽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홈지기님의 글들은 세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보게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로그인][오픈아이디란?]

Gerald R. Ford, Jr.
대통령 취임 100일도 채 안 되었건만 MB 리더십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현안들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채 국민들에게 불신감만 심어주어 벌써 지지율이 20% 대로 곤두박질쳤다는 뉴스가 나오고, 시사잡지마다 실패의 원인 분석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이 시점에서 홈지기는 취임 첫 100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두고두고 발목을 잡힌 또 한 명의 대통령을 떠올려본다 — 그는 바로 미국의 38대 대통령인 제럴드 포드(Gerald R. Ford)이다.

제럴드 포드가 대통령으로 재직했던 것은 겨우 895일로, 20세기의 미국 대통령들 중에 가장 임기가 짧았다. 그러나 그의 임기는…… 리더십에 관한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그 교훈은 오늘날에도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 중에는 그의 실수로부터 배워야 할 것도 있다. 그는 취임 후 처음 몇 주일 동안, 특히 첫 100일 동안 대통령의 능력을 입증하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 기간은 나머지 임기보다 훨씬 중요하다. 구태여 프랭클린 루즈벨트를 모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포드는 국민의 신뢰와 믿음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음에도, 그는 바로 이 대목에서 실패했다.

— 이하 본 글의 모든 인용문은 아래 책(영어판 및 국역판)을 인용함.
Gergen, D. Eyewitness to Power: The Essence of Leadership Nixon to Clinton. (Simon & Schuster: 2001).
데이비드 거젠 지음. 서율택 옮김. 『CEO 대통령의 7가지 리더십』. (스테디북: 2002).

제럴드 포드는 아시다시피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리처드 닉슨의 뒤를 이어 갑작스럽게 대통령 직에 올랐다. 그만큼 혼란스러운 시기에 민심을 수습하고 미국의 자존심을 일으켜세워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미 국민들은 그의 소탈함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고,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주기를 바랬다. 그러나 이 기대도 잠시, 포드가 취임 후 첫 100일 동안 보인 몇 가지의 치명적인 실수는 집권 기간 내내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이 되고 말았다. 『Eyewitness to Power』에서 데이비드 거젠은 신임 대통령이 금기해야할 실수를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배우가 성공을 하려면, 첫 신과 마지막 신에서 탁월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들 한다. 첫 신은 극의 전체 흐름 속에서 그의 캐릭터를 형성시켜주고, 마지막 장면은 관객들에게 좋은 기억을 갖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정치는 물론이고 다른 분야의 리더십에서도 마찬가지의 원리가 적용된다……

포드의 별은 일단 광채를 잃자, 자신의 빛으로 다시 대권을 얻을 기회를 영원히 잃고 말았다. 취임 후 첫 100일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그의 첫 신에 해당했다. 그리고 이 기간은 그가 백악관을 차지했던 나머지 기간 동안의 대중적인 평가를 좌우했다.

포드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의 정권은 왜 그렇게도 빨리 궤도를 벗어나게 되었던 것일까? 그리고 왜 다시는 회복하지 못했을까? 다음에 다루게 될 이 세 가지의 이야기는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미래의 대권주자들이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할 금기의 전형이다.

첫 번째 실수. 결정을 실행하는 방법의 중요성 간과

포드에게 치명상을 입힌 첫 번째 사건은 바로 전임 대통령 닉슨의 사면 발표였다. 집권 30일 만인 1974년 9월 8일 일요일에 전격적으로 발표된 이 사면조치는 충격 그 자체였다. 백악관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대통령 특별담화를 계획했고, 이는 최측근 보좌관 여섯 명만이 전말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의기양양하게 완전하고도 절대적인 사면을 단행한 이 조치는 예상과 달리 국민의 엄청난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71%에 달하던 포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단 하룻밤 사이에 49%로 추락해버렸다.

Nixon and Ford

정권을 어떻게 이양해야할 것인가?

사태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어, 언론은 닉슨과 포드의 비밀거래설에 대한 광범위한 의혹을 제기했다. 닉슨의 사면은 전임 비서실장 알렉산더 헤이그와 포드 사이의 밀약에 의해 계획된 수순이었다는 보도가 빗발치면서, 포드는 궁지에 몰렸다. 포드는 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양심에 따라 국익을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포드는 사실 비밀거래를 해봤자 이득볼 거리도 없던 상황이었고, 그의 설명도 나름대로는 충분히 합당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포드는 임기 내 씻을 수 없는 꼬리표를 달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리더십과 관련하여 우리가 여기서 배워야 할 교훈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정치학자들은 포드가 변변치 못해서 사면권을 발동하는 잘못된 혹은 어리석은 결정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최소한 포드는 닉슨이 기소되어 자신의 범죄행위를 인정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옳았다는 것이다. 혹은 아예 은전을 베풀지 않았으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포드의 닉슨에 대한 사면은 도덕적 측면은 물론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국익에 부합되는 결정이었다…… 담화문 발표가 있던 날 아침 포드가 의회 지도자들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설명했듯이, 사면조치는 이 같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일단 사면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서자, 포드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즉각적으로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에 대해 네티즌 다수의 의견은 "MB가 변변치 못해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잘못된 혹은 어리석은 결정에 이르게 되었다"라고 질타하고 있다. 홈지기도 최소한 한-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6월 정도까지 기싸움을 더 해보는게 옳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홈지기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안 자체는 현실적으로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 더군다나 이렇게 꼬여가고 있는 한-미 FTA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결단이었다고도 본다. MB 또한 아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국 언젠가는 해야 한다면, 이왕 부시 만나는 자리에서 화통하게 제시하는 것이 옳다고 믿었을 것이다.

신임 대통령을 비틀거리게 만든 것은 결정 자체가 아니라, 그 결정을 실행에 옮기는 방법이었다. 언론보좌관이었던 존 허센의 표현처럼, "마치 진주만 기습처럼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포드는 지도자로서의 처신에 대해서는 아직 학생에 불과했기 때문인지, 정서적으로도 가장 부담이 큰 조치를 발표하면서도 국민들에게는 아무런 준비도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그는 언론과 국민들의 정서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국민들은 물론 측근들에게조차도 사면에 대한 고려는 몇 달 후쯤의 일로 보였던 것이다……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보좌관들조차 무슨 내용인지 전혀 짐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수백만의 미국 국민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던 그 일요일 아침 시간에 방송을 타고 대통령의 담화가 발표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받았을 충격이라는 것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민주국가에서도 때로는 정치 지도자가 갑작스러운 깜짝쇼를 통해 대중들의 지지를 호소해야할 때가 있다. 아이젠하워가 처음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한국행을 발표했던 것이 그랬고, 인간의 달 착륙에 대한 케네디의 호소, 닉슨의 중국 방문이 또한 그랬다. 그들도 모두 극적인 발표의 주역이었다. 모두 좋은 뉴스들이었고, 깜짝쇼라는 자체가 특별한 희열이었다. 그렇지만 포드의 발표는 전혀 범주가 달랐다. 백악관의 결정이 논란의 여지가 많다거나 국민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 그가 현명한 대통령이라면 여러 주 또는 여러 달에 걸쳐 세심한 정지작업을 했어야 했다. 그럼으로써 국민들도 그 결정을 받아들일 심리적 준비를 할 수 있었을 것이 아닌가.

포드처럼 MB의 결정적인 실수는 국민들의 정서를 전혀 읽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이게 국민들의 쇠고기 구입 부담을 줄여줄 좋은 뉴스라고 생각했고, 깜짝쇼도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영 딴판임이 드러나고 있다. MB가 현명했다면 협상 카드를 노출시키지 않더라도 다른 적절한 방법으로 시간을 들여 세심한 정지작업을 했어야 했다. MB와 청와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실행에 옮기는 방법에서 극도로 미숙함을 보였다.

이 사건의 가장 비극적인 부분은 포드의 행동은 전적으로 명예라는 동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사면조치가 공익을 위한 결정이 아니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지만 대중들이 받아들일 준비를 시키지도, 그 같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충분한 설명을 제시하지도 못함으로써, 포드의 조치는 오히려 위기 상황을 초래하게 되었다. 그 같은 잘못은 악의보다는 미숙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렇다 해도 포드 대통령은 이 문제로 인하여 워터게이트의 함정에 빠져들게 되었고, 그 후로 2년 동안 그 늪에서 결코 헤어나지 못했다.

두 번째 실수. 잘못된 대중적 이미지의 구축

WIN button
포드가 취임했을 때, 미국의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몰리고 있었다. 미국 경제는 초유의 스테그플레이션으로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경제 통제를 통한 해법은 전혀 먹혀들지 않았고, 오히려 경제는 악화일로였다. 그런데 급작스럽게 집권한 포드에게는 유효한 정책 수단이 없었다. 스테그플레이션을 잡을만한 현실적인 대책이 궁했던 포드 행정부는 가히 시대착오적인 국민계몽운동을 대안으로 선택했다. 그게 유명한 "Whip Inflation Now (WIN)" 운동이었다. 경험이 부족했던 백악관은 저축을 장려하고, 소비습관을 개선하자는 고리타분한 대국민홍보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었던 것이다.

심지어 1974년 10월 15일, 생방송으로 방영된 영농후계자들에 대한 절약운동 장려 연설에서 포드는 이런 어이 없는 말까지 했다:

마음껏 먹고, 음식은 절대 남기지 마라. 어렸을 때 부모들은 늘 이런 간단하지만 명확한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접시를 깨끗이 비우고 식탁에서 일어나라. 그리고 이것은 지금 상황에도 매우 잘 들어맞는 가르침입니다.

이 사건 이후로 포드와 WIN 운동은 온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빨간 WIN 배지를 사람들은 거꾸로 차고 다니며 — "NIM"으로 보이게 된다 — "Nonstop Inflation Merry-go-round (멈추지 않는 인플레이션 회전목마)"라고 희화화했다.

이런 실수는 MB도 똑같이 벌이고 있다. 인수위의 온갖 삽질부터 강부자, 고소영 내각이라는 조소까지 MB의 대중적 이미지는 철저히 구겨지고 있다. 조중동이 아직은 버텨주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은 그의 실수를 부각하는데 더 이상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메가바이트가 밀리바이트, 마이크로바이트까지 내려가지 않았는가?

이는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한 가지 진리를 말해준다. 뉴딜 시대 이후 백악관 보좌관들은 일반적으로, 신임 대통령은 프랭클린 루즈벨트를 본받아, 취임 후 첫 100일 내에 의회를 압도하고 홍수같은 법안을 제출하여 이 나라를 주문 속에 빠져들게 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 대통령을 통해 보았듯이, 첫 100일의 중요성은 새로운 백악관이 얼마나 많은 법안을 통과시키고 얼마나 많은 겉치레를 만들어 내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언론이나 국민이 대통령이 생각했던 업무 우선 순위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데에 있었던 것이다……

일단 선서증언을 하고 나면, 국민과 언론은 그를 새롭게 평가한다. 대통령으로서 그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가? 자신들의 미래에서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새롭게 평가를 하는 것이다. 그 같은 평가는 오로지 대통령으로서 오른손을 들고 공식적으로 지도자로서 선서를 하고 난 후에나 가능할 수 있다. 국민들의 판단이 형성되는 것은 단 몇 주일 안의 기간 동안이고, 일단 형성이 되면 돌처럼 단단히 굳어버린다. 이것이 바로 군중심리인 것이다.

MB도 천부적인 워커홀릭이라서 자기 방식대로 초기에 미친듯이 일을 해서 한국을 도약기의 현대건설로 만들어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MB의 업무 방식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MB가 YS의 '신경제 100일'을 떠올렸는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히 시대착오적인 발상과 미숙함으로 점철되었다. 벌써 국민들의 MB에 대한 이미지는 꽤나 단단히 굳어져버린 듯 하다.

번째 실수. 전임자의 유산에 대한 과민반응과 권한 위임의 실패

포드와 그의 보좌진은 갖은 비난을 받고 물러난 닉슨에 대해 매우 예민했다. 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나쁘지 않으나, 이런 강박관념은 마땅히 계승해야할 만한 유산들까지 부정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백악관 보좌진의 운용 방식이었다. 닉슨 시절에는 강력한 비서실장을 두고, 폭넓은 권한을 위임하였다. 포드는 이들이 결국 신권의 남용으로 닉슨을 워터게이트의 수렁에 빠뜨렸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포드는 백악관 조직을 축소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직접 업무의 축이 되어, 12명에 이르는 수석보좌관들을 직접 챙기는 구조("축과 바큇살" 구조)로 재편했다. 그러나  이 구조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었다 — 포드 스스로가 직접 비서실장 노릇까지 했던 것이다.

포드도 인정했다시피 그것은 끔찍한 실패작이었다. 신임 대통령으로서, 특히 준비 시간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는 우선적으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을 파악해야 했으므로, 세부 문제에 대한 검토보좌관들의 업무 조율 따위의 문제는 아예 손댈 꿈도 꾸지 못했다. 책임의 소재 또한 불분명해졌다. 그 결과 보좌관들은 서로 적당히 책임을 회피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감"에 따라 적당히 알아서 움직였다. 남는 것은 갈등과 혼란 뿐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강력한 실권을 가진 비서실장이 있었다면, 닉슨의 사면조치 따위도 훨씬 원만하게 처리될 수 있었을 것이다.

포드 취임 6개월 뒤에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사람이 바로 럼스펠드였다. 부시 행정부에서 망가진 럼스펠드와는 달리, 그 당시 그는 꽤나 촉망받는 유능한 행정가였다. 럼스펠드는 임명 당시부터 이 구조의 비현실성을 지적하고, 비서실장에게 폭넓은 권한 위임을 요구했다. 포드는 이를 받아들였으나, 그것은 말 뿐이었다. 럼스펠드, 그리고 후임 체니 — 역시 오늘날 망가진 체니가 아니라 매우 유능한 비서실장이었다 — 까지 비서실장들은 어정쩡한 권한 위임 속에서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Ford, Rumsfeld, Cheney

우리도 한 때는 이렇게 젊었다오 (왼쪽부터 럼스펠드, 포드, 체니. 1975년 사진)

MB도 이런 명백한 실패의 길을 밟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싫다고 국정홍보처를 없애고, 책임총리제도 폐지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운하 구상하고 연설문 다듬어주던 교수를 들어 앉혔다. 한 마디로 권한 위임의 의지란 눈꼽만큼도 없다는 뜻이다. 이래 가지고는 일이 될 리가 없다. 지금도 책임 회피로 인한 갈등과 혼란이 이토록 심각한데, 현 구조를 가지고 앞길이 순탄히 열릴 리도 만무하다. 자기가 자기 스스로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앉아 있는 대통령 — 노통도 사실 이 문제에서 피해갈 수 없었지만 — 밑에서 갈등과 혼란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나는 포드의 백악관을 통해 리더십에 대한 두 가지의 교훈을 얻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활하게 운영되는 훈련된 조직의 중요성이었다. 이 점에서는 아이젠하워가 정확했다. 그 같은 조직이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조직이 없다는 사실은 대통령을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포드는 그 점을 너무 늦게 배웠고…… 그 같은 접근 방법을 선택했던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훗날 로저 포터가 지적했듯이, "축과 바큇살이라는 개념의 가장 중요한 미덕은 개방성과 접근의 용이성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포드가 개척하려고 했던 독창적인 통치 스타일의 핵심적인 개념이 바로 이것이었으며, 나아가 대통령이 직접 실무 집단을 통제해야 한다는 실무가적인 기질을 드러내주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대통령에게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사항 가운데 하나가 확실한 집안단속이다. 백악관은 문어발처럼 방대한 정치조직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채찍을 들고 업무집행을 감독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감독자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얽히고 설킨 바깥 세상의 일만으로도 너무나 바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비서실장에게 완전한 권위를 부여해주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누가 비서실장이 되어야 하고, 비서실장은 어떤 능력과 자질을 갖고 있어야 하는가를 결정하는 문제는 부통령 지명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라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또 하나의 교훈은 대통령이 전임자의 잘못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기가 쉽다는 점이다. 과거로부터 잘못을 배우고, 잘못을 교정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정상적인 업무 집행 자체를 포기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렇지만 처음 몇 달 동안 포드의 임명을 받았던 사람들은 마치 적국 수도에 진주한 점령군처럼 닉슨이 세웠던 모든 것을, 모든 조직구조와 관행을 파괴했다. 그렇지만 아무도 차별성 있는 대안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내 생각으로 포드의 주변 인물들이 닉슨의 해악적인 부분은 폐기한다 치더라도 그의 최고의 유산들은 계승한다는 전망을 갖고 있었으면, 집권 초기를 보다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었으리라.

권한 위임도 실패하고 있고, 전임자의 공과 과를 냉정히 평가하여 바람직한 유산을 계승하는 데도 실패하고 있다. 이런 MB에게 과연 임기 말까지 역전의 희망이 있을 것인가? 홈지기는 이미 90%는 끝장났다고 본다. 포드가 범했던 세 가지 실수, 그리고 지금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실수를 MB는 제대로 깨닫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 지난 주 22일의 대국민 담화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마 더 큰 곤혹스러운 일들을 겪고 나서야 뒤늦게 그의 잘못을 깨달을 것이다. 그렇지만 끝내 모든 것을 바로잡지 못하고 처음 100일의 족쇄에 매달려 힘겹게 5년을 끌고 갈 공산이 크다.

MB가 지금 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무엇인가

MB는 이처럼 포드가 저지른 임기 초반 대통령의 금기 사항들을 너무나 곧이 곧대로 답습해왔다. 이제 그에게 남은 최선의 길은 무엇일까? 그 역시 포드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포드는 미숙한 상태에서 대통령 직에 오르고, 초반에 치명적인 실수를 했지만, 그에게는 뛰어난 품성이라는 장점이 있었다. 그는 예기치 못한 사태로 대통령에 올랐듯이 본질적으로 권력욕이 없었다. 포드는 승리에 집착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사람들을 부담없이 대하면서도 독선의 함정에 빠지지 않은 겸손한 인물이었다. 처음 100일의 치명적인 실수 때문에 포드는 재임 초에는 온갖 조롱을 받았고 재선에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실무에서의 공은 인정받는 대통령이 되었다.

역사가들 사이에서 포드는 결코 위인의 반열에 들지 못했다. 그렇지만 때가 늦기는 했어도, 어쨌든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었다. 그 모든 실책에도 불구하고, 특히 1976년 선거에서 그를 패배하게 만들었던 첫 100일 동안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훌륭한 실무 대통령으로서 인정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워터게이트와 베트남이 남긴 상처를 치료했으며, 이 나라를 경기침체에서 구해냈고, 철의 장막에 균열을 냈으며, 지미 카터에게 다시 말끔히 정리된 지휘봉을 넘겼다. 대통령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로서 판단한다면, 포드는 시험을 통과했다……

난장판 속에서 그는 너무 정직한 경기를 했다. 이것이 그에 대한 가장 공정한 비판이다. 또한 그는 이 나라를 진창에서 완전히 끄집어내지 못했다. 정부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원상대로 회복시키지 못했다. 그렇지만 개방성과 정직, 겸손의 미덕을 다시 일으켜 세웠으며, 이 가치들은 세로운 세기를 맞아 다소나마 정치라는 말이 다시 품위를 뜻하는 말이 될 수 있도록 희망의 불씨를 당겨 주었다.

물론 MB는 포드만큼의 끝을 맺기도 쉽지 않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수많은 부도덕성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력해야 한다. CEO 대통령이라는 모토로 이 자리에 올랐으면, 남은 진실성이나마 최대한 발휘하고 실수를 받아들여 주어진 실무 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지금의 세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조롱의 바람이 언젠가 가라앉고, 역사는 포드에게 그랬듯이 MB에게 작은 미소나마 던져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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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6 20:00 2008/05/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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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함부르거  2008/05/26 2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블로그에는 처음 리플답니다.

    원인도 나왔고 처방도 나왔으되... 어째 2MB에게는 씨도 안먹힐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ㅠ.ㅠ

    YS보다 더 처절하게 망가지는 대통령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은 저만의 것이길 바랍니다.

    아 그리고 어디 추천 기능이라도 있으면 좋겠네요. 짜증나는 글만 보다가 명문을 만나니 울렁증이 싹 가라앉습니다. ^^

    • Periskop 홈지기  2008/05/27 1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YS 초기는 깜짝쇼 일색이었지만 그나마 국민들의 요구에는 어느 정도 부응했으니 MB보다는 나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MB가 나라 말아먹으면 당장 제가 먹고 살기가 팍팍해지니 앞으로나마 좀 선방하길 바랄 뿐입니다. 부족한 글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 獨步 2008/05/26 2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뛰어난 품성'...

    너무나도 가슴을 울리는 말입니다. 그런데 2mb에게 저것을 기대하기에는 그동안의 정황증거가 너무나 부실하군요(한탄).

    어느 분이 쓰셨던 글의 한 자락이 생각납니다.

    "좌냐 우냐 그가 선택한 노선이 중요한게 아니라 사람됨이 중요한 것이다."

    • Periskop 홈지기 2008/05/27 13:56  댓글주소  수정/삭제

      MB에게 포드같은 도덕적인 '뛰어난 품성'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죠. 저는 다른 측면이라도 '괜찮은 품성'이 발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MB가 욕을 먹고 있어도, 대통령이 된 정도의 사람이면 뭔가 살릴 재능과 품성은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런게 잘 발휘되도록 헌신하는 부하가 있느냐는 것이 문제인데…… 지금으로서는 도통 보이지가 않는군요. 혹시 '난 재오랑 방호밖에 없어~'라고 하고 있지나 않은지?

  3. 일화 2008/05/26 2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채승병님이시네요. 완벽한 분석과 처방이지않나 싶습니다. 깜짝쇼는 어디까지나 유쾌한 내용일때 의미가 있는 거죠. 다만 남은 기간을 성공적으로 보내려면 애시당초 국민의 기대대로 도덕성보다는 경제회생에 주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규제철폐와 정부개혁으로 세금감면과 경기회복를 이루고 경제의 체질을 개선시키겠다는 구상에 부합하는 정책으로 아직 나온 것이 없으니...

    • 獨步 2008/05/26 2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대한민국의 CEO라는 작자들은 임금깎아먹고 하청업체 납품가격 후려치는거로 이윤먹을 생각만 하는 잡것들이니 - 이것은 대기업의 총수이든 아메리카에서 MBA를 마치고 돌아왔든 무관해보임 - 그 일원이었던 2mb에게 교과서에서 배운 기업가정신을 통한 정부혁신을 기대하는건 애시당초 무리였다고 봅니다.

      그리고 국가의 거시경제지표와 자신의 현실살림살이와는 언제나 연동되는게 아니라는 점을 아직도 이해못하는 국민들이 많은 이상은 국민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경제가 회생되었다 한들 결국 과거의 IMF사태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은 크다고 생각하고요.

      2mb가 시장경제를 중시하겠다고 한 말을 재래시장을 살려주겠다는 것으로 이해했다는 시장상인들, 과거에 노점상을 했다고 하니 단속을 좀 줄여줄 것으로 기대했다는 지하철행상들의 고백(?)을 보면 대한민국은 아직 갈 길이 까마득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어느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다고 하지만 결국 헛공부에 열폭하여 진정 알아야 할 것을 알려주지 못하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인 것 같고요.

    • 일화 2008/05/26 22: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대기업이라고 해서 그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에는 동의합니다만, 그것만가지고 이만큼 발전했다고 보기는 무리이지 않나 싶습니다.

    • 獨步 2008/05/27 00:58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화님/

      저의 댓글은 시정잡배들의 술주정과 별로 차이가 없으며 특히 일몰 이후에는 술값이 모자라 논리를 팔아먹는 지경에 이르므로 눈여겨 보시거나 고견을 다는 수고는 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을 듯 싶습니다(웃음).

    • Periskop 홈지기 2008/05/27 14:00  댓글주소  수정/삭제

      직장에서 맨날 줏어 듣는게 그런 쪽인데, 사실 MB측도 별로 알맹이있는 복안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경제상황도 좋지 않아서 쓸만한 정책 카드도 부족하고 말입니다.

  4. 비단벌레 2008/05/26 2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mb가 시장경제를 중시하겠다고 한 말을 재래시장을 살려주겠다는 것으로 이해했다는 시장상인들, 과거에 노점상을 했다고 하니 단속을 좀 줄여줄 것으로 기대했다는 지하철행상들의 고백(?)을 보면 대한민국은 아직 갈 길이 까마득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어느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다고 하지만 결국 헛공부에 열폭하여 진정 알아야 할 것을 알려주지 못하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인 것 같고요.


    리플이 너무나도 촌철살인이라 걸껄대고 웃었습니다.
    미국사와 경제사를 조금만 관심 갖고 공부해보면 최근 일련의 사태가 충분히 예상됩니다만 현 대처방식을 보면 MB주변의 보좌관들은 말그대로 헛공부에 열폭한 껍데기만 번드르르한 우등생들인 듯 싶습니다.
    MB는 정치경제학과 경영학의 차이점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 같아요.
    국가는 회사가 아닌데 무리하게 경영마인드로 끌고 나가려고 하는거 같습니다.
    뭐, MB서울시장 재직시절에 대한민국 최고의 인프라를 갖춘 서울시가 전국최하위의 성장률인 1%를 달성했을때 이미 실패한 대통령이 될거란 예상은 했었지만 말이죠.

    • Periskop 홈지기 2008/05/27 14:10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만히 보면 청와대 보좌진이 이런걸 모를만한 분들은 아닌데, 팀웍과 실행력이 엉망인 것 같습니다. MB가 자기 측근들은 여의도로 보내고 얌전한 형님(이상득) 측근들을 청와대로 불러들여 도대체 어떻게 일을 하려고 했는지…… 당은 당대로 사분오열,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사상누각이니 이런 사고연발이죠. 아직은 내막이 다 파악이 안 되어 지켜볼 뿐이지만, 나중에 깊숙이 되돌아보면 재미있는 교훈이 많이 나올 것 같습니다.

    • deutsch 2008/05/29 0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채승병님 생각과 달리 대학교수로 구성된 보좌진과 강부자 내각이 그런 걸 알리가 없다는 쪽에 한 표 던지겠습니다.

  5. bluenlive 2008/05/26 22: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너무 x 100 잘 읽었습니다.

  6. 고전압  2008/05/26 22: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삼스레 이모 교수의 "이방국근린국" 12권에 인용되었던 포드에 대한 평이 떠오릅니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껌 씹는 것과 방귀 뀌는 것을 동시에 못 하는 유일한 사람"

  7. noblenight 2008/05/27 02: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에도 역시 좋은 글을 올료주신 채승병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 높은 통찰력으로 완벽한 분석을 해주시는 모습에 정말 감탄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왠지 처방에 있어서는 저와 다른 의견인 거 같습니다만 뭐 행정과 경영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나 저나 전 요새 즐겁습니다 불도저 운전수가 술취해서 여기저기 박고 다니고 있으니 덕분에 여기저기 흔적이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극단적인 낙관이지만 잘하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 하야 사건도 볼수 있을거 같기도 하구요 이래나 저래나 논문거리를 열심히 만들어주시는 우리의 골프 카트라이더 선생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5/27 14: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대통령 선거를 참으로 재미없게 하더니 통치를 이렇게 다이내믹하게 할 줄은 차마 몰랐습니다. 학자들을 위한 서비스인지도 모르겠군요.^^ 행정학계는 정말 신이 날 것 같습니다.

    • noblenight 2008/05/28 0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변 감사합니다.
      학기말이 무사히 끝나면 조만간 카트라이더의 전략에 대해서 글이나 함 써볼까 생각중입니다. 선후배들이야 이시기에 잘못보이면 좋지않다고는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이상황에서 누군가 좀 삽질좀 제대로 해줘서 100도로 온도만 끓어 올려주면 그야말로 대한민국에 떡밥이 쩔게 될거 같은데 그게 아쉬울 뿐이라는 생각만 들고 있습니다.
      재미있지 않습니까? 이번 대통령은 카트라이더 몰고 좋아하더니 결국 초,중,고랑 싸우다가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에 저로 하여금 냉소주의적인 시각만 갖게 하는군요

  8. 양성민 2008/05/27 07: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홈지기님이십니다. 재미있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9. BigTrain 2008/05/27 0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럼즈펠드와 체니의 사진을 보니 영 적응이 안되는군요. ^^;

    한 표를 던져준 지라 성공하기를 바랬습니다만, 제 생각보다 더 막힌 사람이더군요. -_ㅜ 리플은 처음 남기는 듯 한데, 언제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 Periskop 홈지기 2008/05/27 14: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럼스펠드는 그나마 나은데, 체니의 30년 전 사진을 처음 봤을 때는 이게 도대체 어느 듣보잡인가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앞으로도 자주 들러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0. chrisx 2008/05/27 1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MB가 쌓아가고 있는 지금 이미지가 과연 "잘못된 대중적 이미지"일까요. 2MB 평생의 행적이랄까 살아온 스타일이 고스란히 다시 드러나고 있는 거 같은데 말이죠. 오히려 예상보다 빨리 모든 사람이 알게된 점이 뜻밖이라면 뜻밖이랄까. (본문에서 부정적 이미지 정도로 표현을 고치면 뜻이 대강 통하긴 하겠군뇨)

    포드는 초기의 삽질을 만회할 수 있는 "뛰어난 품성"을 가지고 있었다는데, 2MB에게 과연 그런 게 있긴 한 건지. 지난 60여 년 동안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이제와 개과천선하고 환골탈태해서 괄목상대하게해줄 수 있으려나. 무하~~~ㄴ도전! ㅎㅎㅎ

    @아 그러고보니 무한도전팀 청와대로 부른다던 건 어떻게 됐나. -o-
    @@럼스펠드와 체니의 어린 이랄까 젊은 시절은 쇼킹 ㅎㅎ

    • 獨步 2008/05/27 10:31  댓글주소  수정/삭제

      1. 무한도전팀의 청와대 방문은 '시국이 하수상하여' 무기한 연기되었다고 합니다 - '슬슬' 탄력을 잃고 후발주자 1박2일에 밀리고 있는 무한도전과 '급격히' 추진력을 상실하고 있는 2mb와의 만남은 그 자체로 희극일 듯.

      2. 저같은 경우 영화 'Giant'에서 데니스 하퍼의 앳된 모습을 보고 비슷한 충격(?)을 받았던 일이 있습니다. 노장의 아주 예전 과거의 모습을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접하면 뜨어~하게 되죠(웃음).

    • Periskop 홈지기 2008/05/27 14:30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말로 옮기고 나니 헷갈리네. 본문은 '잘못된'이 '이미지'가 아닌 '구축'을 수식하는 문맥인데…… 그리고 포드랑 MB랑 완벽히 1:1로 대응될 수는 없는 법이지. 위의 댓글에도 달았듯이 도덕적인 '뛰어난 품성'은 별로 기대할게 없겠지만, 뭔가 건질만한 '괜찮은 품성'은 있을지도 모르잖아?ㅍㅍ

  11. 쿤돌 2008/05/27 1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명박정부의 도덕성은 대통령되기 이전은 접어두고 라도 대통령이 된후에도 이동관 대변인이 실수로 흘려서 코리언타임즈(?) 맞나 그 기자분이 했던 이야기, 쇠고기협상타결후 가장먼저 미국상인들 앞에서 웃으면서 환호를 했던 이야기나 여러 언론탄압을 하고 있는 정황들..
    그리고 협상의 실수를 제대로 반성하지 않는 모습들, 김구선생님을 테러리스트로 치부하는 뉴라이트 제단을 사회적인 인식을 기반으로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뛰어난 품성을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대운하 추친을 하는 모습을 보면 독선적인 모습도 상당히 보이고..

    • Periskop 홈지기 2008/05/27 14:38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조중동 기사를 보면 MB의 좌초와 함께 보수진영 전체에 대한 회의주의가 만연할까봐 조바심내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이런 감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꽤나 많을 터인데, 이들이 어떻게 궤도수정에 영향을 미칠지 두고봐야할 노릇이죠. 그리고 사상적 기반이 뉴라이트의 인식 자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안 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역사적 교훈은 무시하고 기업경영 시스템을 어설프게 적용하려는 모습을 반복하면 그야말로 끝장일 겁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12. 길 잃은 어린양 2008/05/27 13: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재의 대통령 각하는 매우 급진적인데다 과격한 면을 보이고 있어서 포드가 걸었던 길을 걷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좀 비관적이긴 한데 저는 五胡十六國 시절 어떤 오랑캐 국가의 망나니 황제들의 연속적인 재위기간에 살고 있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5/27 14:44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 五胡十六國이라니 괜찮은 비유군요. 전임 대통령은 남방계 얼굴이더니 이번 대통령은 북방계 얼굴인 걸로 보아 확실히 五胡가 번갈아 발호하는 듯 합니다.^^

  13. 승병님의 오랜 팬 2008/05/27 21: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좋은 글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

    주워들은 말이긴 합니다만 MB가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너무 많이 저질러서 고위공무원들과(MB가 임명장 준 정무직은 제외하고요)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말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 MB에게서 괜찮은 품성을 찾기는 힘들어보입니다. 자신의 잘못을 시정할 가능성도 없고요. 그 사람의 행동을 살펴보면 자신의 성공(?)에 대한 믿음이 너무 강합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딱 제가 이렇게 되리라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속도는 좀 더 빠르지만요) -_-;;;

    하야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는 지금처럼 가면 한나라당의원들한테도 외면받을 거라 봅니다. 그 상태까지 가면 4년 중임제로 개헌되지 않을까(그래서 MB의 임기가 1년이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