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지기가 서가에 쌓아놓고 한참 동안이나 읽지 못하고 있는 책 가운데 요하네스 휘르터(Johannes Hürter)가 지은 『Hitlers Heerführer: Die deutschen Befehlshaber im Krieg gegen die Sowjetunion 1941/42(히틀러의 육군지도자: 1941/42년 소련 침공전쟁의 독일군 사령관들)』(2판)가 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독소전쟁기 초반(1941-42년)의 주역을 맡았던 주요 사령관들, 즉 야전군급 이상의 야전사령관 25명을 통해 당대 독일군 장교단 최상층부의 인적 구성과 역할, 성향에 대해 분석한 책이다. 크게 보면 이들의 성장 배경과 정치적 성향 등을 다룬 1부와, 독소전에 임하여 벌인 지휘관으로서의 행위, 자질(및 인종청소 가담) 등을 다룬 2부로 구성되어 있다. 독일군에 대해 관심있는 분이라면 다들 알만한 지휘관들의 다면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한 눈에 관심이 가는 책이 아닐 수 없다. 홈지기도 그래서 작년에 덜컥 충동구매를 했는데 700페이지가 넘는 독일어책은 여전히 쉽게쉽게 완독이 안 되는지라 여지껏 잠깐잠깐씩 발췌독 중이다.
아무래도 책의 구성상 조금 자잘하면서도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이 끼어 있는데, 기회가 될 때마다 조금씩 풀어 놓으면 좋을 것 같다. 오늘은 그 중의 한 토막으로 히틀러가 독일 장군들에게 베푼 '금일봉(金一封)' 약간이나 소개하자. 이야기인즉슨 히틀러가 1941년 바르바로사 작전의 1차 실패 이후 많은 고급 지휘관들을 면직하였지만, 그래도 아직 독일의 국운이 다했다고는 볼 수 없었는지라 기회가 될 때마다 나름 후한 전별금(餞別金)을 풀었는데…… 그 금액은 과연 어느 정도였을까?
바르바로사 작전에서 북부집단군 사령관을 맡았던 폰 레프 원수는 1941년 9월 5일에 65세 생일 축하 금일봉을 받았다. 마찬가지 명목으로 폰 룬트슈테트 원수가 1941년 12월 12일에 66세 생일 축하금 봉투를, 폰 클루게 원수가 1942년 10월 30일에 60세 생일 축하금 봉투를 챙겼다. 액수는 각각 모두 25만 라이히스마르크(Reichsmark, 이하 RM).
25만 RM의 가치는 그럼 얼마나 되는 것일까? 대전 전까지 독일 통화이던 RM도 금본위제를 따르고 있었다. 그래서 US$1 = 4.2RM에 해당되었다. 비교적 연속성을 가지는 미국 달러 가치로 환산을 해보면, 구매력 —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CPI)에 근거 — 기준으로 2006년의 US$1은 대략 1940년의 US$0.07 정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1940년 무렵의 1RM은 2006년의 US$3.41정도이며, 우리나라 원화로는 대략 3200원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USD1=KRW950을 쓰고 적당히 반올림함. 결국 25만 RM은 8억 원 정도로, 단순 퇴직금이 아닌 생일 축하금 명목의 금일봉으로는 짭잘한 수준이었다.
또 이게 다는 아니었던 것이, 폰 레프 원수의 경우에는 예비역이던 1943/44년에 파사우 근처에 자기 땅을 좀 더 사고 싶다고 지원을 요청하여, 히틀러가 63만 8천 RM — 20억 원이 넘는다 — 을 더 내주었다고 한다. 비슷한 현대판 영지(領地) 구입자금 명목으로 다른 장군들에게도 후한 지원금이 나갔다: 폰 클라이스트는 1942년에 니더슐레지엔 지역의 영지 구입을 위해 48만 RM(약 15억 4천만 원)을 받았다. 특히 구데리안은 1944년에 과거 폴란드 영토였던 바르테가우에 새로 정착하도록 124만 RM(약 40억 원)에 이르는 꽤나 많은 돈을 챙기기도 했다.
물론 독일의 패전 때문에 해당 장군들이 지급된 돈을 제대로 써먹어 볼 겨를도 없었겠지만, 역시 세속적인 독재자의 통치 수단에 있어 유력 인사들에 대한 금전적 보상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음에 틀림없다. 실제 히틀러에게 충분한 금전적 배려를 받은 장군들이 히틀러 암살 음모에 덜 가담한 측면도 있었고 말이다. 현역 시절 치부에 크게 신경쓸 겨를 없이 봉직한 군인들에게 여생을 위해 쥐어주는 전별금은 더욱 특별하지 않겠는가. 새삼 청와대를 나가는 비서관들에게 (1980년대로서는 어마어마한 금액인) 억대 금일봉을 쥐어주셨다는 각하의 존안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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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매우 관심있는 책이지만 아직 구입하지 못한 물건인데 이렇게 내용을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올려주신 내용을 보니 꽤 재미있을 것 같군요.
그다지 상세한 책 리뷰를 올려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내용이 재미있는 부분들이 있긴 한데, 역시 높아진 유로 환율에 너무 가격이 올라 선뜻 주문하기는 어려운 책인 것 같습니다.
결벽증 탓인지 저런 식의 금일봉 수여에는 좀 껄끄럽다는 느낌인데, 저때는 저게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르겠군요. 그나저나 히틀러는 저걸 개인 돈(비자금 포함)으로 줬을까 아니면 정부 예산을 멋대로 유용해서 줬을까 궁금해지는군요. -_-;
후자이죠.^^ 총통 각하의 한말씀에 충직한 공무원들이 열심히 서류 만들어서 처리했을 겁니다. 기본 세팅이 이미 어긋났으니 법과 행정절차는 그저 각하의 의지에 분칠하는 것밖에 더 되겠습니까.
채승병님.. 오랜만이네요..
결혼하셨나보네요.. 늦었지만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금일봉치고는 참 많은 돈을 뿌리셨군요..
열심히 서류 만들었을 공무원들 생각하면 저 역시 웃음만 나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부산에서의 공무원 생활은 여전하시죠? 언제 놀러오실 일 있으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전두환 전대통령 부하들은 노태우 전대통령 부하들에 비하면 "먹은 값"을 했다고들 하지요^^;;
이게 꼭 자기 "부하"들에게만 적용되는 것도 아닌 것이..."효자동 이발사"의 원래 모델이었던 진짜 청와대 이발사 했던 분의 인터뷰를 보니, (대통령 되기 전 장군일 때) 어쩌다 머리를 깎고 이발료를 줄 때도 노태우 전대통령은 일전 한푼 어긋나지 않게 딱 이발료만 주는데, 전두환 전대통령은 집히는 대로 꺼내서 쥐어주면서 "응, 수고했어! 회식이나 해!"그랬다고 하더군요.
노(태우) 前대통령은 씀씀이도 꽤나 짠돌이였다지요? 제대로 풀 배포도 없으면서 자칭 '통치자금'을 왜 그렇게 많이 쌓아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게 관행이려니 하면서 어설프게 좇은게 아닌지. 어쨌건 오늘도 전 前대통령 각하께서는 29만 원의 기적을 베풀고 계시겠지요.ㅍ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