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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21 일본의 과외열기가 주춤하는 이유 (29)

홈지기가 요즘 직장에서 연구를 시작한 주제 가운데 하나가 교육 문제이다. 아무래도 고질적인 한국의 교육 현안이라면 중등교육에 퍼붓는 과도한 사교육비일텐데…… 다른 선진국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기초조사를 하다 보니 앞서가는 한국의 거울, 바로 일본의 사례가 눈에 들어왔다.

"일본의 초등학교 3학년생 J양(9)은 여름방학이라는 실감이 안 난다. 이틀에 한 번씩 오전 9시~낮 12시까지 학원에서 국어와 수학 수업을 받는다. 그 나머지도 학원 숙제를 하다보면 친구들과 놀 시간이 나지 않는다. 사립 중학교 진학 희망자의 절반가량은 이처럼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입시전쟁'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는 2007년 8월 10일자 동아일보 기사1의 일부이다. 맏딸을 도쿄(東京)의 사립중학교에 진학시킨 맞벌이 회사원 K씨(46)의 사례다. K씨는 2005년 5학년 되던 딸을 처음 학원에 보냈다가 학원강사로부터 '학원을 보낸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다급해진 나머지 다른 학원을 추가로 등록했다. 학원비 부담으로 K씨는 결국 내집 마련을 위해 붓고 있던 적금을 깼다는 것이다.
……

일본 사립학교 입시 준비생들

入試必勝! 일본의 사립학교 입시 준비생들

김[영철] 박사는 그러나 "일본의 과외열풍은 1970년대 이후 1980년대까지 증가하다가 1990년대 후반부터 다소 꺾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국립교육정책연구소(NIER)에서 2001년부터 2년 반가량 연구활동을 했던 한국교육개발원 정광희 박사도 마찬가지 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6학년이던 아이를 도쿄 변두리 초등학교에 보냈다. 아이는 주말마다 농구하고 놀러 다녔다. 아이의 급우들도 과열과외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

일본의 과외열기가 주춤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일본은 이미 계층구조가 고착화되어 교육을 통한 사회적 이동성(social mobility)이 둔화되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에 한계가 생기자 사교육에 올인할 이유가 없다는 해석이다. 다시 정광희 박사의 말이다.

"일본은 명문대 부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진학하면 부속 중·고등학교를 거쳐 계열 대학까지 저절로 올라가는 수순을 밟는 경우가 많다. 명문 사립중에 입학해도 고교까지 6년간 별도의 사교육 없이 대학에 갈 수 있는 양질의 교육을 받는다. 따라서 이런 '티켓'을 따내기 위해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단계에서 이미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른다. 이른 단계에서 아이의 진로가 결정되므로 사교육의 수요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2

인용한 책은 작년 12월 28일, 대통령직 인수인계 문제로 만난 자리에서 노통이 MB에게 선물했다는 바로 그 화제의 책, 『대한민국 교육 40년』3이다. (⇒ 노무현 대통령-이명박 당선자 만찬회동 브리핑 전문) 이 인용문 서두에 나오는 동아일보의 기사는 사실 일본의 유토리(ゆとり) 교육, 더 나아가 참여정부 교육정책을 비판하려는 (다분히 악의적인) 기사 내용이다. 이 기사만 보면 일본도 심각한 홍역을 앓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일본의 다층화된 입시경쟁구조가 결과적으로는 전체 사교육 수요의 감소를 가져오고 있다니 흥미로운 반전이 아닐 수 없다.

홈지기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바로 이 블로그에 한달 전 쯤에 쓴 「치열해지는 교육 경쟁구도에 창조적 해결책이 존재할까?」 글이 생각났다.

Evacuation

좁은 출구에서의 탈출. (a) 아무런 장애물이 없을 때 (b) 출구 앞에 기둥을 설치했을 때

이 글에서 홈지기는 뭔가 '출구 앞에 설치한 기둥' 같은 대책이 창조적 해결책의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밝힌 바 있는데…… 외국 사례를 보니 자연적으로 이런 기둥과 유사한 시스템이 만들어진 나라도 있는 것이었다! 아마 우리나라도 학원재벌과 결합된 자율형 사립고가 대거 허가되면 이런 일본식의 시스템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않을까?

이런 문제 때문에 홈지기는 교육 문제 해법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할지 몹시 고민이다. 단순히 국민 전반의 사교육비 지출 총량을 줄이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이처럼 경쟁단계를 확대하여 아예 일찍부터 사교육 수요를 꺾어버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일본처럼 계층구조의 고착화, 사회적 이동성의 둔화라는 치명적 문제를 낳을 수 있다. 물론 서구의 많은 국가들도 실질적으로는 계층구조의 고착화가 상당히 진전되어 있고, 한국도 그 흐름에 휩쓸려가는 분위기지만, 교육정책이 이를 방치 또는 가속화시켜서는 안될 노릇이다. 교육이 제공하는 사회적 이동성을 촉진하면서도 끝없는 사교육 경쟁의 사회적 덫(social trap)에서 빠져나오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길은 과연 무엇일까? 과연 그런 기발한 또 다른 창조적 해결책이 존재할 것인가? 앞으로 연구를 해 보면서 지속적으로 고민할 일이 아닐 수 없다.

P.S. 다음 번에 이 문제로 글을 쓸 때는 이 두 마리 토끼를 제대로 잡고 있는 나라가 있는지 사례조사를 좀 더 해보고 그 결과를 간단히 적어보도록 하겠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Notes.
  1. 日 '사립중 보내기' 입시광풍 (동아일보)
  2. 국정브리핑 특별기획팀. 『대한민국 교육 40년: 공교육 정상화·대학 발전·평생학습사회를 향한 전진.』 (한스미디어: 2007).
  3. 이 책 내용의 상당 부분은 대한민국 정책포털에 온라인으로 연재되어 있으니, 책 사 보기 아까우신 분들은 온라인으로 읽어 보시기 바란다.
2008/05/21 16:30 2008/05/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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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risx 2008/05/21 17: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의 상황은 일전 포스팅에 나오는 "출구 앞의 기둥"하고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이네요. 출구가 다르지 않습니까.
    명문 유치원-> -> ->계열명문대(엄친아) vs 평범 유치원-> -> ->평범 대학(결과적으로 평범남) 쯤 되려나.
    굳이 극장 상황에 비하자면 층을 아예 나눠버린 셈이죠.
    일단 허름 트랙에 들어서면 엄친아 트랙으로 갈아타는 게 무쟈게 어려우니 지레 포기하도록.

    뭐, 우열반 편성하고 등등 해서 장차 일본처럼 트랙이 아예 나뉘게 되는 것도 사교육비를 줄이는 한 방법이 될 수는 있겠지만, 불난 극장 출구 앞 기둥 모델로 저 상황을 설명하기엔 좀 무리가 아니냔 게 내 생각. (탈출만 하면 되는 진짜 극장과는 달리, 교육 극장에선 애초에 문을 나온 뒤의 상황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발생하는 거니까. 하긴, 불타는 극장 문을 나선다는 걸 어떻게 정의해야 될 지도 애매하죠. 명문대에 갔다? 대학에 갔다? 사교육비 거의 안쓰고 대학에 갔다? 게다가, 하얀 점은 학생? 학부모? 기껏 문을 빠져나갔더니 비정규직의 늪이었다면? )

    일전에는 그냥 가볍게 생각해볼만한 거리로 극장의 기둥 얘기를 던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포스팅을 보니 정말로 저런(일본같은) 상황이 극장 모델에 있는 "출구 앞의 기둥"과 비견할만 하다고 전제하는 건가 싶어서 한 마디 얹어봅니다.

    @@극장 출구 앞 기둥처럼 억지로 힘을 쓰지 않아도 상황 해결에 도움이 되는 제도/장치를 교육에도 도입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는 십분 동의합니다. 네. ㅎㅎㅎ

    • Periskop 홈지기 2008/05/21 17:55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 출구라는게 꼭 특정 레벨의 대학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주 rough하게 '빠른 탈출=명문대 진학', '늦은 탈출=평범대 진학'으로 받아들여도 다단계 스크리닝의 효과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ㅍㅍ

      그리고 실제 연구하는데 저 극장 모형을 쓰지는 않을 생각이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말고.^^ 설계 중인 연구모형에는 당연히 개개인의 진학 후 생애기대후생(life-time expected welfare) 등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게 작용하지. 지적대로 극장 모형(또는 탈출 모형)은 교육문제 연구에 쓰기에는 비현실적인 모형임이 분명하고. 다만 이 글에서는 그 모형에서 시사하는 다단계 스크리닝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시스템이 일본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연상한 것일 뿐이지. 또한 이런 일본의 사례를 봄으로써, 한쪽 측면에만 집중하여 해결책을 찾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정책 오류의 가능성에 대해 스스로 경계하려는 의미도 있고. 그나저나 교육 문제는 다들 아이디어 회의를 주구장창 해도 자꾸 수렁에 빠지는 느낌이야.-_-

  2. chrisx 2008/05/21 17: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x년 뒤면 학부모가 될 예정이다보니(후훗)
    요즘 하신다는 연구의 성과 플러스,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나라가 있는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5/21 17:49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 팀장님도 현재 입시전선에서 혈전 중인 학부모이신지라 열의가 대단하시지. 뻔한 결과가 아닌 좀 참신한 대안을 내놔야 할텐데 다들 후덜덜할 뿐이야.T.T

  3. 양성민 2008/05/21 19: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4. noblenight 2008/05/21 19: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잘 읽고있습니다.
    물론 계층구조의 고착화에 따른 사회적 이동성의 둔화가 지나친 과외열풍을 막을수 있다는 점은 분명 좋은 부분이지만 글쎄요...;
    과연 전체의 공익을 대변한다는 측면에서 생각해본다면 적합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다들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직업의 세습화 현상이 나타나서는 안되기에 우리는 교육에 있어 평등권을 강조하는거 아니겠습니까?
    예전에 교수님께서 말씀하셧지만 이건 음의 피드백구조 2개가 상호작용하여 양의 피드백으로 전환되는것이기에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전 듭니다. 단 국가에서 해결해야할 부분은 부작용을 줄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겟죠.. 그러나 이를 뛰어넘어서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에서나 교육의 열기는 존재하지 않았지 않습니까?

    • Periskop 홈지기 2008/05/21 19:59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일본식 시스템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취지의 글을 적은 것은 아니니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말씀하신대로 공익 측면에서 사회적 이동성의 저하 또한 멀건히 방치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골치아픈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느 기준으로 보더라도 대한민국의 사교육 열풍이 지나친 것은 맞는데, 그걸 해결하자고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다방면의 고찰이 필요하겠죠. 교육 문제는 워낙 복잡해서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많이 있습니다만, 정말 그런지에 대해서는 좀 더 깊숙이 고민을 해봐야 겠습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정책 패키지가 나올 길은 과연 없을런지…… -_-

    • noblenight 2008/05/22 00: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답글 감사합니다.
      혹시 제가 쓴글에 오해의 부분이 있으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채승병님 오해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도 그와 관련해서 예전에 선후배들과 토론했던 사실이 생각나서 교육의 특이성을 말씀드린거였습니다. 그토론에서도 채승병님이 말씀하신 출구의 기둥과 같은 대책과 비슷한 대책에 있어 선진국의 사례 주로 영국이나 미국의 사례가 중심이 되겠죠 를 들며 사회적 타당성을 입증하보려고 의견이 있었으나 오히려 반발만 더 커질수 밖에 없었으며 결국 갑론을박 하다가 끝나버렷죠
      정책이란 어려운거 같습니다. 함부로 외국의 사례를 채용할수 없지 않습니까? 내가 연못에 던진 돌 하나가 연못 생태계에는 대 재앙의로 나타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과연 어떤방법이 옳은지는 그시점 마다 섣불리 판단할수 없는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 친구들은 제 의견을 망언이라 하였지만
      전 이문제는 어쩔수 없이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거 같습니다. 결국 선진국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걸 우리가 해보는 것도 괜찮을거 같습니다만 제생각으로는...ㅋㅋ

      괜찮지 않겠습니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사회전체가 자원의 한계성에 걸려 ㄴ넘어지는 그순간까지 기달려 보는것도 말입니다. ㅎㅎ

  5. chrisx 2008/05/21 2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 갑자기 궁금해지는 건, @.@
    사기업 연구소에서 왜이런 정부 정책연구스런 걸 하고 있는 거죠?
    설마 교과부 과제같은 걸 하는 것도 아닐 테고.

    @설마가 사람 잡은 건가요? ㅎㅎ

    • 獨步 2008/05/21 20:39  댓글주소  수정/삭제

      친위대(SS)는 초법적으로 국가의 모든 것을 장악하는게 최종목표이기 때문일 겁니다(움하하).

      넝담이고... 제 생각에는 교육의 '효율성'과 '효과성' 제고라는... 결국은 경제/경영적 측면에서 접근이 시도된게 아닐까 합니다 - 개인적 공상일 뿐입니다.

      어떻든 교육문제는 심각하므로 연구주체야 어떻든 논의가 이루어져야지 않겠습니까. 결론은 SS의 교육사업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되더라도 말이죠(웃음).

    • Periskop 홈지기 2008/05/24 1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chrisx/ 우리 연구소에도 공공정책실이 있고 연구원도 10여 명이나 되는데?^^ 우리는 씽크탱크를 지향하는 곳이라 계열사 지원 외에도 공공 성격의 연구도 많이 수행하고 있지.

      獨步/ SS Ordnungspolizei 요원들이 들이닥칠 수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 獨步 2008/05/24 16:51  댓글주소  수정/삭제

      홈지기님/

      만일 그렇다면 SS-HQ와 제 거처와의 거리가 워낙 가까운 탓에 떴다 하면 도피할 시간이 없겠는데요(덜덜). 모처에 마련해놓은 안가로 잠시 피신해야 하나(고민).

      그런데 SS는 제 거처 근처로 HQ를 옮긴 이래 어째 좋은 일이 하나도 없는 듯 합니다. 地氣가 안좋은 곳인지(웃음).

  6. 일화 2008/05/21 2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회적 유동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면 그야말로 교각살우라고 밖에 할 수 없을 듯 하네요. 저는 아직 아이가 없지만 남의 일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문제라 가끔 고민해봅니다만, 진짜 답이 안나오긴 하더군요. 현재의 교육열은 다소 지나친 감이 있지만 그 자체로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니 어떻게든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텐데, 지금 현상은 완벽한 고비용 저효율 교육이라... 부디 좋은 아이디어가 쏟아지기를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5/24 12:27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식 있는 분들이 만나기만 하면 교육 문제를 토로하는 것만 봐도 고비용 저효율의 악순환은 매우 심각하죠.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15년 전과는 한참 달라진 환경의 원인을 해체하는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기존 논의에서 얼마나 더 전진할 수 있을런지 고민입니다.

  7. 기린아 2008/05/22 09: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는 입시전쟁을 없애면서 계급 이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계급을 온전히 고착화 시키고 대신 계급간 평등을 이루는 - 아마도 공산혁명, 또는 잘나가는 북유럽 정도 - 것 밖에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OTL;;

  8. 길 잃은 어린양 2008/05/22 18: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정희가 구상만 하다가 실패한 교육정책의 골격이 고등학교를 30%의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교와 70%의 실업계로 나눈다는 것 이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구상이 사실상 전제군주였던 박정희의 생전에 처절하게 실패했던걸 보면 한국사회의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 욕구는 세계의 어느 지역 보다도 강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 비관적이긴 한데 사회적 유동성을 살리면서 교육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지상천국을 현실세계에 도래시키는 것과 비슷한 일 같습니다.

    • 獨步 2008/05/22 1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상승욕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겠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게 유별나게 강한 이유는 이 사회는 윗대가리가 되면 가지는 것은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고 책임질 부분은 필요 이하로 적어지기 때문인 듯 합니다. 솔직히 '남는 장사'가 되지 않는다면 굳이 상승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그것이 필기시험만큼은 다른 것과는 다르게 그래도 '나(와 내 자식)도' 한 번 해볼만한 '공정하고 평등한' 방식이라는 생각과 연계되기 때문에 문제해결이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통일신라시대 독서삼품과가 도입된 이후 결국은 과거제라고 할 수 있는 국가단위시험에 열폭하는 분위기의 진정한 폐해는 역설적이게도 '공부 ZOT나게 안하는 사회'를 만들었다는 것일 겝니다 - 헛공부에 열폭들을 하니 인생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못하는 것 절반 안하는 것 절반이겠죠.

      공부안하는건 좌빨이든 우꼴이든 가리지 않죠. 후자는 뭐 언급할 가치도 없고. 전자의 경우도 모당이 총선전 평등파-자주파 논쟁으로 갈라진 것만 봐도 결국 80년대식 PD-NL 이분법이 지금껏 이어진거 아닙니까? 도대체 세월이 어느 땐데 아직도 저러는지...

      글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 같지만 결국 이번 광우병에 대한 괴담(?)이 이렇게 확대일로를 걸을 것도 인터넷 등등에 횡행하는 정보를 Screening할 수 있는 개인의 역량부족에 원인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음... 댓글의 댓글이 쓰다보니 또 너무 길어지네요. 저는 길게 글쓰면 특히 해가 지면 안되는 사람인데(웃음). 이만 급히 마칩니다(후다닥).

    • Periskop 홈지기 2008/05/27 14:52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회주의 중국도 이미 오래 전부터 사교육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걸 보면, 공산혁명보다도 어려운게 교육문제일지도 모르지요.^^

  9. 델카이저 2008/05/23 1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에 어떤 분이 프랑스에서 살다 오셨는데요.. 그 분이 말씀하신 방법은 서울대 하나만 빼고 모든 대학을 평준화 시키는 거였죠..-_-;; 그럼 서울대를 노리는 상위 0.5%는 입시지옥을 겪겠지만 나머지 95.5%는 입시지옥에서 해방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뭐 생각해 보면 꽤 괜찮은 방법 같기도 하네요..


    ps. 세상에는 꼭 해결할 필요가 없는 문제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5/27 14:56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닌게 아니라 프랑스 외에도 그런 방식으로 효과를 보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사교육 경쟁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지만, 국소적으로 몰아버리는 방법이죠. 그런데 이 경우는 상위 1%와 비교하여 99%가 소외되는 느낌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한국이 순탄히 과연 그런 사회로 넘어갈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연구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10. 별마 2008/05/23 2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존경합니다. 저에게 실질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문제지만 저 역시 1,2년 정도 한국 교육 문제에 대해 나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2004년 김태억, 이창용 등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원에서 발표한 자료 <입시제도의 변화(제목 요약)>의 결론 부분이 홈지기께서 소개하신 동아일보 기사와 비슷하다고 생각되네요(교육부의 대학자율화 억제가 고소득층의 상위권 대학 진학을 오히려 부추겼다는 얘기죠).
    홈지기께서 설명하신 교육을 통한 사회적 이동성의 둔화는 사실 한국에서도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제 견해(아무런 연구도 없습니다만)는 대학 진학 등에 여러가지 평가자료를 요구하는 현행 입시제도가 가장 큰 원인 같습니다. 요 몇 년 사이 수능의 비중을 줄이는 한편 내신, 논술 및 구술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하려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아마 학생선발 자율을 요구하는 일련의 교육계를 달래기 위한 교육부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런 방침의 취지는 전인교육의 완성이라는 훌륭한 것입니다만 현실에서는 자본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을 더욱 키울 뿐이라고 생각됩니다. 바꿔 말하자면 과거 본고사 혹은 수능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자본의 영향이 오히려 한계(물론 자본의 영향력이 그 당시에 컸습니다)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계급을 고착화시키는 방법은 홈지기 말씀대로 사회적 이동력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젠가 네이버 인조이재팬에 일본인들을 상대로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에 대한 질문을 해봤을 때 일본인들은 상당히 무덤덤하게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식 방법이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구요(일본인들이 저 상태를 만족하는 것을 보고 저거 나름대로 행복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지금 제 생각은 입시에서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하는 것보다 수능 등의 방법처럼 국가에서 하나의 기준을 정립해주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입니다. 수능 하나만 보고 대학을 결정하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방법이지만 그것이 놀라울 정도로 사회적 이동성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실제 그런 사례가 제 주변에 있습니다).
    어차피 자본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교육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할 것입니다. 문제는 여유가 없는 저소득 계층입니다. 이 저소득 계층의 교육비 투자를 줄여주는 방법 중 적어도 입시에 있어서 자본이 투입될 수 있는 영역 자체를 줄여버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입니다. 몇몇 단체(대부분 뉴라이트들이더군요)들은 교육에 있어서 국가의 개입이 제한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홈지기님의 말씀처럼 사회적 이동성을 희생하는 대가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점은 기 소르망의 <Made in USA>에서 나타나는 소수자 계층을 위한 미국 교육계의 배려에 대한 흑인과 인디언의 반응일 것입니다).
    여의도연구소에서 정책제안 이벤트(용어가 적절하지 않은 거 같습니다)를 개최한다기에 한번 이 문제를 다뤄볼까 생각하면서 자료를 찾아봤는데 별로 보이지가 않습니다. 홈지기께서 명쾌한 해결책을 내려주신다면 그 자료를 베이스로 저도 미흡하나마 연구를 해볼까 기대해봅니다 ^^.

    • noblenight 2008/05/25 01:46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장 근본적으로 막아야 할것은 사회적 이동성의 둔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열기가 뜨거운 건 사실이지만 그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도 많이 있지 않나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만 자랑스럽게도 대한민국의 문맹률은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또한 모국어외 외국어 즉 영어및 제2 외국어의 학습률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입니다. 이런 긍정적인 요인이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빠르게 한 측면이 있지 않나 싶은게 제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정상적인 교육시스템에 대해서는 우려가 없는바 아니지만 너무 심각하게 대안을 생각하는것도 문제인거 같습니다. 우리가 흔희 호미로 막을걸 가래로 막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런 측면에서 '별마'님이 주장하신 입시에 지출되는 대상을 줄이는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거라 생각이 들지만 단순히 응급처방에 머물지 않을까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근본적으로 학력에 대한 우열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국민들의 의식속에서 배제하도록 정책을 집행 하여야지 그렇지 않다면 이 문제는 계속 발생할거라 생각합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5/27 14:59  댓글주소  수정/삭제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여러 부분을 지적해주셔서 댓글에서 다 소화하기는 쉽지 않네요. 말씀하신 내용을 참고하여 다음 글 작성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제안하신대로 입시제도의 개선 문제도 첨예한 논쟁거리인데, 최근에는 해외조기유학이라는 탈출구가 또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에 기존같은 효과는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한 번 가능성을 차근히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11. 외고생 2008/05/23 23: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저도 그나마 상위 쪽인 학생 중 하나입니다만(실력도 별로고 집안도 별로입니다.) 저런 식으로 되는 건 확실히 아니라고 보네요. 그런데 학교의 몇몇 아이들은 저런 사회를 바라는 것 같아 무섭습니다. 뭐 제가 학교 내에서 좀 왼쪽 성향이긴 하지만서도요. 아무래도 외고는 좀 보수적인 얘들이 많다는 느낌입니다. 꼭 그게 나쁘단 건 아니지만..


    항상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이제서야 덧글 남기네요.

    • Periskop 홈지기 2008/05/27 15: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 감사드립니다.^^ 외고에 다니시는군요. 아무래도 느낌상 보수적 성향을 갖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데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와는 환경이 너무 달라져서, 그런 성향을 갖는 학생들의 구체적 비중이나 추세, 심각성이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물론 예전에도 다양한 성향의 학생들이 있었으니, 어느 정도 말랑말랑한 시각만 유지하고 있으면 크게 우려할 바는 아닐 것입니다. 다만 서로가 배타성이 커지는 추세라면 문제가 있겠죠. 제 경험 상으로는 특목고보다도 오히려 해외조기유학생들 중에 저런 문제가 심해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12. seagull 2008/06/15 1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계층구조 고착화로 사회이동성이 둔화되어, 결국 사교육열풍이 줄어들었다...이 대목에서 깜짝놀랐습니다. 위의 의견처럼 사회이동성 둔화는 암담한 미래지요...(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상당부분 진행된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사교육비의 사회적 문제는 일단 논외로 하면 결국 사회이동성 둔화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결국은...해외취업 및 이민확대 쪽이 될까요? 열려있는 문이 작으니 아무리 공부해도 '투입노력 대비 미래보장율'(말도 안되는 조어법입니다만)이 낮다면 그것이 사교육비 절감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냐, 아니면 미래보장율(?)을 늘리는 쪽으로 갈 것인가로 나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 인도에서 봇물터지듯 흘러나오는 학생들과 그들이 현지에서 JOB 잡는 모습들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의 투입노력 대비 미래보장율은 현재로서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굉장히 높은 수준이겠죠? 그것이 대부분의 인도학생들이 해외에서는 다른 학생들이 학을 뗄 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이유일 수도 있겠구요...
    그렇게보면 우리보다 더 폐쇄적인 사회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에서 미래보장(?)을 확대하는 쪽이 아닌 사교육비 감소로 귀결되어 졌다는 것이 일면 이해가 가기도 하는군요. 정말 바람직한 결과는 아닙니다만...
    이런 저런 궁리를 해보니 결국 '쳇, 결국 문제는 영어인가' 라는 쓴웃음이;;

    좋은 글 덕분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감사합니다.

  13. 폴라곰  2008/06/30 0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앞에 獨步님께서 얘기해주신 내용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봤습니다. 우리나라는 내부자아로 인한 '안에서 밖으로의 진행과정'을 거쳐 신분사회구조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 외력에 의한 개방, 즉 '밖에서 안으로의 진행과정'을 거쳐 신분사회구조를 벗어났기 때문에 이 과정 중 (전자의 경우였다면)자연스럽게 새로운 형태의 사회구조로 접근하면서 재정립되어야 할 새로운 사회계층구조에 대해 이해 및 적응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즉, 타 계층에 대한 이해가 적었을 뿐더러 계층구조 자체가 불안정한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되어 그 모습 자체가 '신사회계층구조'의 전부로 받아들여진 모습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마치 초기 자본주의를 보고 자본주의의 모든 것인양 생각했던 맑스 처럼요.

    이 다음은 獨步님께서 말씀하신 부분과 같습니다. 현재 '작은 책임'을 지면서 '큰 권리'를 누리고 있는 상위계층의 모습이 당연히 큰 유혹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구요. 이런 이해는 우리나라에서 유별난 '부에 대한 경시(특히 재벌)'를 연결하는 데에도 무리없을 듯 합니다.

    뭐 써놓고 보니 상위계층을 각성시키는 일이나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나 힘들긴 매한가지 일 듯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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