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게건 가볍게건 군사사를 접근할 때 반드시 봉착하게 되는 문제라면 인물에 대한 정보를 빼놓을 수 없다. 홈지기가 번역 과정에 일부 참여한 『독소전쟁사 (원제: When Titans Clashed)』만 해도 독소전 '개론서'라지만, 곳곳에 등장하는 숱한 지명과 인물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분을 여럿 봤다. 국내 인물들도 깜빡하기 쉬운 마당에 요상한 발음들로 점철된 여러 나라의 인물들이 범벅이 되면 당연히 골치다. 더군다나 독소전 정도의 규모가 되면 워낙 많은 인물들이 명멸하다보니 그런 어려움은 몇 배가 되기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집이 긴요해진다.
독일군 측의 인명은 그런 면에서 꽤나 정보를 얻기가 편하다. 독일군 주요 지휘관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 이미 방대한 정보가 올라와 있기 때문에 굳이 인쇄물 형태의 인명사전을 살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주목을 끈 사이트인 'Axis Biolographical Research' 하나만으로도 거의 전 장성급 지휘관들의 기본 정보가 다수 수록되어 있으니 말이다.
오히려 이 때문에 전통의 인쇄물 참고서적을 출간하던 영세 출판사들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인쇄물 형태의 독일군 지휘관 인명사전을 꼽자면 기존에는 『Deutschlands Generale und Admirale』 시리즈가 지존으로 꼽혔다. 그러나 정작 이를 펴내던 Biblio Verlag은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하기사 수많은 이들이 자기 시간 쪼개가며 양질의 자료를 공유하는 서구의 문화 속에서 충분히 예견된 결과이긴 했지만.
Biblio Verlag 이외의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독일군 인명사전도 있긴 하지만, 내용이 그리 튼실하지도 못해서 굳이 추천할만한 값어치가 있는건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영미권에서 나온 값싼 인명사전 상당수는 엉망인 것들도 많아 차라리 그냥 없는 항목이 많더라도 『The Oxford Companion to World War II』를 참고하는게 나을 것이다.
그럼 소련군 측의 인명 쪽으로 눈을 돌린다면 어떨까? 사실 최근에는 몇년 전에 비해 사정이 매우 나아졌다. 러시아인들도 열심히 자국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 올려놓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어만 할 줄 알면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상당한 정보를 구할 수 있다. 그래도 아직 인쇄물에 익숙하고, 게다가 러시아어 실력은 아직 보잘 것 없는 홈지기같은 사람들에게 뭔가 손에 잡히는 인명사전은 탐이 나기 마련이다. 그렇게 괜찮은 인명사전을 찾아보다가 입수한 것이 지난 2005~2006년에 독소전쟁 승전 60주년 기념으로 발간된 인명사전 『Командармы (야전군 사령관)』, 『Комкоры (군단 사령관)』이다.
![]() Командармы | ![]() Комкоры |
각각이 무엇에 관한 책인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제목 그대로 독소전쟁기 소련군의 야전군급 제대 사령관들과, 군단급 제대 사령관들을 모두 망라한 인명사전이다. 각 제대마다 종류별 — 즉 야전군급이면 통상의 제병합동군과 전차군, 공병군, 군단급이면 소총군단, 전차군단, 포병군단 등 — 로 대분류를 나눠놓은 다음에, 해당 지휘관들을 끼릴 알파벳 순으로 정리해놨다. 내용상 목적도 분명하여, 각 인물의 자잘한 일생보다는 군 관련 경력과 특히 독소전쟁기 지휘 경력에 대해 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각 인물당 적당하게 1페이지 정도를 할애한데다가 빠짐없이 사진 1매씩을 첨부하여 다른 경로로는 보기 힘들었던 소련군 지휘관들의 면면에 대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Командармы』는 총 408페이지의 분량이며, 『Комкоры』는 2권 짜리로 1권이 672페이지, 2권이 464페이지 분량이니 커버하고 있는 인물이 천 명이 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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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예시 페이지는 『Командармы』 90~91페이지를 스캔한 것이다 — 이미지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독소전 초기에 사망한 제28군 사령관 블라디미르 야코블레비치 카찰로프(В. Я. Качалов) 중장과, 역시 제34군 사령관으로 초기에 최후를 맞은 쿠지마 막시모비치 카차노프(К. М. Качанов) 소장, 제51군 사령관으로 활약한 니콜라이 야코블레비치 키리첸코(Н. Я. Кириченко) 중장의 약력이 나와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이 인명사전은 독소전사 탐구에 꽤나 유용한 참고서라 할 수 있다. 매번 의문나는 소련군 장군이 있을 때마다 힘겹게 끼릴문자를 두들기고 구글링을 하던 것에 비하면 훨씬 간편하게 즉시 참조할 수 있어서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부대 단대호 별로 색인을 만들어서 해당 부대의 사령관을 역임했던 장군들도 금방 찾을 수 있게 해놨더라면 훨씬 유용했으리란 아쉬움이 있긴 하다. 그래도 독일군 장군들에 대해서도 이런 손에 잘 쥐일만한 인명사전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잘 정리된 책임은 분명하다. 가격도 각권당 대략 2만 원 정도에 구할 수 있을테니, 독소전사를 조금 깊게 보실 분들이라면 러시아 시장에서 씨가 마르기 전에 구해보시라 권해드리고 싶다 — 다시금 강조하지만 러시아 책들은 굉장히 빨리 절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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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 가지고 있으면 매우 유용할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인명정보와 비교했을 때 내용면에서 어떻다고 보시나요?
유명한 장군들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훨씬 상세한 내용을 접할 수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인명사전의 진짜 강점은, 인터넷으로는 찾기 힘든 비운의 장군들에 대해서도 웬만큼 기본적인 정보가 잘 나와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그 전에 찾다찾다 포기한 장군들도 사진과 이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아주 편하더군요. 소련군 장군들에 대해서도 Axis Biographical Research에 필적하는 사이트가 만들어진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야 내용도 만족스럽습니다.
심히 갖고 싶은 책입니다. 근데 소련군에 '공병군'이란 것도 있었습니까? 공병 부대를 군 단위로 운용할 필요가 있었습니까? 그리고 'Axis Biolographical Research'란 사이트가 axishistory 포럼에 속한 사이트입니까?
공병군(сапериая армия)은 소련군 편제가 대부분 그렇듯이 서방의 야전군 규모를 생각하면 안 됩니다. 1941년 말에 대규모 야전방어시설을 만들 일이 많았던 급박한 상황에서 편성되었는데, 2~4개의 공병여단(병력 약 4~5만 명)을 모아 지휘한 제대입니다. 사실 소련군으로서도 야전군 이름을 붙이긴 뭐했는지 1942년 중반이 되면 다시 다 해체시켜 버립니다. 그리고 ABR은 Axishistory 예하 사이트는 아니고 원래 별개였는데, 나중에 이들 운영자들끼리 의기투합했는지 인물정보 토론포럼을 Axishistory에 끼워 넣었습니다.
역시 지금과는 많은 게 다르네요.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무지 땡기는 책인데, 문제는 역시 러시아어로군요. -_-;
윤민혁님 능력에 러시아어는 별다른 장벽이 아닐 겁니다.
저도 1년째 뱅뱅돌다, 이제 독일어가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으니, 러시아어도 그다지 높아보이지 않네요..
저 영어도 못 하는데요...;;;
러시아책은 주로 어디서 구입하시는지? 이 책은 저도 구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