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侯 님의 블로그를 순례하다가 "슈판다우(Spandau)포"의 정체에 대한 재미있는 글이 있기에 한 마디 부연해볼까 한다. 문제인즉슨, 기 사예흐(Guy Sajer)의 유명한 회고록 『Le Soldat oublié(The Forgotten Soldier, 잊혀진 병사)』가 번역되어 나오면서 이 중간중간에 "슈판다우포"라는 정체불명의 무기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슈판다우포"의 정체가 무엇인가 설왕설래하며 갖가지 추측이 오고간 듯 한데…… 홈지기는 사실 우리말 번역판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의 논의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사실 홈지기도 영어판을 읽을 때 이 정체불명의 무기('Spandau gun')가 도대체 뭔가 고민을 한참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기억을 되살려 간략하게 언급을 해보자.
우선 슈판다우가 뭔지 커다란 사전을 놓고 들춰보자. 이미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슈판다우는 독일 베를린의 일개 구(區, Berzik)이다. 흔히 루돌프 헤쓰 등 다양한 전범들이 수용되었던 슈판다우 형무소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그런데 사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또 다른 항목이 있다. 예를 들어 Dictionary.com의 Spandau 항목 3번째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 noun 'a German machine gun(독일의 기관총).' 난데없이 왜 이런 뜻이 붙었을까?
이에 대한 기원은 1차 세계대전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독일군이 사용한 주력 기관총은 MG 08이었다. 이 MG 08은 애초에는 Deutsche Waffen und Munitionsfabriken(독일병기탄약공업, 이하 DWM)이라는 군수업체에서 제작했는데, 독일군이 공식화기로 채택하면서 국영 조병창이 생산 대열에 합류했다. 그 중 대표적인 하나가 베를린 슈판다우에 있던 Königliche Gewehrwerke Spandau(슈판다우 왕립 조병창)이었다. 그래서 이 조병창에서 생산해낸 MG 08(및 변종) 바닥에는 아래 사진과 같이 'Spandau'라는 마크가 찍혔다. (아래 Gwf.는 Gewehrfabrik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기관총을 노획한 영국군은 독일군 기관총을 'Spandau gun'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자료에 따라서는 MG 08 전체를 'Spandau gun'이라고 했다고도 하고, 항공기 탑재형만 'Spandau gun'이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그러나 미루어보건대 아마 처음에는 좁은 의미로 쓰이다가 별명 붙이기 좋아하는 영국군의 특성상 독일군 기관총들을 싸잡아 'Spandau gun'으로 통칭하게 된 것 같다.
이 관습이 계속 남아 2차 세계대전이 되어서도 영국군을 비롯한 유럽 각지에서는 독일군 기관총을 'Spandau gun'이라고 종종 부르게 되었다. MG 34, MG 42같은 특정한 모델을 지칭한게 아니라 일반적인 속칭이였으며, 영국을 중심으로 연합군 영향권의 유럽 구어에서 널리 쓰였다는 이야기이다. 반면 제식명을 주로 쓴 독일군 내에서는 전혀 다른 별명들이 쓰였다 ― "Hitlersäge", "Knochensäge" 같은 '톱' 시리즈가 다 그런 류이다.
그럼 GD 사단 병사로 복무했다는 기 사예흐는 왜 이런 표현을 쓴 것일까? 필자도 그게 궁금해서 애초에 나왔던 프랑스어 판본 『Le Soldat oublié』을 뒤져봤다. 아 그러나 그때 알게 된 사실은…… 기 사예흐는 'Spandau gun'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었다! 필자도 서점에서 쓱쓱 넘겨본 것이어서 모두 대조해보지는 못했지만, 대부분 그 자리에는 그냥 프랑스어로 'mitrailleuse'라고 쓰여 있었다. 이 mitrailleuse는 보불전쟁 당시 Reffye mitrailleuse를 특정해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역시 프랑스어에서는 일반적인 기관총의 의미로도 많이 쓰였다. 기 사예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평범한 기관총(또는 기관포)의 표현을 쓴 것이고, 영어 번역자는 아마도 이런 가벼운 느낌의 기관총 표현을 살리기 위해 그냥 'Spandau gun'이라는 영국에서 익숙한 표현을 쓴 것 같다. 하기사 이 책이 꼼꼼한 전투사 책도 아닌 이상 제식명을 하나하나 달아줄 필요가 뭐가 있었겠는가.
요약하면, '슈판다우포'는 프랑스어→영어→한국어로 번역되면서 빚어진 애매한 해프닝이었다. 독자 여러분들은 그냥 '기관총(또는 기관포)'이라고 이해하시면 되겠다. 이게 MG 34였을지, MG 42였을지, 심지어 20㎜ 경대공포라도 되는 것인지는 그저 눈치껏 상상력을 발휘해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항상 이야기하지만 때로는 정신 건강을 위해 고증 따지며 제식명에 얽매이는 태도를 던져둘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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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원저자는 아예 슈판다우 건이라는 단어 자체를 쓰지 않았었군요. 원어는 미트라예즈였다니...그런데 미트라예즈가 일반명사로 기관총을 뜻한다는 걸 몰랐으니 원서를 봤더라도 또 한동안 혼란스러웠지 싶습니다. 이번에도 승병님 덕분에 또 하나 배웠네요. 감사합니다^^
...근데 전 후작이 아닌데요ㅡㅜ
원래 작위야 마'왕'님 맘대로 아니겠습니까?^^ 참고로 일각에서 저도 마왕이라고 부르시는데 왜 제가 마왕인지…… =.=
호부후의 好婦侯는 순면대제(pure cotton great emperor : 현 잠망경에선 순명대제로 오기중이라능...)가 하사한 작위이삼. 본햏과는 큰 연관이 없다능.
호부후는 호프侯가 아니라 好婦侯라는 의미입니다.
음. 놀라운 사실이군요!
어서 好婦→戀婦로 오르셔야 할텐데 말입니다.
好婦侯의 부는 단순히 아내婦가 아니라 모든 여햏 婦라는 의미. 즉 온라인 페로몬, 혹은 하나아라시(花嵐) 하렘의 주인임을 지칭한다는 이야기라능...
본햏은 단지 그런 상황을 설정으로 쓸 생각이라능... 그렇다능...
역시 번역서에서 궁금한 점이 있을 땐 원서와 대조하는게 최고군요. 한국에 번역된 판본이 프랑스어판을 직접 번역한 것인줄 알았는데 영어판이었군요.
번역자 분의 약력을 찾아보니 성균관대 번역대학원을 나오셨던데, 성대 번역대학원은 영한번역만 다루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번역대학원에서 제2외국어 번역소양도 가르치겠지만, 아마도 영어판을 메인으로 하고 프랑스어판도 참고해가면서 번역하지 않았나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도대체 채승병 각하께서는 모르는게 뭐란 말입니까?
저는 2003년 2월에 채 각하를 처음 보기 전까지, 대한민국에서 나도 상식과 다방면에 아는 것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다고 심각한 자만(?)을 해왔었는데...
대화를 나누거나, 쓰신 글을 볼때마다 부끄러워집니다.
아.. 드디어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저번 모임때도 2차 가서 당체 정체를 모르겠다고 했던 슈판다우 포가 기관총이라니. ;;;; 모젤 소총이나 미군이 베레타M92를 그냥 nine mili라고만 부르는 것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당시 병사들이 그냥 불렀던 명칭을 사용한 게 아닐까 정도로 추측하고 있었는데, 원저자는 쓴 적이 없고, 영어판으로 번역한 사람이 그네들 관습에 따라 쓴 말이로군요. 전혀 몰랐던 신병기(?)가 아니라 다행입니다. 그런데 왜 한국어판에선 무슨 대전차병기처럼 묘사해놓기도 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