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iskop 방문객 한 분에게서 메일로 질문이 들어왔다. 사실 이런 질문 처리하려고 Periskop Forum을 만들었지만 숱한 스팸게시물 공격과 필자의 관리부실로 요즘 빈사상태이니 그냥 여기 블로그에서 처리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질문의 내용인즉슨 아래와 같다:

왜 요즘들어 일반참모(general staff)를 자꾸 '장군참모(將軍參謀)'라고 번역하나요?

당장 게으른 한국인의 지식곳간(?)인 네이버에서 'general staff'를 검색해보면 백과사전 항목에 '일반참모(general staff)'라고 나온다. 또한 한국군의 공식 군사용어를 수록했다 할 수 있는 합참 홈페이지의 군사용어해설 부분에는 이러한 정의들이 있다:

참모(參謀, Staff)
지휘관의 지휘권 행사를 보좌하기 위하여 임명되었거나 파견된 장교들이며, 참모는 지휘관이 부대지휘의 막중한 책임과 불확실한 전장상황에서도 지휘관의 의지를 자유롭게 실현하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보좌함. 이를 위하여 참모는 항시 지휘관의 의도를 명찰하고 하의상달을 도모하며, 상·하 의지를 일치시켜 임무를 완성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여야 함.

일반참모(一般參謀, General Staff)
부여받은 업무분야에 대한 지휘관의 주무참모로서, 각 일반참모는 부대의 활동을 계획, 조정, 통제 및 감독함으로써 지휘관을 보좌함은 물론 참모 상호간에 업무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하여 지휘관을 보좌하며, 또한 부대가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노력을 통합함.

특별참모(特別參謀, Special Staff)
한 사령부에서 근무하며 일반(조정) 참모단이나 개인 참모단에 포함되지 않는 참모. 특별참모요원은 특수한 기술 전문가와 병과의 선임장교 등이 포함됨. 예를 들면 병참장교, 방공장교, 수송장교 등임.

주구장창 배워온 영어의 지식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참모의 업무범위에 따라 '일반(general)'과 '특별(special)'로 대별되는 구분도 그리 어색해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왜 '장군참모'라는 번역이 등장한 것일까?

필자가 '장군참모'란 번역을 처음 보고 동의하게 된 계기는,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으나) 류제승 장군의 책 중 하나를 보고난 뒤로 기억한다. 류제승 장군은 육사(35기)에서의 뛰어난 성적을 바탕으로 독일에 유학을 다녀오신 분인데, 이 분이 책 어느 대목에서인가 각주로 '장군참모'가 원래 올바른 번역인데 국내에는 '일반참모'로 잘못 알려졌다는 언급을 하신 바 있다. 필자도 그 전까지는 당연히 '일반참모'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이 대목을 보고서 '아하!'하고 무릎을 쳤다.

근대적 참모부 체계를 정립한 원조가 누가 뭐래도 샤른호르스트 이래의 근대 프로이센군이라는 점에는 모두 동의하실 것이다. 그러므로 이 용어 또한 독일어의 'Generalstab'에서 출발하여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되어 나간 것임이 분명하다 — 실제로 미국 육군이 General Staff 조직을 도입한 것은 1903년, 영국 육군은 1906년의 일이다. 결국 독일어 'Generalstab'을 직역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번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독일어에 대한 약간의 지식만 있으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독일어의 'General'에는 영어의 general과 같은 '일반적'이라는 뜻이 없다. 독일어의 'General'은 오직 '장군(또는 우두머리)'의 뜻 밖에 없다. (일반적이라는 뜻의 독일어는 allgemein 정도에 해당된다.) 독일어에서 직역을 하면 '일반참모'라는 말이 나올 여지 자체가 없는 것으며, 이는 원래 '장군(사령관)'을 보좌하는 참모조직을 의미하는 것이다. 필자도 이 간단한 사실을 잊어먹고 있다가 저 각주를 보고 상기한 셈이었다.

결국 한국에서는 이러한 독일어의 원래 표현과 의미를 무시하고, 영미권의 번역어를 차용하다보니 중의성의 덫에 걸려버린 것이다. 영어 단어 general이 가지는 중의성('일반적'과 '장군')은 순전히 프랑스어의 général에서 온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어에서는 형용사로 쓰일 때('일반적인')와 명사로 쓰일 때('장군')의 구분이 엄격하므로 의미의 혼동을 줄 이유가 없다 — 프랑스어는 매우 명쾌하다. 또한 프랑스군에서는 프로이센군에 한 발 앞서 나폴레옹 시대에 반(半)근대적 참모부를 도입한 전례가 있어 독일어의 Generalstab을 차용해 쓰지 않고, 고유의 état-major라는 표현을 쓴다. 반면 잡탕 언어인 영어에서는 형용사로 쓰일 때나 명사로 쓰일 때나 이들 의미가 모두 뒤섞여 있어 머리를 갸웃하게 만드는게 당연하다.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 그나마 영어에서 중역된게 아니라 다시 한 쿠션을 먹고 일본어에서 중역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 전후 맥락을 모르는 누군가가 이를 덜컥 '일반참모'로 쓰기 시작했고, 이게 고착되었다 볼 수 있다.

물론 용어라는게 원어가 어떻게 되었건 나름의 의미로 진화할 수 있는 것이니만큼 한국군의 용례가 꼭 틀리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시작이야 어찌되었건 지금 '일반'의 의미로 쓰이고 있으면 받아들이는게 뭐가 문제겠는가. 다만, 독일군 군제와 조직을 논할 때는 절대 '일반참모' 또는 '일반참모부'라는 번역이 성립할 수 없음이 분명하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앞으로 독일군에 대해 언급할 때는 Generalstab을 꼭 '장군참모'(또는 조직 경우 참모본부)라고 쓰시기를 바란다.

P.S. 지인 분들의 블로그 순례 중에 ssn688님도 비슷한 의문을 표명하신걸 발견하고 트랙백을 추가. [2008-03-02 20:10]

2008/02/28 12:30 2008/02/2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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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Generalstab = General Staff = 장군참모

    Tracked from 688의 잡상, 환상, 망상 2008/03/06 18:25  삭제

    직업병이려나? OTLHenry公께서 좋은 책을 소개해주셨건만, 게으름 탓에 이제야 포스팅을 해본다. 마침 채마왕께서 부탁을 하시기도 하셨으니... [ 이미 보셨을 듯한데, 혹시나 국내 연구서인 줄로 알고 소개를 부탁하신 듯하다. @.@ ]군사연구총서 48 "독일군 장군참모 제도"(이한홍 역, 육군사관학교 화랑대연구소, 2004)본서는 2000년 크리스티안 밀로타트(Christian E. O. Milotat) 장군의 저서 "Das preuBi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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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윤민혁 2008/02/28 13: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학적인 지식 없이 그냥 막연하게 장군참모라는 번역이 독일군 참모본부에 한해서는 확실히 맞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 대충은 알겠네요. -ㅅ-;

  2. ssn688 2008/03/05 1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의 잊어먹기 직전에 들러보고 눈이 뜨였습니다;;; Henry公께서 추천하신 육사 화랑대연구소의 "독일군 장군참모 제도"에서도 번역문제를 논한 서문을 보았습니다만... 독어, 불어, 영어에서의 general이라는 어학적인 맥락에서 설명해주시니 훨씬 더 명료합니다. *_*

    • Periskop 홈지기 2008/03/05 14:53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독일군 장군참모 제도"는 제가 본 적이 없는데, 거기서는 뭐라고 번역문제를 논하던가요? 시간 나실 때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 비밀방문자 2008/03/19 10: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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