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오래간만에 세바스토폴 전투(Störfang 작전) 관련 문헌 가운데 그 동안 채 읽지 못한 것들을 뒤적여봤다. 최근 입수한 오스프리 출판사 Campaign 시리즈의 신간 『Sevastopol 1942』와 W. Tieke의 『Kampf um die Krim 1941-1944』의 대조 작업이 주였다.

그 가운데 유명한 「막심 고리끼 I」 해안포좌 공략 내용을 보다보니 또 다시 독일의 80㎝ 열차포 「Schwerer Gustav("Dora")」와 관련된 내용을 맞닥뜨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포 자체의 활약이 아니라 그늘에 숨겨진 기관차의 존재에 대해서였다. 『Kampf um die Krim 1941-1944』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Interessant ist auch, daß im Jahre 1972 eine der für das "Dora"-Projekt entwickelten achtachsigen Doppelloks von 2000 PS auf einem süddeutschen Eisenbahnschrottplatz verschrottet wurde und die letzte der Dieselloks der "Dora" noch bis 1973 bei der Deutschen Bundesbahn im Einsatz war.

또 흥미로운 것은, "도라" 프로젝트를 위해 개발된 2000마력 짜리 8축 복식기관차 중 하나가 남독일 철도폐기창에서 해체된게 1972년이고, "도라"의 마지막 디젤기관차가 독일철도청(DB)에서 1973년까지 운용되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번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대단한 위용을 자랑하던 1350톤 짜리 80㎝ 열차포는 종전과 함께 고철로 폐기되었다. 그럼에도 이 열차포를 움직이기 위해 힘쓴 기관차는 살아남아 평화시에도 제 몫을 한 셈이다.

내친 김에 이 기관차가 과연 어떤 것인지 궁금해져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다행히도 유럽(과 일본 등)에는 수많은 철도 매니아들이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게 이 기관차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 기관차의 정체는 크룹(Krupp) 사가 제작한 디젤전기기관차였다 — 독일군은 차량을 인수한 뒤에 D311이라는 제식명을 붙였다.

흔히 보는 "도라"의 사진 속에는 거대한 열차포의 위압적인 전면만 나오고, 이 열차포가 곡선화된 복선 레일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 뒤에는 쌍둥이 디젤전동식 기관차 — 디젤엔진을 돌려 발전한 전기로 모터를 구동 — 가 있었던 것이다. 이들 기관차는 MAN 사의 940마력 6기통 디젤엔진을 장착하고 196kW 짜리 직류모터 4개를 구동하는 방식이었다. 통상적인 증기기관차는 너무 요란하기도 하고, 조준을 위해 세밀하게 열차포를 앞뒤로 움직이는데 적당하지 않아서 — 잘 알려져 있다시피 "도라"는 선회포탑이 없기 때문에 곡선레일을 앞뒤로 이동해가며 좌우 사각을 조정했다 — 이 특제 디젤전기기관차가 필요했다.

이 "도라"를 위한 디젤전기기관차는 1941년 10월에 완성되어 D311.01a/b 및 D311.02a/b으로 독일국방군에 인계되어 세바스토폴로 향했다. 하지만 독일은 가솔린, 디젤 등의 유류 부족으로 시달리고 있었기에 명색이 "기관차"였어도 증기기관차에 견인되어 전선으로 이송되었고, 현지에서만 엔진을 돌렸다. 이후 1942년에는 "Schwerer Gustav 2"를 위한 기관차 2대가 더 생산되었으며, 추가로 1943년에 기관차 2대가 생산되었으나 에센 폭격 당시에 망가져서 취역하진 못했다고 한다.

Dora 뒤에서 운용 중인 D311 기관차

세바스토폴 전투 중 바크치사라이 역 부근에서 "도라" 열차포를 움직이고 있는 D311 디젤전기기관차

그러나 아시다시피 "도라"도 세바스토폴 전투 이후에는 별달리 전선에 투입될 일이 없었다. 따라서 이들 4대의 기관차는 모두 다른 열차포(특히 K5) 운용에 투입되어, 흑해 연안과 영불해협 등지에서 활약하다가 1대는 전쟁 중에 손실되었고, 3대가 살아남았다. "Dora"를 끌던 1대(D311.02a/b)와 "Schwerer Gustav 2"를 위해 만들어진 2대 중 1대(D311.03a/b)는 독일 땅에서 종전을 맞았으며, "Schwerer Gustav 2"를 위한 나머지 1대(D311.04a/b)는 네덜란드에서 노획되어 쓰이다 1949년에 독일이 다시 사들였다. 실제로 현역에서 운용된 것은 뒤의 2대로, 이때 DB에서 V188로 제식명이 변경되었다. 세바스토폴 전투에 참가했던 D311.02a/b는 다른 두 기관차의 예비부품 확보를 위해 1951년에 해체되었다. 결국 『Kampf um die Krim 1941-1944』에서 언급하고 있는, 1970년대까지 살아남은 바로 그 기관차들은 엄밀한 의미로 "도라"를 움직이던 차량은 아니었던 셈이다 — 물론 그 부품이 이식되었으니 명을 같이 했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아무튼 이 D311(V188) 기관차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가는 분들은 아래 자료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P.S. 다른 글에 감상평을 쓰겠지만 『Sevastopol 1942』는 복잡한 1,2차 세바스토폴 포위전을 나름 정확하게 요약한 괜찮은 책으로 보인다.

2008/02/24 15:00 2008/02/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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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rca 2008/02/24 18: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오랜만의 업데이트 군요...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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