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쿠르스크 전투에 대한 자료들을 다시 뒤적이다가 러시아 사람들의 투철한 자료 공유 의식에 새삼 놀라고 있다. 어디선가 우리나라도 업무 강도가 좀 줄어야 오픈 소스 개발과 같은 자발적인 지적 활동도 활성화되지 않겠는가 하는 글을 본 것 같은데, 러시아 사이트들에 올라오는 훌륭한 자료들을 보니 자연스럽게 과연 평균적인 러시아 노동자들은 어느 정도의 여가를 즐기고 사는지 궁금해졌다.
각설하고, 오늘도 러시아 자료의 보고(寶庫) 중의 하나인 밀리테라 프로젝트 사이트에 들어가서 자료를 찾아보다 프로호롭카 전투에 대한 재미있는 자료를 하나 찾아냈다. 게오르기 안드레예비치 올레이니코프(Георгий Андреевич Олейников)의 「프로호롭카 전투(Прохоровское сражение)」라는 글이다.
원문 보기 ⇒ Олейников, Г. А. Прохоровское сражение (июль 1943)
이 문헌은 저자 서문부터가 심상치 않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저자 올레이니코프는 독소전쟁에도 참가했고, 쿠르스크 전투에서도 소대장으로 활약하다 종전 후에 소장까지 올라간 인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프로호롭카 전투에 대해 심층적인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남들이 다 프로호롭카 전투를 1943년 7월 12일에 있었던 일대 격전으로 묘사하지만, 정작 참전용사인 자신의 기억에는 7월 10일부터 독일군과 치열한 격전을 벌였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소련 시절에 선전해온 프로호롭카 전투의 이미지가 실은 신화(myth)에 불과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가 열거한 4가지 신화 가운데 양 군의 전차 대수 같은 측면은 오래 전부터 국내에서는 Periskop에서 가장 앞장서 소개를 했으니 별 새로울 것이 없지만, 소련군 내부에서 바라보는 프로호롭카 전투의 범위와 핵심 역할에 대한 주장은 매우 흥미로웠다. 러시아어 해독이 가능하신 분이라면 읽어보고 함께 토의해 볼만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또 죽 읽다 보니 이 문헌의 내용이 어딘가 낯설지 않았다. 기억을 더듬어 검색을 해 보니 이 내용은 독소전쟁 자료를 열심히 검색해 본 분이라면 들러봤을 RKKA in World War II 사이트에 요약이 (영어로) 소개된 적이 있었다.
관련 내용 보기 ⇒ The Kursk Battle
게다가 밀리테라 사이트에 올라온 러시아어 전문에는 지도가 빠져있지만 이 RKKA in WW2 사이트에는 스캔된 지도가 올라와있으니 같이 참고해서 보기에도 유용하다. 또 스크랩 쭈~욱. 오늘도 이렇게 러시아 노동자(?) 들의 노고로 멀리 대한민국에서도 읽을거리와 음미할 거리가 풍부해지니 한편 즐거우면서도, 다시금 밀린 업무 프로젝트는 언제 진행시키나 마음이 무거워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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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의 압박입니다... orz
랄까 한국이나 일본 사람들이 자료공유 같은데에 좀 인색하고, 조그만 기술이라도 독점해서 상대방을 누르는 데에만 관심이 크죠.
뭐 여기 블로그에도 NC를 붙인거 봐서는 약간의 독점욕이 느껴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