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참평포럼 상임집행위원장 안희정 씨의 발언으로 시끌시끌한 가운데, sonnet 님기린아 님의 글을 보고 떠오르는 바 있어 적어 놓고자 한다.

필자는 노무현 대통령을 이해할 때 링컨을 종종 떠올리고는 한다. 링컨 이야기를 읽으며 대통령의 꿈을 꾸었다는 일화도 있고, 자신이 직접 링컨에 대한 책까지 썼으니 말이다. 그만한 애정이면 행동과 생각 구석구석 링컨에 대한 이미지가 박혀있고, 그것을 자신에 대한 다짐으로 종종 떠올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이다. 최근 노 대통령의 행보에서는 링컨의 유명한 다음과 같은 말이 떠올랐다:

"…… I did understand however, that my oath to preserve the constitution to the best of my ability, imposed upon me the duty of preserving, by every indispensable means, that government – that nation – of which that constitution was the organic law. Was it possible to lose the nation, and yet preserve the constitution? By general law life and limb must be protected; yet often a limb must be amputated to save a life; but a life is never wisely given to save a limb. I felt that measures, otherwise unconstitutional, might become lawful, by becoming indispensable to the preservation of the constitution, through the preservation of the nation. ……"

"…… 나라를 잃으면서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 가당합니까? 일반적인 법에 의한다면 목숨과 사지(四肢)는 모두 보호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종종 목숨을 살리기 위해 사지 하나를 절단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사지 하나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포기하는 법은 없습니다. 나는 그 조치들이 국가를 수호하고, 따라서 헌법을 수호하는데 필수 불가결하므로 일면 헌법에 맞지 않더라도 합법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 1864년 4월 4일, 링컨이 하지스(Albert G. Hodges)에게 보낸 서신에서

당시 링컨은 미국내전(남북전쟁)을 치루면서 적절한 의회의 동의 없이 인신보호법의 무력화, 예산 낭비, 강제 징병 등을 초래한 것에 대해 비난여론에 시달리고 있었다 — 남부 지지자라는 이유로 18,000명의 시민을 불법 격리 구금시키기도 했다. 이 서신은 그러한 비난들에 대해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내용이다. 그는 여기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매우 확대해석하여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 대통령의 최근의 언동 속에서도 이런 링컨의 잔상이 느껴졌다면 필자가 매우 과민한 것일까? 자신의 발언이 현행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에서 위험한 곡예를 하고 있음을 잘 알면서도, 이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개혁의 더 큰 가치로 인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는 듯 하다. 링컨에게 연방 수호를 위협하는 적이 남부 분리주의자들이었다면, 노 대통령에게는 '수구' 언론이나 한나라당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아직껏 (일반적으로) 칭송되고 있는 링컨처럼 대한민국사에 자리매김하려는 욕구가 숨어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링컨을 상기하며 국정을 운영한 또 다른 분이 계셨다:

F: …… you stated, quote, "It's quite obvious that there are certain inherently government activities, which, if undertaken by the sovereign in protection of the interests of the nation's security are lawful, but which if undertaken by private persons, are not." What, at root, did you have in mind there?

F: …… 이런 말씀을 하셨었죠, 읽어드리자면, "정권이 국가 안보의 이익 수호를 위해 하면 합법이고, 개인이 하면 불법인, 분명한 정부 고유의 활동들이 있는 것은 명백합니다." 근본적으로 무엇을 염두해두고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N: Well, what I, at root I had in mind I think was perhaps much better stated by Lincoln during the War between the States. Lincoln said, and I think I can remember the quote almost exactly, he said, "Actions which otherwise would be unconstitutional, could become lawful if undertaken for the purpose of preserving the Constitution and the Nation."

Now that's the kind of action I'm referring to. Of course in Lincoln's case it was the survival of the Union in wartime, it's the defense of the nation and, who knows, perhaps the survival of the nation.

N: 음, 제가 본질적으로 염두해둔 것은 링컨이 남북전쟁 당시에 남긴 말이 훨씬 더 잘 설명할 것 같군요. 제가 거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여깁니다만, 링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르게라면 헌법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도 헌법과 국가 수호를 위한 목적으로 행해졌다면 합법화될 수 있다."

그것들은 제가 언급하고 있는 종류의 행동들입니다. 물론 링컨의 경우는 전시에 연방의 존립의 문제였지만, (제 경우에는) 국가 방위의 문제였고, 또 누가 알겠냐만 아마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문제였을 수도 있을 겁니다.

F: But there was no comparison was there, between the situation you faced and the situation Lincoln faced, for instance?

F: 하지만 각하가 직면한 상황과 링컨이 직면했던 상황을 비교했던 적은 없었는데요. 예를 들자면 뭡니까?

N: This nation was torn apart in an ideological way by the war in Vietnam, as much as the Civil War tore apart the nation when Lincoln was president. ……

N: 이 나라는 링컨이 대통령 재임 시절 국가를 갈라놓은 남북전쟁 만큼이나 베트남전으로 인해 이념적으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

— 1977년 5월 20일자 뉴욕 타임즈에 실린 닉슨 전 대통령(N)과 데이빗 프로스트(F)의 인터뷰

필자는 노 대통령이 나름의 신념과 능력도 있고, 국정을 잘 끌어가려는 선의와 노력도 강하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대통령제의 한계가 답답하다고 이런 식으로 무리한 승부수를 계속 걸면서 개혁의 추진력을 소진하고 일부 지지자들만 열광하게 만드는 일련의 처사에는 개탄할 수밖에 없다. 링컨의 그림자를 쫓으며 지역주의 타파와 언론개혁을 부르짖는 노 대통령의 마지막 발걸음이 과연 링컨과 닉슨 사이의 스펙트럼 가운데 어디쯤에 놓일지, 필자로서는 흥미로운 관찰 대상일 따름이다.

2007/06/21 14:41 2007/06/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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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보이반 2007/06/21 15: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월간조선에 조갑제 영감님께서 링컨의 저 고사를 인용하며 "국군이여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기위해 (빨갱이 노무현일당을 때려잡는)행동에 나서라!"고 쓰신걸 보면 노짱과 갑제횽아에게 동시에 사랑받는 링컨 대통령은 대인배를 넘어 마성의 X이가 틀림없습니다.

  2. shrike 2007/06/22 0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만약 컴퓨터가 국가라면.. os가 헌법이겠죠.

    만약 윈도우가 다운되어 정상종료가 불가능해졌다면 os를 무시하는 하드웨어적인 강제리셋도 불가피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급적이면 정상적으로 셧다운을 하는게 좋겠지만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어느정도 하드웨어적인 무리가 따르더라도 리셋을 하고 os를 갈아엎을수 있는것이라 생각됩니다.

    너무 단순한 생각일까요? ^^;

  3. 玄武 2007/06/22 03: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제는, 그 컴퓨터가 개인컴이 아니라 공용컴이라는 거죠. 단지 한 사람의 판단으로 OS를 갈아엎겠다는건 권한남용일뿐이지요.

  4. 바보이반 2007/06/22 12: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hrike님의 논리라면 5.16 과 12.12도 주동자들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OS를 무시한 강제종료및 OS 재설치가되죠.

  5. 켈베로스 2007/06/22 14: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 대통령...... 아무래도 믿었던 사람들이 당을 깨부수고 나가겠다고 하니, 이대로는 자신이 실패 대통령으로 남지않을까?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좀 무리수를 많이 두네요.

  6. 번3 2007/06/23 2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hrike님// (이번 일에 대한 평가와 상관없이) shrike님의 댓글 자체가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헌법의 강제 리셋이라...그것이 정치적이나 법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고 하시는 말씀이신지.

  7. Lawlite 2007/06/24 0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헌법학에서 이야기하면,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OS를 재설치해도 된다는 논리 덕분에(바이마르 헌법의 기본 틀이라고 할까요) 히틀러와 나치가 집권해서 그 난리를 칠 수 있었죠. 종전 후 서독 헌법에서는 이걸 교훈삼아 방어적 민주주의라든가, 최고 권력관계의 규율을 새로이 하는 등 여러 불가침적인 헌법 조항들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한국 헌법 역시 이와 거의 유사하고요. 헌법이란, 함부로 지웠다 다시 까는 게 아닙니다. 그냥 대한민국이 아닌 새로운 나라를 현재의 국체를 뒤엎어서 만들자고 하는 게 빠르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물론, 엄밀히 말해 헌법학적으로는 역대의 독재 헌법들 역시 헌법의 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8. shrike 2007/06/26 04: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그럼 os 를 정권.
    bios를 헌법에 비유하는게 좀더 걸맞을듯 싶군요. 한때 메인보드 롬바이오스가 플래쉬롬을 사용하며 이것을 sw적으로 통제할수 있도록 만들자 이것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바이러스가 출현해 홍역을 격은일이 있었죠.

    그 뒤로 메인보드 cmos 셋업메뉴에 bios Protect 항목이 새로 생겨서 sw적인 라이팅 여부를 bios 차원에서 결정해 스스로를 보호시킬수 있는 기능이 생겨났죠. Lawlite 님의 말씀을 보니.. 여기에 비유하는게 더 걸맞겠다 싶어집니다. ^^

    (예전 롬바이오스 잡아먹는 바이러스 파동때.. 등장한 해결책은 메인보드상의 바이오스 플래쉬롬을 직접 뽑아내어 멀쩡한 다른 롬으로 바꾸는 것이었죠. 번거롭긴 하지만 시스템이나 메인보드를 새로 구입하는것보다는 훨씬 저렴했기에 이렇게 해결하곤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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