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따끈따끈한 러시아 군사서적 이야기를 풀었더니 우마왕 님께서 지름신 내림을 받으셨던 것 같다. (참고: 「지름신 또 다시... 오시다....」) 러시아어 독파를 향한 멀고도 험한 바탄의 행진과도 같은 길에 접어드신 것을 경하드리며, 러시아 서적 입수에 대한 팁을 조금 더 소개할까 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러시아 서적 구하기란 귀찮은 일이었다. 동네 구석구석으로 침투하는 러시아 언니들(?)과 '情'을 앞세운 초코파이, 도시락 라면 등을 필두로 양국의 교류도 엄청나게 활성화되었지만, 책은 대부분 지인을 통해 어렵사리 부탁해야하는 물품이었다. 게다가 러시아의 책 유통구조도 엉망이다보니 최신 발간 서적들에 대한 정보 구하기도 힘들고, 부탁해도 이걸 제대로 사온다는 보장도 없었다.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성업하게 된 업체가 미국의 유명한 EastView라는 회사이다. 예전부터 러시아 쪽과 깊은 자료공급선을 뚫어서 상당한 수준의 자료목록도 갖고 있고, 꼬부랑 끼릴 문자를 몰라도 영어로 쉽게 주문이 가능하니 일단 편하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이 업체가 팔고 있는 자료들을 보면 구 소련 시대의 공식 군사문헌들 — 예를 들어 총참모부 전례 연구 등 — 을 마이크로필름으로 통짜로 떠 놓은 것이나, 1970년대 구 소련이 정리한 대축척지도 등 탐나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

이 업체의 치명적인 문제는 책값을 너무 비싸게 받아 먹는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 소개한 발레리 자물린의 『Прохоровка』을 US$35.95(~33,600원)에, 『Курский излом』을 무려 US$41.95(~39,300원)에 팔고 있다. 그런데 이게 러시아에서 얼마에 팔리고 있을까? 인터넷 최저가(?)로 보면 각각 317루블(~11,500원), 264루블(~9,600원)이다. 무려 원가보다 3~4배나 비싸게 팔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세계 주요 국가 물가 비교를 보니 책만은 러시아가 제일 싸다고 — 아시다시피 모스크바의 물가는 세계적으로도 살인적이다 — 하는데, EastView 같은 업체를 통하면 그런 이점이 전혀 없다.

현명한 소비자는 당연히 유통 단계를 줄여 편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법, 역시 러시아 직거래로 나가는 수밖에 없다. 러시아도 오일 머니 유입과 함께 인터넷 환경이 계속 발전하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온라인 시장이 가파른 성장 일로에 있다. 서적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몇 년 전부터는 슬금슬금 허접하나마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온라인 주문을 받는 업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러시아산 프라모델 등을 취급하는 판매업체들이 덩달아 군사서적을 취급하는 경우들이 있어서 이런 업체들을 끼고 주문도 해봤다. 우려와 달리 카드 결제 잘 되고 배송도 잘 되긴 했지만, 취급하는 책들이 한계가 있어 아쉬움은 남았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는 아마존을 열심히 벤치마킹했는지 제법 구색도 잘 갖춘 온라인 쇼핑몰들이 등장하면서 판도가 싹 바뀌었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아직 뒤지지만, 그래도 제법 큰 온라인 서점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도서 가격비교 사이트도 생겨나고 있다. 출판사들도 자체 홈페이지와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정보를 많이 제공하고 있어 신간 소식을 매우 빠르게 알 수 있다 — 러시아는 서적의 유통주기가 매우 짧은 편이기 때문에 제때 물건을 확보해놓지 않으면 낭패(!)겪기 일쑤다.

이런 온라인 서점들 가운데 현재 가장 호평을 받고 있는 곳이 오존(Озон)이라는 곳이다 — 이름부터 비즈니스 모델까지 아마존과 유사한 분위기가 풍긴다. 오존의 장점은 일단 취급하는 책이 꽤나 많다는 점이다. 꼭 군사사 분야가 아니더라도 다른 분야까지 책들이 많고, 고서도 제법 있다. 따로 괜찮은 인터넷 고서점이 아직 없는 러시아 환경에서 이 또한 유용하다. 책 가격은 어떨까? 가격 면에서도 괜찮은 편이다. 사실 오존이 러시아 온라인 서점 가운데 항상 최저가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으나, 그렇게 심하게 차이나지는 않는다. 앞서 이야기한 『Прохоровка』이 367루블, 『Курский излом』은 264루블에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ozon.ru

그런데 더 중요한 강점은 한국으로의 배송료가 저렴하다는 점이다. 다른 인터넷 서점들 경우 외국으로의 배송을 지원하는 곳이 많기는 하나, 대부분 국제특송(DHL, Fedex 등과 유사한 TNT Express 등)만을 지원하기 때문에 배송료가 턱없이 비싸다. 배송료가 책값의 4~5배가 나오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오존은 러시아의 일반 우편 배송을 지원하기 때문에 대략 책값의 ½~⅔ 정도가 배송료로 나온다고 보면 된다. 또 러시아와는 아직 우편 물동량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일반 우편으로 배송되어도 대략 2주 정도면 물건이 도착한다. 따라서 러시아 서적을 주문하실 분이라면 아직은 오존에 주문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물론 신용카드는 필수다.

원래는 여기까지 쓰고 글을 올리려 하였으나, 방금 확인해보니 길잃은 어린양 님께서 벌써 오존 소개글을 블로그에 올려주셨다. 그냥 이대로 올리면 영양가 없는 재탕이 되니, 팁 하나만 덧붙이겠다. 아마존을 보면 본문 미리보기 서비스를 제공해서 책의 품질 판단에 유용한 정보를 주는데, 러시아도 신간들은 그런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다만 오존은 아직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럴 때 이용할 수 있는 다른 인터넷 서점으로 My-Shop.RU라는 곳이 있다. 여기에 들어가보면 신간들 가운데 PDF로 미리보기가 제공되는 것들이 있다. 『Курский излом』도 그 중 하나이다. (→ 미리보기) 따라서 오존에서 책을 사기 전에 이곳에 들러 한 번쯤 본문을 참고해보는 센스도 유용할 것이다.

P.S.
자료를 뒤져봤더니 오존이 해외판매에도 센스를 발휘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벤처캐피털 "유망시장 러시아 잡아라"」 (머니투데이 5월 27일자)

2007/06/21 10:33 2007/06/2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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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길 잃은 어린양 2007/06/21 1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트랙백을 보내려 하는데 가지가 않는 군요. 트랙백이 잘 갈 때가 많은데 이상하게 가끔씩 트랙백이 아예 안 가는 경우가 있네요;;;;

    My-Shop.RU은 앞으로 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정보를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7/06/24 2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언제부터인가 할로스캔과의 트랙백 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군요.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스팸 트랙백으로 인식하고 자동 차단되는건지?

  2. 비밀방문자 2008/02/20 19: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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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eriskop 홈지기 2008/02/20 2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이상하군요. 장바구니에서 결제로 들어가면, Оформление заказа > Выбор адреса доставки 메뉴(step 2)에서 주소를 치라고 나오잖습니까? 여기에서 맨 밑에 있는 러시아 국외 배송(за пределами России) 부분에서 국명을 한국(Корея)으로 선택하고 버튼을 누릅니다. 여기에 나오는 주소 입력 창에서 저는 Индекс, Область/край/штат, Населенный пункт, Адрес, ФИО получателя를 모두 로마자로 입력했습니다. 지금 오존 계정에 저장된 제 배송주소도 국명(Корея)만 제외하고는 모두 로마자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로마자로 표기된 배송주소로 이제껏 정확하게 소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 경험을 보더라도 오존 쪽에서 로마자로 주소 입력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시도해보시기 바랍니다.

  3. 비밀방문자 2008/02/21 17: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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