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필자가 소개한 바 있는 체터링(N. Zetterling) 연구원의 「통계로 살펴 본 프로호롭카 전차전」 글은 많은 분들이 기억할 것이다. 여기서 독일측의 전투력 및 손실 통계에 대해서는 서방에 잘 알려진 독일측 원사료를 충분히 활용하여 잘 분석된데 반해, 반대 소련측에 대해서는 그만큼 상세한 언급이 없어 아쉬움을 더한 바 있다. 역사 재구성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쌍방 기록의 교차검증 측면에서 이는 쿠르스크 전투를 비롯한 독소전 전체 연구에 있어서의 큰 문제점이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에서도 활발하게 나오고 있는 양질의 독소전 관련 저작들은 이런 난제의 해결에 있어 엄청난 진전을 가져다주고 있다. 러시아가 민주화(?)되고 오랜 세월 빗장을 걸어두고 있던 소련-러시아의 문서고들이 점차 개방폭을 넓혀 가면서, 아무래도 정보 습득에 가장 유리한 러시아 현지의 연구자들이 자국어로 연구 성과를 출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의 발달로 한국에서도 손쉽게 이런 자료들을 마음 놓고 주문할 수 있으니 실로 금상첨화이다.

Prokhorovka
이러한 흐름을 타고 필자는 쿠르스크 전투와 관련된 아주 만족스러운 러시아측 저작 몇 권을 입수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발레리 자물린(Валерий Н. Замулин)의 『Прохоровка: неизвестное сражение великой войны (프로호롭카: 대전의 알려지지 않은 전투)』이다. 지난 번에 소개한 『Курский излом: Решающая битва Отечественной войны (쿠르스크의 좌절: 대조국전쟁의 결정적 전투)』의 후속작 성격을 띠고 있는 이 책은 쿠르스크 전투의 남부지구 전투 가운데서 프로호롭카 전투를 비롯한 7월 10일 이후를 다루고 있다. 그간에는 필자가 개인 업무로 바빠 이 책들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었는데, 최근 짬을 내어 찬찬히 살펴보니 다양한 진가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러시아 연방 국방부 중앙 문서고(Центральном архиве Минобороны РФ)에서 발굴되었다는 자료들은 그 동안 서방측 문헌에서 두리뭉실하게 언급하고 지나갈 수밖에 없었던 각종 미지의 통계들을 상세히 적시하고 있다.

일례로 프로호롭카 전투의 주역 중 하나였던 파벨 로트미스트로프(Павел А. Ротмистров)의 제5 근위전차군이 당한 손실 통계를 살펴보자. 체터링의 「통계로 살펴 본 프로호롭카 전차전」 글에서는 소련군 손실에 대해 말미에서 7월 12-16일의 소련군 통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로트미스트로프의 제5 근위 전차군은 7월 16일까지 222대의 T-34, 89대의 T-70, 12대의 처칠 전차와 11대의 돌격포를 잃었다고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완전손실이었다. 이 통계는 총 334대의 소련 전차 및 돌격포가 격파되었음을 이야기하며, 이것은 독일군의 경우 기껏해야 54대의 전차 및 돌격포가 격파된 것과 비교된다. 이것은 소련군의 전차 손실이 적어도 독일군 손실의 6배 이상이었음을 의미한다. 사실 이 계산에서는 실제 프로호롭카 전투에 참여한 것보다도 더 많은 독일군 부대를 포함시켰기 때문에, 실제 손실비는 더욱 높다.

— Zetterling, Niklas and Anders Frankson. Kursk 1943: A Statistical Analysis. London: Frank Cass, 2000. 108-109.

이 손실 통계의 참고문헌으로는 R.G. Foerster(편집자)의 『Gezeitenwechsel im Zweiten Weltkrieg?』과 1970년에 구 소련에서 나온 콜투노프와 솔로비예프의 『Курская битва (쿠르스크 전투)』, 군사사저널(Военно-исторический журнал) 1993년 8월호에 실린 글 등이 꼽히고 있다. 그런데 『Прохоровка: неизвестное сражение великой войны』를 보니 역시 이들 자료들은 구 소련 및 러시아 문서고에 제한적인 접근이 가능했던 소수의 연구자들에 의해 선별되어 소개된 단편에 불과함을 확인할 수 있다. 원사료에 근거한 1943년 7월 12-16일의 제5 근위전차군의 상세 전력통계는 다음과 같다:

Table 1. 1943년 7월 12-16일 제5 근위전차군 전력통계 (1) 말일 부대배치 현황
  29 tk. 18 tk. 2 gv. Ttk. 2 tk. 5 gv. Zhmk. 군 직할대 합계
T-34 전차 42 45 35 31 57 15 225
T-70 전차 47 44 18 32 33 6 180
처칠 전차   9   5     14
122㎜ 자주포 4       9   13
76㎜ 자주포 6       6   12
자동화기 777 911 471 459 645 330 3593
122㎜ 포           19 19
76㎜ 포 23 21 16 15 44   119
45㎜ 포 26 30 10 16 31 26 139
85㎜ 대공포           15 15
37㎜ 대공포 5 16 15 24   40 100
120㎜ 박격포 39 40 40 38 44   201
82㎜ 박격포 44 56 20 36 65 6 227
M-13 방사포         7 24 31

Table 2. 1943년 7월 12-16일 제5 근위전차군 전력통계 (2) 이동 또는 수리중
  29 tk. 18 tk. 2 gv. Ttk. 2 tk. 5 gv. Zhmk. 군 직할대 합계
T-34 전차 14 26 28 23 46 6 143
T-70 전차 5 7 17 13 13 1 56
처칠 전차   1   6     7
122㎜ 자주포         3   3
76㎜ 자주포         3   3
76㎜ 포     5 5 1   11
45㎜ 포     8 1 1   10
85㎜ 대공포     6       6
37㎜ 대공포       3     3
120㎜ 박격포     4   2   6
82㎜ 박격포     3 7 5   15

Table 3. 1943년 7월 12-16일 제5 근위전차군 전력통계 (3) 완전손실
  29 tk. 18 tk. 2 gv. Ttk. 2 tk. 5 gv. Zhmk. 군 직할대 합계
T-34 전차 60 32 38 10 59 23 222
T-70 전차 31 12 24 5 14 3 89
처칠 전차   11   1     12
122㎜ 자주포 8           8
76㎜ 자주포 3           3
자동화기 25 31 95 44 26 19 240
122㎜ 포           1 1
76㎜ 포 1 3 3 4 3   14
45㎜ 포 6 2 12 12 15 6 53
85㎜ 대공포     6       6
37㎜ 대공포       1   5 6
120㎜ 박격포 3 2 9 4 4   22
82㎜ 박격포 5 2 9 9 4   29

Table 4. 1943년 7월 12-16일 제5 근위전차군 전력통계 (4) 인명손실
  29 tk. 18 tk. 2 gv. Ttk. 2 tk. 5 gv. Zhmk. 군 직할대 합계
사망자 656 179 807 123 1122 53 2940
실종자 447 163 53 425 67 2 1157
부상자 1017 426 833 247 928 59 3510
합계 2120 768 1693 795 2117 114 7607

(tk.=전차군단, gv. Ttk.=근위 타친스카야 전차군단, gv. Zhmk.=근위 지모브니코프 기계화군단)

이 책에서는 또한 다른 자료를 이용해 7월 12일 당일만의 피해로 다음의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 제29 전차군단: 전차 및 자주포 153대 손실(77%), 이 가운데 완전손실 103대
  • 제1446 자주포연대: 자주포 19대 손실(100%), 이 가운데 완전손실 14대
  • 제18 전차군단: 전차 및 자주포 84대 손실(56%), 이 가운데 완전손실 35대
  • 제2 근위 전차군단: 전차 및 자주포 54대 손실(39%), 이 가운데 완전손실 29대
  • 제2 전차군단: 전차 및 자주포 22대 손실(50%), 이 가운데 완전손실 11대

이 책에서 이런 일련의 통계들을 근거로 추산하고 있는 프로호롭카 전투에서의 독일 대 소련의 전차(및 자주포/돌격포) 손실교환비는 대략 1:2.5 정도이다. 여기에도 전투 범위 설정을 두고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예전과 달리 러시아 문헌들이 서방의 문헌들까지 폭넓게 수용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과거 나입(G. M. Nipe, Jr.)의 글이나 체터링의 책이 풍기는 뉘앙스대로 7월 12일 당일에 1:7 이상의 손실비가 났다는 주장 또한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셈이다 — 많아봐야 1:3.5를 넘지는 않는 것 같다. 소련군의 피해가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만하면 7월 12일을 비롯해 전후 며칠에 걸쳐 독일군 공세탄력을 흡수하는 소기의 성과는 달성한 셈이라고 보여진다.

아무튼 쿠르스크 전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가도 최근 러시아측의 문헌들을 따라잡느라 정신없는 지경이다. 올해 입수한 러시아어 서적이 30권에 육박해가는데 20%를 제대로 소화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니 말이다. 그래도 이처럼 양질의 내용들이 확인되는대로 계속 소개하고, 짬짬이 분석글도 구상해봐야겠다. 아울러 지금까지는 극소수의 분들만 악전고투하는 라스푸티차 같은 러시아 문헌 분석 전선에 다른 독자분들도 자원하시기를 촉구드린다!

2007/06/17 20:52 2007/06/1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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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19 1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자료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글 내용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체터링의 저작에서는 손실비 약 1:7, 그리고 자물린의 책에서는 손실비를 1:2.5 정도로 보고 있다고 하셨는데, 체터링의 저작이나 자물린의 표 인용이나 완전손실 통계는 일치하네요. 두 저자 모두 5GT의 전손 통계가 일치하다면 손실비는 독일측 통계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가요? 두 저자가 5GT에 대한 통계와 평가는 거의 같은데 손실비 평가가 다르다면 독일측 통계에 대한 평가가 관건이라고 이해했습니다만.

    • 윤민혁 2007/06/19 14:59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것보다도 7월 12일 당일의 손실비라는 얘기가 아닐까요? 맨 마지막의 표에 의하면 12일 당일 소련군 손실은 332대니까, 만약 독일군이 7월 12일 하루 동안 격파 및 파손, 기동불능 상태가 된 전차가 130대를 넘는다면 1:2.5정도가 되죠. 승병님이 번역하신 체터링의 <통계로 보는 프로호롭카 전투>에 다신 역주에서도 7월 12일 하루 동안 토텐코프의 전차손실은 60~80대까지도 볼 수 있다고 하셨으니, 상당히 그럴듯한 수치라고 보입니다. (승병님이 잘해봐야 1:3.5라고 하신 것 역시 7월 12일 가동차량과 13일 가동차량의 차이로 간단하게 역산하신 것 같네요.)

    • Periskop 홈지기 2007/06/20 2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아래 민혁님이 지적해주신 대로 러시아측 연구자들도 독일측 손실에 대해 조금 갈팡질팡합니다. 독일측 기록에도 수리를 요하는 손실 통계는 불분명한 부분들이 있어서 정확히 확정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연구자들은 일부 독일측 문헌에서 제시하는 140~150대까지의 피해를 독일군 손실의 상한선으로 잡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보기에는 100대 정도가 합당하다고 봅니다.) 이 가운데 완전손실은 물론 극히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소련군 전차들의 경우 무리한 배후 침투를 시도하다가 대전차포와 보병공격에 당한 비율이 높았기에 회수율도 극히 낮았을 겁니다.

  2. 라피에사쥬 2007/06/19 17: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체털링의 저작에서 "LSSAH 사단은 7월 11, 12일에 총 192대의 적 전차를 격파했다고 보고했으며, Das Reich 사단은 7월 12일에 총 75대, Totenkopf 사단은 77대의 적 전차를 격파했다고 보고했다." 라는 부분을 짚어 보아도 이 글에서 마지막 표에 제시된 수치와 비슷합니다.

    러시아에서도 이 정도로 연구를 하고 있었군요. 처음 이 분야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된 주제인데 감격받았습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7/06/20 2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승전국 러시아의 연구 환경이야 우수할테니 조금만 더 자료공개가 원활히 이뤄진다면 참신한 내용들이 계속 쏟아질 것 같습니다.

  3. 양성민 2007/06/20 06: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홈지기님은 러시아 서적을 어디에서 사십니까??

    • Periskop 홈지기 2007/06/20 20:59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전에는 미국 등의 대행업체들을 끼고 샀는데 너무 심하게 이문을 남겨 먹어서 매우 짜증났었습니다. 요새는 러시아 인터넷 쇼핑몰에 직접 주문합니다. 최근 애용하는 곳은 오존(http://www.ozon.ru)이라는 곳인데 서비스가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4. 길 잃은 어린양 2007/06/20 22: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확실히 오존이 가장 믿을만 하지요.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더라도 안정성 면에서 가장 점수가 높은 것 같습니다.

  5. 부리나케 2007/06/21 15: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홈지기님 표를 보다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어서 여쭤보는 건데요. 몇몇 부대의 부대배치 현황과 완전소실 대수에 있어서 완전소실 쪽이 오히려 높은데 왜 그런가요?

    표에서 29tk의 T-34의 경우에 42대 배치에 완전소실 60대라니..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건지.. 궁금하네요.

    추신 : 페리스코프를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 윤민혁 2007/06/21 18:08  댓글주소  수정/삭제

      잘못 읽으신 겁니다. 7월 16일 현재 29전차군단 "현재 보유한 전차 42대", "단기수리 14대", "완전손실 60대"인 거죠. 총 116대 있던 전차 중 74대가 손실 또는 수리차 후송, 나머지 42대가 군단 손에 있는 겁니다. (이중 몇 대는 야전정비를 받고 있을 수도 있지요.)

  6. 감사 2007/12/26 14: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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