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전쟁 관련 책이야 가리지 않고 모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특별한 애착이 있는 주제 가운데 하나가 1941-42년 크림 반도에서의 전투이다. 처음에는 만슈타인이 야전군(제11군)급 지휘관으로 명성을 떨친 전장으로 관심을 가졌는데, 자세히 알아가다보니 현대전의 갖은 요소가 범벅이 된 다채로운 모습들이 묘한 매력이 있었다. 세바스토폴 전투처럼 절정의 현대판 공성전이 벌어지기도 했고, 케르치 반도 탈환전(느시사냥 작전)처럼 짧고 강력한 기동전이 벌어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전쟁 막후까지 파고들어도 크림 타타르 족의 애환이 서린 이야기나, 대조국전쟁기 소련의 대표적 포토 저널리스트 드미트리 니콜라예비치 발테르만츠(Дмитрий Николаевич Бальтерманц)예브게니 아나녜비치 할데이(Евгений Ананьевич Халдей)의 사진에 담긴 모습들은 크림 반도 전장에 대한 느낌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대략 10년 전부터 기회가 되면 꾸준히 크림 반도 전투에 대한 책들을 사 모았다. 일반적인 독소전쟁 남부지구 전투사에 관한 책들 말고도 특화된 단행본이 어느 정도는 있다:

  • Buchner, Alex. Sewastopol: Der Angriff auf die stärkste Festung der Welt 1942. Friedberg: Podzun-Pallas, 1978.
  • Kurowski, Franz. Sewastopol: Der Angriff auf die stärkste Festung der Welt 1942. Wölfersheim-Berstadt: Podzun-Pallas, 2002.
  • Taube, Gerhard. Festung Sewastopol. Hamburg: Mittler, 1995.
  • Egger, Martin, ed. Die Festung Sewastopol: Eine Dokumentation ihrer Befestigungsanlagen und der Kämpfe von 1942. Bern: self-published, 1995.
  • Широкорад, Александр. Битва за Крым. Москва: Астрель, 2005.
  • Абрамов, Всеволод. Керченская катастрофа 1942. Москва: Эксмо, 2006.
  • Морозов, Мирослав. Воздушная битва за Севастополь, 1941-1942. Москва: Эксмо, 2007.
  • ……

Kampf um die Krim 1941-1944
그러면서도 이제껏 미처 구하지 못한 책들이 남아 몹시 안타까워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중의 하나가 독일측 관점에서 크림 반도 전투를 잘 정리했다는 빌헬름 티케(Wilhelm Tieke)의 『Kampf um die Krim 1941-1944(크림 반도 전투 1941-1945)』였다. 해외 2차 세계대전사 관련 포럼들에서 소장자들의 호평을 듣고 — 혹자는 J. J. Fedorowicz에서 영역한 『Der Kaukasus und das Öl(The Caucasus and the Oil)』보다도 훌륭하다 한다 — 입수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1975년도에 자가 출판한 책이라 유통물량이 적어 번번히 고배를 마셔야 했다. 온라인으로 여러 고서 취급상들을 접촉해봤으나 꼭 연락하기 1주일 전에 팔려나갔다는 답변에는 안타까운 마음뿐. 얼마 전에는 노르웨이(!)의 한 고서상이 1부를 갖고 있는 것을 확인했으나 값이 무려 400크로네(60000원 정도)라는 비보. 물론 사실 더 비싼 책들도 여럿 사봤지만 300페이지 남짓한 이 책이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지를까 말까 고민은 무척 될 수준이다.

그렇게 바쁜 일상에 한참 잊고 있다가, 오늘 무슨 감이 꽂혔는지 — 순국 선열들의 가호가 아닐런지 — 각종 고서 검색 엔진을 돌리다 보니 물건이 하나 떴다! 그것도 매우 착한 가격인 20유로(25000원 정도)에. 허둥지둥 주문부터 하고 보니 불과 5일 전에 올라온 물건이었다. 아마 미적미적 1주일 정도 지났으면 또 사라질 물건이지 않았을까. 1-2주 지나 도착해봐야 제대로 된 질을 평가할 수 있겠지만, 역시 오랜 잠복 끝에 만족스러운 가격에 원하던 책을 낙찰받았을 때의 짜릿함은 삶의 작은 활력소이기도 하다. 올해 중에는 이 感을 잘 이어가 그 동안 아직 자료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잠자고 있는 세바스토폴 전투에 대한 미완성 원고를 그럴듯한 글로 하나 완결지어 봐야겠다.

P.S. 그나저나 행여 독자분들 중에 크림 반도 전투에 관한 다른 재밌는 책들을 갖고 계신 분들은 적극 제보해주시길 부탁드린다.

2007/06/06 23:19 2007/06/06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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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길 잃은 어린양 2007/06/07 13: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Taube의 Festung Sewastopol은 어떤 책 인가요?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는 사진집 종류가 아닌가 싶어 구매를 미루다가 구하지를 못 했습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7/06/08 0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판형이나 인상은 그러한데 의외로 재밌는 사진과 내용이 많은 책입니다. 특히 1992년, 전투 50주년을 맞아 독일측 참전용사들과 함께 세바스토폴을 방문하여 오늘날의 풍경과 대전 당시 모습을 적절히 섞어놓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Then and Now 시리즈처럼 철저한 비교는 아닙니다.) 특히 흔히 보는 각도가 아닌 '도라'의 색다른 포즈가 상당히 인상적이죠. 텍스트도 저자 특성상 포병과 관련된 유익한 자료가 일부 있습니다. 값어치는 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겠죠.

  2. 양성민 2007/06/09 06: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Krym 반도에 관심이 많은데 영어로 된 좋은 책은 없습니까??

    • Periskop 홈지기 2007/06/11 0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크림 반도의 전투만 뚝 떼어 다룬 좋은 영어로 된 책은 딱히 꼽을만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E. Ziemke의 『Moscow to Stalingrad』, P. Carell의 『Stalingrad』, J. S. A. Hayward의 『Stopped at Stalingrad』 등이 1941-42년 작전을 그럭저럭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1944년 전투의 경우에는 E. Ziemke의 『Stalingrad to Berlin』, A. Buchner의 『Ostfront 1944』 등이 있습니다.

  3. 양성민 2007/06/12 05: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친절한 답변 정말 감사합니다.

  4. 이승훈 2007/07/13 16: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크림 전역에 대해 출간된 문헌은 거의 가지고 계신 것 같군요. 저도 관심이 많은데 좋은 참고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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