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09년도 열흘 남짓 남았다. 그래서일까, 2010년 선거철이 다가오는 징후인지 선거판 짜기가 슬슬 세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듯하다. 홈지기는 아직도 밀린 원고 젖히기에 바빠서 블로고스피어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주시하지 못했는데, 이웃 동료A 군의 글을 보고서야 최근 이슈1들을 접하게 되었다. 역시나 민주당 지지자부터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민노당 지지자에 이르기까지 소위 개혁-진보세력에서는 반 한나라당 판짜기를 두고 해묵은 말들 참 많이 오가고 있다. 누굴 참여시키고 누굴 배제시켜야 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노라니, 민주화 이후 몇 차례의 대선, 총선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 남은 교훈이 이리도 없는지 얕은 한탄부터 나온다.
지난 십 수년의 경험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가? DJP 연합으로 명실상부한 민주세력의 집권을 달성한지 10년, 그리고 이제 다시 MB 정부가 등장한 2년 동안의 격랑을 헤치고 남은 것이라고는 막연한 선거연대의 꼼수 뿐인가. 민주세력의 연대, 물론 중요한 이야기이고 멋져 보이는 이야기이다. 허나 탄탄한 뿌리 없이 엮어낸 연대가 얼마나 서로의 가슴에 큰 상처를 주어왔는지 다시 말할 필요조차 없다. 진보세력들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쏟아내는 배신감이 어디서 비롯되었겠는가, 이념과 지향점 및 정책 수준의 진중한 공감은 이뤄내지 못한 채 표 갈라먹기부터 신경 쓴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런 무의미한 반복을 왜 거듭해야 하는가. 어차피 지리멸렬해진 개혁-진보세력이라면 이제는 한 발 물러서서 더 낮고 미세한 수준의 연대와 통합부터 고민할 차례이다. 즉 정치적 정파의 연대를 말하기 이전에, 그 연대를 뒷받침할 브레인과 정책지식을 키우고 이들부터 교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두 전직 대통령의 한계는 무엇이었는가
홈지기가 한창 다른 일에 바빴던 지난 8월, 언론 지상에서 접했던 칼럼들 가운데 특히 공감했던 두 글이 있었다.
- 두 전직 대통령이 외로웠던 이유 (이원재) [한겨레신문, 2009-08-20]
- 열정의 제도화 (강준만) [한겨레신문, 2009-08-24]
첫 번째 칼럼을 쓴 분은 한겨레경제연구소(HERI) 이원재 소장이시다. 이분과는 한 해 남짓동안 같은 직장에서 몸담은 인연도 있고 해서 이 글에 담긴 뜻이 더욱 절절히 느껴진다. 이 소장은 경력도 특이해서 한겨레신문 경제부 기자→MIT Sloan MBA→SERI 수석연구원→HERI 소장의 길을 밟았다. 순전히 진영논리로만 보자면 좌우를 넘나드는 경력을 쌓았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한국사회 각 진영이 갖는 한계가 무엇인지 직접 목도하고 꽤나 고민해왔음을 홈지기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이 소장은 칼럼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위기가 닥쳤는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나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세상을 등졌다.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은 왜 이렇게 외로워 보일까?
불편하지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할 진실 하나. 우리는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손쉽게 그들[두 전직 대통령]에게 아웃소싱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 역시 하청 받은 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는 기술과 조직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당과 사회에는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해낼 진보적 싱크탱크가 없었다. 결국 기업연구소와 국책연구소에서 지식을 빌렸다. 수십 년 동안 그 반대의 가치를 구체화하는 데 골몰했던 그런 싱크탱크에 기댈 수밖에 없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그 두 대통령에게 ‘갑’의 행세를 시작했었다. 그 정부가 현실과 타협하는 찰나, 그들을 거칠게 비판했다. 마치 품질이나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하청업체를 다루듯 말이다. 두 대통령 역시, 제대로 된 연구소조차 갖지 못한 개인사업자일 뿐이었는데 말이다.
홈지기도 계속 이 글에서 언급하는 ‘기업연구소’에 근무하며 이런저런 모습을 봐온 입장에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정당과 사회진영은 여기저기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구체적인 정책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지식을 생산하고 가공하는 존재들은 지극히 미약하다. 개혁진보진영의 싱크탱크들은 지난 번 오마이뉴스의 기획기사에서도 나왔듯이 대부분 아주 영세하다. 그렇다고 싱크탱크의 기능을 달리 대체할 수 있을까. 교수의 발탁도 문제가 많긴 마찬가지이다. 교수 분들은 이상향을 제시하고 학술지식을 생산하는 데는 능하나, 더 구체적인 수준의 정책지식과 정책안을 내놓는 데는 익숙치 않은 분들이 상당수이다. 참여정부에서도 여러 교수 분들이 가히 왕따를 당하고 점점 밀려난 것을 보지 못했는가. 경방고수 식으로 민간의 현인을 덜컥 모시면 되리라는 희망도 우습기는 마찬가지이다. 독고다이로 목소리를 높이는 분들 가운데 상당수는 현실의 실행조직을 통솔할 리더십과 감각보다는 냉소와 나르시즘의 그늘이 너무 짙다.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그런 개인플레이로 탄탄한 조직력을 이겨내기란 극히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니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앞에서 질러놓은 거대담론을 구체화할 정책지식은 사후에 국책연구소나 기업연구소의 역량을 빌릴 수밖에 없다. 물론 국책연구소와 기업연구소가 지식생산자로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연구소들은 나름 투철한 ‘고객만족’의 마음가짐 — 컨설턴트라면 무슨 의미인지 잘 아실 것이다 — 으로 접근하는데 능란하다. 보완적인 정책지식 생산자로 잘 활용할 여지도 많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사전 정책지식이 빈약한 정권은 이를 보완적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뒤늦게 현실의 벽을 절감하고 거꾸로 휘둘려가기 쉽다. 거기에 대통령의 의중, 정치구도의 변화까지 겹치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그로 인해 나오는 결과물들은 누더기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결국 이상과 열정이 가득했던 정치세력과 지지자들에게는 실망과 상처만 남을 뿐이다. 한쪽에서는 비열한 타협자란 소리가, 한쪽에서는 현실에 담을 쌓은 몽상가란 소리가 난무한다. 이는 어느 진영이건 사람들의 관심은 그저 막연한 가치와 이를 실현해줄 대리인으로서의 대통령에 지나치게 쏠려있기 때문이다. 정작 문제는 각자의 목소리를 강고히 만들어줄, 체계적인 팀플레이를 하는 싱크탱크를 경시하고 있음에서 비롯되는 데도.
두 번째 강준만 교수의 칼럼은 그래서 정곡을 찌르고 있다. 막연한 反MB, 反신자유주의 등에 목매며 분노하는 것은 그저 무력한 투쟁의 반복일 뿐이다. 상대 정당을 그저 적들의 집합체로, 우리 정당은 적들을 깨부술 투사들의 집합체로 보는 反정치적인 열정이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그 속에서 세심하게 미래의 가치를 고민하고 지식과 여론을 끌어 모으는 정치인의 설 자리는 좁아지고, 그저 소모적인 투사로서의 정치인 이미지만 소비해대는 풍토만 활개를 친다. 여기에 변화가 없는 한, 개혁세력이건 진보세력이건 미래는 뻔한 것이다. 설령 삽질의 반작용으로 운 좋게 다시 집권을 한다 해도 또 어떤 개인사업자는 분주하게 움직이다가 눈물을 머금고 파산하리라. 한국의 지식생산 및 소비구조에서 밑바닥까지 건드릴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없이 정권 잡겠다고 손을 잡았다 서로의 불신만 깊어지는 얕은 수는 이제 재고되어야 한다.
개혁-진보세력은 지식생태계부터 연대하라
따라서 조금이라도 생산적인 발전이 이뤄지려면 이제 기초체력에 해당하는 부분부터 가시적인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올해 오마이뉴스에서 다뤘던 진보싱크탱크 특별기획은 분노하는 시민들의 눈길에서 동떨어진 곳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이런 싱크탱크들이 자꾸 식자들의 조망을 받고 누가 보더라도 품질 좋고 현실성이 있는 정책지식들을 생산해야 한다. 그리고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언어로 그 결과물이 자꾸 알려져야 한다. 기획 취지에서도 나왔듯이 그래야 ‘대안 없는 진보’라는 억울한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겠는가?
그러려면 무엇보다 이런 개혁-진보세력의 작은 싱크탱크들부터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표를 두고서 유권자를 농락하는 마음에도 없는 연대에만 신경 쓰지 말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은 싱크탱크들이 뜻을 모아 공동연구도 해보면서 세부 정책 수준에서 다양한 대안부터 착실히 쌓아가야 한다.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공동연구를 해볼 재원도 부족하다면 최소한 개혁-진보세력의 공동 정책지식 발신 포탈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각 싱크탱크들마다 언론 노출 정도는 빈약하고, 각 홈페이지 방문자, 보고서 열람자도 한 줌인 상황에서는 될 일이 아무 것도 없다. 매번 몇몇 명망가, 대표논객이 쏟아내는 카타르시스성 글만 쫓아다니며 열광하는 게릴라전만 하고 있을 것인가. 개혁진보가 집권하려면 최소한 상상력이라도 상대를 뛰어넘어야 하지 않겠는가. 즉흥적으로 의사표현하고 전투적 댓글로 소모하는 게시판은 지양하고, 한층 세련된 의제를 꾸준히 만들고 대안을 체계적으로 축적하는 공간은 그저 꿈일 뿐인가. 수많은 의견 발신매체, 사회연결망 서비스들의 기술적 진보에만 열광하지 말고 이들을 엮어 진정한 개혁-진보세력의 지식생태계 연대로 구체화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는 없는 것인가. 진정성도 없는 反한나라당 연대를 둘러싼 감정싸움은 접어두고 이런 준비과정에 기성 정치인들과 시민사회, 일반 누리꾼들이 더 많은 노력을 모았으면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어느 날 서로가 더욱 차갑게 현실을 직시한 정치적 연대를 구성하길 바란다.
글을 맺기 전에 이원재 소장의 컬럼 마지막 부분과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 남겼다는 두 부분을 오버랩시켜 다시금 상기해본다.
역사의 발전을 위해 그 사회의 제도와 문화를 개혁한다는 것은 대통령 한두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정치적으로 판이 잘 짜여져야 하고 그 다음에 그것을 강력하게 뒷받침해줄 수 있는 국민적 요구가 있고 그런 변화가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주변 상황이 함께 어우러져야 합니다. 그럴 때 역사의 큰 진보가 가능한 것입니다. 대통령을 뽑아놓고 그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리는 항상 결과에 실망하게 됩니다. 실망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은 없을 것입니다. — 노무현 (2009). 『성공과 좌절』. 서울: 학고재.
미국과 한국의 다른 점은, 사람과 가치 가운데 어떤 것이 먼저 있었느냐에 있다. 진보든 시장만능주의든 가치가 먼저 있고, 그 가치를 담는 그릇으로서 독립적 싱크탱크가 있고, 그리고 레이건과 오바마가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개혁적인 한국 대통령이 외롭지 않으려면, 국책연구소나 기업연구소를 넘어설 수 있는 규모 있는 싱크탱크가 필요하다. 충분히 대중적이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구체적 정책대안을 만들 수 있는, 지식의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 이원재 (2009. 8. 20.). "두 전직 대통령이 외로웠던 이유". 한겨레신문.
솔직히 홈지기는 어찌 보면 개혁진보진영의 싱크탱크들과는 대척점에서 일하고 있다. 홈지기는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서 현재 몸 담고 있는 조직을 위해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존재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국 사회가 발전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런 의미에서 달리 돕지는 못해도 조금이나마 저런 민간 싱크탱크들에게 기부는 하고 있다. 그들이 홈지기의 목소리와 오롯이 가깝지 않더라도 그게 궁극적으로 ‘열정의 제도화’의 한 방편이라 믿기 때문이다. 또한 구차한 진영논리를 떠나 한 사회가 쌓는 다양한 무형의 자산은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소중한 존재임을 믿기 때문이다. 이 점을 많은 분들이 인식하고 노력을 보탰으면, 그래서 각자의 입지에서 ‘열정의 제도화’에 조금씩 더 다가갔으면 한다.
트랙백 주소 :: http://blog.periskop.info/trackback/207
-
Subject: 진보싱크탱크
Tracked from leopord의 무한회귀 2009/12/21 19:04 삭제개혁-진보세력은 지식생태계부터 연대하라 (periskop 님 포스팅) 한나라당에게 기대하다 (병풍A(구 sprinter) 님 포스팅) 0. 정치적인 긴장과 갈등 속에서 서로 허울 뿐인 연대를 공언하기 이전에 공동의 지식생태계부터 구축해야 한다는 periskop 님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1. 싱크탱크의 부재 문제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좌우를 넘어서 있다. 한나라당의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소가 당내 정치갈등 속에서 제...
-
Subject: 왜 연대해야 하는가, 그 이유를 생각할 때입니다.
Tracked from 南無의 시사공작소 2009/12/21 21:06 삭제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방선거 연대 못 하면 모두 루저”라는 발언을 시작하여 우파 정당과 좌파 정당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이와 같은 연대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왜” 연대를 하는가에 대해서 등한시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좌파 정당과 우파 정당의 연대는 그 예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핀란드의 좌, 우파 정당의 합심은 좋은 경제 발전과 복지의 양립의 예로써 널리 칭송 받고..
-
Subject: 우리의 이름은 "국민의 방패" 입니다.
Tracked from 삽군난무붑샤의 휘황찬란삐까반짝 블로그 2009/12/24 18:08 삭제한국의 모든 진보세력이 연대할수 있는 공통된 가치란 무엇일까? 나는 한가지 찾아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진정한 구호는 "반MB"가 아니다. "반MB"는 단지 2MB라는 쥐새끼 하나를 겨냥한것이다. 이런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절차적 민주주의 파괴" "지역정치극복" "독재" 같은말도 국민들의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우리가 진짜 외쳐야 할 말은 "국민의 방패" 가 아닐까? 한국의 진보세력이 모두 함께 합의할수 있는 가치관은 이것이다. "우리가 함께 국..
-
Subject: 연대 혹은 사람
Tracked from things trivial 2009/12/25 02:47 삭제실패(?)의 이유가 정책의 구체성 없음이 문제였다는 지적에는 동의 결과적으로 휘둘리고 말았다는 지적에도 동의 물론, 그들이 진지한 전망을 탄탄하게 마련한 상태에서 시작했다 하더라도 현재의 제도 속에서 그러한 전망을 '실현'할 수 있는 리더십과 정치력이 있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현재의 크고작은 연구소들은 민간 차원의 정책 생산이 부족하다는 공통된 문제의식 하에서 주욱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그동안 주력해 온 이른바 '정책생산'이 얼마나 효..
-
Subject: ■ 한 국가의 체제(體制)를 바꾼 사람들
Tracked from deutsch`s Web Cafe 2010/01/04 10:28 삭제들어가며 한 국가, 한 체제를 바꿀때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모두 동원되는 것이 지난 2천년 역사의 특징이다. 거기에는 합법 수단, 합법을 가장한 수단, 비합법 수단 모든 것이 포함된다. 당시 상황에서, 주도자들이, 꺼낼 수 있는 카드를 시의 적절하게 활용했을때 성공한다. 그들은 그 카드를 사용할때 꺼리낌이 없었다. 왜냐하면, "합법"이라는 것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폴레옹 3세의 경우만 하더라도 자신이 그토록 엄금했던 것..
-
Subject: 진보와 싱크탱크 그리고 책
Tracked from kbookncat 2010/03/28 16:54 삭제먼저 시작하기 전에 당부 말씀부터 드린다. 이 글은 꽤 긴 분량의 글이고 깊이 들어가는 링크가 많아 난삽하거나 쓸데없는 글일 수도 있지만, 지적 유희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틈틈이 모아 올려본 것이니 맞는 부분은 취하시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버리는 취사선택을 하면 감사하겠다. 쉬운 이해를 위해 차근차근 읽어주길 바란다. □ 용어 정리 ① 싱크탱크Think tank - 두뇌집단, 지식집단으로 불리는 각 분야의 전문 연구진을 모아 정책입..







댓글을 달아 주세요
열정의 제도화. 이 말을 이렇게도 하는군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
저는 작명 센스는 부족해서 다른 멋진 말은 찾지 못하겠고, 나름 괜찮은 용법이라 생각되어 인용해봤습니다. 잘 읽고 계시다니 감사합니다.^^
DJ의 경우는 그래도 자기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까지는 자기 자신이 싱크 탱크 역할을 해 왔는데, 이게 야당으로 있는 동안 꾸준히 비축 해 놓은 컨텐츠였다는게 문제였죠. 그래서 집권 이후에 대해서는 비전은 제대로 없었고 막연한 방향성 정도만 있었습니다.
진보 진형의 경우 싱크 탱크의 역할을 자생적 대학 물 먹은 쪽이 해왔다고 보는데, 문제는 같은 진형 내에서도 이 쪽을 입진보니 패션좌파니 해서 (둘 다 2009년에 블로그스피어 내에서 본 단어입니다) 진보의 *순수성*이 떨어지는 진짜 진보가 아니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겠죠. 마치 중국의 문화혁명처럼 가는 것을 원하는 듯 하더군요.
돌이켜 보면 그런 파편화된 개인은 싱크탱크가 아니라 싱크버켓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버켓 사이즈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죠. 탱크가 되려면 그 내부에서 지식이 잘 순환하여 숙성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하는데, 그게 정말 오랜 시간과 자원의 투입이 있어야 한다는걸 절감하고 있습니다. 개혁진보진영 내에서도 그런 지저분한 부분의 진가를 인정하고 중장기적 과제로 삼아 착실히 만들어가길 바랄 따름입니다.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도 나왔던 문제제기가
이원재 소장과 강준만 교수의 입을 통해 리바이벌된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페리스코프님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아직 대략적인 윤곽조차 못 제시하는 것을 보면 조금 답답하네요.
우리나라의 경우 좌파든 우파든 선거만 되면 거창해져서
집권에 성공하면 단번에 관료들과 충돌하는 것을 봤는데
결국 깨지는 쪽은 집권정치인이라고 할까요.
그나마 우파의 경우 오랜 집권 경험 덕분에 깨지는 양상이 덜한데
지난 10년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는 너무 처참하게 깨지는 거 같았습니다.
결국 페리스코프님께서 지적하신 '지식생태계와의 연계'는
단순히 좌파와 우파의 싱크탱크 균형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료'라는 또다른 현실적 존재와 균형을 이루도록 나아가야 할 거 같습니다.
좌파의 개인플레이가 한계를 갖는 또다른 원인을 보면
관료 수준의 조직력과 정보력이 없다는 것 또한 중요한 원인인 거 같아서죠.
너무 관료에 대해 비관적으로 쓴 거 같네요.
능력이 우수하고 패기넘치는 관료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말이죠.
길기만 할 뿐 영 엉뚱한 덧글인 거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윗분께서 말씀하신 입진보와 패션좌파는 저도 최근에 들었습니다.
웃다가 정말 넘어갈 뻔 했는데 왜 그리도 씁쓸한지...
한국사회의 관료집단은 그래도 일본처럼 노골적으로 정치 위로 기어 오르지까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낫습니다. 집권세력의 충실함에 따라 관료집단의 경륜을 슬기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정치인들이 당장 선거 줄서기에 목을 매고, 정책지식을 장기적으로 쌓아야 할 자산이 아니라 권력을 매개로 손쉽게 조달해 쓰는 소모품으로 생각하다보니 헛점이 계속 드러나는 것이겠지요. 조직력, 정보력 이런 것은 지금 있어 보이는 보수성향(?)의 집단들도 맨바닥에서 시작해 20년 이상씩 공들여서 쌓은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소외만을 한탄하지 말고 어서 작은 싹들이나마 잘 키워내는 방향으로 논의가 모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홈지기님 안녕하십니까.
오늘 글은 연말이라 그런지 더욱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혹시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활동하는 게시판 한곳(theacro.com)에 출처를 분명히 밝히고 퍼하고 싶은데요..
요 몇일 홈지기님의 이번 글이 많은 교훈이 될 치열한 토론이 있었기에 부탁 드립니다.
네, 아크로 쪽은 제가 영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스러운데 펌질이라도 괜찮으시다면 다행입니다. Crete 님도 연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댓글은 안달고 눈팅만 자주하는 눈팅족입니다.
말씀하신 내용중에 '가시적인 성과'라는 부분이 마음에 닿는군요.
저도 심정적으로는 진보를 지지하지만 정치적으로 그들을 지지해주기 힘든것이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보다는 자신들의 '정의'를 털끝만큼이라도 위해하는 세력이라면 무조건 비타협으로 일관하는 통에 실제로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국회의 의석을 상당수 차지하는 식의 가시적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하는 정치적으로 무능력함을 충실히 보여주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글쓴이님의 글은 충분한 현실적인 방향제시 같네요.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상대를 극단적인 악의 세력으로 보지만 또한 우군은 소수임을 절감하기 때문에 자꾸 선명성을 강조함으로써 차별화를 시키려는 심리가 작동하는게 아닌가 합니다. 나름의 절박한 상황이 일견 이해는 가지만, 그 열정에 비해 뭔가 실효성 있는 진전이 너무 이뤄지지 않는 듯해서 끄적여봤습니다. 제 글도 여전히 두리뭉실하긴 하지만, 개혁진보세력이라면 비중 있는 싱크탱크는 장기적금(?)을 들어서라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공감대가 조금이나마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소위 진보진영을 보면 정치가 아니라 종교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것 같아 답답함을 자주 느낍니다. 지적하신 것 처럼 야당쪽에서 현실성 있는 대안을 지속적으로 내놓아야 할텐데 실제로는 정치공학적인 놀음이나 하고 있으니 요즘은 대안이 없다고 짜증내는 분들이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당장 지금부터 시작하더라도 기초가 부실하니 제구실을 하려먼 시간이 꽤 걸릴 것 같군요.
종교는 몸을 던질 열정을 만드는데는 좋은데 학습에는 꽤나 더딘 조직이지요.^^
그리고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으면 뭐 그리 큰 문제이겠습니까. 제가 보니 조직력의 기초가 잡히려면 최소한 10~15년은 걸리던데, 어느덧 지나보면 훌쩍이지요. 서둘러 변화해온 한국 사회는 모든 면에서 호흡이 너무 짧다는게 문제이긴 합니다만, 사람과 그들의 네트워크를 키울 수 있는 여유와 자양분만큼은 이제 꾸준히 흘렀으면 합니다.
싱크탱크의 부재에 대해서는 좌우 모두 할 말이 없겠지만, 우파는 그나마 큰 무리없이 연대할 민간자원이라도 있는 반면, 좌파는 그마저도 없으니 아무래도 두드려 맞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뭐 일조일석에 될 일은 아니고, 홈지기님 같은 분들이 진영과 상관없이 애쓰고 계시니 조금씩은 나아지는 미래를 기다려 볼 수 있겠지요.
그 민간자원과의 연대(?)라는게 내막을 알고 보면 별건 아닙니다. 당장 밝히기는 곤란해도 많은 분들이 잘못 알고 계신 측면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것보다도 한국사회의 기성층이 좌파적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이 더 많다는게 그대로 반영될 따름이죠.
하여튼 나와 다른 가치와 거기서 파생되는 지식도 모두에게 유용하고 가꿔볼만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매번 몇몇 명망가, 대표논객이 쏟아내는 카타르시스성 글만 쫓아다니며 열광하는 게릴라전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 말씀이 와 닿네요.
매번 '정치공학'이라는 그럴듯한 표현으로 지향점과는 전혀 무관한 표 늘리기적 황당한 연대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아직 많은 와중에 좋은 지적을 하셨습니다.
ps. 연관 없는 얘기지만, 요즘 업계쪽 씽크탱크는 물론 KDI 같은 곳에서도 종종 꽤 소신 있게 쓴 보고서가 나온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KDI는 원래 거기 반골 분들께서 몰려계신 모처가 있잖습니까.^^ 제 직장만 봐도 주축 세대는 386분들인지라 밖에서 보는 이미지와 달리 생각들은 꽤나 자유롭습니다. 편견을 버리고 그런 점이라도 잘 읽고 서로 교류하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와, 좋은 블로그 발견했습니당. 자주 들르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자주 들러주세요.^^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댓글을 남깁니다. 당장 승리할 전력이 안되면 침착하게 자원을 모아야 하겠지요.
원래 고수는 미리 이겨놓고 싸움을 한다지 않습니까. 이러다 나중에 명량해전의 판옥선 12척 운운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매번 그런 수만 바라면 곤란하지요.
!@#... 지식'생태계'라는 키워드가 특히 중요한 것이, 단순한 지식 생산이 아니라 축적, 유통, 피드백과 재생산 모든 것이 맞물려야 하며, 유통만 하더라도 전문 연구인, 행정가, 언론, 관심 있는 일반인, 무관심 일반인의 층위를 각각 동시에 다룰 수 있는 문자 그대로 '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탁월한 문제제기, 나중에 여력이 되면(그게 언제?) 꼭 이어받아 좀 더 구체적인 '계' 구상을 나름대로 몇자 끄적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capcold 님의 탁월한 기획력은 그저 기대 만빵일 뿐입니다.^^
문제의 논쟁은 전형적인 통일전선전술이 아닌가 합니다. 그 전술이 오랜 역사를 갖고 계속되는 이유는 그 유용성(단기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때문이겠지요.
역시 大帝님다운 관점입니다.ㅎㅎ 다만 이게 좀 잊혀질만한 시점에 다시금 꺼내들어야지 지금으로서는 너무 조급하고 식상한 수라고 보입니다. 이제는 다른 접근법에 관심을 기울일만한 때도 되지 않았나 하군요. 그런 면에서 개혁-진보세력은 이제 대장정이라도 나서야....^^
이게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의 비극인게 어떻게 조선시대보다 "시스템"이 못한지 말입니다. -_- 아무리 당파니 어쩌니 저쩌니 하더라도 각자의 "아이디어"라는게 존재했고 자기들이 잡으면 그걸 실현 할려고 했는데 (물론 나중에 세도정치로 가면서 안드로메다로 갔지만). 아직도 사람에 의존해야하는 한국의 현실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 아닐까요? 진영에 상관없이. 그리고 또다른 문제점이 아군 아니면 적군 이라는 이 단순함이 또 사람잡는 요인이죠. (뭐...모 보수단체에서는 얼마전 팀킬도 합디다만...) 그러니 저런 패션 좌파라는 말이 튀어나올수 밖에 없죠.
말씀을 듣고 보니 저도 이런저런 생각이 납니다. 돌이켜 보면 시스템을 파괴하는 핵심은 극단화된 심리와 행동일텐데, 이 지나친 극단화의 관성을 어떻게 해야 제어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채 박사님의 문제의식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정치인들이 이 글을 많이 읽으면 좋겠군요. 저도 2003년부터 제대로 된 종합정책 싱크탱크를 만들려고 생고생을 해봤습니다만, 현실의 벽은 매우 높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채 박사님 같은 마인드를 제대로 갖춘 사회지도층을 만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안타깝지요.
잘 지내시죠? 새해 댁내에 행복이 가득 깃들길 기원합니다.
저도 안 박사님의 그런 노력에 대해 익히 들어왔습니다. 시대를 앞서 좋은 길을 내딛으시려 하셨는데 저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다음 기회가 온다면 좀 더 알찬 결실이 맺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무쪼록 안 박사님도 행복한 연말연시 보내시기 바랍니다.^^
예전에 누군가 진보진영이 당장 집권하는 것을 가정한 글을 봤었는데, 이게 좋은 느낌이라기 보다 오히려 무섭더군요. ㅎㄷㄷ. 그만큼 준비된 것이 없다는 이야기겠지요. '하루아침'에 무언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이나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꾸준히 실력을 쌓고 평가받을 수밖에 없겠지요. 크리스마스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잘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즐거운 성탄절 보내셨길 바랍니다.^^
링크로 스크랩해 갑니다 근데 글의 URL을 못 찾겠아서 못 걸었어요 >_<
좋은 글 매번 잘 읽습니다
생각할 거리가 많네요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할 일도
제가 2008년 말부터 항상 하던 얘기가 있습니다. "이쪽엔 대가리가 없다". 쩝.
정확히 얘기하면 대가리가 없는 게 아니라 대가리의 그릇이 되지 않는 무리가 대가리의 자리를 놓지 않는 겁니다.
애는 자라고 있는데 머리엔 유아용 헬멧을 쓰고 있는 셈이죠. 내부를 향한 적당한 수준의 우민화정책이랄까요.
이런 상황에선 절대로 싱크탱크구조를 오픈하지 못합니다. 겁이 나니까요.
그게 대가리가 없는 겁니다.
넹.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저는 진보진영의 '진정한 연대'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한데 묶어서 '진보진영'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사실 진보진영 내부의 시각 차이는 조율이 불가능할 정도로 큽니다. 흔히 '진보'에서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고 하지만, 한미FTA를 추진한 집단이 정부 주도하에 사업을 벌여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집단보다 신자유주의에 더 반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과연? 흔히 '민족주의'는 '당연히' 우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민족끼리' '반미' '이명박은 쪽바리'를 외치면서 그런 말이 가능할까요?
막연하게 '보수'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 외에는 '진보'의 정체성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책적인 대안이 원활하게 나올 수가 없습니다.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말하는 순간 '진보' 내부는 산산조각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적당히 '조율'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닙니다. 그리고 '연대'를 위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납득한 척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연대'를 외치는 것은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뿐이며, '진보' 측에서 과도하게 연대에 집착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 쪽에서 한 말을 반대쪽에서 뒤집고 다른 쪽에서 아무 생각 없이 던진 이야기를 다른 쪽에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진보'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습니다.
차라리 정책을 분명하고 책임감 있게 제시할 수 있는 집단에서 (그런 게 있다면 말입니다만) 자기 집단과 다른 '진보' 무리의 차이를 분명하게 해서 다른 집단은 도태시켜 버리는 편이 낫습니다. 그 편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목수정 같은 사람들이 난리를 피운다면 그걸 '같은 진보'라고 옹호함으로써 "진보진영이라는 자들은 저런 행동이 좋다고 생각하는 놈들"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보다 차라리 "그건 한 개인의 행동일 뿐 우리가 그런 행위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선을 긋는 편이 낫지요.
개인/단체의 생각이 완전히 일치하는 연대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건 진보 뿐만이 아니라, 보수 진영도 마찬가지에요. 야채 님이 말하는 '연대'가 연대의 정의라면 성립하는 연대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본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연대는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정책'에 대한 연대이죠. 예를 들면 이번 지방 선거의 화두인 '의무 (무상) 급식' 처럼. 각자의 개인적 차이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야채 님이 제기한 민족주의 유무라든지) 정책은 그런 성향이 그나마 덜한 것이죠. 무작정 연대하자는 소리는 아닙니다.
물론 목수정 씨 같은 경우, 감싸주는 것은 정말 뭣한 행동이죠. 그러나 그런 경우를 '연대의 문제점' 아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개인/단체/집단의 문제로 봐야지. 다시 한 번 말이지만, '무작정 연대하자' 는 정말 위험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연대는 불가능하다' 와 같은 말이 될 수는 없죠. 서로의 차이는 당연히 인정하면서, 정책 등의 문제는 함께하는 연대는 구축할 필요가 당연히 있습니다.
문제는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중요한가입니다. 무상급식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위해서 연대한다. 그건 좋습니다. 하지만 일단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 연대를 해야 한다는 결정부터 먼저 하고 그에 합당한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면 그건 정치 놀음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정책이 결정된 후에 연대를 할 것인지, 한다면 누구와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는 겁니다. 우선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연대부터 하기로 한 후에 그에 합당한 방법으로 '정책 연대'를 생각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일 뿐 아니라 그런 식으로 제대로 된 정책 연대가 될 수도 없습니다. 정책이 확인되기도 전에 연대하라고 하는 것은 '무작정 연대하라'는 주장을 하는 건 아니라고 해도 '연대하라'는 주장을 '무작정' 하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진보진영 내부에서는 "우리는 모두 '진보'니까 정책을 확인해 보면 분명 연대하는데 별 문제가 없을 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한미 FTA를 앞장서서 체결하는 집단과 신자유주의는 나의 원수를 외치는 집단이 연대를 하는 게 정상입니까? 신자유주의를 우리나라에 보급한 것은 DJ고 한미 FTA를 체결한 것은 지난 정권이었는데, "국가가 대운하를 파는 토목사업을 일으켜서 경제를 살리겠다. 물가는 직접 규제하는 방법으로 잡겠다."고 나서는 정권의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기 위해서 진보 전체가 단결하자고 하는 게 정상입니까?
진보측의 그런 구호가 의미없는 사기라는 말은 아닙니다. 용어가 맞건 틀리건 진보진영에서 노동정책 등의 어떤 일정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과연 같은 진보진영 내부에서는 그 의미가 충분히 일관성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저는 실제로 그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 시작하면 진보진영 내부가 공중분해되기 쉽다고 봅니다. 노대통령이 진보진영의 학자들과 공개적으로 토론...이라기보다 서로 비난을 주고받았듯이 말입니다.
게다가 문제는 그렇게 서로 비난을 주고받는 게 정상이라는 겁니다.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연대'를 위해서 신자유주의 절대 반대를 외쳐도 안되고, 신자유주의를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이 '연대'를 위해서 한미 FTA를 찬성해도 안 됩니다.
그나마 긍정적인 측면이라면, '연대'는 표에 도움이 될 것이므로 '정책 연대'는 각 정당이 '정책'을 개발하게 만드는 미끼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결과가 된다면 주객이 좀 전도되더라도 괜찮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보다 '연대'라는 구호가 그렇잖아도 쉽지 않을 '정당 정책 구체화'에 오히려 장애가 될 것으로 봅니다. 같은 정당 지지자들만 해도 동상이몽이 보통이 아닌데 다른 정당 지지자들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답이 없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운영자가 달아야 할 댓글에 제가 대신 훈수를 둔 꼴이 되서 죄송합니다.
'정책에 대한 연대 부재' 에 대해 이론적인 화두를 남겨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좋은 글 고맙고, 언제 한 번 대화나 트위터를 통해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눠보았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