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핀드 님께서 고맙게도 마감 하루를 남겨두고 inuit 님이 시작하신 '독서란 []다' 릴레이 바통을 넘겨 주셨다. 많은 블로그 이웃 분들께서 열심히 릴레이를 이어가는 모습은 보고 있었으나, 그동안 잡다한 업무로 정신이 없어서 그냥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변방의 블로그에 바통이 넘어오길 기다리는 것도 조금 무리이다 싶었고 말이다. 그래도 Crete 님께서도 며칠 전에 넘겨주실까 하다가 홈지기의 이런 사정을 눈치채고 건너뛰어주셨다는데, 두 분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나저나 어제 넘겨주신 바통을 오늘 저녁 먹고 나서야 봐서 또 초읽기에 몰린 기분이다. 요즘 따라 자꾸 마감을 바짝 앞에 두고 글을 쓰는 일이 빈번한 듯싶다. 그래도 생각을 가다듬어 홈지기에게 '독서'란 무엇일까 적어본다면……
홈지기에게 독서란 두레박이다.
이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첫째 의미는,
나의 머리 頭 를
위무해 徠 주며
넓혀 博 준다는 뜻이다.
일에 치여 정신 없는 삶을 살다가도, 책이 가득한 서가 곁에 의자를 펴고 책을 읽어 내려가는 행위는 감정부터 그윽함을 자아낸다. 눈길을 옮아가는 책 구석구석마다 그 내용에 감탄하고, 분노하고, 공감하며, 비판하다 보면 어느새 눈앞의 현실을 넘어서 뭔가 치유 받은듯한 느낌이 뇌리를 지나간다. 그리고 아울러 내 머리 속 일부가 좀더 성장했다는 느낌도. 물론 그것은 캡콜드 님 지적마냥 그저 막연한 하나의 느낌이자 심지어는 환각일 수 있다. 그래서 여기에는 또 다른 두 번째의 의미가 필요하다.
둘째 의미는, 나의 내면을 적시는 무언가를 길어 올리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뜻이다.
홈지기는 독서를 하면서 우물물을 긷는 스스로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한다. 저 깊은 우물 바닥 어딘가에서는 차마 헤아릴 수도 없는 수맥이 뻗어있고, 거기에는 수많은 정보와 지식, 지혜가 흐르고 있을 것이다. 누구도 그것을 모두 건져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안에 담긴 것들을 갈구한다 하더라도 인지의 한계, 시간의 한계, 능력의 한계로 무엇을 집어 걸러낼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물을 파고, 그 밑바닥을 향해 두레박을 던진다. 힘껏 당겨 올려내는 그 두레박에 차고 달고 상큼한 물이 가득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홈지기는 그렇게 길어 올린 물로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겠다는 희망이 있다. 여기서의 정원이란 세상을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담아내며, 나의 사유 모델이 만들어지는 내면의 공간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복잡한 세상을 설명하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나가는데 유용한 모델을 끊임없이 만들고 발전시켜나가고자 한다. 그러나 하루 온 종일 두레박질을 해서 물만 들이붓는다고 절로 아름다운 정원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갈증을 넉넉히 식혀줄 두레박질과, 구석구석 김매며 돌보는 손길이 함께 가야 할 것이다. 독서의 역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많은 독서의 과정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내면의 완성에는 그만큼 이를 바탕으로 행동하는 과정도 그에 못지 않게 필요하다는 점, 젊은 시절에 꼭 되새겨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 이처럼 독서가 지적인 가뭄과 기근을 달래줄 소중한 존재를 담고 있다는 의미로도, 반대로 독서에 도취되어 갖가지 생각과 실질적인 경험을 게을리하지도 않아야 한다는 의미로도, 홈지기에게 독서는 하나의 '두레박'이다.
그나저나 홈지기의 이 글은 이미 마감 막판에 쓰여졌기에 더 이상 릴레이 바통을 전달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다. 지난 번 새해 사자성어도 그렇고 두 번째 릴레이에서도 막판 싱크(sink)가 되어버리고 말았는데, 다음에 릴레이가 전해질 기회가 온다면 꼭 다른 분께 덤터기를 씌울 수 있길 바래본다.^^
P.S.
그리고 여기까지 전해진 릴레이 경로를 정리하는 것도 규칙으로 정해져 있는데, 문득 이걸 곰곰이 들여다 보니 연구자의 본능이 자꾸 발동된다. 나름 사회 연결망 분석(social network analysis)을 자꾸만 적용시켜보고 싶은 생각이 꿈틀거리니 말이다. 지난 2주간 이어진 릴레이를 단순히 하나의 경로(path)로 바라보기 보다, 뭔가 네트워크적인 시각화를 한 번 시도해보고 싶다. 이 부분은 홈지기가 데이터 수집 및 시각화 스크립트를 짜는 대로 보충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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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릴레이] 독서는 [없앤]다
Tracked from j4blog 2009/06/22 08:02 삭제가끔 구걸이란 행위를 비하하는 분들이 있는데 노동대비 득템 확율은 절대 무시해서는 아니된다고 봅니다. 물론 구걸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일말의 동정심이나 남에게 봉사하고자 하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간성에 대해 호소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가 얼마나 많은 인간성을 가지고 있나를 측정할 수있는 일종의 꼼수로도 쓰입니다.;;;; 그리하여 블로고스피어에서 가장 인정많은 사람으로 꼽혀 마땅할 필로스님의 인정넘치는 따땃한 바통을 고이 받잡고 쓰는 재준씨의 독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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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결국 바톤을 받아주셨군요. 아직 새벽이 밝지 않았으니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걸로 인정해드리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ps) 저를 포함, 바톤 릴레이 전달 내역에 네트워크 운운하는 공돌이를 현재까지 여섯 명 보았습니다. (*핫핫*)
공돌이가 생각하는게 다 거기서 거기라는……^^
!@#... 아니나 다를까, 전체 릴레이 과정 데이터 여기 모으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분석과 시각화 기대중. http://spreadsheets.google.com/ccc?key=rvn4MIimwRPoQLDBCRn5rtg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이벤트도 좋지만, 그 자료를 충실히 기록-수집하여 두고두고 널리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체스...
미리 생각은 해두고 있었군뇨! ㅎㅎ
@바쁘다더니 웬 네트워크 어쩌구까지...
어허, 초읽기에 몰려 짜내기한 것이라니깐. =_= 그리고 네트워크 갖고 장난질치는 것이야 내 밥줄과 긴밀한 관계가 있으니 다 의미가 있는거야.
독서는 두레박이다...멋진 표현이네요.
좋은 글 언제나 잘 챙겨 읽고 있습니다.
전체 릴레이과정을 보니 한국 블로고스피어의 네트웍을 시각화한 느낌마저 듭니다. :)
헉스,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재준님 블로그를 보니 이런저런 일들로 페이스가 조금 떨어지신 것 같은데, 충분히 활력 재충전하시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재준님의 발랄-유익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실천하는 지식으로서, 또 유희하는 지식으로서 독서는 여전히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독서가 저를 끊임없이 깨우치고 자극하는 두레박이었으면 좋겠어요.
독서론의 마무리를 장식할만한 멋진 표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