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홈지기가 직장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연구 보고서 하나 마무리 짓고 나니 분석할 데이터가 쌓여 있고, 그 다음에는 모처에 내보낼 원고를 작성하느라 꼬박 밤을 보내고 출근하면 이제는 긴박한 이슈에 대해 진단을 하라는 식이다. 아마도 5월 말까지는 이런 생활이 반복될 듯싶다. 이런 와중에는 블로깅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점, 다시금 양해를 부탁 드린다. 홈지기도 이런 꼴을 당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 Facebook surfing while sick costs Swiss woman job [Reuters, 2009-04-24]
그래도 달력을 들추다 보니 오늘(4월 28일)은 자그마한 기억이 떠오르는 날이다. 다른 Periskop 방문객 여러분들도 기억하실지 모르겠으나, 딱 1년 전에 홈지기는 이런 글을 올렸었다:
- 나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기꺼이 먹겠다, 그러나…… [Periskop BLOG, 2008-04-28]
그 때 홈지기는 잠시 흥분했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기 열흘 전인 4월 18일, 말도 많던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안이 전격 타결되었다. 이전 참여정부에서 막판까지 한참을 끌어온 문제가 대번에 결말이 나버렸다. 신임 대통령의 상국 방문을 앞두고 진상할 조공으로 국민의 건강이 희생되었다는 불만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리고는 인터넷 곳곳에서 광우병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스멀스멀 피어 올랐다. 사실 홈지기도 MB 정부에 대해 불만이 많던 한 시민으로서 그냥 입을 닫고 지켜볼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점차 수위가 높아지는 여러 글들은 그냥 돌아서자니 참기 힘든 거북함이 느껴졌다. 이런저런 생각을 아무리 해봐도 여론의 흐름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과학 지식이 어느새 공포와 분노를 낳는 노리갯감으로 전락되고 있다는 인상이었다.
광우병과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이 프리온 단백질에 의한 생소한 질병인데다, 뇌에 구멍이 송송 뚫리는 불치병이라는 점에서 공포를 불러 일으킬 요소는 충분했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과 정부의 실정을 질타할만한 구실을 찾던 분들에게 분명한 호재였다. 하지만 홈지기가 열흘 정도 조사를 해보고서 내린 판단은 그럴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인류가 이에 대해 결코 무지한 것도 아니었고, 이미 유럽에서 커다란 이로 인한 커다란 사회적 혼란을 겪은 바도 있었다. 보다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앞서의 경험을 되새겨볼 여지는 얼마든지 있었다. 분노를 단순히 확대 재생산하는 답답하고 얕은 여론의 바다, 그리고 이에 대해 속 시원한 해명도 못한 채 삽질만 해대는 대통령과 정부. 이 숨막히는 현실에 홈지기는 작은 목소리나마 띄워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PD 수첩이 광우병 논란에 대한 특집을 방송했다. 논란이 점점 더 확산되었고, 갈수록 공포와 분노의 눈덩이는 커져만 갔다. 홈지기로서도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감조차 잡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렇게 공포, 분노 위에 쌓아 올린 반정부 여론의 뒤끝에 대해 몹시 회의적이었다. 역사의 많은 순간을 돌이켜보면 사람들 사이에 피어 오른 공포와 분노의 폭풍을 무기 삼아 체제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권력의 뿌리를 뽑은 적이 많다. 그러나 과연 이 사안이 그럴 파괴력을 지녔을까? 홈지기가 가진 과학적 지식과 외국의 사례를 아무리 동원해봐도 그 끝은 허망해 보였다. 유럽 각국처럼 장관 몇 명 경질할 문제이고,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돌아갈 사안이었다. 오히려 감정의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허탈감, 무력감, 그리고 체제의 반동이 더 무서운 것이 아닐까? 그 다음 날에 올린 ‘섭씨 400도를 견디는 프리온? 과장의 역풍을 경계하자’ 글은 이런 복잡한 심경 속에서 적었던 기억이 난다.
어느 정도 논란은 감수하겠다고 생각하고 쓴 글이었다. 헌데 역시나 그 글에는 이곳 Periskop에 올렸던 글 가운데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렸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더더군다나 알려지지 않았던 이곳에 어떻게들 알음알음 찾아오셔서 댓글 논쟁이 진행되었는지 아직도 조금 의아할 정도이다. 그래도 예전에 Crete 님께서 “나의 인터넷 낭만시대를 회고하다”라는 글에서 언급해주셨다시피, 여러 분들의 성심 어린 도움과 방문객 여러분들의 비교적 차분한 반응 속에서 나름의 중심은 잃지 않은 듯하다. 홈지기도 미처 몰랐던 사실을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인터넷에서 글을 쓸 때와 댓글에 응대할 때의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던 좋은 경험이었다.
그 후로 1년이 지났다. 연이은 정부의 착각과 잘못된 대응, 그리고 정점을 향해 활활 타오르는 촛불집회를 언저리에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뜨거운 초여름이 지나자, 어느새 촛불이 종이컵 안에서 힘을 잃고 사람들의 마음 깊숙이 침잠해버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 흩어진 연기 뒤로 MB 정부는 바닥에서 슬그머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지리멸렬해진 정치권과 다분히 무기력해진 시민사회를 뒤로 한 채, 좀 더 교묘하게 세상 물꼬를 바꿔 터버리려는 이 정부의 움직임은 매일 곳곳에서 느껴진다. 방송 1주년 기념인 양 PD수첩 제작진을 연이어 체포하는 치졸함까지 계속하고 말이다. 어느새 1년 전의 불길한 예감이 성큼 다가와버린 것은 아닌지 하는 씁쓸함과 아쉬움만 남았다.
홈지기는 지난 1년 전에 견지한 스스로의 자세가 올바른 것이었는지 남과 견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다 밝히지 않았지만 그 와중에 홈지기도 안이하게 잘못된 판단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또한 그 때도 그랬지만 대단한 의기와 열정으로 촛불을 밝힌 분들을 이제와 책망하려는 마음도 한 점 없다.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닫고 지냈다가 이제서야 시체 파먹는 쥐마냥 기어 나와 돌을 던지는 헛지식인보다야,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이들이 훨씬 나을 테니 말이다.
다만 홈지기 스스로에게 아직도 나직하게 되뇌어 보고픈 말이 있다. 언제나 열정의 파도에 몸을 내맡기기 전에 한 번쯤 나의 뿌리를 느끼고 더욱 깊게 뻗어보자는 것이다. 김수영의 ‘풀’ 싯구처럼 모진 세파 속에서 끊임없이 누우면서도 다시 일어서고 웃을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우리 자신을 일으켜 세울 뿌리의 깊이와 줄기의 유연함이 아니겠는가. 홈지기가 흥분 속에 하나의 글을 적은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1년 뒤에도, 그 1년 뒤에도1 들불의 불쏘시개로 흩어지지 않고, 작은 풀꽃이나마 피울 수 있도록 ‘회의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로 계속 나아가길 바래본다.
아울러 그 때 함께 고견을 나눠주신 여러분들께 다시금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 어느 노래 가사와 비슷하다고 느끼셨으면 많이 피곤하신 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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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돼지독감과 광우병의 공통점과 차이점
Tracked from Crete의나라사랑_2009년글 2009/04/30 16:28 삭제돼지독감과 광우병의 공통점과 차이점 돼지독감과 광우병은 발병 기전과 증상에 분명한 차이가 있는 전혀 다른 차원의 질병이다. 하지만 인류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고 또 대중에게 극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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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cesia의 생각
Tracked from cesia's me2DAY 2009/05/04 12:21 삭제촛불집회 1주년. Periskop님 같은 훌륭한 분은 이렇게 차분히 반추하시지만, 나같은 듣보잡 블로거는 경망스럽게 메롱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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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광우병발생 '가능성(Possibility)'으로 인해 큰 혼란을 겪은 1년 후, 이번에는 전세계가 멕시코발 SI라는 '현존하는 명백한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에 휩싸이다니 이것 참 우연의 일치라고만 하기엔 매우 공교롭군요.
현행헌법이 계속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정권이 두 번 정도 바뀔 10년 후 쯤, 대한민국 사회가 과거를 제대로 반성하는 사회라면 2008년 사건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을 것입니다 - 아니, 있어야만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10년 뒤의 논의가 얼마나 더 풍성해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지 10년이 지나 새로운 글로벌 경제위기의 풍파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한국 사회가 이에 대한 근본적 재성찰을 했다고는 여겨지지 않는군요. 그래도 변화는 소리 없이 은근슬쩍 일어날테니 마냥 비관적으로 여길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많은 생각꺼리를 주는 포스팅에 감사드립니다.
거의 1년 간격으로 과학적인 이슈들이 괴담과 합리성 사이에서 고생을 하는군요. 미국에선 최근에 돼지독감이 큰 이슈로 떠 오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슬슬 관심이 고조되는 것 같더군요.
당연한 수순이지만 음모론도 따라서 고개를 들고 있고요. 이번에는 조금 선제적으로 포스팅을 해 보고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음모론이 초반부터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바쁘신 일이 산적해 있으시다니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둘다 드립니다. 한국에 비해 미국은 layoff가 좀더 피부에 많이 와 닿습니다. 미국 시각으로보자면 바쁘신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늘 건강 챙기시고 힘찬 한주가 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요즘 신종 인플루엔자 관련된 Crete 님의 정열적인 포스팅에 감명받고 있습니다.^^ 제가 직장에서 속성 보고서를 쓸 때도 많이 참고했는데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열정의 파도에 몸을 내맡기기 전에 한 번쯤 나의 뿌리를 느끼고 더욱 깊게 뻗어보자" 참 좋은 말이네요.
쉽게 흔들리는 현대인의 파닥귀를 경계하는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내 뿌리가 없을진대 어찌 타인의 뿌리를 논하겠습니까. 오늘도 글귀처럼 제 뿌리를 더 뻗어보겠습니다. 좋은 한 주 되시고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재준님이야 이미 뿌리가 튼실하신데 더 깊이 어디까지 뻗어가실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답글이 몹시 늦었는데 역시 호주의 한 주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 블로그를 처음 찾게 되고, 그 뒤로도 쭉 오게 된 것이 그 글이였습니다. 이상열기에 휩싸인 블로그계에서 그나마 차분하게 사건을 돌아보는 글이였으니까요. 한편으론 쥔장 돌 좀 맞을텐데... 용기있네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어쨌거나 앞으로도 '회의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가 꼭 되어주시길.^^
넵,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성실히 노력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실 저도 파인만 아버지와 새이름 이야기는 정말 감명 깊게 읽었던 일화였습니다. (순진한?) 저로서는 파인만 아버지가 정말로 여러나라 언어로 새 이름을 아는줄 알았네요. 어찌되었건 이름은 이름표일 뿐이라는 사실이 공부를 할 수록 와닿더군요. 항상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그런 점을 몸소 느끼셨다니 앞으로 하시는 공부가 일취월장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번 경험으로 사람들이 조금 더 성숙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만, 현실은 조금 더 지쳐있을 뿐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홈지기님같은 분들이 있기에 작은 희망이나마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나저나 고생하시는 듯 싶으니 건강관리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이제 봄을 타는 건지 몸이 계속 무겁네요.
좀 강행군을 하다가 그래도 연휴에 제법 쉬고 오니 한결 마음이 놓이네요. 그래도 앞으로 또 월말까지는 달려야 합니다. 일화님도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많이 피곤한가 봅니다. 주석보고 뜨끔했네요^_^
그러셨군요^^ 연휴는 잘 쉬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활기찬 한 주 보내시고요.
그렇잖아도 홈지기님께 여쭙고 싶은 게 있었는데 때마침 글을 적어 주시네요. 이 곳을 작년 광우병 소동으로 알게 되었고 가끔씩 눈팅만 했었는데 제 지적수준과 너무 차이가 나서 쓸 말이 없었기 때문이죠.
작년에 관련 글을 읽으면서도 무슨 내용인지는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미국소의 위험성은 의미없는 수준이니 광분하지 말라는 정도의 메시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여쭙고 싶은건 지금 미국산 쇠고기 많이 드시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주로 롯데마트를 이용하는데 작년이나 올해나 많이 싸더라구요. 시장에 정착을 못했다는 얘기죠. 홈지기님은 거리낌없이 드시겠다고 했는데 정말 주로 미국산을 드시는지요? 전 냄새가 별로여서 시식도 안 했습니다. 앞으로도 안먹을 거구요.
저를 광우종말교도라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작년에 촛불시위 안 했습니다. 시청이나 광화문 쪽에 얼씬도 안했고 그냥 마음 속으로 정부는 못했고 이사람들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미국이나 영국에 가면 그 나라 소고기 먹을 겁니다. 그건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렇다고 꼭 광우병 걸릴 거라고 생각도 안하지만 왠지 우리나라에서 돈 주고 그 나라 고기 사먹고 싶지는 않군요.
미국소 사먹는 사람 비난할 생각은 절대 없습니다. 저도 반대이유로 비난 받고 싶지 않구요. 다만 주변에 사먹는 사람을 못봐서 이제 정육점이든 마트든 주변에 웬만큼 들어왔으니 홈지기님은 어떤가 궁금해서 여쭤보는 겁니다.
제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다고 했더니 정말 궁금해하시는 분이 계셨군요.^^
답부터 이야기하자면, 네, 여러 번 많이 먹었습니다. 저희 엄친께서 (롯데마트는 아닌 다른 곳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종종 사오시는데, 가격도 적당하고 맛도 괜찮아서 거리낌 없이 먹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직 꺼려하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유통상 문제도 있고 질도 편차가 많은 모양입니다.
그당시 홈지기님의 객관적 자료에 입각한 글을 감명깊게 보았습니다. PD수첩은 쓰러지는 소를 보여주며 광우병이다란 식으로 보도 했는데 그런 소는 국내 도축장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거였죠. 정작 PD수첩은 질병관련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감염자와 사망자수, 감염된 소의 수 등에 대한 최신 자료와 최근 추세와 관련된 수치같은 객관적 자료는 별로 없어서 처음부터 크게 신뢰하진 않았습니다. 지난 일요일 저녁은 LA갈비집에서 미국산쇠고기를 가족들과 같이 먹었습니다. 집사람이 돼지고기 알레르기 때문에 쇠고기를 먹어야 되는데 그동안은 호주산만 일부러 찾아 먹을 수도 없고 가격도 상당히 부담이 되었는데 미국산은 정말 싸고 좋더군요. 참고로 전 몇년전부터 한우는 절대 먹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가격때문은 아니고 나름 충분한 이유가 있구요.
몇일전 비닐봉지위에 뜨거운 떢뽂이를 담아 먹는 아가씨들을 보고 참 무지한 국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작년의 광풍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를 다시 한번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집은 오래전부터 유리식기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먹는 그릇은 유리 외에는 절대 사용하지 않습니다. 식용유나 간장도 유리용기에 담아 파는 것만 사는데 구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건강 문제야 보수적으로 처신할 수밖에 없겠지요. 작년에 촛불시위에 나온 분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가긴 합니다. 예상 외로 반응이 증폭되어 놀라웠을 뿐, 사회의 성장 과정에서 있을 법한 일이기도 하고요. 그러고 나면 이 정권의 미숙함과 지식인 사회의 무책임함이 다시금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그때 이슈의 초점은 남의 집 별장에 가서 카트 운전 한번 하려고 아무런 대가 없이 소 개방을 선언한 '굴욕외교'에 맞췄어야 하는데, '광우병'에만 맞춘 나머지 그렇게 많은 열정이 있었는데도 허탈함과 찝찝함이 남게 된 것 같습니다.
저도 많은 분들의 열정이 너무 어정쩡하게 사그라든 것 같아 못내 아쉽습니다. 분명히 뭔가 한쪽 여론층의 열망을 담을 그릇이 재편되는 과도기인듯 한데, 이런 혼란이 얼마나 이어져야 가시적 대안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여러가지 이슈가 혼합된 상태였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슈가 계속 추가되었기 때문에, 홈지기님의 글을 모든 사람의 머리에 집어넣었다 해도 결과는 비슷했으리라 봅니다. 허무함을 떨치는데 몇달 걸린것 같은데 벌써 1년이나 지나버렸네요...
저희 집에선 이전부터 소고기는 거의 호주산만 먹고 있습니다. 네이님 댓글에 호주산을 일부러 찾아 먹을 수도 없고 가격이 부담이 되었다는데 잘 이해가 안되는군요. 예나 지금이나 마트든 재래시장이든 널린게 호주산인데 말입니다. 스티로폼 용기에 랩으로 포장되지 않은 고기를 찾으셨다면 그럴 수도 있긴 하겠습니다.
마트에선 호주산을 사는게 쉬운데, 외식하려고 고깃집식당에서 사먹을려니 잘 없다는 것이죠. 전부 한우라고 하면서 비싸게 파니...
위에도 이야기했듯이 한우가 비싸기도 하지만 저는 가격이외에도 다른 이유로 국내산육류를 먹는 걸 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LA갈비는 미국산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파니 적어도 한우는 아니란거 확실한거고 그러니 부담 없죠.
저 나름대로의 판단으론 호주산-미국산-국내산 순서로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복합적인 요인들이 한꺼번에 작용한 문제였고 미국산 쇠고기의 과학적(?) 안전성 논의가 깊어진다고 불식될 상황도 아니었죠. 바로 그 '허무함'을 어떻게 새로운 변화의 '희망'으로 바꿔낼 것인지가 앞으로의 숙제가 아닌가 합니다.
허탈,허무,찝찝... 이런 단어들이 작년 촛불시위에서 떠오르는 연상들인가요? 촛불시위가 우리 사회에 큰 손해와 악영향을 끼친 부끄러운 기억인가요? 저는 전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댓글러들은 우매한 대중이 광분해서 헛된 짓꺼리를 하였다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듯 하네요. 하지만 광분한 경찰력이 시위군중에 저지른 일들이 저는 훨씬 찝찝합니다. 잘못했다고 보내달라는 군중들을 에워싸고 지나가던 행인들까지 싹 잡아들이던 공권력이야말로 10년 후에 되돌아보고 반성해야만 한다고 봅니다. 지겹도록 떠들어대던 그 놈의 배후세력을 왜 밝혀내지 못했는지도 철저히 반성해야 합니다.
어떤 분은 이슈의 초점을 광우병에만 두었다고 하시는데 굴욕외교에 분명히 초점이 있었으며 광우병자체와 연관없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종합해서 정부를 성토했죠.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이 광우병은 전혀 걱정할 사안이 아니며 굴욕외교만 질타하면 되는 일이었나요?
어떤 분은 쓰러지는 소를 광우병으로 보도했다는데 전혀 그런 일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광우병과 연관시키면 안된다고요? 작년에 미국에 동물학대 영상이 공개되고 소란이 일었을때 미국언론은 미친소 얘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찾아보시죠. 오바마는 식품안전을 위해 다우너 도축을 금지할 거라던데 미친 짓꺼리가 되는 거겠군요. 동물학대와 식품안전은 전혀 관련이 없으므로... ? 촛불시위 후 대만정부의 태도도 한 번 찾아보시죠. 그들 언론은 어떤 일을 했는지.
괴소문에 속아서 촛불군중이 이성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볼 때 희한한 얘기들도 있던데 그렇다고 거기에 홀딱 넘어가 정부에 반기를 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런 마케팅은 따지고 보면 우리 주위에 널려 있습니다. 의약품이나 건강식품등에 더 많고 종교도 마찬가지죠. 십일조나 감사헌금을 아무리 바치거나 불공을 드리고 서원을 하고 재산을 바쳐봐야 그것이 나에게 무슨 도움을 준단 말입니까? 이것도 일종의 괴소문 아닌가요?
우매한 대중만 괴소문을 퍼뜨리나요? 용산참사 때 여당의원은 뭐라 그러던가요? 도심테러가 일어났다고 사망자들을 테러범으로 규정했습니다. 보수세력을 지지하는 대중도 그에 동조했죠. 그냥 돈에 환장해 더 받으려고 과욕을 부리는 떼쟁이들이라고 하지 테러범이라뇨? 지난 정부 사학법 개정 때 반대하는 세력이 걸핏하면 시위했었죠. 공산주의적이고 사학을 전교조가 장악하고 영구집권하려는 불순한 법안이라고 하며 섬뜩한 구호들을 외쳐댔습니다. 진짜 명백한 괴소문 아닙니까? 이런 상황들보다 광우촛불좀비들이 더 찝찝하고 허무하고 반성해야 하는 겁니까?
위에 이번에는 음모론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선제적 대응을 하고 계신다는 분은 죄송한 얘기지만 이른바 설레발 아닌가 합니다. 포스팅 내용이야 동의하지만 그 목적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피어나는 음모론 차단이라구요? 혹시 지구특공대로 착각하고 계신거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악의 축 촛불좀비 현상이 이번에도 나타날까봐 걱정하시는거 같은데 아무런 대응을 안 하셔도 그런 현상은 안 나타날거라 봅니다.
결국 촛불현상은 어떤 걸까요? 취지는 좋았는데 방법이 잘못된 것? 할 만한 일이었으나 입소문 마케팅을 너무 지저분하게 한 것? 취지도 방법도 모두 잘못된 것? 취지는 안 좋았으나 행동은 잘한 것?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디서 어떤 고기가 들어오던 관심끄기? 관심은 두되 불만 있어도 나랏님이 하시는 일을 묵묵히 받아들이기? 불만 있으면 신사적으로 전화나 블로그 등으로 하고 절대 집회는 결성 안하기? 불만 있으면 당장 시청으로 나가 촛불들고 누구 OUT 고래고래 외치기?
정답은 뭐~ 각자 알아서 하면 될 듯...
댓글 다신 분 중에선 분명 촛불 시위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신 분도 계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촛불시위의 결말에 허탈,허무,찝찝함을 느끼는 것과 촛불시위를 부끄럽게 여기는 것은 전혀 다른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