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긴장이 돌던 몇 주를 보내고 그럭저럭 평정을 되찾게 되었다. 지난 주에 말레이시아를 다녀왔고, 돌아와 잔일 정리도 얼추 마무리지었다. 완성할 보고서 원고가 하나 있기는 해도 연말까지는 한결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을듯 싶다. 12월도 벌써 반이 갔는데, 연말까지 예고했던 글 정리와 새해 준비, 이어지는 모임 참석을 하다보면 또 시간이 훌쩍 가리라.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난 주말에는 집에서 빈둥대면서 여러 책과 동영상에 탐닉했다. 역시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더니 한켠에 쌓아둔 자료가 소화하기 버거울 지경이다. 그 가운데 가장 재밌었던 것 중의 하나가 지난 10월 말부터 한달여 동안을 바짝 달궜던 독일 ZDF의 "Die Deutschen" 시리즈였다 — 아마 독자분들 중에는 '또 독일어 자료!'를 외치면서 설레발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지만, 어쩌겠나, 즐거운 자료는 그래도 소개를 해야할 성 싶으니. 이 "Die Deutschen" 시리즈는 제목 그대로 '독일인', 그 가운데서도 독일사의 핵심을 장식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성로마제국의 성립부터 19세기까지 1000년 독일사의 10대 인물과 사건을 꼽고, 이를 멋진 비쥬얼과 자료를 통해 꿰뚫는 장쾌한 다큐멘터리 시리즈라 할 수 있다.

ZDF Die Deutschen

이곳에 들러주시는 분들이라면 독일사에도 많은 관심이 있으실터, 여러분들이라면 어떤 인물들과 사건을 꼽으시겠는가? ZDF의 역사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다음과 같이 10대 인물과 사건을 정리했다:

  1. Otto und das Reich (오토와 제국)
    그렇다, 첫 번째 인물은 단연 오토 1세이다. 아무리 역사의 아마추어라 해도 오토 1세의 역정과 신성로마제국의 성립이야말로 독일사의 첫 장면으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2. Heinrich und der Papst (하인리히와 교황)
    세계사 시험에 문제로도 많이 나왔던 '카노사의 굴욕'을 기억하시는가. 두 번째는 바로 그 주인공인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와 교황 그레고리오 7세의 대립을 그리고 있다. 이 교회 권력과 세속 권력의 충돌은 분명 신성로마제국의 일대 사건이었다.
  3. Barbarossa und der Löwe (바르바로사와 사자공)
    붉은 수염 '바르바로사'로 유명한 프리드리히 1세야 말로 독일사 숱한 전설의 주인공이 아닐 수 없다. 다년간의 이탈리아 원정과 3차 십자군 원정에서의 최후까지 그는 많은 무용담을 남겼다. 그리고 그 대항마로서 유명한, 작센과 바이에른의 사자공 하인리히도 동시대를 산 라이벌로 빛나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4. Luther und die Nation (루터와 민족)
    루터는 진정 독일사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종교개혁가로서의 일대기뿐 아니라 독일어 성경 번역을 통해 근대 독일민족의 정체성을 일깨운 루터의 활동을 그리고 있다.
  5. Wallenstein und der Krieg (발렌슈타인과 전쟁)
    군사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30년 전쟁기 각종 전술적 혁명과, 이를 주도했던 걸물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 가운데 뵈멘(보헤미아) 출신의 발렌슈타인은 신성로마제국의 페르디난트 2세를 위해 카톨릭계 황제군을 이끌고 실로 맹활약을 했다. 야심많던 귀족의 부상과 몰락을 통해 30년 전쟁이 남긴 독일의 암흑기를 조망한다.
  6. Preußens Friedrich und die Kaiserin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와 여제)
    프리드리히 대왕이야말로 프로이센의 중흥을 이끈 빛나는 계몽군주라 할 수 있다. 그의 대항마는 역시 합스부르크 제국의 마리아 테레지아. 7년 전쟁의 물고 물리는 혼전 속에서 독일의 기초를 세운 과정이 그려진다.
  7. Napoleon und die Deutschen (나폴레옹과 독일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독일인이 아님에도 독일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가 구체제의 질서를 뒤흔들고 혁명의 이념을 전파함으로써 '독일 민족'의 정체성이 비로소 깨어나기 시작했다.
  8. Robert Blum und die Revolution (로베르트 블룸과 혁명)
    로베르트 블룸은 아마 이 시리즈의 인물 가운데 한국에는 가장 덜 알려진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그는 유럽을 휩쓴 1848년 혁명의 주역으로서 독일에서 이름이 높다. 작센의 한 열혈 혁명가가 빈에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역정 속에서 당대 혁명 정신을 엿본다.
  9. Bismarck und das Deutsche Reich (비스마르크와 독일제국)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야말로 독일의 정치적 통합의 주역이었다. 북독일연방 성립과 보불전쟁, 독일제국 건국과 평화 유지를 위해 필생을 다한 과정이 소개된다.
  10. Wilhelm und die Welt (빌헬름과 세계)
    독일제국의 종막을 가져온 비운의 황제 빌헬름 2세는 결과적으로 독일이 새로운 민주주의 시대를 여는데 기여하고 말았다. 험난한 1차 세계대전으로의 길과 독일 민주주의가 맹아를 틔우게 되는 모습 속에서 독일은 현대로 진입한다.

이 10부작 시리즈는 지난 10월 26일 첫 방송 이래 매주 화요일과 일요일에 번갈아 방영되며 11월 25일 막을 내렸다. 시리즈의 각 편은 45분 분량으로 표준적인 편성이며, 사실 각 편의 구성 또한 어찌보면 평범할 수 있다. 역사 다큐멘터리들이 그렇듯이 적당히 발췌한 서사구조 속에서 여러 재현장면과 역사가들의 인터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여러 기록과 유물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홈지기가 예전에도 소개한 ZDF의 역사 다큐멘터리를 봐온 분들이라면 더더욱 그런 구성이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홈지기는 원래 이런 역사 다큐멘터리에 대해 그리 달갑지 않게 느꼈던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2차 세계대전사 관련 다큐멘터리의 폐해를 많이 봐서 특히 그럴 것이다. 엉성한 사료에 기반하여 전혀 맞지도 않는 영상물을 짜집고 설명 내용도 오류 투성이인 쓰레기 다큐멘터리는 너무나 많다. 그리고 그걸 보고서 대단한 내용을 아는 것처럼 행색하는 이도 너무 많았다. 다큐멘터리 10편보다 책 한 권에 담긴 정보가 훨씬 정확하고 깊이 있는데도 말이다. 가까운 이들에게는 그런 영상물에 희희낙낙할 시간에 책 한 줄이나 더 읽으라는 핀잔도 꽤나 여러 번 줬던 것 같다.

그러나 요즘 여기저기서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를 보고는 많이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여전히 좋은 책에 담긴 정보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좋은 다큐멘터리는 한때의 감상에 그치지 않고 뭔가 공부를 더 해보고픈 의욕이 솟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른바 '삘'을 받아서 더 많은 자료와 책을 탐독하면서 당대 시대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는 선순환 과정의 촉매로 작용하는 것이다.

"Die Deutschen" 시리즈는 이런 면에서 영상물 이외에도 세심한 공을 들였다. 일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영상물 다시보기 이외에도 다양한 관련자료들을 함께 엮어놓고 있다. 10부작마다 어떤 내용인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짜놓은 것부터 인상적이다.

⇒ Interaktiv: Ein Jahrtausend deutsche Geschichte (1000년 독일사)

ZDF Die Deutschen

1000년 독일사를 좌아악......

ZDF Die Deutschen

다양한 전문가 인터뷰와

ZDF Die Deutschen

세심한 인터랙티브 자료들

여기 들어가보면 알 수 있듯이 예고편, 축약판, 완전판, 각종 인터뷰, 당대 지도 등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또한 각 회별 페이지에 들어가면 관련된 다양한 사진 및 문서자료, 보조 영상자료 등이 함께 집약되어 있다. 특히나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재연장면 하나하나에도 충실한 고증을 기울인 모습에는 감탄이 나온다. 최대한 초상화와도 비슷하게 선정된 재연배우들이 당대의 복식과 무장을 거의 제대로 갖추고 등장한다. 제작비의 한계상 웅대한 스케일은 보여주지 못해도, 역사책에서 그림과 문자 해설로 상상하던 장면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기획 단계부터 이 시리즈 영상물을 일반 학교에서 역사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한 세심한 흔적도 보인다. 각 회마다 자료로 쉽게 쓸 수 있도록 교습용 역사자료(Materialien für Lehrer)가 PDF 파일로 제공되어, 다큐멘터리 속 해설만으로 이해하기 힘든 배경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영상물 보며 흥미를 돋구고, 홈페이지 들어가서 이 자료 저 자료 뒤적이다보면 절로 재미있게 역사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구조가 짜여져 있는 셈이다.

그렇게 한참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이 다큐멘터리가 던지는 핵심 질문이 결코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Wer wir waren — wer wir sind.
우리는 누구였으며 — 우리는 지금 누구인가

홈지기는 이 "Die Deutschen" 시리즈의 매력에 푹 빠져 보면서 국내 공영방송의 유사 역사 다큐멘터리가 자꾸 비교되었다. 한국도 개개의 프로그램이야 열심히 만든다고 하지만, 대부분 거기서 끝이고 이런 다양한 부수적인 정보들까지 전달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방송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봐도 무료 VOD 서비스와 대본 정도 서비스해주는 것이 고작이다. 상세한 자료와 함께 이런저런 책을 참고하라는 해설까지 수록된 ZDF의 홈페이지에 비해 우리 공영방송의 역사 다큐멘터리 홈페이지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재미있게 본 사람이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지식을 확장해가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이내 뭔가 벽에 부딪히는 기분이 들지 않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식활동의 연쇄반응은 좀체로 일어나기 힘든 법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온/오프라인의 자료를 보라고 꼭 함께 소개한다

돈도 안 되는 학문이라고 사학과가 외면받기는 독일도 매한가지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우리처럼 역사가 그저 흥미도 없이 달달 외워 점수 몇 점 얻으려는 과목으로 전락하지는 않았다. 제도권의 정론이 마음에 안 든다고 환국의 세계에서 망상의 나래를 훨훨 펴는 움직임이 극성이지도 않다. 그런 역량의 차이는 결국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들이 역사를 다루는 모습에서도 극명히 드러나지 않나 싶다. 오늘날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공중파 방송은 즉자적인 감흥만 전달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자원이다. 그 감흥을 받은 시청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생산적인 지식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공중파 방송, 특히 공영방송이라면 마땅히 부담해야할 책임이 아닐까. 시청자들이 악플, 뻘플로 도배한다고 비난하기 이전에, 우리의 방송과 지식인들이 그런 시청자들의 열정을 얼마나 생산적인 곳으로 돌릴 수 있도록 길을 마련했는지 돌아볼 일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학계도 발벗고 나서야 할 일이기도 하다. 한국이라고 꼭 지식을 재밌게 풀어갈 수 있는 능력과 자원이 없겠는가. 블로그계에도 재밌는 역사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웃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일반인들이 손쉽게 찾아보기는 어려운 형태로 흩어져있다. 갖가지 공동의 지식활동을 매개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개발되고 있다지만, 각계 전문가들이 헌신적으로 동참하지 않고서는 공허한 움직임에 불과할 것이다.

아, 잠시 잊었다. 하기사 한국은 여전히 정치권부터 사학자들을 들들 볶고 교과서 고쳐내라고 윽박지르는 나라가 아니겠는가. 홈지기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해외 공영방송의 나날이 발전해가는 서비스들, 곳곳에 '2.0' 붙여가며 겉만 번지르르한 우리네와는 다른 깊이가 느껴져서 꽤나 부럽다. 이런 각국의 알짜 컨텐츠를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외국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부족한 것 하나 더 짚고 가자. 저 엄숙해보이는 독일의 "Die Deutschen" 시리즈 홈페이지에는 (DC갤에 어울릴법한) 이런 e카드를 보낼 수 있는 코너까지 있다:

ZDF Die Deutschen

폭주족 프리드리히 대왕

진지함에 빠져들다가도 함께 즐겁게 웃을 수 있는 그들의 위트마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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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들장군 2008/12/15 2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읽고 갑니다. 의외로 칼 맑스가 안나왔군요.

    • Periskop 홈지기 2008/12/17 1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맑스가 빠진게 좀 의아하게 보이기도 합니다만, 아마 독일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맑스가 세계적인 영향력은 상당해도 정작 다큐멘터리 주제인 '당대 독일인'들에게는 그만큼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게 이유가 아닐까요.

  2. 獨步 2008/12/15 2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들장군님//
    '현대' 직전에서 끊은 것 같습니다. 어디든 현대에 벌어진 일들은 아직도 학설정리라든지 심지어 이해관계자가 생존해있을 가능성도 있으니 저런 공영방송의 일반인용 교양프로그램에서는 '정리가 끝난 부분'만 다루는게 적절하겠지요. 아마 지금 30대들의 손자들은 마르크스/히틀러/아데나워 등이 추가된 판본을 볼지도요(웃음).

    아마 대한민국 K본부에서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면 고종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그래서 높지 않을까 합니다 - 하긴 고종 자체에 대해서도 논란은 많은 듯 합니다만... 아, 현재의 분위기로 봐서는 '國父' 이승만편이나 '조국근대화의 기수' 박정희편으로 마무리될지도.

    홈지기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런데

    ...이런 각국의 알짜 컨텐츠를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외국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와 같은 저처럼 무능하고 게으른 자의 폐부를 갈라놓는 비수는 여전히 빼놓지 않으시는군요(훌쩍).

    여튼 올해도 이제 마무리되어 갑니다. 모임이 많으실텐데 술조심하시고요(웃음).

    • 구들장군 2008/12/16 19:43  댓글주소  수정/삭제

      찾아보니 칼맑스가 1818년에 태어나서 1883년 죽었군요. 19세기에 들어가긴 합니다만.. 말씀 듣고보니 그런 면이 있군요.

    • Periskop 홈지기 2008/12/17 12:12  댓글주소  수정/삭제

      홈페이지에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Die Deutschen" 후속으로 "Die Deutschen im 20. Jahrhundert", 즉 "20세기의 독일인" 시리즈 5부작이 방영되었습니다. 이 후속작은 바이마르 공화국부터 독일 통일까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그리고 공부야 뭐 獨步님도 충분한 내공이 있으신데 그렇게 아파하실 것까지야 ^^

  3. 일화 2008/12/16 00: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나 대국의 기상은 다큐멘터리에서도 느껴지는군요. 연말연시에 몸조심하셔서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12/17 12:14  댓글주소  수정/삭제

      개인적으로는 옆 나라의 "대국굴기"보다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국굴기"는 스케일만 크지 디테일이 너무 생략되어있어서 저로서는 별 감흥이 없더군요. 역사 다큐멘터리는 짜임새를 갖추려면 이 정도 스케일이 상한이 아닐까 합니다.

  4. 나그네입니다 2008/12/16 0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 이 언어의 장벽;

  5. shrike 2008/12/17 0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오히려 저런 움직임을 국내의 드라마들에서 발견하게되곤 합니다.
    다름아닌 MBC의 제3공화국, 제5공화국,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들이 그렇죠.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재미와 시청률을 목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자료로도 손색이 없을만큼 여러모로 훌륭합니다.
    SBS의 야인시대같은 프로그램도 희화되긴 했지만 여러모로 당시의 배경과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나름 성공했다고 보여집니다.

    오히려 불멸의 이순신이나 몇몇 본격적인 역사다큐멘터리를 표방한 프로그램들이 크게 우려될만큼 편향된 시각이나 부실한 고증위에서 망상의 나래를 훨훨 펴는걸 보고있자면 여러모로 저런 역사이해의 기반을 기존 학계-혹은 지식인들이 제대로 제공해주지 못한다는것이 걱정됩니다. 그런 망상들이 망상차원에서 끝나면 좋겠지만 미디어를 통한 재생산은 앞으로도 몇세대에 걸쳐 악순환을 만들어낼테니까요.

    사실 그런 프로그램 제작프로세스 측면에서 접근해본다면 시간에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사전제작방식의 활성화를 비롯해 이것도 해결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론들이 없는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의 역사교과서 문제가 그렇지만 권력차원에서의 격차가 사라지고 완전히 수평적인 선상에 놓인 우익-좌익 사람들간에 많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사실 그쪽동네도 보고있자면 서로간에 자기방어본능의 장벽을 맹목적으로 세우고서 농성전에 나서는걸 볼 수 있는데.. 민주계열 쪽에서도 민주주의의는 좋아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토론문화 자체에 대해서는 오히려 거부감을 갖는 그런 모습들이 밑바닥에서는 많이 보입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중세기적 제도교육에도 손을 대야만 할겁니다. 공자왈 맹자왈에서 내용만 20세기 서양문명의 그것으로 채워진게 현재의 우리나라 교육이니.. 정말 오래 걸리겠죠.


    p.s : 사실 한국의 인터넷이 다른나라보다 유독 빨리 진보하면서 그런 교류채널들을 대규모로 확대시키고 있는것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시끄럽긴 하지만 그게 오히려 좋은거죠.

    • Periskop 홈지기 2008/12/17 12:35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전에 번동대감님께서 "불멸의 이순신" 제작 자문에 뛰어드시면서 한결 보기가 편해졌던 기억이 나는군요. 말씀하신대로 그나마 사극이면 사극, 다큐멘터리면 다큐멘터리, 인터넷 곳곳의 밑바닥 토론 등 이렇게 별개의 컨텐츠로는 나름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걸 잘 엮어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구조 형성이 미흡하게 느껴집니다. 매양 반복되는 문제 이면에는 그런 파편화된 지식 습득구조가 큰 걸림돌이란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최근 인터넷에서 각종 지식관련 서비스가 활발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만, 이런 노력을 공영방송 같은 유력 매체에서도 해야 할 것입니다. 방송 컨텐츠와 서지 컨텐츠, 온라인 컨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나저나 온 나라가 땅파는 소리로 가득차게 할 돈으로 이런데 투자를 해야 할텐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6. deutsch 2008/12/18 15: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쎄,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원래 이런 거라는 거지요. 쩝.

    • Periskop 홈지기 2008/12/22 1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위키에서 그 꿈을 이루시려고 하시는지, 아니면 더 멋진 공간을 꿈꾸시는지요?^^

    • deutsch 2008/12/26 1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당연히 위키는 아닙니다.ㅎㅎ 위키는 여러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죠. historytravel.co.kr에서 그 꿈을 이루려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historytraveler.co.kr이란 도메인도 가지고 있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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