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의 글 소개
이 글은 독일 Waffen-SS의 유명한 전차 에이스 중의 한 사람인 에른스트 바르크만(Ernst Barkmann)이 자신이 벌지 전투 중에 제2 SS 기갑사단 "Das Reich"의 만헤이(Manhay) 공략작전에서 벌인 활약상에 대해 회고한 부분이다. 원전은 J. P. Pallud의 The Battle of the Bulge: Then and Now p.306~312를 이용함을 먼저 밝혀둔다.
이 사건의 정황 설명을 먼저 덧붙이자면, 이것은 1944년 12월 24일 밤에 벌어진 일로서 당시 독일의 야심찬 Wacht am Rhein 작전(이른바 벌지 전투)의 많은 부분이 꼬여가던 시점이었다. 12월 16일 작전이 개시된 이래, 파이퍼 전투단(Kampfgruppe Peiper)을 선두로 한 독일 제6 SS 기갑군의 진격은 열악한 도로 사정과 측면에서 계속 파고드는 미군의 반격에 정체되고 급기야 파이퍼 전투단은 후속부대와 이격, 고립되어 라 글레즈(La Gleize)에서 최후를 바라보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정상적이라면 제1 SS 기갑군단을 후속하여 진격해야 할 제2 SS 기갑군단 소속의 제2 SS 기갑사단 "Das Reich"는 역시 정체 상태였던 상 비트(St.Vith)-비엘살(Vielsalm) 지구를 크게 남으로 우회하여 후팔리즈(Houffalize)-만헤이(Manhay)로 이어지는 15번 국도로 진출, 미군의 배후를 치고자 기동한다.

1944년 12월 23~25일 제2 SS 기갑군단의 진격
결국 제2 SS 기갑사단은 미군 파커 소령의 소규모 혼성전투단이 12월 20일 이래 지켜오던 중요한 도로교차점인 바라끄 드 프레뛰르(Baraque de Fraiture)를 23일에 점령하고 여세를 몰아 계속 15번 국도를 따라 만헤이로 북진하게 되었다. 그러나 또 중간지점에서 TF (Task Force) Brewster, TF Kane 등이 도로를 봉쇄하는 바람에 제2 SS 기갑사단은 이를 우회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몹시 좁은 샛길 곳곳에 매복하고 있던 미군 때문에 제2 SS 기갑사단의 진격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결국 미군 제7 기갑사단과 제82 공정사단 등의 주요 퇴각 기동로이던 506번 국도와 15번 국도의 교차점, 만헤이로의 진출을 위해서는 야간 기습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때 제2 SS 기갑연대 4중대(4./SS-Pz.Rgt.2) 소속이던 바르크만은 이러한 혼란한 야간전투 와중에 뜻하지 않게 본대와 떨어져서 단신으로 적진 깊숙히 들어가는 실수를 저지른다. 당시 만헤이 일대는 미군 제7 기갑사단 예하 부대가 득시글거리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으나, 야음을 이용하여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 이 위기를 극복하고 결과적으로 만헤이 일대의 미군을 큰 혼란에 빠뜨린다. 이로 인해 12월 24~25일 밤 중에 독일군이 만헤이를 점령하는데 큰 공헌까지 하게 되었다. 과연 바르크만이 어떤 난리를 쳤길래 그런 결과를 일궈냈는지 흥미있게 지켜보시길 바란다.
에른스트 바르크만의 회고담

E. 바르크만 SS-중사
이때 프라우셔 SS-상사가 공격목표인 만헤이 가도에 도달하기 위해 전진 중이라고 무전으로 알려왔다. 그런데 도로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와중에 그의 소대 판터 중 한 대가 직격탄을 맞고 정지했으며, 또 다른 판터도 마찬가지로 피탄당했다고 보고해왔다. 소대 전체가 정지해버린 것이다. 중대장은 우리에게 진격을 계속하도록 무전으로 다그쳤다. 나는 동료 프라우셔와 그의 승무원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상황을 확실히 알기 위해 나는 내가 앞서 나가보기로 작정하고, 중대장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는 중대장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전진을 시작했다. 앞서 나간 동료들보다 지형의 이점을 잘 살려서 나의 판터 401호 차는 별 지장없이 도로에 도달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도로를 건너자마자 적의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도로가 주변지형 위로 높이 솟아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관측과 은폐를 위해 이용하면서, 우리는 앞에 멎어선 아군 전차에 도달하고자 엄호사격과 함께 서서히 전진했다. 그렇지만 프라우셔의 전차만은 찾을 수가 없었다. 무전으로 그가 전차 위치를 옮기고 다시 전진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우리는 다시 높이 솟은 도로 옆을 따라 전진을 계속해서 마침내 숲 가장자리에 이르렀다. 달빛에 비치는 키 큰 소나무들의 그림자들을 따라 우리는 도로 가장자리의 숲을 통과했다.
그런데 50미터쯤 떨어진 우측가에 전차가 한 대 서있었다. 전차장은 포탑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서 있었으며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프라우셔다! 나는 그 전차의 좌측으로 내 전차를 이동시켰다. 두 전차의 포탑이 서로 가까워지자 난 차량을 멈추고 엔진을 끄라고 명령하고는,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하지만 갑자기 상대편 차장은 포탑 안쪽으로 사라지더니 해치를 닫았다. 잠시 후 그 전차의 운전수 해치가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난 순간 그 전차의 후미등이 와인색인 것을 알아챘다. 판터의 후미등은 녹색인데 말이다. 그제서야 나는 내 옆에 있는 전차가 미군 셔먼 전차임을 알았다.
헤드폰을 켜고 나는 전차 인터컴에 외쳐댔다. "포수! 옆에 있는 전차는 적 전차다. 빨리 쏴라!" 곧바로 전차 포탑이 오른쪽으로 돌기 시작했지만 판터의 긴 포신은 셔먼 포탑에 걸려 부딪혔다. 포수가 나에게 외쳤다. "쏠 수가 없습니다. 포탑이 걸렸습니다!" 그러자 조종수 그룬트마이어 SS-병장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즉시 엔진 시동을 걸고 몇 미터 조금 뒤로 물러섰다. 그 동안 포수 포겐도르프 SS-하사는 불과 몇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적 전차 포탑 한가운데 철갑탄을 꽂아넣었다. 푸른 불꽃이 셔먼 뒤쪽에 뚫린 구멍에서 피어나왔다. 내가 포탑으로 막 피해 들어갔을 때 폭음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불타는 전차를 지나쳐 갔다. 곧이어 오른쪽 숲의 탁 트인 방향으로부터 적 전차 2대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즉시 사격을 가했다. 첫번째 전차가 검은 연기를 토하며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고, 두번째 전차도 곧 포탄을 맞아 멎어섰다.
이제 중대와 더 이상 무전이 닿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프라우셔의 전차가 우리 앞쪽에서 피탄당해 있을 것 같아서 계속 전진했다. 아마도 우리가 방금 쏜 전차들은 숲 가장자리에서 매복해 있다가 후방의 본대와 합류하려고 하던 것 같았다. 그러나 어쨌건 우리는 매우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주위가 적막에 잠겨 있었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다. 곧 어두침침한 숲이 좀 밝아지더니 우리 앞에는 나무가 없는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숲 사이의 초지에 이른 것이다. 도로는 여기서 큰 S자 곡선을 그리며 굽었다가 다시 반대편 숲의 나무들 사이 내리막길로 치달았다.
나는 순간 움찔했다. 내 앞의 탁 트인 초지에는 9대의 적 전차가 바짝 붙어 서 있었던 것이다. 그 전차들은 모두 위협적으로 포구를 내 전차 쪽으로 향한 상태였다. 내 전차는 곧바로 그들을 향해 달리고 있던 참이었고. 조종수 그룬트마이어도 이 위험을 알아챘다. 그도 깜짝 놀라했다. 이 상황에서 멈춰서거나 후진을 한다는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속임수를 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조종수에게 다음과 같이 명령했다. "속도를 줄이지 말고 그대로 전진해!" 적들이 우리 전차를 미군 전차로 생각하고 있다면 아마도 이 위기를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전차 측면을 9개의 포탑에게 완전히 노출시킨채 서서히 굽이를 돌아 앞으로 나아갔다. 적 전차 포수들은 우리를 완전히 한데 몰아넣은 셈이었다. 하지만 단 한 발의 포탄도 발사되지 않았다.
우리가 그들 후면으로 돌아가자 모든 적의 전차들이 차곡차곡 겹쳐 보이는걸 확인할 수 있었다. 난 정지를 명했다. 그 순간 우리는 아주 좋은 사격 위치에 섰으며 딱 한 대의 전차만 상대하면 되었던 것이다. 나머지 적 전차들은 서로 사계를 막고 있었다. 난 포탑을 3시 방향으로 돌리고 포수가 목표를 조준하게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미군 전차 승무원들이 뛰쳐 나오는 것이었다! 그들은 전차에서 나와서 전차 뒤쪽 숲에 있는 막사로 향하고 있었다.
이 예기치 않던 미군의 행동이 상황을 한 번 더 변화시켰다. 나는 이제 프라우셔의 전차가 우리 앞이 아니라 우리 뒤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적어도 야간 전투에는 익숙하지 않은 적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적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음을 알아챘다. 우리는 전체 작전 측면에서 지금 이 유리함을 이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여전히 중대와의 무전은 불통이었다.
난 포탑을 다시 12시 방향으로 정렬시키고 명령을 내렸다. "전진!" 우리는 적 전차들을 격파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랬다면 적들은 모두 경계 상태에 돌입했을 것이다. 또한 우리 동료 프라우셔도 그 점에 유의하고 있었다. 뒤에 알게된 그의 보고에 의하면 그의 전차들은 다시 수리되어 결국 그 9대의 전차들을 모조리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만헤이 방향으로 계속 전진했다. 그러자 다시 숲이 눈앞에 나타났다. 곧이어 여기저기 숲 오른쪽에서 미군 보병들이 도로로 나오는걸 볼 수 있었다. 아마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적들은 철수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특별히 주의를 끌지 않고 그들 사이를 통과해갔다. 내 승무원들, 특히 조종수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해 의아해하며 명확히 알고 싶어했다. 내 어린 승무원들은 바짝 긴장한 상태였으나 훌륭하게도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계속 그래왔듯이 매우 조용히 있었다. 미군 병사들은 우리를 피하면서 도로 한켠으로 물러서고는 욕지거리를 퍼붓고는 했다. 나는 그 와중에 큐폴라 밖에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지만, 여전히 그들은 이 전차가 독일군 전차인지는 꿈에도 모르는 것 같았다. 위장망 아래에서 철모가 달빛에 어슴푸레 빛나고 있었고, 얼굴은 모두 수척해 보였다.
그때 숲 너머에 희미한 불빛들이 보이더니, 갑자기 도로 좌우에 집들이 나타났다. 우리는 마침내 만헤이에 도착한 것이다! 우리는 적들 모르게 빠져나가기 위해서 속도를 더 높혔다. 점차 건물들이 더 많이 눈에 띄였다. 한 불이 켜진 카페 앞에서는 여러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 분명히 어떤 사령부 건물이었을 것이다. 바쁘게 여기저기 달리는 병사들이 이 풍경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우리는 그들 한 가운데를 달렸으나 여전히 그들은 우리가 뚫고 나갈 공간을 터주기까지 했다.
이윽고 우리는 교차로에 이르렀다. 왼쪽으로 가는 길이 바로 중대의 공격 목표인 그랑므닐을 지나 에르제로 가는 길이었다. 이 방향으로 선회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그것은 참고서 교차로에서 직진하여 리애즈 방향으로 몰아갔다. 마을을 빨리 벗어나야 했던 것이다! 그러면 마을 밖 어딘가에서 방향을 다시 틀어 여길 공격할 중대 본대와 합류할 수도 있을 것이고, 적어도 무전이 다시 통하는 곳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내가 바라던 바였다. 그때까지는 내 쪽에서건 적 쪽에서건 단 한 발도 사격해서는 안되었다. 포화를 주고받는건 미친 짓일테고 그랬다간 우린 끝장날 판이었다.
우리의 오른편 교차로 방향에는 적 전차들이 죽 늘어서 있었고 모두 다 셔먼들 중 최악의 타입들이었다. (역주: 모두 76mm 탑재형이란 뜻) 그리고 항상 한 대도 아니고 9대나 12대씩 집단으로 모여 중대 대형을 구성한 채 서 있었고 그 사이에는 중대 본부의 지프들이 서 있었다. 승무원들은 각자 전차 주위에 둘러앉아 담배를 피고 잡담하고 있었다. 몇 개 중대가 그렇게 쭈욱 종진으로 늘어서 있었고, 결국 나는 그들을 세는걸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대략 어림 잡아도 전차 80대 이상은 되어 보였다.
우리에게 다른 선택은 없었다. 그냥 계속 그들을 통과해 가는 수밖에는. 미군 병사들이 길 옆으로 비켜섰다. 머지않아 적은 우리가 독일군임을 눈치채게 되겠지만 그때는 이미 그들을 지나친 후일 것이다. 곧 우리 전차 뒤에서 엔진 시동거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포탑들이 돌아가고는 했으나 다행스럽게도 적 전차들끼리 서로 시야들을 가로막고 있었다. 나는 우리가 전차를 포기해야할 때를 대비해서 계란형 수류탄을 분배했으며, 연막탄을 점화해서 도로 뒤편으로 던져댔다. 두터운 연막이 우리 뒤편을 가려줬다. 이제 상황은 점점 더 나쁘게 변해갔다.
그러다 갑자기 장전수 카를 켈러가 큐폴라 밖에 서있던 나를 끌어 당기더니 내 위장자켓의 옷깃을 세워줬다. 그리고는 나의 기사철십자장을 가리키면서 나직히 말했다. "달빛에 훈장이 너무 잘 빛납니다."
그는 계속 어두운 포탑 안 전투실에 처박혀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으며 밖의 상황에 대해서는 내 얼굴 표정으로 짐작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의 기관총좌에는 예광탄 탄띠만이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포수는 조준경에 얼굴을 쳐박고는 그곳을 통해 보이는 아주 좁은 시야로 바깥 상황을 파악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손은 포탑을 회전시키는 레버들을 계속 쥐고 있었다. 그때 조종수가 갑자기 외쳤다.
"앞에 웬 차 한 대가 다가옵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바깥으로 내밀었다. 그건 사실이었다. 지프 한 대가 우리쪽으로 다가오고 있었고, 어떤 장교로 보이는 한 사람이 거기 서서 신호기를 계속 흔들어대고 있었다. '우릴 멈추게 하려고 하는 모양이군' 하고 생각했다. "저놈 다가오며 꽤 오랫동안 우리더러 멈추라고 해대는데, 저놈 과연 영웅일까 미친 놈일까?" 나는 조종수에게 명령했다. "지프를 밀고 가버려!" 조종수는 즉시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그러자 지프 운전수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챘는지 급정거하고는 급히 후진하기 시작했다. 잠시 추격전이 벌어졌고, 그제서야 그 장교는 정지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조금씩 서로간의 거리가 좁혀지더니 급기야는 충돌하고야 말았다. 우리 전차의 오른쪽 궤도와 지프가 충돌하면서 지프를 깔아뭉갰고, 지프에 타고 있던 이들은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우리 판터도 충돌 충격으로 도로 바깥쪽으로 미끄러져서는 가까이에 있던 셔먼을 들이받아 멈추고 말았다. 나는 상반신 전체가 포탑 바깥쪽으로 빠져나온데다가 헤드폰이 벗겨져 포탑 위에서 뒹굴고 있었다. 다행히 모자는 벗겨지지 않았다. 그래도 엔진은 꺼져 있는데다가 오른쪽 구동륜이 적 전차 궤도에 꽉 끼여버린 상태였다. 거기에 잠시간의 충격이 지나가자 온통 주위는 난리법석이었다. 각종 소화기 탄환들이 귓가를 휙휙 스쳐가서 나는 급히 포탑 안으로 기어들어갔고, 그 사이 조종수는 다시 시동을 거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나는 포탑 끝에 걸린 헤드폰과 마이크로폰을 끌어당기며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상황에서 살아남을수 있을까 궁리했다. 그런데 별반 뾰족한 수가 있나?
전차를 버리고 도망가거나 멈춰선 상태에서 포탑의 무장만 가지고 싸우는건 똑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었다. 아마도 죽거나 포로가 될테지. 그래서 더욱 급히 조종수를 재촉했다. 조종수는 계속 시동을 걸고자 노력했으며, 몇 번의 실패 뒤에 간신히 다시 시동을 거는데 성공했다. 우리는 모두 다시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후진!" 셔먼에 걸려 궤도가 벗겨지지 않도록 천천히 조심스럽게 후진하면서 우리 판터는 다시 도로로 올라설 수 있었다. 연막탄 발사기에서 연막을 뿜어대며 우리는 다시 미군을 따돌렸다. 전진 와중에 우리는 계속 전차들을 지나치고 또 지나쳤으며, 트럭 종대들과 두 대의 하프트랙을 포함한 보급차량, 의무부대 트럭과 버스도 지나쳐 결국 너른 벌판으로 나왔다. 만헤이의 집들은 이제 우리 뒤에 있었다. 리애즈로 향하는 도로는 활짝 열려 있었다. 이제 정말 나는 우리 중대 선도부대와 같이 있고 싶었다.
이윽고 우릴 쫓아오는 차량들이 있다는 걸 알게되자 포수는 포탑을 6시 방향으로 회전시키고는 그 차량들과 시가를 향해 고폭탄을 퍼부으며 달렸다. 약 300미터를 전진한 후에 나는 내 401호차를 정지시키고 엔진을 끈 채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에 귀를 기울였다. 만헤이로부터는 엔진 소리들과 전차들이 움직이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우리는 미군들을 그들 집결지에서 완전한 혼란에 빠뜨린 것이었다. 멀리 전투가 벌어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셔먼 한 대를 포함한 적 차량들은 다시 우리를 추격하기 시작했지만 곧 우리는 정확한 포격으로 그들을 날려버렸다. 불타는 차량들이 도로를 가로막고 추격을 늦췄다. 또 다시 한 200여 미터 지나서 우린 이러한 과정을 반복했다. 그리고는 방향을 북쪽으로 바꿔서 도로에서 벗어나 도로가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매복했다. 여기서 난 우리 승무원들을 잠시 쉬게했다. 그들은 포탑 주변에 서서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했다. 모든 것이 다시 잘 되어가고 있었다.
전투가 벌어지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면서 우리는 판터의 75mm 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우리에겐 마치 음악처럼 들렸다. 중대 본대가 만헤이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었다. 통신수가 무전기 주파수를 이리저리 맞춰대더니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독일군의 타이거다! 독일군의 타이거다!" "살려줘! 살려줘!" 우리 전투 구역의 어떤 미군 채널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전선 이 지구에서는 사실 단 한 대의 티거도 없었지만 미군들은 종종 우리의 5호전차(판터)를 티거 전차라고 오인하고는 했다.
이제 적은 강한 압박에 직면하여 그랑므닐 방향의 서쪽과 보-샤베느 방향의 북동쪽으로 대규모 퇴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 쪽 방향으로 밀고 오는 적 차량들을 우리의 전차포로 흩뜨려 놓았으며 그들 상당수가 도로를 벗어나 개활지로 나갔다가 눈에 빠져 옴싹달싹 못하게 되었다.

제2 SS 기갑사단의 기습을 받은 후 만헤이의 미군 차량 잔해
만헤이는 결국 비교적 단시간 내에 아군 수중에 들어왔으며, 우리의 401호차는 이 공격의 일익을 담당했다. 리애즈를 향한 도로는 우리 앞에 활짝 열려 있었다. 우리는 전투 소리로부터 공격이 그랑므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하고서 우리의 사격 위치를 떠나 불타는 적의 차량을 지나치며 만헤이로 돌아왔다. 시가 입구에서 우리를 맞았던 것은 독일군 전차가 아니라 곳곳을 둘러싸고 버려져 있는 미군 전차와 차량들이었다. 여기저기 격파된 셔먼 전차들이 집들 사이 공터에 서 있었다. 우리는 20여대의 그런 적 전차들을 헤아릴 수 있었다.
†추가 참고 사진 ⇒ 만헤이에 전시되어 있는 제2 SS 기갑사단 소속 판터 G형 (프랑스어 위키피디아)
Article History
저자: Jean Paul Pallud
역자: 채승병 (Periskop 홈지기)
비고: 2000년 2월 20일 초고 하이텔 군사동호회 게재, 2000년 11월 28일 보강판 Periskop 게재, 2007년 4월 2일 Periskop 재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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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먼 최악의 타입이면 75mm 탑재한 초기형 얘기가 아닌가요?
네, 제가 원래 의도했던 뉘앙스는 아래 김대영 님 말씀처럼 바르크만 입장에서 최악이라는 것이었는데 말씀을 듣고 보니 완전히 반대로 해석도 가능하겠네요.=.= 오해가 없게 고쳐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일군 입장에서 최악이란거죠 76mm 주포형이 관통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바르크만의 401호 판터 G형에 대해 자세히 알수 없을까요?
초기형인지, 후기형인지요? 위장무늬형태를 알고 있습니다. 사진볼수있으면 감사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