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부터 몇몇 대인들께서 박정희 정권 하의 경제성장을 시작으로 흥미로운 토론을 한창 진행하신 바 있다. 홈지기는 사실 거시적인 경제성장론은 잘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간간히 지켜보기만 할 뿐 별달리 참여할 생각은 안 했다. 당장 처리해야할 과제도 여럿 있어서 깊이 발을 담글 여유도 없고 말이다. 빨랑 밥벌이 일을 마무리해야 홈지기도 휴가를 떠나지 않겠는가.

The East Asian Miracle
그런데 며칠 전에 순명大帝께서 쓰신 수출주도정책으로의 전환에 대한 글을 보니, 이 내용을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스쳤다. 홈지기는 사실 자료를 체계적으로 스크랩하고 색인을 다는 데 영 서툴러서 이럴 경우 종종 헤매고는 한다. 결국 그게 어디였을까 어제부터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오늘 직장 정보센터에서 한참을 뒤적거리다 그 소스를 찾았다. 동아시아의 발전에 대해 다룬 역작으로 꼽히는 세계은행의 『The East Asian Miracle: Economic Growth and Public Policy』의 내용이었다. 이 책은 존 페이지(John Page)의 지휘 하에 신제도주의 입장에서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을 분석한 보고서인데, 발간된 지 15년이 지났음에도(1993년 발간) 여전히 이 방면의 중요한 저작으로 인용되고 있다.

여기에는 동아시아 고성장 국가들이 펼친 공공정책의 특징이 어떻게 설명되는지 우선 세 가지 시각 — 신고전파, 수정주의, 시장친화 — 을 제시하고, 각각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복합적인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진은 여기에 성장의 다중경로(multiple paths to growth)라는 이름을 붙였다:

…… 동아시아의 경험으로부터 각 요소들이 어떻게 고성장에 기여하느냐를 보기는 쉽다. 그러나 지역 전체에 걸친 단일한 레서피를 판별하기란 쉽지 않다. 대안적인 접근법은 각국이 취한 정책들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정책들의 여러 가지 조합이 어떻게 경제 운영의 세 가지 중심 기능(축적, 배분, 생산성 향상)의 성공적인 수행에 기여했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에서는, 개발에 핵심적인 중심 기능들은 항상 처리되어야 하지만, 정책은 전술처럼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고, 또 바뀌어야 한다고 인식한다.

고성과 동아시아 경제(high performing Asian economies, 이하 HPAE)의 경제정책 수립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경제적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적 도구를 사용함에 있어서의 실용적 유연성이다. 효과를 발휘하는 도구들은 유지된다. 실패하거나 다른 정책 목표들을 방해하는 도구들은 포기된다……

분산적이고, 변화하면서도 의도적인 정책 조합을 구사하는 HPAE와는 대조적으로, 다른 경제들은 겉보기에도 성공적이지 못한 정책에 완고히 집착하거나 — 예를 들어, 남미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수입 대체 정책, 인도의 독자 기술 개발 정책, 동유럽의 국가 주도 산업화 정책 등이 장기간 고수된 것 —, 다른 지역의 몇몇 경제들의 조정 프로그램의 역사가 입증하듯 의도적인 방향 설정을 결여하고 있었다……1

이미 15년 전에 세계은행의 연구진들도 단일한 경제성장의 성공 공식을 제시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비교적 성공적인 발전을 이뤄온 동아시아 국가들은 일견 유사하면서도 또 저마다 다른 정책을 구사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뭔가 공통적인 요인을 판별한다면, 정책의 유연성을 핵심으로 꼽았던 것이다. 순명大帝도 지적했듯이, 박정희 초기의 경제성장 정책에 있어서도 1962~65년 무렵에는 제1차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와중에서 온갖 시행착오가 있었다. 초기에는 잘못된 방향설정으로 인해 사실상의 외환위기로 고전했지만, 박정희는 테크노크라트들에게 권한을 폭넓게 위임하고 조정 역할을 강화하는 유연성을 보이며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세계은행의 연구팀은 이외에도 1970년대 말~1980년대 초기의 중공업 위주 경제정책의 후유증으로 시달린 한국 경제를 다시 궤도에 올린 일 등을 유연성의 사례로 들고 있다.)

홈지기는 복잡계적 관점을 좋아하는지라 이 설명을 보고 아주 흥분했었던 기억이 있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수많은 경영 서적에서 제시하는 류의 일관되게 우월한 성공 공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처한 경쟁환경, 산업환경에 따라 똑같은 전략이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결국 경직된 전략과 행동패턴을 버리고, 의도적인 기업 건전성 유지 목표에 따라 폭넓은 조정기능을 발휘해가며 유연하게 적응하는 기업이 살아남게 되어 있다. 그런데 국가 발전에 대해서도 세계은행이 이와 일맥상통하는 논거를 이미 제시해줬다니 어찌 기쁘지 아니했겠는가. (그런데 왜 잊어먹었을까.=_=) 이 책은 물론 다른 관점에서의 비판도 제기되었고,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미흡한 점도 눈에 밟힌다. 그래도 홈지기는 여전히 군데군데 잘 뜯어봐야할 훌륭한 보고서라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순명大帝도 독자적으로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니 감탄할 따름이다.

글을 닫기 전에 이 책에서 홈지기가 제일 와닿았던 말 하나만 소개하자:

동아시아는 운이 좋았던 게 아니라 애자일(agile)했다.2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Notes.
  1. The World Bank (1993). The East Asian Miracle: Economic Growth and Public Policy (pp. 86-87). New York, NY: Oxford University Press.
  2. 같은 책 (pp. 117).
2008/08/07 17:30 2008/08/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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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60년대 경제 성장의 원인들 (1)

    Tracked from Crete의나라사랑_2008년글 2008/08/18 17:15  삭제

    60년대 경제 성장의 원인들 (1) 베트남전쟁 참전의 효과 1. 서론 최근 한 논객과의 논쟁 중에 다음과 같은 주장을 받았습니다. 이 시기 박정희의 주요 성공 요인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단호함이 아니라 유연함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 시기의 박정희가 말기의 이승만 혹은 말기의 박정희, 또는 전 시기에 걸친 김일성처럼 경직된 인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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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폴라곰  2008/08/07 1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열심'이라는 공식만 있을 뿐인데 위정자들은 '공식'이라는 정답을 가지고 있다고 뻐기고 싶어하는 듯 합니다.

  2. 양성민 2008/08/07 18: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동아시아는 운이 좋았던 게 아니라 애자일(agile)했다.' 저도 이 말이 참 와닿네요.
    2. 홈지기님께서 이모티콘(=_=)을 쓰시니 이모티콘이 더 귀여워 보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3. sonnet 2008/08/07 2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세한 소개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도 저런 해석을 남의 글을 읽으면서 받아들인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Anne Krueger였는데,

    Krueger, Anne., "The Importance of Economic Policy in Development Contrasts Between Korea and Turkey", NBER working paper No.2195, 1987

    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에 읽고 있으려니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Krueger는 70년대에서 80년대 사이에 한국경제에 대한 페이퍼를 여러 개 썼는데, 시기적으로 보아 학계의 거의 1세대 연구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8/08 09:24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외환위기 직후에는 학교 안에 쳐박혀서 놀 궁리만 했었습니다.^^ 아무쪼록 여러 대인들과 좋은 논의 이어나가셨으면 합니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국가 레벨의 성장은 잘 감이 잡히지 않아서, 기업 레벨의 성장에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 있습니다.

  4. 길 잃은 어린양 2008/08/07 2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읽었던 키미야 타다시(木宮正史)의 박사학위 논문이 생각납니다. 1991년에 쓰여진 글이긴 하지만 1차5개년 수립과 시행에 있어서 군부 엘리트 집단이 발휘한 정책적 유연성에 대해서 꽤 재미있게 논리를 전개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그 이후로 더 심도깊은 연구들이 많이 나와서 요즘은 가치가 많이 떨어진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예전에 군사정권이 장면정부의 5개년 정책을 그대로 도용했다는 인간들과 논쟁할때 꽤 괜찮은 무기로 써먹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ㅋㅋㅋ

    • Periskop 홈지기 2008/08/08 09:32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논문은 제가 접해본 기억이 없네요. 군부 집단이 '유연성'을 발휘했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거품을 물었을 수도 있겠다는 느낌입니다. 군사정권 시대의 5개년 계획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관료들의 후일담을 들어보면 참 재밌는게 많은데, 그런 내용들과 어떻게 엮이는지 궁금하군요. 뭐 나중에 또 5개년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진전되면 서로 자료를 더 까보면서 즐거운 이야기가 흘러갈 수 있겠지요.^^

  5. 獨步 2008/08/07 21: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빨랑 밥벌이 일을 마무리해야 홈지기도 휴가를 떠나지 않겠는가...

    홈지기님의 내면을 반영한 이번 글의 핵심은 이 문장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맡고 계신 프로젝트 잘 마무리하시고 즐거운 휴가 보내시길(웃음).

  6. Crete 2008/08/08 0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홈지기님 안녕하십니까.

    사실 소개해 주신 'The East Asian Miracle'도 배울거리가 많은 책이지만 그 책보다 6년쯤 뒤에 나온 'Model, Myth, or Miracle? (Reassessing the Role of Government in the East Asian Experience)'이 조금은 더 구체적(?)인 해석과 결론을 내리고 있답니다. 꽤나 탄탄한 자료와 해석 방법을 통해서, 물론 어떤 의도(?)를 갖고 계신 분들이 읽으시기에는 "뭐 결론이 이러냐?"하시겠지만, 나름대로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고 있죠.

    대충 결론이라면,

    (1) "Esat Asian Miracle"은 "Favorable Institutional Framework"으로 설먕이 되는가?
    ==> 결론은 qualified 'no'
    (2) "Asian Crisis"는 "Corrupt Institution"의 결과인가?
    ==> 결론은 clear 'no'

    결국 agile한 정부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그 또한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결론이었습니다. 오히려 급속한 경제성장과 분명한 상관관계를 보인 요인들은 law and order, security of property rights, security of contract rights같은 기초적인 요인들을 꼽았죠.

    저 역시 엄청 큰 과제에 눌려 글을 쓸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sonnet님과 경제성장 논쟁을 저질러 놓고 뒤감당을 못하고 있네요...-.-;;; 한 10일 정도 후면 시리즈로 몇 개 정도 반론을 펼칠 생각입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8/08 1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랜만입니다, 무더운 땅에서 역시 일에 치여 있으시다니…… 어서 잘 마무리짓고 여유 찾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말씀해주신 책은 일전에 읽어 봤습니다. 제가 편향적(?)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이 연구가 의도한 본질을 제대로 잡아내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렇게 판단한 가장 큰 이유는, 사용한 데이터가 문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는 기본적으로 WDR Survey 1997 데이터를 분석한 것인데, 제가 보기에는 우선 여기서 사용된 설문지가 너무 허술합니다. (설문지 내용은 세계은행 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정부와 민간기업 사이의 공조관계를 측정하기 위한 질문으로 꼽은 것들이, 정부의 정책, 법률, 규율 변화가 예측 가능한 것이냐, 이에 대해 제대로 정보를 전달받느냐 등입니다. 우리나라나 인접 동아시아 국가에서 과거 정-관계가 어떤 형식으로 유착되어 있는가를 상상해보면, 이게 얼마나 나이브한 질문인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대개 이런 설문에 응하는 기업 담당자 수준에서 전모를 파악하기도 힘들고, 객관식 질문 몇 개로 정량화하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이 연구에서는 종단분석이 거의 이뤄져 있지 못합니다. 설문이 실시된 1996년이면 이미 개발연대가 거의 종막을 고한 시기였습니다. 연구에서는 이 시기의 설문 분석결과에다 기껏해야 앞으로 5년 뒤의 전망 정도를 비교해 싣고 있습니다. 물론 이후에 누적된 WDR 설문과 연계해 가까운 오늘날의 변화를 설명하는데는 의미있는 연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관심이 있는 1960~80년대의 특징은 거의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과거처럼 매달 대통령이 관료, 경제인들 데려다가 수출확대회의 하고, 테크노크라트들이 음양의 회유와 협박을 서슴없이 가하며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던 시기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없는 결론을 갖고 과거 동아시아 성장을 논하기에는 너무 공허합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상관관계를 통해 중요하다고 결론내린 요인도 설문지 항목에 종속되어있을 뿐, 그것이 진정 핵심 요인인지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기업성장 연구에서도 이런 식으로 한 시기만 뚝 잘라서 성공요인을 늘어놨다가 나중에 다 뒤집히는 것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전반적으로 설문 결과 분석에 다른 관련연구를 비틀어 맞춘 연구일뿐, 깊은 통찰을 주는 연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 Crete 2008/08/08 1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역시 고수분의 설명을 들으니 단번에 이해가 가는군요. 감사합니다.

  7. 일화 2008/08/08 0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수님들이 논하시면 열심히 눈팅하는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이긴 합니다만, 실용주의적 유연성이 거의 모든 상황에서 최선의 방식이라고 생각해 온 사람으로서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어지는 결론이네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서 말이죠...

    • Periskop 홈지기 2008/08/08 10: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메커니즘 이해는 물론 중요합니다. 그 부분의 연구 필요를 의도적으로 폄하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겠죠. 다만 말씀하신대로 우리가 처한 불확실성 하에서는 적당한 유연성이 핵심인 것 또한 분명합니다. 본질을 통찰하려는 노력과, 변화를 감지하고 적응하는 유연한 행동이 조합되어야겠죠. 물론 이게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8. 함부르거  2008/08/08 03: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자일 하니까 확 와닿는군요. 소프트웨어 개발의 애자일 방법론을 스터디한지라...

    이것도 압축해서 표현하자면 "고객의 요구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는 것(또는 그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다." 라는 것이거든요. 제 전공분야와 경제학이 이렇게 접점을 가질 줄은 몰랐습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8/08 1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애자일'의 유용성은 확실히 어느 한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님을 느낍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노하우가 서로 교류되면 훨씬 큰 발전을 이뤄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9. dasleich 2008/08/09 1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적으로 동감하는 내용입니다.
    제가 보수 우익성향이어서 그런지, 제 견해를 조금만 밝힌다면.
    그렇게 경제관료에게 폭넓은 재량권을 주면서, 유연성을 발휘한게 발전의 원인이라면, 그 바닥에는 강력한 반공과 체제 안정(물론 민주주의발전의 저해 요소도 있지만)이라는 기초가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반공사를 다지지 않고, 지상으로 세워올리는 것은 눈에 드러나지만, 그 마저도 기반이 단단하지 않으면 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도 그러하듯,, 강력한 체제 안정속에서 경제 발전을 이루엇듯이, 어느정도의 경제 발전을 선행함에 있어서, 정치적 경직성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동시에 이루어보겠다고 까불어 대다간, 포퓰리즘으로 망조든 남미꼴이 나던지, 얼치기 독재로 가서 망조든 필리핀이 되던지,, 민주화를 앞세우다, 측근부패로 골머리 앓은 파키스탄이 되던지, ...

    결국 구소련 붕괴이후 동구권도 권위주의적 체체기반속에서 서서히 시장경제로 변화해 나갔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기술이나 제조같은 1차적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능력도 없고, 만들 의사도 없으면서, 손에 기름때 묻히는거 싫어하면서도, 말빨만 쎈 정치꾼이 설쳐 되면, 나라의 경제가 기반에 오르기 전에 배가 산으로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오늘날의 시점에서는 박대통령이나, 전두환전 대통령같은 리더십이 먹히기에는 사회가 너무 다변화되었고, 국민의식의 고도화는 물론, 나라의 덩치가 너무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못하는 학생들의 대표적인 공통점은...
    외우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는 점입니다.
    이해위주로 가르쳐 달라고 하죠..
    그 이해가 가능한 기초적 암기가 드러나지 않는 기반이란걸 모른채 말이죠..

    성공한 사람들의 (혹은 부유층?)
    겉보기 생활에는 질투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고생은 눈에 보이지 않고..

    변호사/법관의 모습은 멋있지만,
    고시촌 골방에서 인간이하의 고통을 극복한 면은 전혀 보이지 않죠..

    제 생각이 좁은지 모르겠지만,,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병행은 극도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부모한테 맞아가며 공부해 좋은 대학에 들어간 학생이...
    부자집에서 번듯하게,
    취미생활에 문화생활까지 하면서
    공부해 같은 과 들어온 학생을 보면서..

    " 우리 부모가 날 때리지 않고, 자유롭게 공부시키고, 폭넓은 독서도 시키고, 문화생활도 하도록 했다면, 내가 좀더 정신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되었을 것이다."
    라고 넋두리 할수 있지요..

    과거의 군사정권지도자들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모습에서 그 나름대로의 부정적 가치와 긍정적 가치 양면 모두를 지녔던 사람들이었다 생각해 봅니다.
    논리적 비약이지만,
    오늘날의 대한민국 발전에서 그들의 역할은 어쩌면 필요조건의 점수는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8/13 19:00  댓글주소  수정/삭제

      과거 군사정권 지도자들이 가지는 부정/긍정적 가치 모두를 인식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감합니다. 근데 그 각각에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둬야 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한 10년 더 고민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도 됩니다만, 지금까지는 어떤 결론을 내리기는 조심스럽더군요. 특히 저는 국가 수준의 리더십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되어 현재는 기업 수준부터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10. Orca 2008/08/09 2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잘 봤습니다. 성공에 대한 공식이란 존재할 수가 없겠죠...

    제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건 과거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을 뿐더러 오히려 미래의 큰 실패로 연결될 가능성이 많다는거....

    (그러고 보니 펀드 가입 설명서 맨 밑의 경고문(?) 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군요...-_-;;)

    참...그러고 보니 전공이 복잡계 쪽이라고 하셨는데 혹시 위키피디아 백과사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peer production 으로 제법 쓸만한 제품(?)이 형성되는 과정을 복잡계 모델로 나타낼 수 있나요?

    • Periskop 홈지기 2008/08/13 19:04  댓글주소  수정/삭제

      흠 그런 모델이 있기는 있습니다만, 어느 정도 구체적인 product를 생각하고 계시는지 모르겠군요. 많은 모델들은 아직 추상적인 수준에서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나 지식 product는 인지과정을 다 추적하기 곤란한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명확한 모델을 세우기 어렵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개인 메일로 보내주시면 추가적인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1. chrisx 2008/08/09 2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해야 휴가간다더니 자료실까지 뒤져가며 포스팅을... ㅎㅎ
    @난 휴가가 휴가가 아니었삼. ㅠ_ㅜ

  12. 기린아 2008/08/13 10: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로서는 agile이라는 관점이 '사전에 정의 가능한' 관점으로 보이지 않아서, '운'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복잡계적인 관점이랑은 어울리지 않는듯.-_-;; 어떤게 agile한건지 initial point에서 어떻게 정의할수 있을지, 저는 짐작도 안가는듯;;;

    • Periskop 홈지기 2008/08/13 19:09  댓글주소  수정/삭제

      애자일하다는 것이 정책에 있어 '사전에 정의 가능한 부분'을 완전히 무시하자는 이야기가 아닌데 뭔가 아직 서로간의 교류가 부족한 것 같네. 정책학적인 견지에서 보면, 설계오차, 집행오차, 문제설정오차, 시정오차 등 정책오차 요인들에 대해 오차수정을 체계화시키자는 논의와 일맥상통하는데 말야. 조직론에서도 이러한 오차수정을 체질화한 high reliability organization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그런 측면에서 좀 더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가면 진전된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13. 비밀방문자 2008/08/25 15: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4. vicious 2008/08/13 16: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고수분들의 학식 깊은 글들과 댓들들에 사뭇 가벼운 머리가 조아려 지는 군요..
    본문의 글과 댓글들을 보고 있자니 예전 아버님이 근무하시는 곳에 퇴임한 전통이 방문해서 많은 사람들이 저녁을 같이 했는대 누군가 물가를 어떻게 잡고 성장을 시켰는지 질물을 하니 "난 경제 몰라 그냥 물가 잡고 경제 성장 시키라고 했더니 되더구먼"(18년전 일화라.. 이런 맥락의 말을..)했다고 이야기가 생각이 나는군요.
    위정자의 무식이 오히려 유연성을 낳은 건 아닐까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해봅니다.

    • Periskop 홈지기 2008/08/13 19:14  댓글주소  수정/삭제

      김재익 수석이 생각나는 대목이군요. 지도자가 잘 모르면 권한위임이라도 똑바로 해야한다는 면에서 종종 거론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저도 사실 그게 전두환의 사람 다루는 능력인지 인복(운?)인지 확신이 안 섭니다.^^

  15. 어부 2008/08/13 2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화론과 스타크래프트하고 비슷해서 경직돼 있으면 망한다는 결론은 똑같아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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