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사 팬들에게 지난 6월이 노르망디 상륙작전, 바르바로사 작전, 바그라티온 작전 등 다양한 과거를 떠올려주는 한 달이었을 것이다. 그에 반해 7월은 확실히 비중이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65년 전 강철의 격돌로 유명한 쿠르스크 전투를 아스라히 떠올리는 분들이 많이 계시리라 믿는다. 바로 오늘(7월 5일)이 (공식적인) 성채 작전(Unternehmen Zitadelle)의 개시일이기도 하니 그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하겠다.

반 세기도 훌쩍 넘긴 전투이지만, 2차 세계대전사 팬의 견지에서는 지난 10여 년간의 발전이 그 이전 50년 보다 더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그간 모호했던 전말에 대해 독일, 러시아 양측의 좋은 연구서적들이 많이 나오면서 한층 풍부한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음도 몇 차례 전한 바 있다. 이런 최신의 연구 동향을 추적하지 못한다면 쿠르스크 전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독일측의 시각은 사실 지난 2007년에 나온 준 공간사 DRZW 8권에 집약되어 나왔다고 할 수 있다. 홈지기가 이전 소개글에서 다뤘다시피, 이는 쿠르스크 전투만을 다룬 단행본이 아니고 1943/44년의 동부전선 전황 전체의 맥락에서 128페이지를 할애한 책이다. 그러므로 세부 전개상황 기술에서는 불만족스럽긴 해도 전략/작전술/전술 차원에서의 공식적인 평가는 고루 내리고 있다. (이 평가를 집약해서 한 번 소개하려고 기획은 계속 해왔는데 다른 일에 우선순위가 밀려 진행이 안 되고 있다.) 더군다나 이 부분을 집필한 저자가 『전격전의 전설(Blitzkrieg-Legende)』을 쓴 프리저(K.-H. Frieser)임을 감안하면 대표성도 충분하다 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탄탄한 단행본이 독일쪽에서 하나 나와 줬으면 싶지만, 당분간 그럴 움직임은 없는 듯하다.

영어권에서는 그리 뚜렷한 움직임은 없으나 올 초에 나왔던 베르그스트룀(C. Bergström)의 저작은 주목할 만하다. 베르그스트룀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독소전의 공중전에 대해 차분히 잘 파헤친 4부작 『Black Cross, Red Star』(현재 3권까지 출간)로 유명하다. 그는 이 시리즈 말고도 항공서적으로 유명한 Classic Publications에서 좀 더 짤막짤막한 독소전의 공중전사 시리즈를 내놓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Kursk: The Air Battle - July 1943』이다. 분량이래야 150페이지 정도이지만, 그의 스타일을 잘 살려 치열했던 쿠르스크 돌출부 상공의 격투를 잘 그리고 있다. 독소전 항공팬 여러분들이라면 역시 하나쯤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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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러시아측은 몇몇 연구자를 중심으로 아직도 흥미를 끌만한 내용들이 쏟아지는 추세이다. 지난 1999년 글란츠(D. M. Glantz)의 『The Battle of Kursk』가 나왔을 때만 해도, 러시아 연구자들이 여전히 과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객관적인 저작을 내놓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이에 자극받았는지 최근의 저작들은 훨씬 상세한 진전이 눈에 띈다. 가장 선도적인 연구자는 자물린(В. Замулин)과 로프홉스키(Л. Лопуховский)를 들 수 있다. 이들은 2002~2003년 경에 2차대전사 잡지를 통해 참신한 자료들을 많이 소개하다가 2005년부터 각자 의미 있는 신작 4권을 쏟아낸 바 있다:

  • 『Прохоровка: неизвестное сражение великой войны(프로호롭카: 대전의 알려지지 않은 전투)』 (by В. Замулин)
  • 『Прохоровка: Без грифа секретности (프로호롭카: 기밀 제한 없는)』 (by Л. Лопуховский)
  • 『Курский излом: Решающая битва Отечественной войны (쿠르스크의 좌절: 대조국전쟁의 결정적 전투)』 (by В. Замулин)
  • 『Засекреченная Курская битва: Неизвестные документы свидетельствуют (기밀에 싸여있던 쿠르스크 전투: 미발굴 문헌의 공개)』 (by В. Замулин)

처음 이 책들을 입수했을 당시 홈지기의 인상도 이미 소개글로 남긴 바 있다. 『Курский излом』은 조금 다루는 부분이 다르지만, 나머지 3권은 공동연구하던 두 저자가 모두 프로호롭카 전투 전후를 중심으로 쓴 것이라 내용상 중복되기도 한다. 그래도 시기적으로 계속 자료를 발굴하면서 새로운 내용을 덧붙였기에,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참신한 맛은 충분히 제공해주고 있다. 내용 자체는 과거 나온 저작들이 제한된 자료로 두리뭉실하게 넘어갔던 부분을, 기밀 해제된 원사료 발굴로 메꾸고 있기에 아주 만족스럽다. 독일연방군 군사사연구소(MGFA)도 대략 15년 전부터 러시아연방 문서고와의 교류를 통해 쿠르스크 전투 관련 원사료를 공급받아서 DRZW 집필에 활용했다지만, 역시 현지인들의 이점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자물린 등은 여기에 문헌을 추가 발굴하여 내년 쯤에 신작을 하나 더 낼 것 같다는 소식이다.

다만 러시아어의 장벽이 만만한 것은 아니어서 — 홈지기도 러시아어 독해 속도는 좀체 빨라지지 않고 있다 — 내용 흡수와 소개에 고민이 따랐다. 그런데 다행히 『Курский излом』은 영어권 모 출판사에서 현재 영역(英譯)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내년 중에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늦어도 내후년 쯤에는 쿠르스크 전투 연구의 최신 내용에 대해 영어로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 프로호롭카 전투 중심의 서적들에 대해서도 얼마 안 있어 영역이 이뤄지리라 예상한다.

이를 기다리기 지루해서 좀 더 러시아어로 빠르게 내용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도 적당히 좋은 소식이 있다. 홈지기는 러시아 책들은 이상하게 너무나 빨리 절판이 되어버리니 기회가 될 때 팍팍 지르시라는 조언을 한 바 있다. 위에 열거한 4권이래야 2006~7년에 나온 책들인데 이 가운데 3권 정도는 벌써 절판되었다. 그래서 어디 소개하기도 뭣해 혼자 몹시 아쉬워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이런 2차 세계대전사 서적을 많이 내고 있는 출판사인 엑스모(Эксмо)가 이번 쿠르스크 전투 65주년을 맞이해서 새로운 시리즈를 기획하여 선보였다 — 이름하여 '1943. К 65-летию Курской битвы (1943. 쿠르스크 전투 65주년)'이다. 홈지기는 맨 처음에는 또 다른 책들을 찍어내나 했는데, 그건 아니고 이들 저작들을 시리즈만 바꿔 재출간하는 것이다. 보통 때 같으면 치졸한 상술이라고 비난하겠지만, 러시아 사정에서는 그나마도 감지덕지인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신간이 가격이 올라간 것도 아니니 말이다. 아마 『Прохоровка: неизвестное сражение великой войны』는 애초에 출판사가 달라 이 시리즈에 들어가기 힘들겠지만, 나머지 3권은 엑스모에서 나왔던 만큼 올해 중에 모두 표지를 바꿔 재출간될 예정이다. 그러니 뜻 있는 분들은 이번에는 꼭 기회를 잡으시기 바란다. 그 외에 어떤 새로운 저작들이 이 시리즈에 추가되어 나올지는 미지수인데, 확인되는대로 다시 소개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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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올해는 살인적인 환율 압박으로 외서 구매가 어려운 한 해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식 섭취 활동을 마냥 손 놓고 있기에는 여전히 재미있는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음을 어찌하랴. 아무쪼록 다들 알뜰하게 할인정보 두루 살펴가며 외서사냥 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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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5 16:00 2008/07/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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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獨步 2008/07/05 18: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회수 0에 보는 상큼함... 등등 등수놀이하는 댓글을 보면 저러는 이유가 뭘까 했는데 막상 제가 해보니 꽤 재미있네요(웃음).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경제상황이 안좋을 때에는 '좋은 자료'도 좀 나중에 나와줬음 하는 바람까지 드는게 현실이지만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더란(낙담).

    뭐 저는 워낙에 다른 앞서나가는 분들을 멀리에서 뒤따라 막차타고 가는 형편이니 이런 소개글로 맛보기하며 살으렵니다(웃음).

  2. 일화 2008/07/05 18: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서야 애시당초 능력밖이니 홈지기님 같은 분들의 하해와 같은 성은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는... 어쨌거나 2차대전사에 대해서 연구가 쌓여가고 있다니 기쁘네요.

    • Periskop 홈지기 2008/07/07 18:24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러시아 연구자들의 태산과 같은 은혜와 영어권 출판사들의 속 보이는 수완을 기대하고 삽니다.^^ 군사서적은 러시아어 저작의 번역이 그리 활발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어떨지 귀추가 주목될 따름입니다.

  3. dasleich 2008/07/05 2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진료실에 러시아 환자가 자주 찾아옵니다.
    짧은 러시아어 회화가 의외로 도움이 되더군요..
    뭐..쁘쇼. 나르말리너? (좀 덜아프십니까?) 정도만 해도..
    감격하더군요..그분들이..

    이제 독일어 책들은 사전만 있으면 읽어내려가는데 문제 없을 듯 한데..
    역시 러시아어는.. 최소한 지금부터 1년은 더 지나야 할 듯 싶습니다.

    사전하나 찾는데도 전전긍긍대는 정도이니...

    앞으로 홈지기님께서 신청하시는 책은 2차대전에 관해서는 독일어든/러시아어든 2권씩 신청해 주십시오.. 책 비용은 제가 싹 다 대겠습니다.
    어린양님꺼까지 3권씩 신청해도 좋습니다. 그 비용은 일절 제가 대지요...

    제가 러시아어를 좀 알기 시작하면 뭣합니까?
    어떤 책이 좋은지는 여전히 까막눈 수준인데 말입니다.T.T

    • Periskop 홈지기 2008/07/07 18:26  댓글주소  수정/삭제

      역시 항구도시라 러시아인들이 제법 돌아다니는 모양입니다 —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러시아어는 사전 찾기가 매우 귀찮던데 적당한 전자사전도 발견하지 못해서 꽤나 갑갑합니다. 윤시원 님처럼 끼릴 알파벳 자판을 외우던지 해야겠습니다.

  4. 삽질랜드 2008/07/05 2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푸훗, 갑자기 위에 댓글을 보니 생각나는게 초급 수준의 러시아어 실력에 무슨 책인지 모르고 아무 책이나 샀다가 몇 달 뒤에 '자본주의 돼지들을 쳐부수기 위해 인민들은 피를 토하며 용맹하게 전진해 나갔다'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입니다'ㅅ';;;

    • Periskop 홈지기 2008/07/07 18: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러시아인들은 요즘 생각보다 많이 자본주의와 나찌에 쩔어 있습니다.^^ 랜덤으로 찍으면 반대 극단으로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5. 윤민혁 2008/07/06 0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아아 영어도 못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분들께 격심한 질투심이 일고 있습니다... (...)



    ... 이러다가 언젠가 식칼을 들고 찾아가서 목을 잘라들고 Nice Boat 엔딩... (... 이런 오덕 orz)

  6. 우마왕 2008/07/06 0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보니 "Kursk: The Air Battle - July 1943"은 전작들과 달리 출판사 아이콘이 Classic으로 변경되었더군요.

    뭐 다른 러시아 책들은 굼벵이에도 추월당하는 제 끼릴 실력으로 볼 때 1/2 읽으면 영문판이 나오는 건 아닐까 싶은 불상사가 느껴집니다. OTL

  7. 길 잃은 어린양 2008/07/06 1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Засекреченная Курская битва는 아직 구하지 못했는데 정말 좋은 소식이군요. 이번 기회에는 입수하도록 해야 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8. 양성민 2008/07/07 11: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며칠 동안 못 들어왔더니 이런 일이 있었군요.

  9. noblenight 2008/07/07 14: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회가 된다면 사서 보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최근들어 경제 압박에 힘들군요... 요새들어 점점더 경제 압박이 심해지는거 같습니다. 뭐 학교가 장학금도 쥐꼬리만큼만 주니 뭐 이건 속칭 초등학생들이 쓰는 안습? 상황인거 같습니다. 담주부터 이른바 8학군에 사교육 자리가 들어와서 다음달에는 조금 나아 질거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뉴스 보니 사교육도 소득공제 입법안이 추진된다는군요... 점점 이눔의 나라가 살기 싫어지고 있습니다.
    전 내후년에 영어판이 나오면 읽어야 겠습니다. ㅎㅎ

    • Periskop 홈지기 2008/07/07 18:35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사교육 보수는 얼마나 하는지요? 저도 학창시절에 꽤 오랜 세월 사교육 서비스로 잡비 때우고 살았습니다만, 십수 년 동안 정말 보수는 안 올랐던 것 같습니다. 기세등등한 학원들에게 밀려서 그런건지……

    • noblenight 2008/07/08 0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지극히 시장논리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저도 군입대전과 지금과 비교해 봣을때도 큰 변동은 없는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교육에 거품이 빠진다는 긍정적인 결과이라는 광속개념 주장들이 가끔 보이기는 하나 대체적으로 경기가 확실히 않좋아지는건 분명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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