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iskop에서 표방하는 주제와는 조금 안 어울리지만, 3월 27일자 한겨레신문 기사에 나오는 '089 공정'이라는 정체불명의 중국 핵추진 항공모함 건조 이야기를 듣고 궁금해하던 차에 지인 분의 블로그에서 힌트를 얻어 필자도 중국 인터넷 검색놀이에 나서 보았다. 현용 밀리터리 분야는 무지에 가까운 필자지만 짧은 시간 검색을 해 보면서 확인한 사실은 좀 씁쓸하다고 할 수 있었다.
우선 검색을 시작하자마자 놀란 것은, 저 이야기가 중국 인터넷에서 떠돌기 시작한 것이 대충 확인한 것만도 2003년 부터라는 점이었다. 검색에 걸린 결과 가운데 아래 글을 보면:
출처: 虚幻科技天空
여기에 보면 中国开始航空母舰建造计划(중국개시항공모함건조계획)이라는 제목과 함께 낯설지 않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 밑에는 예의 핵추진 항공모함 건조 계획이라는 089공정 이야기가 달려 있다:
据消息灵通人士近日透露,中央军委近日正式通过085 常规动力航空母舰建造计划。该计划是瓦良格的修改版,标排4万8千吨,满排6万4千吨,滑跃甲板,常规动力,不带蒸汽弹射器,载J10双座海军型30-40架。备选方案是带Su33(J11)10-20架。857代替Ak630, 鹰击12代替ssn19。该计划由大连造船厂负责。旧瓦良格舰体将仅用于训练。大连造船厂还将为085工程陆续建造2艘护航驱逐舰。085航空母舰是配有 强大火力的重型载机巡洋舰,载有12单元鹰击12甲反舰弹道导弹,射程〉500公里,末端巡航〉4.0马赫。085工程是作为后续089工程的过渡项目。 089项目是上海江南造船厂在建30万吨级船坞建造满排9万3千吨核动力航空母舰计划,是前苏联夭折的屋里扬诺夫斯克航空母舰计划的修改版(中国从俄国秘密购得)......
밑줄 친 부분을 보면 085공정은 089공정의 과도적 성격이며, 상하이 장난 조선소에서 9만 3천톤 급 핵추진 항공모함 건조 계획 중이고, 러시아 항공모함 울리야놉스크(屋里扬诺夫斯克, Ульяновск)의 개수판이라는 이야기가 똑똑히 나온다. 그런데 이 글이 올라온 날짜는 2003년 9월 11일이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첫 부분인 '中央军委近日正式通过085 常规动力航空母舰建造计划。(최근 중앙군위는 085 재래식 항공모함 건조계획을 정식으로 통과시켰다)'라는 문장을 넣고 각종 검색엔진(구글이나 시나, 소후 등 각종 중국 검색엔진)에 돌려봤다. 올라온 날짜가 2003년 부터 최근까지 갖가지 날짜에 올라온 토씨 한 글자 다르지 않은 포스팅들이 줄줄이 걸려든다. 그런데도 내내 똑같은 것은 "최근(近日) 중앙군위는......"이다. 확인되는 것만 최소 4년이 지났어도 이 이야기는 여전히 "최근"이며 한겨레신문 기사까지도 "최근"이다. (한겨레신문 기사 원문에는: ...... 중국 중앙군사위원회가 두 공정을 최근 각각 통과시켰다는 내용과......) 그리고 지인 분의 지적처럼 한겨레신문 기사가 저 수많은 포스팅에서 발전된 내용이라고는 인터뷰 내용 2개 인용한 것 빼고는 아무 것도 없다.
오죽하면 이 글은 우리나라의 네이버 지식iN에 해당하는 시나닷컴의 지식인(知识人) 서비스에도 2006년 5월 29일 자로 올라와 있다 ⇒ 중국항공모함건조여부?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 지식iN에 올라올 정도라면 — 네이버 지식iN을 폄하할 의도는 아님을 유념바란다 — 얼마나 닳고 닳은 정보인지, 또한 때로는 얼마나 출처가 의심스러운 정보인지 알 것이다. 한겨레신문이 어느 소식통을 이용했는지는 몰라도 중국 인터넷 곳곳에 널린 정보를 가지고 '중국이 초대형 핵동력 항공모함 건조를 추진한다는 사실이 27일 처음으로 드러났다'라는 과장된 표현을 쓴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한겨레신문을 책망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확인에 좀 더 만전을 기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다만 저 이야기의 궁극적인 출처는 어디일까, 과연 신빙성 있는 소스에서 흘러나온 이야기일까는 한정된 1시간의 웹서핑 중에는 찾지 못했다. 현용 밀리터리에 대한 관심과 여유 시간이 좀 많으면 2002년 이전의 인터넷 포스팅들까지 샅샅이 뒤져 보겠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독자 여러분들이 저 힌트를 붙잡고 좀 더 노력해주셔서 출처를 명확히 규명해주시는 것은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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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이 기사를 1면에 실었더군요. 뭔가 한건 했다는 판단을 했나 봅니다.
제 기억에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을때 한겨레 보도 내용 중에 B-2폭격기가 페르시아만의 항모에 착함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
작년부터였나, 일부 군사 잡지에서도 번갈아가며 기사화되었었죠. 어쩌겠습니까, 어제 KBS뉴스 보니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를 "차세대 보병전투차"라고 소개하던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