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내내 강행군하다 주말에서야 정신을 차려 밀린 RSS 리더를 살폈다. 그러고 보니 역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많은 이웃 분들이 릴레이를 이어가 주신 김용철 변호사의 신간 『삼성을 생각한다』 소개글.

홈지기는 예전부터 실명과 직장을 여기저기 공개하였다. 그러니 아직껏 홈지기가 삼성 계열사에 다니고 있음을 모르는 방문객은 별로 없으리라 믿는다. 뭐, 콕 찍어 이야기하자면 최근 자본의 국가지배 첨병기관(?)이라는 이야기까지 듣고 있는 SERI에 다니고 있다. 그런 입장에서 책 내용이나 저자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따져 적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홈지기도 세상의 여러 목소리가 표출됨에 있어 부당한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만큼은 충분히 공감한다. 그래서 책 광고 실어주기에는 동참을 하련다.

광고

다만, 홈지기는 이 점만큼은 이야기하고 싶다. 책을 읽는 분들께서 저 책에 담긴 내용에 대해 감정적인 반응만으로 그치지 마시라고 말이다. 그룹과 총수 일가에 대해 욕설을 잔뜩 퍼붓고 대한민국의 어두운 현실에 대해 저주하기란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이미 그런 일은 인터넷 곳곳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인터넷 언론은 물론 마이크로 블로그까지 활성화된 세상에서, 가만히 앉아 있어도 자극적인 기사거리와 이웃들의 목소리는 실시간으로 쏟아진다. 거기에 재빠르게 반응하여 감정 한 마디 덧붙여 띄우는 일은 그저 일상이다. 대상만 박정희/MB가 되었다가, 조중동이 되었다가, 삼성이 되었다가, 미국이 되었다가, 연예인이 되었다가 하며 뱅글뱅글 돌 뿐이다. (물론 반대쪽에서는 DJ/노무현이 되었다가, 한겨레오마이가 되었다가, 노조가 되었다가, 북한이 되었다가, 연예인이 되겠지만……) 기억할만한 두뇌는 있으니 그 감정의 일단을 어느 구석엔가 쌓아놨다가 더 격정적인 반응으로 키워내며 말이다. 홈지기는 그런 이슈의 손쉽고 감정적인 해소야 말로 퇴행의 악순환이라고 믿는다. 저 책을 읽고 삼성 나쁜 놈, 무서운 놈, 죽일 놈이라는 생각이 드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마시라.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지 처지를 바꿔가며 깊이 생각해보시고, 우리 사회에 저런 구석이 또 없는지 구석구석 살펴 보시고, 미래에 변화되어야 할 세상이란 어떤 것이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아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시라. 그리고 키워질을 넘어 조금씩 현실에서 그 길에 나서보시라. 치부를 드러내는 일도 쉽지는 않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해나가는 일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홈지기도 삼성이 보다 떳떳하면서도 탁월한 성과를 내는 기업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홈지기는 내부 구성원의 입장에서 접근한다. 우리는 좋건 싫건 더러운 꼴 다 봐가면서 이 수준까지 쌓아온 부모, 선배들의 토대에서 출발해왔다. 일면만 본다면야 푹푹 썩은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 책이 보여주지 못하는 다른 긍정적인 측면도 엄청나게 있다. 단순히 기분 나쁘다고 그런 모든 것을 부정하고 제로에서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부 구성원들이 현재의 문제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런 점진적인 변화를 위해 밤잠 설쳐가며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아주시라.

어떤 분들은 그저 한 번의 ‘운동’ 마인드로 이것저것 한방에 무너뜨리고 핵심만 갈아치우면 될 것처럼 이야기하실지 몰라도,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의 궤적에서 알 수 있듯이 그건 그저 즉흥적인 열정의 소모일 뿐이다. 심지어 대통령을 바꿔도 변하기 어려운 시스템의 관성이 존재한다. 그런 거대한 관성을 이기고 항로를 바꾸는 동력은 이면의 부단한 노력에서 비롯된다. 그 노력은 내부 구성원들의 노력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바라보는 분들의 꾸준한 관심과 더 큰 시스템을 변화시키려는 열정과 행동이 겹쳐질 때 가시화되는 것이다. 많이들 생각해주시라, 하지만 감정적인 반응으로 그냥 소모하지 마시기를 다시금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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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나는 억압받지 않는 블로깅을 원한다. 그리고 '삼성을 생각한다'

    Tracked from e-learning blog : 이러닝 블로그 2010/02/07 15:36  삭제

    우리는 ‘보이는 거대한 힘과 권력’으로부터 ‘조종’ 당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블로그가 있기에 이렇게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웹세상에 가감없이 펼쳐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블로깅을 합니다. 더 이상 웹세상에서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그리고 불합리한 것에 대해 투쟁할 자유가 억압받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어볼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쓴 저자의 행보와 사상에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시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2. Subject: 삼성을 생각한다

    Tracked from leopord의 무한회귀 2010/02/08 02:58  삭제

    [책광고 릴레이] 삼성을 생각한다 (leopord 포스팅) <삼성을 생각한다> 샀습니다 (leopord 포스팅) 김용철(지음) <삼성을 생각한다>, 사회평론, 2010 (여형사 님 포스팅) 0. 지난 책광고 릴레이가 이오공감에서 내려간 데 대해, 나는 별 아쉬움은 없다. 단지 좀 궁금하다. 아마도 상업성 게시물로 신고된 듯 한데, 내가 이 책을 광고함으로 인해 얻을 이득은 전혀 없다. 혹시라도 포스...

  3. Subject: 릴레이 : 삼성을 생각한다 - 리뷰, 그리고 자발적인 굴종에 대해

    Tracked from 세상을 보는 검은 눈, Skyjet 2010/02/08 04:29  삭제

    토요일 서평 기사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하였음을 알립니다. ⓒ 조하늘 / 사회평론 일단, 먼저 책에 대한 리뷰를 먼저 보는 것이 순서인듯 싶다. 리뷰글은 2010년 2월 6일 게재된 <인터넷뉴스 바이러스>의 신간 소개 코너 「a week book's diary」의 글을 일부 문법 오류를 수정한 것이다. 한국인에게 있어 삼성은 이중적인 존재다. 전자 제품과 반도체 수출로 외화 벌이와 국위 선양에 기여하는 세계 1등 기업, 또는 각종 탈세와 비리로 얼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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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apcold 2010/02/07 13: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저 책의 권말 부록으로 함께 묶어놨어야 했을, 필히 같이 읽어둬야할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셨군요. 앞으로 광고를 더 전파해주시는 다른 분들 모두, 이 글을 같이 퍼트려주시도록 요청해야할 판입니다.

  2. 이강열 2010/02/07 13: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래 실명으로 적지 못할 글은 쓰지도 말자 라는 신조로 살다보니 왠만한 글은 전부 실명으로 적습니다.하지만 이번 글만은 솔직히 필명을 쓸까 3초를 고민했습니다. 그만큼 저에게 "삼성"이란 이름이 주는 부담감은 만만치 않습니다.

    설마 하시겠지만 주변인 중 보험 관련해서 경험좀 있는 지인이 "삼성화재" 관련 해서 소송을 제기하려는 친구를 향해 차라리 내일 해가 뜨지말라고 법원에 소송제기하는 것이 더 승소가능성이 있다고 충고하는 것을 보면서 새삼 삼성의 위력(?)이 결코 딴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님을 실감했습니다.

    우연히 모 진보언론을 통해 이 책이 나왔음을 알고 동네 모 서점에서 구입해 읽고 있습니다만 책장을 넘기면서 책이 재미 없기 때문이 아니라 답답함과 울분 때문에 몇번이고 책을 집어던지고는 했습니다.

    평소 의문이 가는 부분 왜 이 책이 나오게 되었는가? 소위 떡값 에 관련된 사람들의 명단.. 그리고 삼성 자동차 시기 삼성에 관한 풍문 확인등..(여기가 대구이고 구 삼성상용차 공장이 여기서 걸어 10분 거리에 있었습니다. 삼성 상용차사건 직후로 해서 대구에서도 삼성관련 온갖 풍문이 떠돌았습니다.)을 즉석에서 하고 차근차근 정독하고 있습니다만

    지금부터 라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저만 하고 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 조금이나마 위안이 됩니다. 주권재민 이니 국민주권이란 말이 점차 무색해지고 있는 이순간 고작 한다는 일이 삼성 관련된 제품 한가지 구매 안해 아무 죄 없는 25만 삼성 직원들 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정도로는

    해결될 일이 아닌것이 분명합니다. 거대조직의 힘에 주눅들려 세상구경 한지 몇달 안되는 아들에게 폭탄을 넘기는 일은 적어도 우리 대에서 끝내는 것이 옳습니다. 주인 어른의 글을 읽고도 망설이고 있었던 일을 하고자 합니다.
    고맙습니다.

  3. nickle 2010/02/07 14: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래지는 않았지만 RSS에 정기 구독하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오늘 블로그는 읽으면서 스스로 다소 모호한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감정으로 그냥 소모'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에 공감합니다. 저는 삼성이 한국에서 '최고'의 회사로 있는 한-망하라는 뜻이 아니라 절대 최고여서는 안되는-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삼성과 같은 방법'으로 일을 하고 회사를 경영하는 회사가 최고의 성과를 낸 다면 그 자체가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성 직원들이 열심히 일한다는 거 말고 님이 드러내놓고 말씀하지 못한다는 '좋은 점'이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삼성 내부자로서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런 판단이 섣부를지 모릅니다만 저는 오히려 삼성이 잘한점이 무엇이라고 이야기 하려는 분들과 토론하고 싶습니다. 정말 잘 한게 있느냐고....

    저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감정이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느낌을 고려한다면 '감성'이라고 표현 해야할지도 모르지만요. 나쁜 걸 나쁘다고 드러내놓고 이야기 하지 않고, 분노해야할 일에 분노 하지 않는 사람과 사회가 어떻게 그걸 바꿀 수 있는 열정과 의지가 생긴단 말인가요?

    지금 우리 사회를 위해서나 삼성의 변화를 위해서나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우상'으로서의 삼성을 무너뜨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삼성에 등을 돌린 많은 사람들은 문제가 아니죠. 가장 중요하게는 '삼성맨','삼성인'이라는 자부심같은 심리적 위장으로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삼성 내부 사람들부터 변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삼성을 따라 배워야 한다'는 수많은 기업가들, 그리고 '국가적 자부심'이라는 국가주의 이데올로기 같은데 아직 의지 하고 있는 많은 국민들도 바뀌어야 겠지요.

    조중동을 포함 정,경,언,법 등 국가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에 조직적인 영향력과 촉수를 뻣치고 있는 '삼성'을 정말 변하게 하려면 최소한 인식의 싸움, 이데올로기의 싸움에서 삼성이 무너져야 할 것입니다.

    거기에는 감정도 감성도 필요하죠. 아니 반드시 필요하고 모든 일의 첫단추라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감정에서 멈추지 말아달라'는 당부로 이해하면 되겠지요. ...

  4. leopord 2010/02/07 16: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삼성을 생각한다> 릴레이에 동참하고, 또 책을 사서 읽는 틈틈히 채승병 님 블로그가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좋아하는 블로그와 (좋든 싫든)배치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싶은 마음에 "이전 덧글도 그냥 쓰지 말 걸" 아니면 "그냥 비밀글로 남길 걸"하는 후회도 들었습니다. 책으로 인해 관계가 껄끄러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우였습니다.

    이 책이 갖는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겁니다. 삼성의 핵심에 있던 사람이 꺼낸 이야기이기에 더욱 그렇고요. 이에 대해 감정적인 반응에서 멈춘다면 그것이야말로 비극이라는 데 공감합니다. 동시에, 이 책이 격정을 불러일으키는 걸로 끝나지만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 동안 미지의 것이라 여겨졌거나 막연히 냉소했던 것을 조금이라도 밝혀주는 의미가 있고, 그렇기에 어떻게 해야 삼성을 더 나은 기업으로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실마리를 던져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삼성 외부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삼성 내부에 계신 분들도 많이 읽기를 바라게 되더군요.

    바깥에서 쇄신을 말하기는 쉽지만, 안에서 쇄신을 관철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데 동감합니다. 그건 교계도 그렇고, 학계도 그렇고... 내부에서 바꾸고자 하는 분들의 딜레마와 고통이 종종 그렇듯이, 자신의 지위와 가족의 부양을 걸고 혁신을 추진한다는 건 결국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에 쉬이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정말 바랍니다. 삼성이 25만 직원의 회사이기를, 비자금 조성자가 아니라 더 나은 제품을 위해 연구하고 고민한 사람들이 인정받는 회사이기를, 투명하고 공정하며 서민들에게 떳떳한 회사이기를 바랍니다. 그런 바람을 가지고 읽는 분들이 더 늘기를 또 바랍니다.

  5. 獨步 2010/02/08 14: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출간 전후로 언론과 가진 저자인터뷰에서 총수일가의 사생활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것은 거의 연예인신변잡기기사 수준으로 인터넷에서도 떠돌았죠 - 모가수 생일축가거절, 1천만원 와인, 냉장푸와그라(손님들은 냉동)...

    그것을 보고 아는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 말은 왜 했을까. 괜히 싸구려처럼 보이게 말이야."

    2. 삼성에 소속되어 있는 이상 이 책에 관하여 어떤 말을 하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는 힘들 것입니다 - 인터넷 유행어대로 하자면 '지금 쉴드 쳐주는거냐?'가 되는거죠. 마치 소위 강남사람들이 사회현상에 대하여 무슨 말을 하든 비난을 받는 것 처럼 말입니다.

  6. 지나가는이 2010/02/09 01: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부자의 입장에서, 그 점진적인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내고 있고 어떤 식으로 노력하고 계신지에 대해서도 좀 말씀해 주시면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건가요? 외부자의 입장에서 매우 궁금합니다.

  7. 루시앨 2010/02/09 02: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 포스팅은 참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거라 짐작합니다.
    말씀하신대로, 합리적인 접근과 꾸준하고 부단한 노력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고 믿습니다. 지금으로선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 극단에서 감정을 소비하는 이들보다는 어떤 편에 있든 이든 합리적으로 차근차근히 문제를 접근하고, 여러가지 해결책을 유연하게 고려하는 그런 이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하게 됩니다.
    이 문제 역시 내부 구성원들과 외부 구성원들의 치밀하고 꾸준한 노력에 의해서 잘 풀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8. 비밀방문자 2010/02/09 02: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9. ㅋㅋㅋ 2010/02/09 1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니까 삼성도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런 점진적인 변화를 위해 밤잠 설쳐가며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는 거지요?

    우리나라 개신교가 봉사를 얼마나 많이 하고
    기부를 얼마나 많이 하고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밤잠 설쳐가며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ㅎㅎㅎㅎㅎ

    외람되나마 진리의 말씀 전하고 갑니다.
    삼성 다니는 사람들한테는
    삼성이 알파요 오메가니라
    ㅎㅎㅎㅎㅎㅎ

  10. 풀밭1 2010/02/09 10: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목에는 매우 동감하고, 삼성일가의 사생활 차원에서 비판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매체들이 내뱉는 기사를 보면 혀를 차게 됩니다만.


    우리는 좋건 싫건 더러운 꼴 다 봐가면서 이 수준까지 쌓아온 부모, 선배들의 토대에서 출발해왔다. 일면만 본다면야 푹푹 썩은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 책이 보여주지 못하는 다른 긍정적인 측면도 엄청나게 있다.

    -> 이런 얘기야 꼭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지 않아도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온갖 매체를 통해 나왔고 (얼마 전 이병철 회장 관련 기념일에도 주요 일간지에 무슨 기사가 나왔는지 보셨을 텐데요.) 많은 사람들이 깊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어온지 오래입니다. 삼성이 망하면 한국이 망할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시나요? 오히려 이 책처럼 삼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오래 금기시되어 왔죠.


    그리고 책에 대한 내부자의 시선이라는 게 이런 걸로 시작된다면...
    -------------------------------------------------------------------
    그런 입장에서 책 내용이나 저자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따져 적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홈지기도 세상의 여러 목소리가 표출됨에 있어 부당한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만큼은 충분히 공감한다. 그래서 책 광고 실어주기에는 동참을 하련다.
    -------------------------------------------------------------------
    이런 표현을 보면, 사실 내부자(=사정 잘 아는 사람)가 보기엔 책 내용이나 저자에 대해 따져 적을 게 많긴 하다...는 걸 확실하게 못박으시려는 걸로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따져 적고 싶진 않지만, 내심 할 말이 있으신 거 같은데, 그게 혹시 이미 김용철 번호사가 내부 폭로를 한 직후에 나온 지리한 논란에 해당되는 얘기들인가요? 핵심적인 부분을 건드린다거나,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책에 있다면 이 포스팅이 아니더라도, 밝혀주신다면 좋을 텐데요.

    아무튼 홈지기님 의견에도 같은 코멘트를 붙일 수 있겠군요. "일면만 본다면야 사람들이 이 책 때문에 삼성에 대해 감정적인 분노만 표출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 책에는 다른 긍정적인 측면도 엄청나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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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직장 일에 더해 한 주 내내 출강할 일이 있어서 정신이 없습니다. 오전에는 업무 처리하고 오후에는 강의하고 저녁에는 다음 날 강의 준비하는 일정으로 도는데다, 감기까지 걸려서 블로그 글쓰기에 쓸 시간도 체력도 거의 없습니다. 설 연휴 이전까지는 이런 상태가 이어질 듯하니 양해 바랍니다. 대신에 제가 지난 번 글에서도 언급했던 워게임 관련한 내용으로 모 시사 주간지에 기고한 글을 하나 올려 놓고자 합니다. 주간지에 실린 글은 아래의 링크를 따라 가면 보실 수 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기고문 원문에서 지면에 맞게 약간 수정된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는 수정 이전의 원문을 올립니다:

경영은 또 다른 전쟁 – 워게임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

[주간동아 2010년 2월 2일자 722호 48~51페이지: 게재문 링크]

“전쟁은 나라의 큰일이고 생사를 좌우하며 존망을 가르는 길이니 잘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너무나도 익숙한 손자병법의 맨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다. 2천 5백 년 전에 남겨진 말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늘날에도 그 생생함은 여전하다. 그만큼 인간의 역사 속에서 전쟁은 잔인하지만 너무도 가깝고도 중요한 사건이었다. 무력을 동원하여 한 국가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자연스러운 정치의 연장선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새 이 말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비즈니스는 나라의 큰일이고……”로 말이다. 냉전 종식 이후 적어도 ‘정상국가(normal state)’들 사이에서의 전쟁은 크게 잦아들었다.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둘러싸고 기업들이 벌이는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얼마 전 우리는 UAE의 원전 수주를 놓고 기업의 말단 사원부터 일국의 대통령까지 총출동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국가 지도자로서 ‘군 통수권자’보다는 ‘국가경제의 CEO'라는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올 만큼 시대적 요구도 변화했다. 그만큼 전쟁의 연장선상에서 기업경영을 바라보는 것은 이제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이미 기업경영에서는 다방면에서 전쟁의 교훈을 활용해왔다. 우선 리더십이 대표적이다. CEO 리더십의 전범으로 거론되는 알렉산드로스 대왕, 카이사르, 칭기즈 칸, 나폴레옹 등을 보면 다수가 전쟁 속에서 걸출한 업적을 일궈낸 인물들이다. 또한 이제는 경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용어가 되어버린 ‘전략(strategy)'도 원래는 군사용어였다. 특정한 목표 달성을 위해 인적, 물적 자원을 조직화하고 행동계획을 수립하는 전쟁의 전략적 접근법이 경영 깊숙이 뿌리내린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구체적인 수준에서 전쟁의 노하우를 경영에 응용하려는 노력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워게임(War Game)이다. 워게임은 원래 여러 사람이 전쟁에 참여하는 아군과 적군의 부대, 외부요인 등을 나눠 맡아 벌이는 축소판 모의 전쟁이다. 한국군에서는 ‘전쟁연습’이라고 하는데, 매년 벌어지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대표적인 예이다. 전쟁연습이라고 해서 장병들이 총 들고 산야를 누비는 광경을 상상하면 안 된다. 여기서는 컴퓨터 네트워크로 연결된 각급 부대 지휘관들이 지휘소 스크린에 펼쳐지는 북한의 가상 남침상황에 대응하여 병력을 이동시키고 교전을 명령한다. 이 결과는 워게임을 진행하는 중앙컴퓨터에서 처리되어 다시 각급 지휘소로 전송된다. 이렇게 적군과 아군이 의사결정과 대응행동을 반복하며 가상의 전쟁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워게임이 경영의 주목을 끌게 되었을까? 오늘날의 경영환경은 글로벌화, 빠른 기술진보, 신흥국의 부상 등의 한데 얽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쓰나미처럼 밀려온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국 IT, 자동차 산업에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지만, 반대로 조선 산업에는 10년을 유지한 선두를 내주는 시련이 되고 있다. 친환경 가치가 부각되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며 내연기관 자동차의 명가 GM이 몰락하고 도요타가 막대한 재고로 골치를 썩고 있는 사이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중국의 비야디(比亚迪)자동차는 전기 자동차를 앞세우며 아예 경쟁의 판을 바꿀 기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은 전쟁에서도 일상적인 것이었다. 작년 오우삼(吳宇森) 감독의 영화로도 유명한 적벽대전도 누가 애초부터 조조군의 패배를 예상했겠는가? 병력만 따지면 조조군은 약 15~25만 명, 상대편인 손권-유비 연합군은 3~5만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기세 등등하던 조조군은 보급난과 전염병에 시달렸다. 특히 거센 동남풍이 부는 상황을 간과하다가 황개(黃蓋)가 거짓 투항하는 척하며 벌인 결정적인 화공에 의해 참패하고 말았다. 돌발적인 환경변화와 그에 따른 경쟁자의 행동을 사전에 숙려하지 못한 결과였다.

기업경영에 있어서도 환경변화의 가능성과 경쟁자의 다양한 반응을 미리 헤아려보는 과정은 너무나 중요하다. 천리(天理)를 읽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1980년대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가 미래 IT산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깨닫고, 미-일의 경쟁자들이 불황을 이유로 투자를 기피할 때 역발상의 투자확대로 성공한 과정이 그러했다. 경쟁자가 시장을 바라보고 행동하는 논리를 고민하고 이를 능동적으로 응용하는 자세는 경영자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게임은 바로 이런 소양을 길러주는 도구로서 가치를 지닌다. 워게임이 처음 개발되어 적용된 것도 19세기 프로이센군이었다. 19세기 초 프로이센군은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에게 연패한 뒤에 대대적인 군제개혁에 나섰다. 특히 전문성이 떨어지는 왕족, 귀족 출신 장군들을 체계적으로 보좌하는 장교들과 전쟁수행조직의 필요성에 눈을 떴다. 그 결과 1807년 전쟁부(Kriegsdepartement)와 참모본부(Generalstab)가 설립되었고, 전문성을 갖춘 참모장교 육성을 위한 교육과정이 개발되었다. 1824년에 포병 소위였던 게오르그 하인리히 폰 라이스비츠(Georg Heinrich Rudolf von Reiswitz)가 아군, 적군, 판정관의 세 편으로 나누어 벌이는 일종의 보드게임인 “Kriegsspiel(전쟁놀이)”를 발명하자, 프로이센군 참모본부는 즉시 이를 널리 보급했다. 참모장교들은 워게임을 통해 실전에서의 돌발상황을 미리 체험해보면서 작전에 대한 이해와 대응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프로이센은 이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였음에도 오스트리아와 프랑스를 연파하고 독일 통일의 주역을 맡을 수 있었다.

워게임은 이후 각국 군대도 이를 벤치마킹해 도입했고, 20세기 후반에는 기업경쟁에도 응용되어 비즈니스 워게임(Business War Game)이란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다. 비즈니스 워게임에서는 군사 워게임과 마찬가지로 경쟁관계에 있는 다양한 기업, 규제당국, 환경요인 등의 역할을 나눠맡게 된다. 물론 비즈니스에서는 지도에 표시되는 명확한 전선이 없는 대신에, 시장의 소비자 역할도 있다는 차이점도 있다.

작년 영국에서는 2004년에 영국재정청(FSA)영란은행(Bank of England)이 벌인 비즈니스 워게임이 화제가 되었다. 금융위기 이전이던 당시에 두 금융당국은 날로 확대되는 모기지 규모와 관련 금융파생상품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위험을 확인하고자 워게임을 실행해봤다. 각 당국자들이 팀을 나누어 개별 금융기관과 감독당국 역할을 맡고, 가상의 돌발상황이 벌어졌을 때의 시나리오를 점검해본 것이다. 그 결과 노던록(Northern Rock) 등의 소매금융 중심 은행들이 먼저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뒤이어 HBOS 등 대형은행들로 이 위기가 파급되는 시나리오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사후조치를 게을리함으로써 위기 방지에는 실패했지만, 워게임의 유용성은 톡톡히 증명된 셈이었다.

그렇다면 이외에도 비즈니스 워게임을 기업현장에 도입함으로써 얻어지는 긍정적인 효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로, 앞서 이야기했듯이 공동 학습을 통해 임직원의 전략적 안목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 기업에서 특정 업무에 매몰되다보면 보다 큰 시장의 경쟁구도에서 우리 기업의 위치를 조망하기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워게임에서는 자사의 전략적 입지와, 기존 전략체계의 강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만큼 조직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역량이 길러진다.

둘째로, 경영진의 집단사고를 방지하고 사고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 성공가도를 달려온 많은 기업에서는 CEO의 의지가 완고할 때가 많다. 설사 반론이 나오더라도 CEO의 의지를 꺾을 만큼 명확한 근거를 대기가 어렵기 때문에 건설적인 논의로 이어지기도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롤 체인지, 즉 역할변화가 좋은 자극제가 된다. 워게임에서는 CEO나 핵심 전략임원일수록 필히 경쟁사 역할을 맡아 자사의 약점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도록 맡겨본다. 당연히 워게임 속에서는 자사가 패배하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 현실의 패배는 독약이지만 워게임의 패배는 보약이다. 패배 시나리오가 어떤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지 숙의하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소통과 고정관념 물갈이의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셋째로, 불확실성에 대한 기업의 전략적 대응체계를 단련시킬 수 있다. 전쟁에 나간 군대나 경쟁에 돌입한 기업 모두 시장과 경쟁자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전쟁과 비즈니스의 세계는 논리적, 합리적인 판단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당초 계획이 틀어지기 일쑤이고, 막다른 골목에서도 경험과 직관, 통찰이 결합된 일격으로 상황이 급반전된다. 실무진이 머리 싸매고 작성해 올리는 통상적인 전략기획서와 대응매뉴얼에 이러한 가능성을 모두 담아내기는 어렵다. 워게임을 통해 CEO와 경영진들 모두가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간접경험을 쌓아야만 효과적인 보완책이 마련될 수 있다.

우리는 기업경영의 통찰을 얻기 위해 기업 사례분석을 하고, 역사책을 들여다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가 오늘날에 똑같이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과거의 패턴이 반복될 것이란 믿음이 기업을 망친 경우가 많았다. 1980년대 휴대폰 시장을 새로 개척한 모토롤라의 자신감은 1990년대 전 세계를 위성통신망으로 엮겠다는 이리듐 사업까지 뻗어갔다. 그러나 그 터무니없는 낙관의 결과는 1999년의 처참한 파산과 수십억 달러의 손실이었다. 또한 소니는 1980년대 비디오 규격에서 폐쇄적인 ‘베타맥스’ 시스템을 고수하다 VHS에 시장을 내주고 말았다. 1990년 등장시킨 MiniDisc(MD)는 실패 교훈을 살려 상당한 개방 플랫폼 전략을 추구했지만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는 외면당하고 말았다. 변화된 환경과 새롭게 무장한 경쟁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전략적 판단은 이처럼 무망하다.

반면 워게임은 경영자에게 과거와 다른 현재 게임의 법칙을 가늠하고, 열린 미래의 가능성을 인정하게 해 준다. 워게임에서 도출되는 여러 미래 시나리오는 기껏해야 하나만 맞다. 심지어 다 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이 미래를 여는 힘이 된다. 이미 손자는 불확실성에 놓인 경영자의 숙명을 이렇게 예견한 바 있다.

“전쟁을 잘 하는 사람일지라도 적이 승리할 수 없게 할 수는 있을지언정, 반드시 아군이 승리하게 할 수는 없다.”

전쟁의 오랜 역사와 워게임이 궁극적으로 말해주는 바도 이것이다. 필승이 아니라 최선을 노리는 겸허한 경영자의 자세가 진정한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워게임의 교훈을 살리지 못한 스위스항공

1990년대 중반부터 세계 항공시장은 재편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세계적인 규제완화와 경쟁의 격화로 인해 항공사들은 제휴를 통한 세력 불리기에 나섰다. 우선 항공사들은 1990년부터 시작된 코드셰어를 통해 노선 중복을 막고 각사 승객들에게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어 1997년에는 영업, 관리, 서비스 등 전반으로 제휴를 확대한 최초의 항공동맹 스타얼라이언스(Star Alliance)가 결성되었다. 항공동맹은 각국의 반독점규제를 회피하면서도 통합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었다. 이에 자극받아 1999년에는 또 다른 항공동맹 원월드(OneWorld)가 결성되었다. 또한 다른 대형 항공사들 중심으로 윙스(Wings)라는 항공동맹의 결성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었다.

이러한 격변기에 스위스항공(Swissair)은 전략적 기로에 직면했다. 스위스항공은 이러한 경쟁환경 변화에 맞서 오스트리아항공 등과 함께 퀄리플라이어(Qualiflyer)라는 독자적인 제휴선을 구축했다. 그리고 맥킨지의 조언을 따라 독자적인 '사냥꾼 전략(Hunter Strategy)'를 추진한다. 그 골자는 대형 항공동맹에 불리한 지분을 안고 들어가지 않고 퀄리플라이어를 기반으로 유럽의 군소 항공사 지분을 대거 인수하여 덩치를 키우겠다는 전략이었다. 스위스항공은 이 전략이 2000년대에도 제대로 먹힐 것인지 점검하기 위해 1999년 워게임을 시행한다.

워게임에는 스위스항공의 임원진 4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당시 주요 6개 항공사를 대표하는 팀에 배치되었다. 각각 에어프랑스, 델타, 원월드의 대표 영국항공(BA), 스타얼라이언스의 대표 루프트한자, 윙스의 대표 KLM, 스위스항공이었다. 여기에 워게임 통제팀이 구성되어 시장의 규제환경을 조정하고 각 팀의 과잉행동을 제지하는 이사회 역할을 수행했다. 추가로 시장팀은 각 경쟁자들의 행동에 따라 어느 쪽 점유율이 올라갈 것인지 판정하는 소비자 역할을 맡았다. 이들 8개 팀은 1999년부터 3년 단위의 3개 기간을 상정하고 워게임을 진행했다.

첫 번째 기간(1999~2002)에서 먼저 원월드 측이 스위스항공에 접근했다. 원월드와 퀄리플라이어가 통합하지는 않아도 느슨한 협력관계를 맺자는 제안이었다. 스위스항공은 이를 거절했다. 그밖에 대형 항공동맹들 사이에는 다양한 물밑접촉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 기간(2002~2005)부터는 경쟁 움직임이 가속화되었다. 통제팀은 항공요금이 평균 6% 하락하고, 아시아의 항공수요가 증가하고 아시아 항공사들이 항공동맹 가입 러시가 임박했다고 통보한다. 워게임에 참여하는 각 팀들은 이 시나리오에 적응할 적절한 행동을 내놓기 시작했다. 우선 스위스항공은 기존의 전략방향을 계속 밀어붙여 인수한 자회사들의 중복기능을 묶어 통합 서비스 회사들을 설립했다. 이번에도 원월드는 퀄리플라이어에게 더 매력적인 조건으로 동맹 참여를 제안했다. 이에 따른다면 원월드에 속한 대서양노선 및 아시아노선 운항사들과 손쉽게 제휴가 가능했다. 그러나 스위스항공은 원월드 내에서 영국항공과의 동등한 지위를 요구하여 이 협상도 깨지고 말았다.

세 번째 기간(2005~2008)이 되자 통제팀은 더 파격적인 규제완화를 발표했다. 반독점규제 완화로 대형 항공사간 합병이 승인된다는 것이었다. 이러자 기존 항공동맹 소속사들을 중심으로 M&A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영국항공은 아메리칸항공 및 US에어웨이와의 합병을 추진했다.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의 유나이티드항공은 델타항공과의 합병을 계속 진행시켰다. 이에 자극받은 윙스 측은 KLM과 노스웨스트항공의 합병을 추진했으며,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에도 손을 뻗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원월드가 외톨이가 되어버린 에어프랑스를 동맹에 끌어들였다. 결국 가속화된 합종연횡 속에서 200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퀄리플라이어는 스타얼라이언스 측에 합류하고 만다.

이것은 워게임에서 도출된 하나의 가상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이 워게임을 놓고 스위스항공의 CEO와 다수 임원진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CEO는 여전히 퀄리플라이어 확대전략이 유효하다고 확신했다. 퀄리플라이어의 덩치를 키우다보면 최악의 경우라도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항공동맹 편입이 가능하리라 봤기 때문이다. 반면 임원진들은 규제완화와 시장변화에 따라 유럽 중심의 퀄리플라이어 입지가 빠르게 무너질 수 있음을 우려했다. 따라서 다수는 즉시 원월드와 제휴를 추진하는게 타당하다고 보았으나 끝내 CEO의 해석을 꺾지는 못했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스위스항공은 이후로도 사냥꾼 전략을 계속 밀어붙였다. 그 사이 윙스 대신에 에어프랑스, 델타항공, 대한항공 등은 스카이팀(Skyteam)을 발족시켰고, 윙스의 주요 항공사들이 여기에 가세했다. 오늘날의 스타얼라이언스-스카이팀-원월드 3대 항공동맹 체제가 강화된 것이다. 그리고 워게임 후 불과 2년 만에 9/11 테러가 터지면서 항공수요 급감 충격으로 스위스항공은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확장을 위해 차입한 막대한 부채에 대해 주 채권은행인 UBS가 채무연장 합의를 거부했다. 결국 2002년 초, 스위스항공은 청산절차에 돌입해 분할매각되고 71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만다. 또한 그 후신인 스위스국제항공도 2005년에는 루프트한자에 매각되어, 의지와 무관하게 워게임 결과처럼 스타얼라이언스에 편입되고 만다.

여기서 보듯이 워게임이 정확한 미래를 제시해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보다 비판적인 시각에서 워게임 과정을 관찰했다면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대형 항공동맹에의 가입이 불가피하다는 시사점은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스위스항공이 1999년부터 대형 항공동맹과의 제휴를 앞서 추진했다면 무리한 차입을 억제하고 유리한 지분을 확보하여 충분히 생존할 수 있었다. 무릇 자사의 역량과 기존 전략을 과신하다보면 워게임에서 드러나는 미래의 흐름마저 눈을 감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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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민노씨의 생각

    Tracked from minoci's me2DAY 2010/02/03 15:44  삭제

    “전쟁을 잘 하는 사람일지라도 적이 승리할 수 없게 할 수는 있을지언정, 반드시 아군이 승리하게 할 수는 없다.”(손자) / 채승병, 워게임에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 중에서 http://bit.ly/9ue5S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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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opord 2010/02/03 17: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 포스팅의 내용이 요약되어 전개되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주간동아 기고문 말미에 붙은 스위스항공의 워게임 사례는 지난 경영노트 37호의 사례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놓은 것이군요.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그것도 채승병 님이 넣으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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